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55화 (55/141)

<-- 13. 유령선 레이드 -->

갑판 위에는 먼저 도착한 유저들이 가득했다.

프레이 일행이 탄 배는 정기적으로 테크론 대륙과 플라모르 대륙을 잇는 범선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분들은 다음 배를 기다려주십시오.”

“아, 전부 찼나 보군.”

바이런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병사들이 유저들을 막아서며 진입을 제한했다.

“운이 좋았네요.”

크젤은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웃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그러나 프레이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게요.”

펄럭-

돛이 펼쳐졌다. 선원들이 분주히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

돛대는 크게 3개. 주변에 정박하고 있는 배는 돛대가 1개였다. 아무래도 프레이가 탑승한 배가 가장 큰 것이었던 모양이다.

산골에서만 자랐기에 배를 처음 타본 프레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단 짐부터 풀자고.”

“선실은 아무 데나 쓰면 되는 건가?”

쏴악- 쏴악-

바이런과 세이렌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배가 푸른 바다를 가르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프레이 님?”

“예?”

그렇게 내려 보고 있자니 사제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프레이가 돌아보니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쪽으로, 모르테미안 토템을 설치해야 합니다.”

“아, 그러죠.”

프레이가 움직이자 다른 일행도 그를 뒤따랐다.

아무래도 프레이는 이 배에 타기로 했던 모양인지, 선수에는 이미 제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에 정화된 모르테미안 토템을 올려두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프레이는 인벤토리에서 토템을 꺼내 제단에 올렸다. 사제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선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사제는 선실을 안내해주고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갑판으로 돌아갔다. 문을 여니 좁은 방안에 2층 침대가 놓여 있었다.

“흠... 선원들은 이런 데서 지내는 건가...”

세이렌이 신기하다는 듯 방안을 둘러보았다. 마치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

“이 자리는 제가 찜하겠습니다.”

크젤이 빠르게 들어와 아래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프레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세이렌이 아래 써요. 제가 위에 쓸게요.”

“... 아냐, 내가 위로 갈래.”

세이렌은 힐끔 크젤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런 인간과 같은 층에 있고 싶지 않았다. 프레이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자자, 어차피 지금 잘 것도 아니니까. 일단 내가 준비한 것 좀 나눠 줄게.”

“준비요?”

“그럼. 뭐 레이드가 사냥이랑 똑같은 줄 알아?”

바이런은 인벤토리를 열고 주섬주섬 물약을 꺼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선상에서 하는 장사가 또 그렇게 남겨 먹기가 좋아요. 왜냐? 물건 구할 데가 없거든.”

누가 상인 아니랄까. 프레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일단 이건 회복 물약이니까 하나씩 챙겨. 요금은 안 받을 테니까 걱정 말고.”

그가 꺼낸 물약은 2개. 세이렌과 프레이가 하나씩 챙겼다.

“아저씨, 저는요?”

“아저씨... 아저씨라니, 거 말이 좀 심하네!”

바이런이 미간을 찌푸리자 크젤이 실실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말이 헛나왔네요. 형님, 제 물약도 있나요?”

바이런은 힐끔 프레이의 눈치를 보았다. 프레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안 주면 의심할지도 모르니...’

“자, 아껴 쓰라고.”

바이런의 인벤토리에서 물약 하나가 더 나왔다. 크젤은 고개를 까딱하며 물약을 잡았다.

“고맙슴다. 왠지 이번 레이드 느낌이 좋은데요?”

“그러게요.”

세이렌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프레이를 믿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좋아. 어차피 레이드 시작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야. 나는 그동안 갑판에서 장사하고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찾아와.”

바이런이 손을 털고 일어나며 문을 나섰다. 프레이와 세이렌도 좁은 선실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 저는 좀 쉬고 있을게요. 미리 마법 준비도 좀 해놔야 하니까.”

“그러세요.”

침대에 몸을 눕힌 크젤, 나머지 일행은 그를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쯧... 싸가지 하고는... 아무튼 이따가 보자.”

바이런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가 갑판으로 올라갔다.

세이렌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칼침이라도 꽂아주고 싶어.”

“세이렌, 참아요. 기회가 올 겁니다. 혹시 모르니 탈출로를 알아둬야겠어요.”

“탈출로?”

세이렌이 되물었다. 탈출로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네. 아무리 유저가 많다고 해도 유령선의 규모를 모르니까요. 어쩌면 실패할지도 몰라요. 세이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잖아요?”

“아...”

“수영은 할 줄 알아요?”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에 물놀이하는 곳이 있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그래도 배를 타는 게 낫죠. 보니까 배 옆쪽에 상륙선이 있더라고요.”

갑판으로 올라가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프레이와 세이렌은 유저들 사이로 움직였다.

“저거요.”

프레이는 아래를 가리켰다. 일렁이는 파도 위로 작은 보트가 옆에 매달려 있었다. 범선의 크기 때문에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준비한 상륙선이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여기에 타요.”

“너는?”

프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유저니까 죽어도 되살아나요. 다른 사람 기다리다가 다 죽을지도 모르니까... 아무도 기다리지 마요.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요.”

“아... 알았어.”

세이렌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될 수 있으면 그런 일이 없는 게 좋겠지만... 최악을 대비해둬야 하니까요.”

어쩌면 그녀를 두고 왔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프레이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지키는 수밖에...’

이전과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책임이었다.

처음은 동정이었다. 그녀의 처지가 가여워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마치 5년 전의 자신처럼 힘없이 굴복하는 모습. 그녀에게서 아무것도 못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지우고자, 그녀를 다그쳤다. 그녀를 훈련시켰다. 그녀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했다.

생각과 달리 그녀는 그렇게 유약하지 않았다. 비로소 자유를 얻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책임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틴 도프람을 돌려보내려 하는 것이리라.

‘세이렌이 할 수 있다면...’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레이?”

“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세이렌의 머리를 흩날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넘겼다.

“그냥 바다가 신기해서요.”

프레이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얼버무렸다. 세이렌은 이상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공격대 분들 모두 모여 주십시오!”

사제의 목소리였다. 갑판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유저들이 사제 앞으로 다가갔다.

선수에 있던 사제는 잠시 유저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아이... 장사 타이밍이었는데...”

바이런이 투덜대면서 다가왔다. 뒤이어 크젤도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다가왔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선실을 알려준 거야.”

소곤거리던 유저들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사제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흠흠, 다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유령선에 포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생물과 언데드만이 유령선에 오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포격이 안 통해?”

“그래서 유령이라잖아.”

유저들이 소곤거렸다. 사제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유령선을 격퇴하는 건 여러분의 손으로 해야 합니다. 유령선을 퇴치하는 방법으로는 각 선박에 세워진 모르테미안 토템과 선박마다 있는 선장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각 선박이라고요?”

프레이는 자연스레 바이런을 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바이런이 가장 지식이 많기 때문이었다.

“아... 아무래도 유령선이 한 척이 아닌가본데.”

“하긴 레이드인데 딸랑 배 한 척이겠습니까.”

크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끼어들었다. 프레이는 그를 무시하고 다시 사제에게 눈을 돌렸다.

“모르테미안 토템을 파괴하지 않으면, 유령선의 언데드는 계속해서 살아난다고 하니 주의해주십시오! 제 1 목표는 토템입니다. 그리고 보상에 관하여...”

소곤거리며 잡담하던 유저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모름지기 레이드의 목적은 보상이 아니겠는가.

“유령선 격퇴에 성공하면 기본적으로 공격대로 등록하신 모든 분들에게 50실버, 유령선장을 제거한 공격대에 추가금 1골드, 모르테미안 토템을 제거하신 분께는...”

유령선장만 제거해도 1골드 50실버였다. 꽤나 짭짤한 수입,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모르테미안 토템 파괴자에게 주어지는 보수.

사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모든 유저들이 그의 입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했다.

능숙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이끈다.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소양이었다.

“여러분도 이 배가 신성제국으로 간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아... 겁나 뜸 들이네...”

크젤이 중얼거렸다. 프레이도 그 순간만큼은 크젤에게 동의했다.

“유령선 격퇴에 가장 큰 공을 세우신, 토템 파괴자에게 대주교님이 그분의 장비에 직접 축복을 내려주실 겁니다.”

“축복?”

“와... 이건 좀 크다.”

“대주교면 붙는 옵션이 뭐가 있었지?”

유저들이 술렁였다. 사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앞길에 따뜻한 햇빛이 비치기를.”

모였던 유저들은 다시금 공격대별로 흩어졌다.

“대주교 축복이 뭔데요?”

질문을 받는 이는 당연히 바이런이었다.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굴렸다.

“대주교의 축복이라... 신성제국의 지도자가 교황이거든? 대주교는 바로 아래란 말이지.”

“헤리엇 대주교? 아니면 프랑코 대주교를 말하는 건가?”

세이렌이 중얼거렸다. 바이런과 크젤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쏠린 이목에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그냥 들어본 적이 있어서...”

바이런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

“음... 아무튼, 그 정도면 꽤 좋은 옵션이 붙을 거야. 그런데 축복이 조금 애매하긴 해...”

“왜요?”

“정기적으로 신전을 방문해줘야 하거든. 축복받은 장비에 신성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장기여행에는 조금 효용이 적어.”

크젤은 김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 입장에서는 조금 가치가 없네요.”

“그래도 받아두는 편이 좋지. 일단 반영구적인 옵션이니까.”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어차피 목적은 신성제국의 도착과...’

심드렁한 표정의 크젤. 프레이는 곁눈질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저놈의 죗값을 치르는 거니까.’

바이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 유령선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 쉬자고.”

“예, 그게 좋겠어요.”

* * *

“어우... 죽겠다...”

“우욱...”

항해가 길어질수록 멀미 환자가 늘어났다. 바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물고기 밥을 뿌리는 유저도 있었고 일부 유저들은 바닥에 드러누워 지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다행히 프레이 일행은 솔리스의 은총 덕분에 멀미를 겪지 않았다.

프레이는 짬짬이 세이렌과 대련을 했다.

“후... 아무래도 배 위라서 그런지 자세가 많이 흔들려요.”

“그러게. 땅 위에서 싸우는 거랑 좀 많이 다르다.”

세이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행히 파도가 그리 크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바다 날씨라는 게 언제 바뀔지 모를 노릇이었다.

일단 미약한 파도라도 익혀놓기 위해서였다.

‘음?’

다시금 세이렌의 단검을 받아낼 때였다. 선수에서 뭔가가 번쩍였다.

“뭐지?”

세이렌도 공격을 멈추고 돌아봤다. 사제가 빠르게 소리쳤다.

“모두! 모두 일어나십시오!”

정화된 모르테미안 토템이 빛을 뿜었다. 노점을 빠르게 접은 바이런이 다가왔다.

“뭐야? 뭐야?”

“모르겠어요!”

“좌측에 유령선 발견!”

돛대 위에서 주변을 감시하던 선원이 아래를 향해 소리 질렀다. 갑판 위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쏴아아-

마치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파도 위를 미끄러지듯 낡은 범선이 다가오고 있었다. 돛은 찢겨 있는데도 어떻게 속도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측에도 옵니다! 저, 전방에도!”

“오, 이런...!”

어느새 나타난 유령선은 모두 4척. 전방에 2척, 양측에 각 1척이었다. 프레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유저들이 타고 있는 배와는 거리가 멀었다.

범선의 규모가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돛이 3개인 배와 돛이 1개인 배의 속도 차이는 단순 계산해도 3배 차이가 아닌가.

“모두 무기를 드십시오! 솔리스께서 우리를 지켜보실 겁니다!”

사제는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소리쳤지만, 멀미에 지치고 숫자에 압도당한 유저들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2 (86%)]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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