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95화 (95/141)

<-- 21. 입장정리 -->

세이렌은 프레이가 쓰러지는 모습에 한 번, 그리고 뒤이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남자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괜찮습니까!?”

하늘 위로 치솟는 피 분수를 배경으로, 돌아서는 남자의 얼굴.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제트람?”

* * *

제트람은 웨이버에 도착하자마자 신전을 찾았다.

“알겠습니다. 이 흉악범이 대륙을 벗어날 일은 없을 겁니다.”

제트람을 맞이한 사제는 자신했다. 그는 사제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막 그가 일어서려던 때였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땅이 가볍게 흔들렸다.

“방금...?”

사제가 놀라서 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제트람은 손님인데 그에게 물어서 뭘 어쩌겠는가?

“사, 사제님!”

다급한 목소리로 들어오는 수습 사제. 그의 얼굴을 보며 사제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모, 모르겠습니다. 폭발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견습 사제의 손과 옷에는 피가 흥건했다. 사제는 그 모습만으로도 긴급한 상황임을 깨달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제트람에게 소리치고 사제가 뛰어나갔다. 제트람은 급히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크젤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에 빠진 사람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제트람은 사제를 따라 빠르게 뛰어갔다.

“뭐야? 뭔 일이야?”

“길을 비키십시오!”

경비병들이 모여든 사람들을 통제한다. 항구 쪽에서 몰려온 유저를 향해 제트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사람들이 고통받는 게 구경거리가 될 일인가. 제트람은 항구 쪽을 노려보다 의외의 인물을 발견한다.

‘프레이?’

프레이와 같이 있는 한 여자.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다가가는 무리들.

곤경에 처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제트람은 달려가는 사제의 뒷모습과 항구를 번갈아 보다가 사람들을 헤치고 달렸다.

‘저건...!’

프레이가 뭔가에 맞고 비틀거렸다. 독을 사용한 것인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사이 다른 놈들은 여자를 취하려 한다.

‘프레이가 당하다니...?’

자신과 호각으로 겨눴던 유저다. 저렇게 맥없이 당할 리가 없었다.

‘전력을 다해야겠어!’

제트람은 단번에 끝낼 셈으로 높이 몸을 날렸다. 막 여자에게 손을 뻗으려는 남자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서걱-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듯, 남자는 눈을 껌뻑였다.

제트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검을 다시 올려쳤다. 상처는 그대로 벌어져 피 분수를 하늘로 뿌렸다.

“괜찮습니까!?”

제트람은 돌아보지 않고 주위를 보며 말했다. 프레이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놈들... 무뢰한의 수준이 아닌데...?’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는 놈들 수준이 아니다. 자신의 등장에 바짝 긴장했는지 자세를 잡는다.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왜 프레이를 노린다는 말인가?

‘기습 때문인가... 확실히 이 정도 숫자라면...’

프레이가 당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일단 놈들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이튼은 갑자기 끼어 들은 훼방꾼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 그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제트람...!? 이 자가 왜 여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대원 하나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제트람은 주저 없이 다른 대원을 향해 쇄도했다.

대원들은 전력을 다해 제트람을 막았다.

‘이건... 이건 무리다...!’

이튼은 빠르게 판단했다. 애초에 제국의 후예에서 데일 도프람을 노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저 제트람 때문이었다.

‘6명, 아니 이제 5명으로 이길 가능성은 없어...!’

방금 죽은 대원의 숫자를 빼면 승산은 더 줄어든다. 이튼은 빠르게 손을 올렸다.

“후퇴! 후퇴한다!”

이튼의 목소리에 대원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개중에는 바다로 뛰어드는 자도 있었다.

“그건 너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제트람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명령을 내린 자를 우선으로 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그는 쫓아가지 않았다. 자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기에.

“무슨...?”

고개를 돌리니 눈물을 글썽거리는 여자가 있다. 프레이와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

“제트람...”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제트람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너무 놀란 건...’

생각이 멈췄다.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으니까.

‘아니... 설마...’

기사로서 할 일은 아니지만, 제트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몸, 그러나 그 얼굴에 남아있는 흔적까지 몰라볼 정도는 아니었다.

제트람의 입이 달싹였다. 자신이 제정신인지도 몰랐다.

“데일... 저하...?”

“제트람... 제트람...!”

세이렌은 제트람의 품에 안겼다.

프레이 외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세이렌은 황제인 아버지보다 제트람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제트람과 세이렌, 아니 데일 도프람의 관계는 깊었다.

“저하... 데일 저하가 맞습니까...?”

제트람이 데일의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마치 다시 그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그녀의 눈에 쓰러진 프레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

그녀는 다급하게 프레이의 상태를 살폈다. 프레이는 마비가 된 듯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트람...!”

“예, 저하!”

자연스레 나오는 대답. 제트람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프레이를...!”

“알겠습니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제트람은 빠르게 프레이를 업었다.

* * *

“웃...”

프레이는 따뜻한 기운에 정신을 차렸다.

“아, 깨어나셨습니다. 기본적인 독소는 제거했지만, 후유증이 조금 남아있을 테니 무리한 움직임은 삼가십시오.”

“예, 갑작스러운 부탁인데도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럼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러...”

제트람의 감사에 사제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프레이! 정신이 들어?”

“세이렌...? 제트람...?”

프레이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으아악...”

“끄악...!”

신전 내부는 부상자들의 신음으로 가득했다. 사제들이 분주히 오가며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지나가겠습니다!”

경비병들이 소리치며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이송한다. 사제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기도를 외운다.

“자비로운 솔리스시여, 당신의 힘을 빌려 기도드립니다...”

“상처와 아픔을 잊게 하시고, 당신의 자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여기저기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빛과 따뜻한 기운들.

“도대체 무슨...”

“사고가 있었네. 아무래도 저하와 자네를 노리려고 일부러 저지른 것이겠지...”

제트람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프레이는 그제야 제트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어떻게...”

“수배범을 쫓아왔네. 크젤이라는 이름이었던가...”

설명하던 제트람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질문을 대답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보다... 도대체 저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세이렌을 알아보시는 겁니까?”

프레이는 놀랍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데일의 얼굴이 남아있긴 하지만, 쉽게 눈치챌만한 얼굴은 아니었다.

“저하를 모신 게 몇 년인데... 그 정도야 문제는 없네. 저하께서 직접 얘기해주시긴 했지만, 확실히 알아두고 싶네. 그래야 어떻게든 치료라도...”

“제트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저하...!”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힐끗 돌아온다. 프레이는 인상을 찡그리며 일어섰다.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바이런 형도 우리를 기다릴지 모르니...”

“바이런...? 그건 또 누군가?”

제트람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도대체 데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또 얼마나 있단 말인가.

* * *

“친위대장!?”

바이런은 펄쩍 뛰며 놀랐다.

“화, 황실 친위대장이면...”

그가 제트람을 아래위로 훑었다. 제트람은 담담히 시선을 받아냈다.

“또 비밀을 아는 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프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세이렌도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갈수록 문제가 커지는군... 저하, 어떻게든 그 약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말했잖아. 나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마틴이 황제가 될 거라고.”

세이렌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프레이를 만나면서 결정한 일이었다. 제트람이 말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아니야. 이게 옳아. 애초에 영원히 여자라는 걸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 삼촌의 꼭두각시로 사느니 볼모로 여생을 사는 게 낫다.

“허나... 베르핀 대공은...”

“삼촌 이야기는 그만해. 아무리 삼촌이라도 신성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지금 내 상태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걸 모르겠어?”

세이렌의 말에 제트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으니까.

‘베르핀 대공은... 저하를 보이지 않도록 가두어둘 것이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세이렌은 햇빛을 보지 못 할지도 모른다. 철저히 격리되어 생을 마감할 가능성도 있었다.

‘저하 말씀이 옳을지도 모르겠군...’

비록 자신이 곁에서 그녀를 지킬 수 없을지 몰라도, 신성제국이라면 안전할 터였다. 마틴 도프람 대신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뿐이니.

“하지만 그 켈라인의 오브라는 건 어떻게 구하실 생각입니까?”

제트람은 한발 물러섰다. 그녀의 뜻을 존중하되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엘레타스 대륙으로 넘어간다 한들, 그 오브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정확한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건...”

“일단 가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까요.”

세이렌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프레이가 거들었다. 제트람은 눈을 돌렸다.

“그런 불확실한 생각으로 저하를 모시겠다는 겁니까?”

“시도하지 않으면 확실히 위험하겠죠.”

제트람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친위대장께서 우리랑 함께?”

바이런이 놀라 물었다.

‘아니지, 오히려 당연한 건가?’

호위기사가 주군의 곁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는 곧 머리를 헝클었다. 제트람의 합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배가 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맞아... 형, 일은 어떻게 됐어요?”

세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바이런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일단 해결됐어. 화물칸에 타야 하지만...”

“화물...?”

제트람이 노려본다. 감히 황태자를 화물칸에 태우냐는 눈빛.

“다, 다른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제트람, 끼어들지 마.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법으로 여기까지 온 거니까.”

세이렌이 제트람을 막아섰다. 제트람은 이전과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알겠습니다.”

“출발은 언젠데요?”

“아, 그러고 보니 얼마 남지 않았네!?”

바이런이 밖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해가 떨어질 때쯤이라고 했거든! 어서 서두르자고!”

프레이 일행이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항구에 도착하니 수염이 덥수룩한 선장이 바이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제트람 경!”

바이런이 달려가는 사이 누군가 제트람을 찾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제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국의 후예에서 온 서신입니다.”

“서신...?”

제트람은 사제가 내민 서신을 확인했다.

프레이와 세이렌은 제트람이 오지 않자 몸을 돌렸다. 바이런이 다시 돌아와 말했다.

“뭐해!? 곧 출발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낮게 외쳤다. 그러나 바이런도 제트람을 바라보고 말을 잊었다.

제트람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충격받은 모습이었기에.

친위대장인 그가 놀랄만한 내용은 무엇일까.

“제트람...? 무슨... 일이야...?”

세이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하...”

제트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입이 달싹였다.

이 소식을 전해야 할까, 아니면 전하지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끝내 결정을 내렸다.

“폐하께서... 위급한 상황이신 것 같습니다.”

제트람은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5 (11%)]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24%)]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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