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02화 (102/141)

<-- 23. 철개미 처리 -->

세이렌은 힐끔 바이런을 쳐다보았다. 바이런은 말리온 박사의 뒤통수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자자, 그가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여기가 그렇게 작은 광산은 아니거든요.”

말리온이 고개를 돌리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잔을 내밀었다. 바이런은 여전히 경계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음...”

세이렌이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약간 달달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이 일대에는 허브가 자라나는 곳도 있어요. 그건 감초를 달여 만든 차입니다. 달달해서 입맛에 맞을 겁니다. 아, 참고로 이 차를 만든 건 저 뒤에 있는 제 발명품입니다! 철판 사이에 틈을 만들어 화염석을 조각내어 마력을 공급하면 단숨에 가열하는 장치인데...”

“됐어요. 당신 발명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바이런이 말리온의 말을 뚝 잘랐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경험이 많은 듯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아무튼 여러분이 와주신 덕에 철개미 문제도 해결하고 아이오티스로 일정에 맞춰 아이오티스에 돌아갈 수 있게 됐군요.”

“일정...?”

세이렌이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바이런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세이렌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말리온은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아, 인간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군요! 드워프들 중 저와 같은 기계공들은 5년마다 대회를 벌입니다. 누가 얼마나 뛰어난 기계 혹은 오토마톤을 만드는가를 겨루는 것이죠!”

바이런은 말리온의 말을 제지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드워프에 대해서는 그도 잘 몰랐던 터라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경연을 벌인다고요?”

“예! 그랜드 마스터 티리움과 무작위로 선출된 드워프 100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점수를 매깁니다. 아주 뜻깊은 행사입니다! 그 대회에서 우승하면 명예의 전당에 작품이 전시되는 건 물론, 차기 그랜드 마스터에 입후보할 기회까지 얻게 되죠!”

말리온은 가슴이 뜨거워지듯 열정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의 열의가 느껴져 세이렌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참가할 생각이었군요.”

“예! 세기의 역작이 준비됐습니다! 저 광산의 철개미만 처리하고 켈라디움만 확보할 수 있다면...! 저는 역사에 남을 드워프가 될 테니까요!”

바이런은 찻잔을 호호 불며 마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뭘 발명했기에 그렇게 자신합니까?”

“아하하! 아쉽지만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경쟁자의 귀에 제 역작이 어떤 작품인지 흘러 들어갈 테니까요. 정보보안은 생명입니다!”

말리온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바이런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지 못해 안달 난 말리온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 놀랐다.

‘뭘 준비하기에...’

그러나 곧 관심은 사라졌다.

‘프레이는 괜찮으려나...’

감초차를 호록거리며 편안히 있는 자신과 달리 광산을 헤매고 있을 프레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 * *

카가각-

철개미의 턱이 광산 벽에 깊이 박혔다. 마치 종이를 자르듯 벽이 파였다.

‘힘이 대단하다...!’

광석을 갉아먹을 정도니 바위는 우습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프레이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철개미의 더듬이가 움직인다. 목표로 했던 훼방꾼을 제거하지 못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다시 공격당하기 전에 프레이는 반격을 시도했다.

잔상을 따라 철개미의 앞다리를 노렸다

캬아아-!

‘큭...! 단단하다...!’

말리온의 말은 사실이었다. 프레이의 검은 다리를 말끔하게 베지 못하고 박혔다.

상처 사이로 붉은 진물이 배어 나왔다. 프레이는 박힌 검을 빠르게 뒤로 빼냈다.

쿵- 쿵-

고통에 개미가 몸부림을 쳤다. 이리저리 부딪치자 광산 통로가 흔들거렸다.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개미가 마구잡이로 다리를 휘둘렀기에 프레이는 뒤로 물러나야 했다.

잔상을 따라 추가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철개미가 어떤 놈인지 파악하지 못했기에 신중하기로 했다.

‘다행이라면...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니라는 거야.’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인지, 철개미의 움직임 자체는 단순했다.

철개미의 더듬이가 빠르게 주변을 더듬었다. 프레이는 다가오는 더듬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다리와 달리 더듬이는 얇은 탓인지 쉽게 벨 수 있었다. 툭 하고 떨어진 더듬이, 이걸로 놈은 더 혼란스러우리라.

키에에-!

‘무슨...!’

고통에 찬 비명일까?

날카로운 이명이 귀를 때렸다. 프레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빨리 끝내야겠어...!’

프레이는 빠르게 달렸다. 철개미의 힘과 민첩을 얻게 된 프레이는 단숨에 철개미 앞으로 다가왔다.

쏴아악-

기척을 느꼈는지 철개미가 앞다리를 휘두르며 프레이를 견제했다. 하지만 마구잡이식으로 휘두르는 공격이 먹힐 리가 없었다.

‘노릴 부분은... 얇은 부분!’

두터운 가슴이나 배를 노리기는 힘들었다. 다리조차 말끔하게 베지 못했으니.

프레이가 노리는 건 머리와 가슴의 연결 부분, 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콰악-

철개미가 머리를 숙이며 턱을 들이밀었다. 막으라면 막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딱 좋군!’

옆으로 뛴 프레이는 광산 벽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그의 검이 훤히 드러난 철개미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촤악-!

철개미의 머리가 떨어지고 절단면에서 붉은 진액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큭...”

프레이는 개미의 옆으로 돌아섰다. 몸을 더럽히는 건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철개미의 몸이 완전히 쓰러졌다. 프레이는 검에 묻은 진액을 털어내고 한숨을 돌렸다.

‘그렇게 어려운 놈들은 아니다.’

프레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철개미의 배를 갈랐다. 말리온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광석이 좀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

말리온이 원하는 건 켈라디움 광석이다. 다른 광석을 가져다 달라는 말은 없었다.

즉, 켈라디움을 제외한 광석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

철개미의 위에서 소화액으로 점철된 철광석 몇 개가 떨어졌다. 프레이는 잠시 광석을 살폈다.

‘음...?’

프레이는 광석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광산 벽에 박혀있는 광석과 비교했다.

소화액 때문에 더러워 보였지만 철광석은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불순물이 섞여 있는 원석과는 전혀 다른 모습.

‘이 소화액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건가?’

따로 가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프레이는 철광석을 챙기려다가 곧 관두었다.

‘아니지... 이거 가지고 다니면 무게만 늘어난다.’

어차피 광산에 있는 건 자신뿐, 돌아오는 길에 챙겨 가면 될 일이었다.

프레이는 통로 한복판에 광석을 놔두고 몸을 돌렸다.

‘형이 좋아하겠군.’

프레이는 바이런이 기뻐할 표정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 * *

이튼은 침통한 표정으로 생존자들을 돌아보았다.

자신을 포함, 12명으로 출발했던 인원이 돌아오니 3명이다.

‘도대체 그놈은 뭐지...!?’

목표였던 데일 황태자 일행에게 당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괴한에게 9명의 대원들이 사망했다.

마지막에 흩어지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다.

“대장,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생각 중이다.”

이튼은 표정만큼이나 암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보고해야 한단 말인가.

“황태자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도망치느라 바빴으니, 데일이 무사한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이튼은 다시금 그 고통스러운 광경을 떠올렸다.

“놈은 바로 우리를 쫓았다. 황태자를 노릴 시간은 없었어...”

그러니 아직 살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면...”

“일단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도록. 사망자들의 유해는...”

이튼은 말을 맺지 못했다.

제국을 위해 목숨을 다하기로 맹세한 자들이다.

대의를 위해 기꺼이 나선 자들이었다.

가짜 황태자를 몰아내고 제국을 지키는데 이바지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이런 차디찬 대륙에 남겨두어야 할까.

‘어쩔 수 없다...’

그 괴한이 다시 나타난다면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그러니 그들을 다시 제국으로 돌려보내는 건 나중 일이 될 터였다.

“그러면... 명령이 내려오면 불러 주십시오.”

이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원들이 흩어지고 이튼은 혼자 남았다.

수정구를 꺼냈다. 비통한 소식이지만 보고는 해야 했으니.

“제국의 후예에 영광이...”

「어떻게 됐나?」

이튼이 인사를 마치기도 전이었다. 헤피르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실패했습니다.”

「뭐?」

헤피르는 뒤늦게 이튼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이튼의 보고를 기다렸다.

이튼은 겪었던 일을 상세히 보고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인가?」

“예... 저를 포함, 3명이 살아남았습니다.”

헤피르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이튼은 묵묵히 그가 다시 얼굴을 보이기를 기다렸다.

「죽음... 기억... 메멘토 모리...!」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헤피르 님...?”

「암살자를 고용해? 하지만 누가?」

헤피르는 중얼거렸다. 이튼은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데일의 정체를 아는 이가 또 있다?」

그는 빠르게 추론했다.

평범한 인간을 살해하기 위해 메멘토 모리를 고용할 사람은 없다. 즉, 암살 대상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아는 게 분명하다.

「맙소사...」

헤피르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상황에서 데일 황태자를 죽이려는 인물이 또 누가 있겠는가.

「베르핀... 무서운 놈...!」

베르핀의 의뢰라는 건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데일이 사라져서 이득을 볼 인물은 그밖에 없었다.

「이튼, 일단 몸을 사리게. 자네가 감당할 놈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이튼은 안심과 함께 굴욕을 느꼈다. 그러나 다시 그 괴한에게 도전할 마음은 없었다.

「데일을 데려오는 건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헤피르는 말을 멈추었다. 그는 곧 자신의 생각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체는 반드시 회수하게.」

“시체를요...?”

「그래. 생각해보니 데일이 여자라는 것만 증명하면 될 일이 아닌가. 굳이 살아있는 몸이 필요한 건 아니지.」

헤피르의 말에 이튼이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면...”

「사람을 추가로 파견할 테니 접근하지 말고 감시만 하게.」

“알겠습니다.”

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헤피르는 그의 대답에 만족해하다가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예.”

「이번에도 실패하면 책임을 묻겠네.」

꿀꺽-

이튼은 마른 침을 넘겼다.

헤피르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사라졌다.

* * *

‘이런 제길...!’

프레이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가 있던 자리에 두꺼운 철개미의 앞다리가 꽂혔다.

콰직-

바닥이 움푹 들어갔다. 프레이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에게 다가오는 철개미 4마리.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다른 철개미들.

개미는 떼로 몰려다닌다.

프레이가 처음 만난 개미는 선발대에 불과했다.

키에에-!

철개미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다. 그것들은 자신의 둥지를 침범한 인간을 용서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잔상을 따라 움직였다.

쏴아악-

카각-

그의 몸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다리가 스쳐 지나간다. 잔상보다 조금이라도 느리게 움직이면 당하리라.

‘할 수 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철개미의 일부분이 날아간다. 다리가 떨어지고 머리를 꿰뚫는다.

붉은 진액이 마치 폭죽처럼 터진다. 그가 마치 춤을 추듯 나아간다.

그러나.

잔상이 흐릿해지더니 곧 사라진다.

‘뭣...!?’

쿠웅-!

강력한 충격과 함께 프레이의 몸이 밀려난다.

“크악!”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철개미가 마치 성난 황소처럼 프레이를 들이받았다.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으로 잔상이 변한 것이었다.

차칵- 차칵-

철개미의 턱이 움직이며 프레이의 머리를 따내려 했다.

그는 간신히 검을 옆으로 뉘여 막아냈다.

“크으...!”

그사이 다른 철개미들이 접근해온다. 이대로는 협공에 당하리라.

‘제길...!’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자신을 붙잡은 철개미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된 모양이다.

검이 서서히 머리로 파고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 걸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직-

철개미의 눈이 꿰뚫렸다. 얇고 기다란 레이피어다.

프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철개미의 머리 위에 흙먼지로 더러워진 갑옷이 보였다.

“피하십시오.”

딱딱한 목소리. 프레이는 곧바로 자신을 구해준 이의 정체를 유추했다.

‘...오토마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7%)]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79%)]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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