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54화 (54/141)

<-- 13. 유령선 레이드 -->

여관에 도착한 프레이는 세이렌과 함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안 왔나?’

“프레이! 프레이!”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바이런이 급하게 다가왔다.

“바이런, 뭐가 그렇게 급해요?”

“하이고... 유령, 유령선 레이드가 열렸대!”

바이런이 몸을 숙이며 무릎에 손을 올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한걸음에 달려온 모양이었다.

“아... 그래요?”

“뭐가 그래요야? 이미 알고 있었잖아?”

세이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프레이는 바이런이 뛰어와서 전해준 소식이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렌의 말에 바이런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 뭐야, 알고 있었어? 괜히 뛰었네...”

“아, 네. 아무튼 고마워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프레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바이런에게 이야기를 해둬야 되지 싶었다.

“그게 사실...”

프레이는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크젤이라는 마법사 유저에게 복수를 할 일이 생겼고, 이번 레이드에 그를 끌어들였다는 설명. 물론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기에 얼버무렸다.

“그래? 마법사라... 아니, 근데 원수라면서 왜 끌어들인 거야?”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물어볼 게 있었는데요.”

프레이가 막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였다.

“프레이! 프레이!”

고개를 돌리니 글렌이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익숙한 상황.

글렌은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유, 유령...”

“유령선 공격대 말이죠?”

“아... 드, 들었나?”

세이렌의 대답에 글렌이 허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희는 참가할 겁니다. 글렌 님도 같이 가실 건가요?”

“아... 아니, 나는 유령선 격퇴에 성공하면 뒷배로 따라가지.”

글렌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언데드와 싸우라니, 차라리 처형당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런데 이 사람은...?”

“아, 제 지인입니다. 그, 바이런이라는...”

“안녕하세요. 바이런입니다.”

바이런은 웃으며 글렌에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글렌은 가늘게 눈을 뜨며 바이런을 흘겨봤지만 곧 표정을 바꿨다. 자신은 더 이상 귀족이 아니었으니까.

“글렌입니다.”

“아, 프레이 대신 서신을 보내셨죠.”

바이런은 서신에 적혀있는 이름을 떠올리며 말했다. 글렌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후, 아무튼 나는 좀 쉬어야겠네. 공격대 출발이 당장 내일이라니까 자네들도 쉬는 게 좋을 거야.”

“예, 걱정 감사합니다.”

글렌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올라갔다. 프레이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말했다.

“뭐...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잠깐... 프레이, 이 사람도 같이 방을 쓰겠다는 거야?”

세이렌이 속삭였다. 그러나 바이런도 상인 생활을 하며 눈칫밥도 많이 먹어본 터였다. 세이렌의 표정만 봐도 그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자식... 어떻게 이런 여자를 구했지?’

프레이가 곤란해하기 전에 바이런이 그를 구해주었다.

“일단 내 방은 따로 잡아뒀으니까. 거기로 와. 세이렌, 잠깐 프레이 좀 빌릴게요.”

“아, 알았어요.”

세이렌은 먼저 방으로 들어가고 프레이는 바이런이 잡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뭔데?”

“그 레이드라는 것 좀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뭐야, 다른 게임에서 레이드 안 해봤어?”

바이런은 짐을 풀면서 말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른 게임... 다른 세상 이야기인가?’

“뭐... 아무튼 T.O.Y의 레이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다만 여기는 반복 레이드가 없지. 다른 게임처럼 죽었던 레이드 보스가 부활하는 건 아니니까. 대부분이 1회용 이벤트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야.”

“재미요?”

“그럼,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경험할 수 없으니까.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이 말이지.”

바이런이 웃으며 대답했다.

‘결전을 앞두고 웃음이 나오다니, 역시 유저는 다르군...’

프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보통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죠?”

“뭐... 레이드마다 다르겠지만 기본 30명은 넘을걸? 듣자 하니 신전에서 배를 전부 징발했다며? 조금 규모가 큰 것 같은데... 징발한다고 해도 어선이나 이런 건 아닐 테니까. 대충 100명은 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해상전이니까.”

바이런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선과 같은 작은 배로는 큰 선박을 상대할 수 없다. 모든 배라고 해도 일정 기준이 있을 터였다.

“아마 그만큼 유령선의 적도 많겠지. 보통 잡몹들이랑 정예수준의 몹들, 그리고 보스로 치면 몬스터 숫자는 300이 넘을걸?”

“300이나요...?”

프레이가 놀라서 입을 벌렸다. 해안가에서 봤던 언데드들의 숫자가 300마리나 된단 말인가. 그 무리를 마주하면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뭐... 아무래도 그러겠지.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더 많을 수도 있고.”

“그럼... 그 혼전 중에서 누군가 아군을 죽이면 어떻게 되나요?”

프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이런은 그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지웠다.

“그렇군... 혼란 속에서 그 크젤이라는 놈을 공격할 셈이었군...?”

“맞아요.”

프레이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의 계략은 그러했다.

크젤이 신성제국으로 도망치는 건 막아야 했다. 하지만 스테이터스 문제로 일대일 승부는 곤란하다.

‘하지만... 다수의 적이 있다면 다르다...’

이퀄라이저 특성상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에는 가장 강한 적의 스테이터스를 가져온다. 그러니 크젤의 스테이터스를 가져갈 리가 없을 터.

‘게다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뒤를 치기도 좋다.’

크젤의 뒤를 노리고 기습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크젤도 꽤나 열이 뻗칠 것이다.

신성제국에 도착해 세이렌이 황족임을 입증하고 크젤이 도착하는 대로 체포한다.

그렇게 되면 그는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이다.

“그렇군... 크젤이 그렇게 못된 놈이야?”

“네.”

“자네가 복수해야겠다고 한 사람이 그놈이야?”

“아뇨, 그건... 아닙니다.”

프레이가 짧게 대답하고 입을 다물자 바이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 넘어오네. 알았어, 언젠가는 얘기해주겠지. 내일 결전이니 좀 쉬자.”

“예.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로그아웃할 거야. 수면모드로 해도 피곤해 죽는 줄 알았거든.”

바이런이 혀를 내두르며 손을 내저었다. 프레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방을 나왔다.

* * *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항구는 유저들로 북적거렸다.

[공격대 모집. 탱, 근딜 자리는 다 찼습니다. 원딜 힐러 모집]

[저 좀 데려가요. 중급 도끼술 전사입니다! 탱커도 가능!]

[빙결법사입니다. 1골드에 캐리 해드립니다. 선입금요!]

프레이는 사람들 틈을 지나갈 때마다 나타나는 메시지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근처에 있는 유저들의 메시지만 눈에 보인다는 점이었다.

만약 모든 유저의 메시지가 보였다면 아무리 반투명한 메시지라도 시야를 가렸을 테니까.

‘크젤은 어디에 있지?’

설마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어디서 만날지라도 정했어야 했다.

프레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세이렌과 바이런이 사람들을 헤치며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아, 저건 거 같은데?”

바이런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위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크젤, 프레이.]

불꽃이 글씨를 만들었다가 사라졌다.

“마법사는 편리하네...”

바이런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프레이는 일행을 데리고 불꽃이 터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 왔군요.”

크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분히 사무적인 어투로 말을 이었다.

“빨리 공격대 등록하고, 준비합시다. 그래도 레이드니까 좋은 자리를 잡아야죠.”

“공격대 등록이요?”

“네. 몰라요?”

크젤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는 짧은 한숨과 함께 눈을 주물렀다.

“아... 완전 초보시네...”

크젤이 막 다른 공격대를 찾아야 하는가 싶을 때였다. 유저들을 관리하던 사제 중 한 명이 프레이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 프레이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네? 어딜 가는 데요?”

“출발에 앞서 축복을 드리고 있습니다. 프레이 님 덕분이니 프레이 님의 공격대에는 고위 사제님께서 직접 축복하시려고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사제의 말에 크젤이 눈을 빛냈다. 그는 바로 프레이의 옆에 붙어 설명했다.

“몰라도 배우면 될 일이죠. 자,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사제가 앞장서서 길을 트는 사이 크젤은 빠르게 공격대 등록을 설명했다.

“일단 공격대에 등록하려면 먼저 공격대 구성을 해야 해요. 제 어깨를 잡아보세요.”

크젤이 빠르게 설명했다. 프레이가 크젤의 어깨를 잡았다.

“좋아요. 여기서 제가 마주 어깨를 잡습니다. 그러면...”

[‘크젤’님과 공격대를 구성하시겠습니까?]

프레이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었다. 크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메시지 보이죠? 여기서 동의한다는 뜻으로 남은 손으로 악수를 하면 됩니다.”

크젤이 손을 내밀었다. 프레이는 그 손을 잡았다.

[‘크젤’님과 공격대를 구성했습니다.]

“공격대 구성은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효과는 보다시피.”

크젤은 빠르게 사람들을 지나쳤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로 가려져 있음에도 크젤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였다.

크젤은 기다렸다가 프레이가 다시 오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효과는 이게 다예요. 레이드가 시작되면 전투로 혼란스러우니까 같은 공격대를 파악하는 기능인 거죠.”

“아...”

“쉽죠? 다른 분이랑도 하세요. 아, 같이 온 아가씨는 NPC니까 프레이 님의 용병으로 취급될 거예요.”

크젤의 설명대로 프레이는 바이런과도 공격대를 구성했다. 세이렌은 아쉽게도 NPC였기에 자동으로 공격대에 편입된 듯 윤곽이 보였다.

“자, 그럼...”

사제는 온화한 얼굴의 중년 남자 앞까지 그들을 데려다 주었다.

“프레이 님이 맞으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고위사제의 질문에 프레이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직급이 높은 사제이니만큼 경거망동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감사합니다. 그대의 도움으로 저 불쌍한 영혼들을 구제할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과찬이십니다.”

“하하... 겸손하시군요. 그럼 축복을 내리겠습니다.”

고위사제가 웅얼거렸다. 주변 유저의 시선이 느껴졌다.

“와... 고위 사제가 직접 축복을?”

“버프빨 쩔겠네... 나중에 저 공격대 근처에서 싸우는 게 좋겠어.”

크젤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턱을 치켜세우고 거만하게 다른 유저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

“...이에 기도드립니다. 자비로운 솔리스시여, 이 영광스러운 전투에 나서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스파앗-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프레이 일행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햇빛이 비치듯 온기가 차오르고 주위가 빛으로 휩싸였다.

[‘솔리스의 은총’ (1일)]

[솔리스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상처가 빠르게 재생됩니다.]

[독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주변 언데드의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프레이는 메시지를 빠르게 읽었다.

‘음... 크게 바뀐 건 잘 모르겠는데...?’

몸이 좀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은 것 외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프레이는 공격대를 대표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대의 앞길에 따뜻한 햇빛이 비치기를...”

고위사제는 지친 미소와 함께 인사를 받았다.

“오... 역시 고위사제라 그런가 버프가 장난이 아닌데?”

크젤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세이렌은 그를 흘겨보며 프레이에게 붙었다.

“당장에라도 바다에 빠뜨려버리고 싶은데...”

“참아요...”

“축복을 받으신 분들은 모두 배에 탑승하십시오!”

메리나의 경비병이 축복을 내리는 사제 근처에서 소리쳤다.

“우리도 가지?”

바이런이 재촉했다. 프레이 일행은 유저들을 따라 움직였다.

“자자, 서두릅시다! 새치기는 하지 마시고!”

프레이는 슬쩍 눈을 돌렸다. 익숙한 얼굴이 경비병들을 이끌고 있었다.

“펠린 경.”

엄연히 기사이니만큼 경을 붙여주었다. 펠린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 놀랐다.

“아... 프, 프레이 형님.”

“형님?”

크젤이 놀라서 물었다. 바이런 역시 영문을 몰라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일이 있어요. 펠린 경, 줄이 좀 긴데 빠르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펠린은 인상을 굳혔다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얘들아, 길 터라!”

“알겠습니다! 실례합니다. 옆으로 붙어주십시오.”

부하들이 빠르게 유저들을 양옆으로 세웠다. 다른 유저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프레이 일행은 유유히 넓어진 길로 향했다.

미소를 지운 펠린은 프레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제발 고통스럽게 뒈져라... 언데드에게 당해서 썩어 문드러져라...! 확 난파당해버려라!’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붓던 펠린은 곧 마음을 바꾸었다.

‘아니지! 죽으면 다시 돌아오잖아? 제발, 제발 무사히 떠나라...!’

본의 아니게 프레이의 안전을 기원하게 된 펠린이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2 (84%)]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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