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63화 (63/141)

<-- 15. 피스칸 -->

얼굴은 악어와 비슷하게 주둥이가 앞으로 나와 있었고, 무기를 들고 서성이고 있었다. 갑옷은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만큼 가죽이 두껍다는 건가?’

방어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스틸리오도 독이 있는 것 같다피. 프람은 지금 시름시름 앓고 있다피.”

“독이라고?”

“그렇다피. 프람은 점점 메마르고 있다피. 아무리 물을 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피.”

브류의 눈이 촉촉해졌다.

“으... 독이라니.”

바이런이 진저리를 쳤다.

“프레이 어때...?”

세이렌의 물음에 프레이는 눈을 돌렸다. 메마른 나무와 초록 이끼가 가득한 늪지대. 여기서 동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스틸리오의 시야에 포착될 거리였다.

‘음...’

잠시 고민하던 프레이는 브류에게 말했다.

“일단 돌아가야겠어요.”

“알았다피.”

* * *

프레이가 다시 마을로 돌아온 건 별빛이 하늘을 뒤덮을 때였다.

“돌아왔는가피.”

아르갈이 지팡이를 짚고 입구까지 마중을 나왔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포복 자세로 안으로 들어섰다.

“후, 말씀하신대로 만만치 않은 놈들인 것 같습니다.”

프레이는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 아르갈 역시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피... 언제 놈들이 쳐들어올지 모른다피.”

“그렇습니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죠.”

프레이의 말에 브류와 아르갈이 눈을 껌뻑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피?”

“저희로서는 스틸리오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프레이는 세이렌과 바이런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실이었다.

세이렌과 바이런은 아직 전투에 미숙하다. 그렇다고 혼자서 마을 하나를 박살 낼 자신도 없었다.

“여러분도 나서야 합니다.”

“우, 우리가 말인가피?”

아르갈이 놀라서 입을 벌렸다.

“예. 살펴보니 스틸리오의 숫자는 얼추 20마리에서 30마리 사이로 보이더군요.”

“그렇게나 많았나피?”

브류가 놀라서 몸을 떨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세워진 건축물로 추측한 숫자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터.

“그래도 숫자로 따지면 피스칸 족도 밀리지 않을 숫자입니다.”

“으음... 확실히 우리 마을 인원이... 62명이다피.”

아르갈은 눈을 굴렸다. 인원을 파악한 것이리라.

“네. 얼핏 봐도 숫자로는 피스칸 족이 우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스틸리오 놈들의 가죽을 우리가 뚫기에는 무리가 있다피.”

아르갈은 병사들의 무기를 살피며 말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철이 아닌 돌이었다.

해안가에 있는 바위를 쪼개서 갈아 만든, 열을 싫어하는 피스칸 족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어떻게 상대할지는...”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바이런이 있었다.

“응...?”

“바이런이 알려줄 겁니다.”

“내가?”

바이런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그... 정보를 알아오면 되잖아요?”

프레이는 웃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유저는 신기하게도 다른 지역의 소식을 알 수 있었으니까. 바이런은 눈살을 찌푸렸다.

“쿠글링은 너도 하면 되는 거 아냐?”

“저는 피스칸 족을 훈련시키려고요.”

프레이는 머리를 굴리며 변명을 떠올렸다. 자신이 할 수 있다면 진즉에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방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쿠글링이라고 부르는 건가.’

프레이는 다시 부탁할 때를 고려해 유저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머리에 담았다.

“흠... 알았다. 알았어. 그럼 나는 쿠글링 하고 올 테니까 있어봐.”

바이런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곧 사라졌다. 아르갈을 비롯한 피스칸 족은 눈을 끔뻑였다.

“어, 어디로 간 거냐피?”

“아, 금방 돌아올 거예요.”

“역시 리퀴두스께서 보내주신 전사다피.”

아르갈은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놔두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르갈,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몇이나 됩니까?”

“음... 노인과 아이를 제외하면 57명이다피.”

“57명... 그들이 사용할 무기는 충분한가요?”

프레이와 아르갈이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세이렌은 브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프레이는 믿을 수 있는 남자야.”

“그러냐피?”

“물론. 그러니까 내가 따라다니지.”

세이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브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황급히 몸을 돌렸다.

“아! 프람 약 먹을 시간이다피!”

“그래? 음...”

세이렌은 슬쩍 프레이를 돌아보았다. 바쁜 모양인지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프레이, 잠깐 브류 따라갔다 올 게.”

“네? 네. 그러면... 주 무기는 단창으로...”

프레이는 짧게 대답하고 곧바로 다시 아르갈과의 대화에 열중했다.

세이렌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브류를 따라갔다.

* * *

항구도시 메리나, 중앙광장.

슈우욱-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 하나가 부활 지점에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크젤.

‘빌어먹을...’

혹시 신성제국에서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내 첫 번째 죽음이 그렇게 어이없을 줄이야...’

설마 배신이라니. 그 미치광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NPC가 뭐? 어휴... 게임과 현실을 구분할 줄도 모르고.’

크젤은 고개를 저으며 부활 지점에서 나왔다. 분명 게임에만 빠져 사는 찌질이가 분명했다.

“실례합니다.”

“예?”

안 그래도 짜증이 돋았던 터라 크젤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곧 메리나 경비병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크젤은 일단 공손히 나왔다. 경비병과 엮어서 좋을 일이 없었으니까.

“별 건 아니고. 혹시 프레이라는 유저를 압니까?”

말을 건 떡대가 물었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네. 그게...”

크젤이 대답하자마자 떡대, 펠린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얘들아 모셔라.”

“예.”

“자, 잠깐! 무, 무슨 일입니까!”

경비병이 다가오자 크젤이 뒷걸음질 쳤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뭐야...!? 프레이 그 새끼가 날 넘긴 건가!?’

배가 조각나는 걸 보고 죽었다. 망망대해 속에서 살아남았을 리 없었기에 크젤은 프레이 일행이 모두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더 깊이 생각했다면 자신이 먼저 죽었기에 프레이가 신고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터. 그러나 크젤은 수배자의 신분, 경비병이 다가오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잡히면 X 된다.’

마음이 급했다. 펠린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벌렸다.

“별 건 아니고...”

화르륵-

“엉?”

크젤은 가장 빨리 캐스팅할 수 있는 불화살 마법을 시전했다. 그의 손 위에 떠 오른 불화살이 펠린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크악!”

“펠린 님!”

펠린이 바닥을 굴렀다. 주변의 유저들이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벤트야?”

“이벤트는 개뿔!”

크젤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경비병들이 쓰러진 펠린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커헉...! 이 멍청한 놈들아! 어서 잡아!”

깊게 숨을 들이쉰 펠린이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인한 고통보다 광장 한복판에서 나자빠졌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다.

“예, 옛!”

경비병들이 다급하게 달렸다. 펠린 역시 몸을 추슬렀다.

“이 새끼... 잘못 걸렸어...!”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비켜! 비켜!”

크젤이 서성이는 유저들을 밀치며 달렸다.

“서라!”

“멈춰!”

경비병들이 뒤에서 소리쳤다. 그렇다고 설 거라면 누가 도망을 치겠는가.

‘젠장...! 어쩌다가...!’

일단 항로를 통해 도망치는 방법은 실패했다.

‘돈은 좀 들지만... 브로커를 찾아야겠군.’

크젤은 달리면서 수인을 맺었다. 그가 캐스팅을 마치자 화염구가 손 위로 떠 올랐다.

“우앗?!”

“피해!”

콰아앙-

크젤은 근처 건물을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화염구가 폭발하며 건물 벽이 무너졌다.

“으아악!”

누가 다치건 상관없었다. 크젤에게 있어 그들은 그저 데이터에 불과했으니까.

‘됐다...!’

이로써 추적자를 막았다.

출구가 눈앞이었다. 마구간에서 말을 훔쳐 달아나면 그만이리라.

이미 수배된 상황에 범죄행위 조금 추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뭐, 뭐야!?”

문을 지키던 경비병들이 굉음에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눈앞에 보이는 건 불화살이었다.

“커헉!”

불화살 두 발에 맞아 쓰러진 경비병들. 크젤은 빠르게 마구간의 말을 탈취했다.

마구간 주인은 경비병이 쓰러지는 꼴을 보고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브로커는...’

크젤은 박차를 가했다. 말이 빠르게 도시 밖으로 뛰어갔다.

“이 개자식아!”

뒤늦게 도착한 펠린이 열에 받쳐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말은 떠났다.

펠린은 쓰러진 경비병을 수습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 선배님한테 뭐라고 하냐...’

펠린은 제트람 대신에 자처해서 부활 지점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냥 간단한 질문이면 됐는데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친단 말인가.

‘하여간 프레이 그 자식하고 연관된 놈들은...!’

애꿎은 프레이를 탓하며 펠린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제 가장 괴로운 순간이 남았다.

펠린은 제트람을 찾아,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

“경비병을 공격하고 도망쳤다고...?”

제트람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그럴 이유가 있나?

펠린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막 화염을 집어 던지는데 아주...”

“화염이라고...?”

제트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곧 크젤의 수배서를 꺼내며 말했다.

“혹시 이런 모습이었나?”

“네? 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수염은 없었...”

펠린이 두루뭉술하게 말하자 제트람이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맞습니다. 이놈이네, 이놈. 아, 그래서 도망쳤구만!”

펠린이 황급하게 소리쳤다. 제트람은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역시 프레이는 데일 저하와 같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왜 범인이 프레이와 함께...?’

유저들의 증언에 따르면 프레이와 이 범인은 같은 공격대라고 했다.

‘이게 우연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묘했다.

제트람은 펠린에게 손을 내저었다. 나가보라는 뜻이었다.

펠린은 황급히 문을 나섰다. 질책이 쏟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자리를 피할 기회를 주니 얼른 기회를 잡아야 했다.

‘설마...’

제트람의 머리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바로 이 범인과 프레이가 한편이라면?

‘데일 저하께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프레이에게 먼저 접근한 건 데일이었다. 프레이가 정통파와 한패일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면... 오히려 프레이가 저하의 복수를...?’

오히려 그게 더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 모두 데일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글란 경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길 바랄 수밖에...’

제트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란, 이제는 글렌이 된 그를 자신이 샀던 배에 태워 신성제국으로 보냈다.

유령선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그 배의 속도를 맞출 수는 없으리라. 프레이가 신성제국에 도착했을 경우를 대비해 그를 보냈던 것이었다.

글렌은 제국의 후예에서 활동하기 어려우니, 자신이 이곳을 맡고 글렌에게 신성제국의 조사를 맡긴 것.

제트람은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이 범인을 잡아야 한다.’

데일이 죽었다면, 주군의 복수를 해야 했다.

베르핀의 태도로 보아 자신은 아마 파면당할 게 분명했다. 데일의 죽음이 점점 확실해졌으니.

그 전에, 여건이 될 때 복수를 끝내야 했다.

레스톤 습격 사건의 주모자들은 모두 처형당했으니 남은 건 이 유저뿐이었다.

‘해로가 막혔다면... 남은 길은 순간이동이군.’

제트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 지부 외에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불법으로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브로커들.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이용하기 위해 제트람은 브로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이... 프리헬름이었나.’

* * *

브류는 작은 집으로 들어섰다. 세이렌은 브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녀는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프람, 나 왔다피.”

세이렌은 조심스럽게 브류의 뒤를 따랐다. 브류는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 약 절구에 넣었다.

“자는 것 같다피. 조용히 해라피.”

“알았어.”

목소리를 낮췄기에 세이렌도 덩달아 목소리를 낮췄다. 브류가 약 절구에 가져온 재료를 빻는 사이, 세이렌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욕실에서나 쓸법한 나무 욕조가 보였다. 세이렌은 천천히 다가갔다.

‘이게 피스칸 족 침대인가?’

바닥이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욕조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모양이었다.

욕조의 뚜껑이 닫혀있었기에 프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쿵- 쿵-

“흡!”

욕조가 흔들리며 소리가 나자 세이렌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 브류가 빠르게 다가왔다.

“쉿! 조용해라피!”

브류는 뚜껑 틈으로 빻은 약재를 흘려 넣었다. 세이렌은 조심스럽게 틈 사이로 프람의 모습을 확인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 돋아난 비늘, 말라서 주름진 푸른 피부. 브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3 (97%)]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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