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52화 (52/141)

<-- 12. 재회 -->

프레이는 인벤토리를 열어 토템을 확인했다.

‘이걸 주면 되는 건가?’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프레이는 신중했다.

상인조합에서 누명을 쓴 경험 때문이었다.

“저, 모르테미안 토템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예. 나머지 작업은 모두 저희가 합니다.”

“하지만... 모르테미안 토템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물건이 아닌가요?”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메시지에 따르면 분명 토템이 발각되는 걸 조심하라고 했으니.

사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언데드에게서 나오는 토템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 모르테미안이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축적된 마력이 매우 적으니까요.”

“진짜라니요?”

“아, 조금 생략된 설명이 있었군요. 언데드에게서 나오는 토템은 모르테미안의 명령을 받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음... 모르테미안이 직접 사용하는 토템이 나무뿌리 부분이라면 언데드들의 토템은 나뭇가지 부분이라고 할까요.”

“아...”

“그래서 멀쩡한 물건을 구하기가 힘든 겁니다. 언데드를 퇴치하면 토템도 따라 부서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요.”

프레이는 냉큼 인벤토리를 닫았다. 하마터면 모르테미안이 직접 사용하는 토템을 건넬 뻔했다.

‘그랬다면...’

어디서 구했는지 설명해야 하리라. 그러나 정작 그걸 구한 곳은 자신의 손으로 불태웠다. 지금 가봤자 남은 건 잿더미와 죽은 레이판, 그들의 눈에는 그저 한 명의 상인일 뿐.

‘하마터면 범죄자가 될 뻔했군...’

프레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다시 누명을 쓰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토템을 구해와야겠군요.”

“예, 다른 유저들도 노력 중이니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내주었다. 프레이와 세이렌이 나오자 바이런이 다가왔다.

“먼저 들어갔어? 엄청 빠르네.”

“아, 바이런.”

프레이는 바이런이 내민 검을 받았다.

“여기, 이미 마법이 걸려있던 검이라고 해서 가격이 조금 나가더라고.”

“얼마나 했는데요?”

“3골드.”

바이런이 손가락을 3개 폈다. 프레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검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피투성이 고블린’ 철검]

[‘피투성이 고블린’ 마법이 부여된 철검. 고블린에 대한 증오가 서려 있습니다. 이 철검으로 고블린을 공격할 경우 출혈량이 증가합니다. 기초 경량화 마법으로 무게가 10% 감소했습니다.]

‘음... 겨우 고작 10%인데 3골드라니...’

바이런의 말대로 마법이 중첩되기에 가격이 올랐던 것이었다. 프레이는 곧바로 바이런에게 금화를 건넸다.

“오케이. 돈거래는 깔끔한 게 최고지.”

바이런이 웃으며 금화를 챙겼다. 프레이는 이리저리 휘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가볍기는 가볍네요. 엄청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렇지. 아무래도 기초니까. 신전 쪽은 뭐래?”

프레이는 사제의 설명을 간략히 전달했다. 바이런은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결국 언데드를 잡아 오라는 거네.”

“뭐... 그런 셈이죠.”

“그럼 여기서는 네 영역이군.”

“네?”

프레이는 바이런을 향해 되물었다. 바이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싸울 수는 없잖아? 대신 여행용 물자는 내가 구해올 테니까.”

서로 일을 분담하자는 말,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러는 편이 효율이 높을 것 같아.”

“아가씨가 뭘 좀 아시네. 서로 잘하는 일을 하자는 거지.”

바이런이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바이런의 실력으로는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테니까.

“좋아요. 그럼 저녁에 여관 앞에서 봐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고.”

바이런이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프레이는 그제야 신전 출구 쪽에 모여든 사람들을 살필 수 있었다.

[같이 언데드 사냥 가실 분! 검술 중급 기사 지망생입니다!]

[토템 파실 분? 전담 판매해 드립니다! 이윤 20% 보장! 상술 중급 상인 대기 중!]

[화염법사! 언데드 학살 가능! 몸빵만 해주세요. 5분 버텨줄 탱커 모집!]

[신성제국까지 같이 가실 분? 중급 궁술 보유, 늑대 팀킬 ㄴㄴ. 조련한 거예요!]

유저들 머리 위로 희미하게 떠 있는 메시지. 프레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껌뻑거렸다.

“프레이?”

“예?”

“뭘 멍하니 보고 있어?”

프레이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유저만 볼 수 있는 건가?’

세이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뭘 그렇게 봐.”

“아, 아니에요. 저... 다른 사람이랑 같이 행동하는 건 어렵겠죠?”

세이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레이는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

“나로는 부족해...?”

뒤늦게 나온 대답. 프레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가죠.”

* * *

언데드가 나오는 해안가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메리나에서 조금 벗어나 해안을 따라 올라가니 유저들이 보였다.

‘의외로 많이 없네?’

모래사장 위를 서성이는 좀비와 해골들, 그리고 그사이를 움직이며 싸우는 유저들.

프레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메리나를 지키는 병사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멀리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직접 해결하지는 않는 건가...’

확실히 경비병만으로 해결할 숫자는 아니었다. 섣불리 밖으로 나오는 것보다 도시에서 농성하는 게 더 안전하리라.

“우앗...! 도와줘!”

짧은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유저 하나가 좀비와 해골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이런...!”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놈들을 떨쳐냈지만 결국 좀비가 그의 어깨를 뜯어먹었다. 비명과 함께 앞으로 쓰러진 놈을 향해 해골 병사가 녹슨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악!”

피를 울컥 뱉어낸 그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들, 해골 병사는 식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저건...’

그렇게 쓰러진 유저는 곧바로 사망했을 터였다. 그러나 죽은 유저의 육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꿈틀거리며 일어난 유저의 모습은 그 근처를 배회하는 좀비와 다를 게 없었다.

‘유저도 좀비가 되나...!?’

“프레이...?”

세이렌은 떨리는 손으로 프레이의 팔을 잡았다. 언데드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언데드는 또 다른 언데드를 만들어 낸다. 마치 역병처럼 퍼져나가며 수를 불린다.

“절대로 먼저 나서지 말아요.”

기다리라고 해도 기다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프레이는 검을 들었다.

유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언데드를 처리 중이었다. 그들의 구역을 가로질러 프레이는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크륵-

“세이렌, 무기를 들어요.”

계속 떨고 있어서야 걸림돌밖에 되지 않는다. 프레이는 검을 들고 좀비를 겨눴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부패한 좀비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크읍...!’

마치 몸이 굳어진 것처럼 딱딱해졌다. 프레이는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젠장... 몸이 마비된 것 같아...’

그만큼 좀비의 민첩 수준이 참담하다는 뜻. 세이렌은 인상을 찌푸린 프레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프레이...?”

“괜찮아요. 포위되지만 않으면 됩니다.”

마치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니 이상하게 보일만 했다. 프레이는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힘은 나쁘지 않아...!’

느릿하게 움직이는 검이 내려치며 좀비의 팔을 절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좀비가 고통을 모른다는 점.

툭 하고 떨어진 팔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듯 좀비는 다른 팔로 프레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프레이!”

“큭...!”

손아귀 힘에 프레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고통은 크지 않았다. 세이렌이 다급하게 다가와 단검으로 좀비의 손목을 내리쳤다.

크륵-!

손아귀가 풀리며 프레이가 뒷걸음질 쳤다. 세이렌의 힘으로는 절단까지는 무리였던 것 같았다. 좀비는 목표를 바꿔 세이렌에게 걸어갔다.

“이익...!”

세이렌은 이를 악물고 단검을 들었다. 오토마톤과 지겹도록 훈련한 몸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단검을 휘두르며 좀비의 몸에 자잘한 상처를 만들었다.

그 사이 프레이는 검을 들어 좀비의 허벅지를 베었다. 다리를 잃은 좀비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륵- 크르륵-!

바닥을 기면서 세이렌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세이렌은 가볍게 옆으로 돌아 등을 붙잡고 단검을 머리에 박았다.

“하아... 하아...”

꿈틀거리던 좀비가 축 늘어지자 세이렌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프레이의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쉬는 건 나중입니다.”

다른 언데드의 이목을 끌었는지 좀비는 물론 해골 병사까지 프레이와 세이렌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벌거벗은 해골 병사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그래도 해골 병사의 스테이터스가 더 높은가...?’

프레이는 비교적 움직임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군살이 없어서일까?

‘아무렴, 뼈만 남은 놈들이니...’

비교적 움직임이 원활해졌다. 프레이는 다시금 검을 들며 말했다.

“딱 붙어요!”

* * *

파사삭-

해골 병사의 허리뼈가 부서지며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프레이는 여러 번 전투 끝에 해골 병사는 검날보다 검면으로 후려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아... 하아...”

활력의 반지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세이렌은 숨을 헐떡였다. 아무래도 기초 체력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반면 언데드의 체력을 가진 프레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이건 괜찮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세이렌이 주저앉아 쉬는 사이 프레이는 주변에 쓰러진 사체들을 뒤졌다.

찢어진 장화, 약간의 코퍼, 썩은 인육, 뼛가루, 부패한 물고기 사체 등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지만 정작 원하는 토템은 나오지 않았다.

“꽝이네요.”

프레이는 세이렌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목으로 흐르는 땀방울이 아래로 흐르자 프레이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쪽을 향했다.

“유저는 정말 힘들게 사는구나.”

세이렌의 말에 프레이는 얼른 고개를 들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엄청 쉽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응?”

세이렌이 되묻자 프레이는 아차 싶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냥 다른 유저들 보면 그랬었다고요.”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뭔가 하니까 기분은 좋다.”

세이렌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전 황태자 시절에는 그가 나서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사람들 앞에 서서 언제나 연습했던 말을 내뱉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마치 오토마톤처럼, 항상 같은 일이 쳇바퀴처럼 돌아왔던 인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스스로 땀을 흘리며, 목숨을 걸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목숨을 위협받자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왜 유저들이 모험을 찾아다니는지 알 것 같아.”

프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생각을 자신에게 맞출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항상 조심해요. 세이렌은 저처럼 부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알았어. 나도 죽기는 싫어.”

세이렌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에게 놀랐다. 황태자 시절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수없이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살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잠깐의 휴식은 자연스레 끝이 났다. 파도를 타고 좀비와 해골 병사가 흘러들어왔다.

“후... 다시 찾아보죠.”

다시 반복되는 언데드 사냥. 그러나 역시 원하는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프레이는 코퍼만 챙기고 쓰레기는 버렸다.

[동일한 적을 일정시간 동안 상대했습니다.]

[부패한 좀비, 벌거벗은 해골 병사를 상대할 시 스킬 숙련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음...’

프레이는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적을 계속 상대하면 부여되는 페널티였다.

‘스킬 숙련도 늦춰지고...’

원하는 아이템은 나오지 않고, 스킬 숙련조차 되지 않는다. 유저로 하여금 더욱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도록 마련한 장치였다.

정작 프레이는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느덧 하늘도 어둑해지려 하고 있다. 세이렌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슬슬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프레이가 막 세이렌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떴다!”

“드디어! 드디어!!”

환호성과 함께 소리를 친 유저들, 남자 둘과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프레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부럽네요. 세이렌, 오늘은 일단...”

프레이는 쉬고 있는 세이렌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말을 멈추었다.

“세이렌...?”

“저, 저놈...!”

세이렌은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프레이는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방금 소리치는 유저들을 향한 눈.

“세이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놈이라고! 내가 확실히 기억해!”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기세가 흉흉해 프레이는 곧바로 그녀의 앞을 막았다.

“세이렌, 왜 그래요?”

“프레이! 저 자식 기억 안 나?”

“예?”

“저 마법사...! 광장에서 우리를 습격한 놈이라고!”

프레이는 그녀의 말에 눈을 돌렸다. 로브를 두르고 다른 유저를 향해 미소를 짓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2 (84%)]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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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3연참 드립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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