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50화 (50/141)

<-- 12. 재회 -->

세이렌은 오토마톤의 공격에 뒤로 넘어졌다.

“악!”

프레이는 다가오는 오토마톤을 걷어차며 그녀를 부축했다.

“후... 그래도 많이 나아졌네요.”

“으...”

오토마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프레이는 세이렌과 같이 전투할 경우를 상정하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혼자서 오토마톤과 싸워봐야 패배는 뻔했으니까.

“그래도 감각은 있네요. 이 정도로 빠르게 배우는 걸 보니...”

프레이는 세이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훈련이 고되더라도 칭찬은 힘을 주니까.

칭찬을 하는 건 힘든 일이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좋은 동기부여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이 칭찬을 좋게 받아들일 상태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황성의 어떤 선생도 너처럼 가혹하지는 않아...”

세이렌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쉬는 시간은 기절하기 직전에야 찔끔 주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이렌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눈만 감았을 뿐인데 미래에 도착하는 경험, 프레이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잖아요.”

“그래... 이렇게까지 하는데 익숙해지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세이렌이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이미 밤하늘에 별이 밝게 빛나는 시간이었다.

프레이는 오토마톤의 작동을 중지하고 정리를 시작했다.

“오늘은 이쯤 하죠.”

“오늘은...?”

세이렌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 * *

프레이와 세이렌이 여관에 도착하자 식당에 앉아 있던 글란이 벌떡 일어났다.

“아! 왔군. 뭣 좀 알아냈나?”

“아, 글... 글렌.”

습관적으로 글란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고쳤다. 프레이는 슬쩍 세이렌을 보며 윙크를 했다.

“아쉽게도 알아낸 건 없어요. 아무래도 지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요.”

프레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알아낸 건 없다. 왜? 알아보지 않았으니까.

“이런... 그런가... 그런데 왜 그렇게 땀을 흘리나?”

글렌의 눈이 가늘어졌다. 프레이는 물론 세이렌도 고된 훈련으로 땀을 흠뻑 흘렸으니까.

“설마... 자네...”

“아, 글렌 그게...”

역시 티가 난 걸까. 프레이가 변명을 하려는 찰나였다. 글렌이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이런 때에도 그 짓거리를 하고 온 건가?”

“예?”

“다 들었어. 하녀가 어찌나 자네를 칭찬...”

“아아아!”

프레이가 빠르게 글렌의 말을 막았다. 세이렌이 무슨 일인가 궁금한 표정이었다.

“흠흠, 아무튼 남자니까 나도 이해하네만, 이런 시기에는 좀 참아주게.”

“그, 그런 거 아닙니다.”

만약 글렌이 그녀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어떨까. 프레이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혈기왕성한 나이니... 아무튼 지금쯤이면 연락이 갔을 거야. 자네가 말한 바이런이라는 사람은 내일쯤 오겠군.”

“다행이네요.”

글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일은 제대로 방법을 찾아보자고. 나는 먼저 자러 가겠네.”

글렌이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뭐야... 글란이랑 그렇게 친한 사이였어?”

“아, 아니에요...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세이렌은 프레이가 얼버무리자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으니까.

“와...”

“저 남자도 유저인 것 같은데?”

“어디서 저런 여자를 구했지?”

“여자 용병 아닌가? 거, 잠자리도 같이 해주고 그런다는데?”

막 따지려던 세이렌은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말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슬쩍 돌아보니 맥주를 마시던 남자들이 그녀를 대놓고 훑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키득거리며 음담패설을 주고받았다.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빠르게 프레이의 뒤로 붙었다.

“세이렌?”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막 방을 잡으려던 프레이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 방은 하나면 됩니다.”

* * *

바이런은 열었던 좌판을 정리했다. 슬슬 나갈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늘도 안 왔네.’

그는 슬쩍 리스폰 지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프레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한 거였을까.

‘하... 아쉽다, 아쉬워.’

아무리 현실 같아도 그에게는 그저 가상현실에 불과했을까.

바이런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건물 벽에 붙은 현상 수배서가 보였다.

[현상수배]

[제 1 황태자 데일 도프람 저하의 연설 중 마법을 사용하여 암살을 시도한 유저. 아래의 유저를 발견한 자는 즉시 근처 경비본부에 신고할 것. 생사 불문.]

[특이사항]

[1. 화염계 마법을 사용.]

[2. 남자, 짧은 턱수염,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외모.]

[3. 키가 크고 마른 체격.]

‘아휴... 이 사람은 도대체 뭔 생각인 거야.’

바이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히 이 유저는 이벤트 퀘스트라고 얼른 받았을 것이다.

이벤트 퀘스트는 게임 내 세계에 큰 변화를 주는 퀘스트, 그만큼 보상도 크고 유저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변화한다는 느낌에 흔히 접하기 어려웠다.

‘넙죽 받았겠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걸 몰랐군.’

그러나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에 실패했을 경우의 페널티도 컸다. 이렇게 수배가 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마 이 수배서는 테크론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그 유저는 발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생사 불문이었다.

유저가 죽으면 인근 마을에서 부활하니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부활 지점에서 대기하다가 나타나는 유저를 잡으면 되니까.

‘그런데 마법사면... 이쪽 소속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국의 후예에서 마법을 배우는 건 어렵지는 않지만, 보통 마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마도연합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마도연합에서 흘러온 유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그런데 몽타주가 너무...’

수배서에 붙은 몽타주로는 얼굴을 알기가 힘들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간신히 아래턱에 턱수염만 그려놓은 그림.

정작 얼굴은 그림자로 처리했으니 알 수가 없었다. 턱수염만 깎아도 몰라볼 것 같았다.

“바이런?”

“네?”

바이런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누구시죠?”

“아, 맞네요.”

남자는 슬쩍 종이를 펼쳐 보더니 그걸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 쪽에게 온 서신입니다.”

“서신이요?”

“네.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바이런은 그가 내민 종이에 서명했다. 이 확인증이 있어야 배달을 맡은 유저가 상인조합에 가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

“수고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바이런은 종이를 펼쳐 읽어 내려갔다.

[From : 프레이 (대리인 – 글렌)]

[To : 바이런]

[바이런은 레스톤 광장에서 좌판을 여는 남자입니다. 붉은색의 짧은 머리, 상인을 찾으세요.]

[전달내용 : 바이런, 메리나로 오세요. 저는 메리나에 있습니다.]

프레이에게 대강 설명을 들은 대로 글렌이 적은 내용들. 매우 간결한 메시지였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잘 하네. 근데 글렌이 누구지?’

바이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게 중요한가?

그의 인연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자식, 형님이 곧 가마.’

바이런은 서신을 말아 인벤토리에 넣고 로그아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현실의 생활이 우선이어야 했으니.

* * *

다음 날 아침.

글렌은 다시금 조사를 위해 먼저 떠났다.

세이렌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프레이에게 물었다.

“오늘도 설마 훈련하는 건 아니지?”

그녀의 전신은 과도한 훈련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침으로 먹는 빵을 찢는 것뿐인데 마치 지진이라도 겪은 것처럼 몸이 떨렸으니 말 다 했다.

“왜요? 하고 싶어서요?”

“아니. 전혀 아닌데.”

세이렌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프레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무기를 사러 갈 거예요.”

“무기?”

“네. 제 단검을 계속 빌려줄 수는 없잖아요?”

“아... 하긴 그러네.”

레이판에게 빼앗은 돈이 있었기에 자금은 충분했다.

프레이는 잔액을 확인했다.

‘음... 4골드 21실버라...’

이 정도 금액이라면 경량화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레이는 세이렌을 데리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좋은 장비를 저렴하게! 저희 가게 품질에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대장장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단검을 보려고 왔는데요.”

“오, 단검이요. 숙녀 분께서 쓰시는 겁니까?”

그의 시선이 세이렌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아리따우신 분에게 투박한 건 어울리지 않죠. 마침 좋은 게 있습니다.”

그는 사라졌다가 빠르게 돌아왔다. 그는 계산대 위에 미려한 조각이 새겨진 단검을 올려놓았다.

“어떻습니까?”

프레이는 주의 깊게 단검을 살폈다.

[‘솔리스의 은총’ 단검]

[‘솔리스의 은총’ 마법이 부여된 단검. 빛의 신 솔리스의 조각을 새겨 축복의 효과를 강화합니다.]

“축복은...”

“아, 축복은 신전에서 별도로 받으셔야 합니다. 하하... 대장장이가 축복까지는 무리죠. 그래도 인기 상품입니다. 최근 해안가에 언데드가 출몰해서 많이 찾는 물건입죠.”

대장장이는 빠르게 설명했다. 오히려 장사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게 얼마입니까?”

“80 실버입니다. 조각가가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그 정도 가격은 받아야 수지가 맞습니다요.”

프레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80실버라니 너무 바가지가 아닌가.

“비싼 거야?”

세이렌이 슬쩍 묻는다. 프레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금전 개념이 다르겠군.’

황태자였던 그녀가 은화라는 걸 써보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튼 너무 큰 지출이었다.

“그냥 날카롭고 튼튼한 거로 보여주세요.”

“아... 예, 예. 알겠습니다.”

대장장이는 곧바로 단검을 집어넣었다.

여기서 재차 이 단검의 훌륭함을 설명해봤자 손님은 짜증만 날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보면 손님이 원하는 제품을 보여주는 게 가장 판매 확률이 높았으니까.

“이건 어떻습니까?”

그가 꺼낸 건 거무튀튀한 단검이었다. 일반적인 단검과 달리 광이 나지 않고, 마치 빛을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흑철로 만들고 날을 벼려내면서도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칠을 해두었죠. 낮에도 쓰기 좋지만 특히 밤에 쓰면 상대는 이 단검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겁니다.”

“음...”

프레이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템 설명이 나타났지만 크게 특이한 건 없었다. 방금 말한 대장장이의 설명 그대로였다.

“게다가 이 흑철 단검의 가격은 고작 40 실버! 저희 대장간의 주력상품이기도 합니다. 절대로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대장장이는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프레이는 슬쩍 세이렌을 돌아보았다. 마음에 드냐는 눈빛.

“음... 뭐, 나는 잘 모르니까.”

세이렌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팔짱을 꼈다. 프레이는 이 흑철 단검이 꽤 마음에 들었다.

‘설명대로... 어두운 곳에서 쓰기 좋겠는데...’

상대가 무기의 사정거리를 모른다는 건 큰 이점이었다. 그만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니까. 반면 단검의 주인은 연습을 통해 사정거리를 몸으로 익힐 수 있으니 유리했다.

‘하지만 40 실버라...’

프레이는 잠시 고민했다.

‘차라리 이건 내가 쓰고, 세이렌에게 내가 쓰던 걸 주는 게 낫겠어.’

아직 단검술이 미숙한 그녀가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프레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인벤토리에서 은화를 골라냈다.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대장장이는 거래가 성사되려 하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단검집에 흑철 단검을 포장까지 하고 있었다.

“...39, 40.”

은화 40개를 골라낸 프레이가 돈주머니를 올려놓았다. 대장장이가 미소와 함께 흑철 단검을 내밀고 주머니를 잡으려는 순간.

“아이고, 진짜. 내가 없으면 꼭 이렇다니까.”

계산대 위에 올린 은화 주머니가 휙 하고 올라갔다. 프레이와 대장장이는 갑작스레 끼어든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프레이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바이런?!”

“꾼은 꾼이 알아보는 법이지.”

바이런은 프레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2 (2%)]

[초급 단검술 Lv8 (89%)]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5 (16%)]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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