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51화 (51/141)

<-- 12. 재회 -->

바이런의 말에 대장장이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나타나서 그게 무슨 소리요?!”

“바이런, 언제 온 거예요?”

프레이의 말에 바이런은 윙크로 대답을 대신하고 대장장이를 돌아보았다.

“여기 프레이가 순박하다고 그렇게 등쳐먹으려서야 되겠습니까?”

“도대체 그, 그게 무슨...!”

“흑철의 원가도 모를 것 같습니까?”

바이런이 상인증을 꺼내며 내밀었다. 대장장이의 표정은 곧바로 사색이 되었다.

“아니... 그, 상, 상인이십니까?”

“이 친구는 아니지만 나는 상인이 맞습니다.”

대장장이는 연신 눈알을 굴렸다.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하하... 설마 상인분과 연이 있으신 줄을 모르고... 아무래도, 그런 분들은 사전에 먼저 이야기를 하시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상도가 있는 법인데... 4배나 남겨 먹으려고 해요?”

바이런이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높이려 하자 대장장이가 얼른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고! 목소리가 크십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10실버, 정가에 팔겠습니다.”

프레이는 대장장이의 말에 눈을 부라렸다.

10실버? 정가? 이게 무슨 소린가?

“잠깐, 지금 원래 가격이 10실버란 말입니까?”

프레이가 소리치자 대장장이가 흠칫 몸을 떨었다. 그의 목소리에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왔다.

“아, 아니... 그 저도 장사를 하는 몸인지라.”

“이 단검 만드는 데 드는 원가를 알려줘? 내가 알기로 흑철광석 원가가 3실버야. 단검 2개가 한 세트니 6실버, 거기에 부가적인 자재... 음, 검집 만드는 데 쓰는 가죽이나 손잡이에 쓰는 재료값은 한 2실버? 총 8실버에 인건비가 이윤인 셈인데. 한 2실버 남겨 먹는 거지.”

바이런이 줄줄 읊자 대장장이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 맞습니다. 그러믄요. 제가 얼마 남겨 먹지도 않습니다요. 10실버에 팔아서야 남는 게 없어서...”

“아직 말 안 끝났는데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개별 수입일 때고. 대량으로 수입하면 또 가격이 달라지지. 보통 25% 할인이 기본이니까 총 8실버에서 2실버 떼면 원가는 6실버일 걸?”

대장장이는 다시 눈알을 굴렸다. 바이런은 고개를 흔들었다.

“4실버 이윤이 34실버로 변하다니. 너무 날강도 심보 아닙니까?”

“아니, 어르신.”

“어르신이라뇨. 제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여요?”

대장장이는 화로에 불도 없건만 연신 땀을 흘렸다. 프레이는 충격받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렇게 호구처럼 보였구나...!’

덤터기도 이런 덤터기가 없었다. 세이렌이 슬쩍 끼어들었다.

“야... 대륙 변두리는 인심이 좋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더 심하네?”

“아가씨, 시골이 인심 좋다는 말도 다 옛말입니다. 눈에 불을 켜고 한탕 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바이런은 능수능란하게 대답했다. 프레이는 이를 갈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게 얼마라고요?”

“아... 아하하...”

대장장이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원망스럽게 바이런을 바라보았지만 바이런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마주 보았다.

뭐 어쩌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조, 좋습니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원가만 받겠습니다. 6실버, 6실버만 주십시오!”

대장장이는 뼈와 살을 깎아내는 심정으로 내뱉었다.

“대신... 이번 일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면...”

만약 이 사실이 유저사이에 퍼지기라도 하면 손님이 올 리가 없었다.

본래 상인들끼리 바가지 씌우는 건 봐주는 편이다. 서로 어차피 이윤을 남겨 먹어야 하지 않는가?

상부상조하는 셈 치고 원가는 공개하지 않는 법. 그러나 이 바이런이라는 놈은 유저라서 그런지 원가까지 다 까발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하던가...’

대장장이는 억울했다. 지인 중에 상인이 있다고 말하면 좀 싸게 안 해주겠는가. 그는 피눈물을 머금고 이윤을 포기했다.

그러나 프레이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4실버.”

“뭐라고요?”

“4실버로 해주세요.”

대장장이는 눈을 끔뻑거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4실버에 팔면 딱 원가 값이다. 바이런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광석 외에 부자재는 거래처에서 무료로 줬으니까.

“잠깐, 어떻게 4실버에...”

“4실버.”

“조, 좋습니다. 제가 눈 딱 감고 5실버에 드립니다. 더는 안 됩니다.”

“4실버.”

프레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이 대장장이의 파렴치한 행동을 밝힐 준비가 되어 있었다.

“프레이, 5실버면 괜찮은 조건인데...”

바이런도 조금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옆에서 대장장이의 편을 들었다.

“4실버!”

“네, 알았습니다! 4실버!”

대장장이는 결국 이를 악물었다. 프레이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은화 4개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좋아요, 고맙습니다!”

바이런은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며 생각했다.

‘쟤한테 물건은 팔지 말아야지...’

프레이 일행이 자리를 뜨자마자 대장장이는 얼른 소금을 뿌렸다.

* * *

“자요. 일단 이거 써요.”

프레이는 자신이 쓰던 단검을 건넸다. 세이렌은 새것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지만 프레이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고마워, 잘 쓸게.”

“음흠흠, 프레이. 소개는 언제 할 거야?”

“아, 맞다.”

프레이는 흑철 단검을 점검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인사해요. 이쪽은 바이런, 유저고 봤다시피 상인입니다.”

“반갑습니다. 레이디.”

바이런이 웃으며 세이렌의 손을 잡으려 했다. 세이렌이 흠칫 놀라며 손을 뒤로 빼었다.

“아, 미안해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오히려 실례했습니다.”

바이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세이렌은 고개를 약간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세이렌이에요.”

“그나저나 바이런, 어떻게 일찍 온 거예요?”

프레이의 물음에 바이런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고마운 줄 알아.”

바이런은 짤막하게 설명했다. 서신을 받자마자 로그아웃하고 다음 날 출발하려 했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었다.

‘이러다 또 다른 데 가는 거 아냐?’

프레이와 또 길이 엇갈릴지도 몰랐다. 서신을 운반한 유저가 다른 곳에 갔다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만약 서신 운반 의뢰를 맡은 유저가 다른 일을 하고 오면 그만큼 시간 차이가 생기게 된다.

결국 바이런은 오랜만에 수면 모드로 전환하고 잠을 자면서 플레이를 한 것. 그만큼 바이런은 프레이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알겠냐?”

“아... 고마워요.”

물론 프레이는 바이런의 말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세이렌 역시 마찬가지.

그저 바이런이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아무튼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바이런은 질문을 던지고 곧바로 얼굴을 돌려 귓속말로 두 번째 물음을 던졌다.

“저 아가씨는 또 누구고?”

“아... 그게요...”

프레이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세이렌이 데일 도프람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정통파의 습격을 받았고 강에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세이렌을 만났는데 신성제국으로 가는 의뢰를 받았다는 식이었다.

“아... 의뢰였어?”

“네. 그런데 신성제국으로 가는 뱃길이 막혔어요.”

“음... 나도 그렇게 들었어. 유령선이 나타나는 이벤트라는데?”

“이벤트요...?”

“그래. 아무튼 그러면 갈 길을 찾아봐야겠군.”

바이런은 턱을 쓰다듬었다. 세이렌이 궁금함을 못 이기고 물었다.

“방법이 있어요?”

“네? 아, 예. 있죠, 왜 없겠습니까.”

바이런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세이렌은 아직 바이런을 경계했지만 다른 남자들보다는 덜했다. 프레이와 아는 사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일단 솔리스 신전으로 가야겠군요.”

“신전? 거기는 왜요?”

프레이의 물음에 바이런은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한 거지. 신성제국이 어떤 곳이냐? 종교 국가 아니냐? 그러면 신성제국으로 가는 길을 누가 통제하겠어?”

“사제들이...?”

프레이가 미심쩍다는 듯 대답했다. 바이런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며 대답했다.

“그렇지. 일단 그 사제라는 인간들을 구워 삶아보자고.”

바이런이 앞장섰다. 프레이는 세이렌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금 가벼워 보이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

세이렌은 프레이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렇게 말해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신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바이런처럼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은지 신전 앞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고... 줄까지 서야 하나.”

프레이는 슬쩍 줄을 확인하고 바이런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마법연합 지부에 갔다 올게요.”

“엉? 나 혼자 서라고?”

프레이는 세이렌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프레이의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들 것 같아요?”

세이렌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줄에 선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힐끔거리는 그 눈빛들.

프레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바이런의 옆에 섰다.

“경량화 마법이 필요해서요. 시간을 아끼려고 했는데... 그냥 같이 있는 게 맞겠네요.”

“그래? 그럼 차라리 내가 갔다 올까?”

바이런이 되물었다. 프레이가 못 간다면 자신이 가면 될 일이었으니.

“어... 그래 줄 수 있어요?”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바이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프레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검을 꺼내 넘겼다.

“그럼 부탁해요. 되도록 저렴한 수준으로요. 그리고...”

“알았어. 비용은 내가 먼저 내줄 테니까. 나중에 줘라?”

바이런이 그의 말을 잘랐다. 프레이는 바이런이 자신이 할 말을 대신해주어 고마웠다.

마법부여 비용을 바이런이 낸다면 그 대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도망치지 않을 터. 자칫 잘못하면 서로가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기에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바이런은 그런 점을 알고 먼저 말을 꺼내준 것이었다.

“네, 고마워요.”

“그래, 음... 검 자체는 나쁘지 않네.”

상인의 본능일까. 바이런은 걸어가면서 프레이의 검을 품평하며 사라졌다.

“후우...”

“괜찮아요?”

세이렌은 불안한 듯 눈을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프레이의 물음에 그녀의 눈이 돌아왔다.

“응...”

그 일 때문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프레이는 안쓰럽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었다.

“나만 보세요. 그러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응? 그럴지도...”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줄은 빠르게 줄었다. 바이런이 되돌아오기도 전에 프레이의 차례가 되었다.

백색 바탕에 주황 줄무늬가 새겨진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눈을 들었다. 그의 시선은 세이렌에게서 프레이에게로 옮겨졌다.

“두 분이시군요?”

“예.”

“예식 준비라면 이 줄에서 기다리시지 않아도 되는데...”

사제가 웃으며 말했다. 프레이와 세이렌은 그게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아, 그러신가요? 제가 오해했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로...?”

사제는 온화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세이렌은 갑자기 열이 오르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했고 프레이는 용건을 말했다.

“신성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아... 그 일이라면 조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유령선 출몰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금지를 내렸음에도 허락 없이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그들은 곧 언데드가 되어 해안으로 돌아오죠.”

“언데드가 된다고요?”

“예. 아무래도 유령선에는 모르테미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이상한 일도 아니죠. 언데드가 있는 곳에는 모르템의 사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사제의 말에 프레이는 바르푼을 떠올렸다. 그 추악한 몰골과 그만큼이나 기괴했던 그의 집, 그리고 지하에 있던 좀비들.

“아무튼 저희 쪽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령선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모르테미안 토템이 있어야 합니다.”

“토템...?”

“네, 유저들께서 해안가의 언데드를 붙잡아 토템을 구하고 있습니다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간간이 토템을 구해오시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프레이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 그의 인벤토리에는 모르테미안 토템이 2개나 있었으니까.

“그... 토템은 왜?”

“아, 모르테미안 토템에는 모르템의 권능이 담겨 있습니다. 그 사악한 권능을 솔리스께서 정화하여 주시면 오히려 언데드에게 독이 되는 토템으로 변화하거든요. 정화된 토템이 있으면 설령 유령선이 나타난다고 해도 격퇴할 수 있을 겁니다.”

사제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의 믿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 테니까.

프레이는 자신의 인벤토리를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2 (2%)]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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