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후회는 항상 늦는다 -->
세이렌은 다급하게 마을에 도착했다.
“도망, 도망쳐야 한다피!”
“애초에 우리가 싸우는 게 무리였다피!”
마을에 도착한 피스칸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그 소리에 아르갈이 나왔다.
“무슨 일이냐피?”
“프람... 프람이...”
숨을 몰아쉬며 바이런이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아니다피! 프람, 프람은 죄가 없다피!”
브류는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그러나 다른 피스칸들은 그런 브류를 향해 성을 냈다.
“이게 다 브류 탓이다피! 프람을 놔두고 왔어야 했다피!”
“어쩐지 이상했다피! 예전부터 그놈은 괴상했다피!”
그 사이 세이렌이 설명했다. 프람이 언데드, 그리고 모르테미안이 됐다는 사실을 들은 아르갈은 충격에 빠졌다.
곧 정신을 차린 아르갈은 다급하게 그들을 말렸다.
“지금 무슨 짓이냐피! 우리가 싸울 때가 아니다피!”
“프람은 원래 이상한 놈이었다피! 그 돌연변이 놈이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다피!”
세이렌은 고개를 돌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프람, 프람은 태어날 때부터 피부병이 있었다피. 다른 피스칸과 달리 마치 노인들, 아니 노인보다 더 피부가 나빴다피.”
세이렌은 눈을 껌뻑거렸다.
욕조에서 봤던 그 모습, 원래부터 그랬단 말인가?
“프람은 죄가 없다피! 나쁜 건 오히려 당신들이야피!”
브류가 악을 썼다. 그의 말에 흥분한 피스칸들이 다가와 브류를 때렸다.
“너도 한패냐피! 말해라피!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속셈이었냐피!”
“맞다피! 브류도 이상하다피!”
공포에 질린 피스칸들은 이성을 되찾지 못했다. 그나마 바이런이 그들을 막았기에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모두 그만두세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프람은... 프람은 나쁘지 않다피! 레퀴두스 신께 항상 기도를 드렸다피! 프람도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었다피!”
브류는 흐느끼며 소리쳤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피! 프람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옆에 있던 내가 잘 안다피! 약이라는 약은 모두 써 봤다피! 그중에는 독해서 며칠간 고통에 빠져야 할 때도 있었다피!”
피스칸들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그들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게 왜 우리 잘못이냐피!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피!”
“무관심이 프람을 더 힘들게 했다피! 프람은 언제나 외로웠다피!”
브류는 꺽꺽대며 울었다. 다른 피스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르갈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필 다른 신도 아니고 모르템을 믿다니... 이건 비극이다피...”
쿵-
큰 소리와 함께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을의 모두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오... 이런 제길...”
바이런이 눈을 크게 떴다. 울창한 정글 사이로 솟아난 시체 골렘의 머리. 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디로, 어디로 도망쳐야 하죠?”
“잠깐, 잠깐 뭔가 이상해요!”
세이렌이 다른 이들이 패닉에 빠지기 전에 소리쳤다.
쿵-
시체 골렘의 머리가 쑥 사라지더니 다시금 큰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시체 골렘은 정글을 헤집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레이...!”
세이렌은 짧게 외쳤다.
* * *
우지직-
다시금 나무가 쓰러졌다. 프레이는 땅을 박차며 넘어지는 나무를 피했다.
‘무지막지하군...!’
이미 상처는 재생되었다.
크르륵-
바닥에 뿌려 놓은 언데드들이 프레이를 찾아냈다.
‘제길...!’
발각되면 곧바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콰앙-!
시체 골렘의 주먹이 날아드니까.
뿌려둔 언데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흡수하면 그만이니까.
마치 여왕 거미 타리아난처럼 언데드를 눈으로 삼는 것이다.
「거부하지 마라피! 우리와 함께 하라피!」
언데드가 될 생각은 없었다. 프레이는 빠르게 바위이에 올라 나무를 힘껏 걷어찼다.
시체 골렘의 힘으로 걷어찬 나무는 뿌리까지 뽑혀 나가며 앞으로 쓰러졌다.
‘간다...!’
넘어지는 나무를 다리 삼아 시체 골렘을 향해 돌진한다. 그러나 골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무를 양손으로 잡고 분질러버린다.
프레이는 곧바로 박차고 뛰어올랐다. 힘껏 검을 치켜 올려 내려쳤다.
촤아악-
검을 따라 생겨난 상처가 검은 피를 뱉는다. 어깻죽지에 박혀있는 검, 프레이를 잡으려 언데드들이 손을 뻗는다.
‘그렇게는 안 되지...!’
잡힐 생각은 없다. 검을 비틀어 상처를 벌려 틈을 만든다. 프레이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진다.
그 위로 골렘의 팔이 지나친다.
‘지금이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다시금 도약했다. 프람의 얼굴이 보이는 바로 앞까지 떠올랐다.
「멍청하구나피... 우리는 죽지 않는다피...!」
소름 끼치는 웃음, 프레이는 망설임 없이 검을 내려쳤다.
촤아악-
다시금 검은 피가 쏟아진다. 시체 골렘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꿀럭- 꿀럭-
시체 골렘의 발끝에 있던 언데드들이 쪼그라들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재생되는 상처.
‘이게 무슨...!’
처리했다고 방심했던 탓일까. 프레이는 뒤늦게 날아드는 팔을 발견했다.
다급하게 검면을 들어 방어를 해봤지만, 충격에 버틸 수는 없었다.
“크으윽...!”
신음을 내며 하늘 높이 뜬 프레이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덩굴에 걸려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프레이는 비틀거리며 몸을 가눴다.
‘제기랄...!’
시체 골렘이 방향을 틀었다. 아예 마을을 먼저 습격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저 시체들이 문제야... 시체들 때문에 재생이...’
프레이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바로 골렘을 쫓았다.
* * *
“괴물이 이쪽으로 온다피!”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바이런이 당황했다. 도망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바다로 가자피! 일단 숨어 있자피!”
“맞다피! 서둘러라피!”
“우리는 어쩌고?”
세이렌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피스칸이야 바다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인 자신과 바이런은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피스칸들은 당황한 탓인지, 아니면 일부러인지 몰라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바다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일단 해안가를 따라 가라피! 나를 따라 와라피!”
아르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세이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곧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브류... 브류가 어디로 갔지?”
세이렌은 다급하게 도망치는 피스칸 사이로 눈을 돌렸다. 인간의 눈에는 피스칸이 비슷해 보였기에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세이렌, 저기...!”
바이런이 놀라 소리쳤다. 그녀가 돌아보니 가방을 멘 피스칸 하나가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브류...!”
세이렌이 다급하게 뒤쫓았다. 바이런은 놀라서 그녀를 말렸다.
“지금 가면 죽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달려갈 수 없었다. 그녀 역시 두려웠기에.
브류는 빠르게 마을을 벗어났다. 가방에는 그동안 사용했던 약재가 가득했다.
“프람은 아픈 거다피...! 내가, 내가 구할 수 있다피...!”
쿵- 쿵-
가까이 갈수록 진동은 커졌고 골렘의 발소리도 커졌다.
숲의 초입, 나무 하나가 무너지며 넘어졌다.
“프람! 약 가져왔다피!”
시체 골렘이 발을 멈추었다. 무수히 많은, 죽은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브류.」
“맞다피! 기다려라피! 내가 얼른 약을...”
브류는 빠르게 가방을 열었다. 그동안 프람의 회복을 위해 준비했던 약을 꺼냈다.
그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브류, 나의 친구.」
“프람...?”
거대한 손바닥, 그리고 그 손바닥을 이루는 언데드들이 이를 드러냈다.
「내 하나뿐인 친구, 브류. 우리는 언제나 함께다피.」
브류가 약병을 들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브류! 피해!”
프레이의 목소리였다. 곧 시체 골렘의 몸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프레이는 무릎을 꿇은 시체 골렘의 등에 뛰어올랐다. 언데드들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프레이는 다시금 도약했다.
“브류! 떨어져!”
후들거리는 다리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브류는 그저 다시금 확인한 현실에 절망할 뿐.
브류가 도망칠 시간을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왜, 왜 자꾸 나를 방해하는 거냐피! 피스칸 모두, 하나가 될 기회다피!」
프람이 괴성을 질렀다. 등을 향해 날아가는 4개의 팔.
“이런 꼴은 누구도 원하지 않아!”
프레이는 등을 검으로 후벼 팠다. 주변의 언데드들이 프레이의 다리를 붙잡았다.
골렘의 팔이 사방을 차단했다. 그러나 프레이는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우뚝.
시체 골렘의 팔이 멈추었다.
「무슨... 무슨 짓을...!?」
처음으로 프람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언데드들의 비명.
화르륵-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것처럼, 시체가 타기 시작한다.
프레이는 골렘 사이로 쑤셔 넣은 붉은 마정석을 바라보았다.
이그니스의 붉은 심장.
‘생각대로...!’
장비 및 오토마톤 등에 부착할 수 있다는 설명. 화산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열기를 머금은 마정석이다.
일반 골렘에게 부착하면 용암 거인과 유사한 골렘이 만들어지리라. 하지만 시체 골렘에게 부착한다면 어떨까?
언데드가 열기를 견딜 리가 없었다. 사체로 이루어진 골렘도 마찬가지일 터.
‘재생을 막는다...!’
시체 골렘은 다른 시체를 흡수해 재생한다. 결국 몸체를 구성하는 언데드를 재생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했다.
열기는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나갔다. 사체가 불길에 휩싸이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망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까맣게 그을린 잿더미가 바닥에 떨어진다.
프람은 다급하게 몸을 분리해냈다.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조차 재가 되어버릴 테니까.
“크윽...”
바닥으로 떨어진 프람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몸이 다시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데드로부터 받았던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프람은 숨을 헐떡이며 기어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프람...!”
브류는 바닥을 기는 프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아직 약병이 들려 있었다.
“브류... 멈춰!”
프레이는 브류를 말려야 했지만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아직 시체 골렘이 전부 불타지 않았으니까.
지금 마정석을 빼내면 다시금 회복할지도 모른다.
‘제길... 빨리...! 빨리...!’
그 사이 브류는 비틀거리며 프람에게 다가갔다.
원래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친구의 모습.
“브류...”
프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통에 겨워하는 친구가 자신을 부른다.
“나, 나 여기 있다피...!”
브류가 속도를 낸다. 빨리 구하지 않으면 친구가 죽을지도 모른다.
걸음이 빨라진다.
‘돌아왔다피... 프람이 돌아왔다피...!’
자신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프람은 그저 잠깐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이제 친구가 돌아왔다. 모두 오해한 것이다.
예전처럼, 프람에게는 자신뿐이었다. 모두 그를 피했을 때 오로지 자신만이 다가갔던 것처럼.
프람도 피해자였다. 누군가 친구를 꾀어냈으리라.
그 착하고 순한 친구가 괴물이 된다니,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브류!”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를 구해야 했기에, 그 외침은 뒤로 미루었다.
“프람...! 약, 약 가져왔어!”
“브류...”
강렬한 열기가 그를 덮쳤지만, 브류는 참아냈다.
친구가 더 아플 테니까, 한시라도 빨리 치료해서 그를 옮겨야 했다.
“이거, 이것만 있으면...”
“브류...”
“프람...?”
브류는 순간 멈칫했다.
프람의 눈은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흰자 하나 없는 검은 눈,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눈이었다.
친구의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주 서늘하고, 차가운 미소가.
“넌 정말 좋은 친구다피.”
프람이 맨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헤집었다. 말라비틀어진 피부와 비늘은 손쉽게 벗겨졌다.
검붉은 피가 꿀럭거리며 흘러나왔다.
그 사이로 마치 피 대신 먹물이라도 흐르듯, 검은 심장이 보였다.
브류는 그대로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두려웠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까.
“다시, 함께 하자피.”
프람이 자신의 심장을 뜯어냈다. 그리고 숨겨둔 의식용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5%)]
[중급 검술 Lv5 (3%)]
[초급 단검술 Lv9 (24%)]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3 (49%)]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