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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라이저-73화 (73/141)

<-- 17. 후회는 항상 늦는다 -->

프레이 일행은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헤미타의 명을 받고 스틸리오 병사들이 마을 입구에 도열해 있었다.

“다 모였나?”

“그렇습니다. 알을 지키는 인원들만 남겨두었습니다.”

헤미타가 묻자 가장 앞에 있던 병사가 말을 받았다. 프레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돌아보니 아직 수명의 병사들이 마을 안에 남아 있었다.

‘이런... 한꺼번에 처리할 수는 없는 건가...’

여기서 다 데려가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바이런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인간, 앞장서라.”

헤미타가 프레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병사가 곡도로 프레이를 겨누었다.

“알았습니다.”

제일 선두로 나온 프레이는 곧 바이런이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이런?”

“이 인간은 우리와 같이 간다.”

“예?”

바이런이 놀라서 물었다. 그러나 곧 병사들이 바이런을 포위했다.

“무슨...!”

“네놈들은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가죽을 찾게 되면 바로 풀어주겠다.”

프레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헤미타가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제길...’

다른 선택은 없었다. 애초에 선택지는 주어지지도 않았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스틸리오 병사의 숫자는 약 20명. 매복한 피스칸의 숫자는 약 50명. 2.5배에 달하는 숫자의 차이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후... 이제는 계획대로 되기를 바랄 수밖에...’

프레이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병사들이 따르고 병사들 사이에 선 바이런은 연신 눈을 굴리며 움직였다.

‘무기를 빼앗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프레이는 정글을 헤쳐 가며 생각했다.

보통 인질이나 포로를 잡으면 무장을 해제하는 건 당연한 일이거늘, 스틸리오는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무력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일지도 몰랐다.

“인간.”

프레이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돌아보니 헤미타가 그의 뒤에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음에 걸리는 게 생각났다.”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프레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발타가 최후를 맞이한 곳에서... 가죽만 발견됐나?”

프레이는 잠시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계속 움직이면서 대답해라.”

“아, 네...”

선두가 멈추면 다른 병사들도 멈추었기에, 헤미타는 이동하면서 대답을 요구했다.

‘그건...’

가죽만 발견한 건 아니었다. 발타가 가지고 있던 모르테미안 토템.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발타가 없어진 날, 우리는 언데드와 싸우고 있었다.”

헤미타는 눈을 굴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녀의 말에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언데드요?”

“그래, 우리가 있던 마을은 언데드를 몰아내고 차지한 곳이지. 모르템의 사도가 도망치기에 발타가 그 뒤를 쫓았지.”

프레이는 눈을 끔뻑였다. 헤미타가 다시 입을 벌리기에 일단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발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악한 사도의 짓이 분명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거미에게 당한 것이었다니...”

헤미타는 머리를 흔들었다. 다시금 마을을 떠나던 발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그 사도를 처치하지 못했다면...”

“처치했을 겁니다.”

프레이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그의 말에 헤미타가 머리를 돌렸다.

“있었습니다. 그, 모르테미안 토템이.”

“그런가... 그래도 자신의 의무를 다한 모양이군.”

헤미타는 머리를 끄덕였다. 의문점이 생긴 건 프레이였다.

“그런데 언데드라는 건...”

“음?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헤미타가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프레이는 눈을 껌뻑였다.

“그 늪지대에 언데드가 숨어있지 않느냐. 그래서 짐승들도 가기를 꺼리는 것이고.”

헤미타는 곡도로 넝쿨을 잘라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피스칸이라고 해도 언데드가 되면 골치가 아프다. 우리가 발견했기에 큰 피해가 없었던 게지.”

프레이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지금 이 스틸리오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 피스칸이라 하면...”

“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군.”

“피스칸 마을이었다면... 그들을 잡아먹은 게 아닙니까...?”

프레이는 질문을 던졌다. 계획에 없는 질문이었지만, 필요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프레이의 질문에 눈을 가늘게 떴다.

“피스칸을 먹는다고? 물론 먹을 수야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하긴, 네놈 인간들은 말이 통하는 생물도 잡아먹겠지.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정글에 다른 짐승도 많은데 그런 작은 생선 대가리들을 먹어 무엇하느냐. 괜히 기분만 나빠지지.”

헤미타는 불결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프레이는 헤미타의 표정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뭐...!?’

브류와 헤미타의 말이 어긋난다.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는 말일까.

프레이는 걸음을 재촉했다. 가장 큰 문제는 늪지였다.

‘언데드가 거기에 있다고?’

만약 스틸리오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피스칸들이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

‘세이렌...!’

“인간?”

헤미타는 갑자기 프레이가 달리기 시작하자 고개를 돌렸다. 뭔지 몰라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다들 주의를 조심해라! 그리고 특히, 그 인간을 놓치지 마라!”

바이런은 당황스러웠다. 왜 프레이가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 * *

“우...”

멀리서 본 것과 다르게 늪지에 가까이 다가가니 불쾌한 냄새가 났다. 세이렌은 인상을 찌푸렸다.

늪지와 늪지 사이를 구분하는 진흙을 타고 움직였다. 프레이와 바이런이 가죽을 놓은 지점을 찾아야 했다.

그 주위에 늪지에 몸을 숨기고 스틸리오가 도착하면 작전을 시작한다. 프레이는 붉은 심장을 꺼내 스틸리오의 탈피를 유도한다.

피스칸들은 늪지에 몸을 숨기고 있기에 붉은 심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탈피로 약해진 스틸리오를 일망타진한다.

‘그런데...’

세이렌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피스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악취가 느껴지지 않는 걸까.

‘후...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가...’

어쩌면 피스칸은 후각이 둔한 건 아닐까. 세이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걷기를 한참, 프레이와 바이런이 세워둔 표식을 발견했다.

나뭇가지와 넝쿨을 엮어 만든 간이 기둥. 그리고 그 밑에는 발타의 가죽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요.”

“도착했다피!”

선두는 빠르게 간이 기둥을 해체했다. 스틸리오가 보면 수상하게 여길 테니까.

늪지에 나뭇가지를 던지자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브류는 빠르게 피스칸을 주위 늪지로 배치했다.

“모두 들어라피!”

피스칸들이 움직이는 사이 브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후에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프람의 모습을 봐라피! 스틸리오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해라피!”

피스칸들이 늪지대에 천천히 몸을 가라앉혔다.

“피스칸은 약하다피! 하지만 피스칸들은 강하다피!”

개체는 약할지라도 무리는 강하다. 브류는 그 사실을 주지시켰다.

“바로 오늘,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피!”

브류가 소리를 높였다. 다른 피스칸이 제창했다.

“도망치지 않는다피!”

“도망치지 않는다피!”

“모두 결전을 준비...!”

브류가 마지막으로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세이렌이었다.

“프레이?”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안개가 끼었던 걸까.

“모두 숨어라피!”

브류는 빠르게 수레를 늪지에 가라앉혔다. 프람이 타고 있는 욕조와 함께 브류가 몸을 숨겼다.

일단 세이렌도 질척거리는 늪지로 몸을 넣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들킬 수가 없었다.

“도망쳐!”

이번에는 확실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이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스틸리오가 눈치를 챈 걸까?’

안개가 끼어서 보이지가 않았다. 다른 피스칸도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냐피?”

“실패냐피?”

곧이어 프레이가 나타났다. 그는 발타의 가죽을 붙잡고 소리쳤다.

“늪지에...!”

“인간!”

헤미타가 프레이를 덮쳤다. 그녀는 곡도를 겨누며 소리쳤다.

“무슨 속셈이지!?”

그녀의 눈이 프레이가 쥔 가죽으로 옮겼다.

“전사님을 구해라피!”

“프레이!”

브류와 세이렌이 동시에 소리쳤다. 작전이 틀어졌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브류의 명령에 피스칸들이 늪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끄아아악!”

“아파! 아프다피!”

일어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끔찍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헤미타도, 프레이도, 세이렌도, 브류도 고개를 돌렸다.

늪지에서 나타난 피스칸의 시체들이 주변의 피스칸을 물어뜯었다.

“어, 언데드다피!”

상황은 혼돈으로 치달았다. 프레이는 가죽을 놓고 세이렌을 붙잡았다.

“프레이!?”

“함정이에요!”

뒤늦게 도착한 스틸리오 병사들이 헤미타를 보호했다.

“괜찮으십니까!?”

“발타...!”

그녀는 발타의 가죽을 끌어안았다. 바이런은 병사들의 시선이 언데드와 헤미타에게 쏠려있는 사이 빠르게 몸을 빼냈다.

“프레이!”

촤아악-

늪지에서 스틸리오 병사가 몸을 일으켰다.

물론 살아있는 건 아니었다. 언데드가 된 건 피스칸만이 아니었다.

“족장님을 보호하라!”

스틸리오 병사들이 곡도를 빼 들고 늪지에서 나타난 언데드를 상대했다.

헤미타는 스틸리오 좀비들을 보며 탄식했다.

“아아...!”

그녀의 마음속에 분노와 슬픔이 일어났다. 그녀의 곡도가 프레이를 향했다.

“인간...! 네놈, 모르템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아닙니다! 저희도 함정에 빠진 거예요!”

“뭐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도 언데드의 숫자는 늘어났다. 늪지에 숨어있었던 피스칸은 언데드의 공격을 받고 다시 언데드가 되었다.

브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을 몰랐다.

‘프람...!’

욕조에 갇힌 프람이 떠올랐다.

구해야 했다. 친구를 구하고 여기를 빠져나가야 했다.

“프람!”

브류는 빠르게 늪지로 잠수해 욕조를 찾았다.

그런데 뚜껑이 열려 있었다.

‘프람...?’

프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흘러간 건 아닐까.

프레이는 다가오는 피스칸 좀비를 걷어찼다. 헤미타를 비롯한 스틸리오 병사들은 수월하게 전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언데드로 변한 스틸리오의 가죽이 두껍기는 했지만, 가죽 역시 부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저주로부터 풀어주어라!”

헤미타가 소리쳤다. 병사들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러나 피스칸들은 달랐다. 그들은 오로지 스틸리오를 상대할 생각으로 훈련을 해왔으니까. 한때는 친구였던 이들이 언데드가 되어 덤벼오니 쉽게 무기를 휘두를 수가 없었다.

세이렌은 피스칸 좀비의 정수리에 단검을 꽂아 걷어찼다. 그 뒤로 다가오는 피스칸의 모습.

“프람...?”

말라 비틀어진 채로 천천히 다가오는 프람의 모습. 그러나 프람의 주위로 모여드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는 마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듯 프람에게 모여들었다.

“프레이...”

그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에 세이렌은 등을 맞대고 있던 프레이를 불렀다. 스틸리오 좀비를 처리한 프레이가 고개를 돌렸다.

“저건...”

“프람!”

늪지에서 브류가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프레이는 빠르게 브류를 붙잡았다.

“멈춰!”

“무슨 짓이냐피! 프람이 위험하다피!”

“잘 봐! 저건, 저건 네 친구가 아니야!”

세이렌이 소리쳤다.

어떤 방법으로도, 어떤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았던 프람의 상태가 회복되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모이면서 말라비틀어진 피부는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프람의 눈동자는 검게 물들었다. 다른 피스칸과 달리 흰자 하나 없이 검게 변해버린 눈동자.

그리고 그 손에 쥐어진 토템.

“모르테미안...”

프레이가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목소리.

‘리퀴두스의 인도에 따라...’

종교를 믿는 피스칸.

‘스틸리오가 전부 잡아먹었다고 했다피.’

스틸리오에 관한 거짓말, 유일한 생존자.

프람이야말로 마을이 괴멸된 원인이었다. 그가 마을의 모든 피스칸을 언데드로 만든 것이었다.

브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동족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결정 때문에.

“프람... 프람, 거짓말이다피...”

절박한 비명이 귀를 때렸다. 브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귀를 틀어막았다.

“브류...”

프람의 입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완전히 회복한 프람의 모습.

그가 토템을 흔들자 쓰러진 피스칸들이 일어났다.

“네가 말했다피.”

세이렌은 브류를 붙잡았다. 브류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피스칸은 약하다피. 그러나 피스칸들은 강하다피.”

프람이 킬킬거렸다.

“브류, 네 말대로다피. 피스칸들은 강하다피.”

프람이 모르테미안 토템을 높이 들었다.

“내가 모든 피스칸을 하나로 만들겠다피!”

토템에 뭉쳐있던 검은 기운이 늪지로 퍼져나갔다.

꿀럭- 꿀럭-

늪지가 요동을 쳤다.

뼈와 썩은 살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이미 당하고 쓰러진 피스칸의 사체들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모르템 밑에서 하나가 되리라피!”

프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지는 웃음소리.

“제기랄...! 시체 골렘이군...!”

바이런이 놀라서 소리쳤다.

시체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5%)]

[중급 검술 Lv4 (67%)]

[초급 단검술 Lv9 (24%)]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3 (49%)]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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