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38화 (38/141)

<-- 10. 뜻 밖의 동행 -->

칼카락은 분노했다.

하찮은 인간이 자신의 손을 떠나 도망쳤다.

“크아아!”

분노의 흉성, 칼카락이 소리쳤다.

“인간! 감히 나, 고블린의 왕 칼카락을 농락하느냐!”

칼카락은 곧바로 주변에서 벌벌 떠는 고블린을 붙잡아 던졌다.

“이 멍청한 것들! 쫓아라! 쫓아!”

키엑-! 키에엑-!

절벽으로 떨어지는 고블린들.

풍덩- 풍덩-

들려오는 소리에 홉고블린은 물론 일반 고블린까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칼카락은 씩씩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떨어진 고블린이 둥둥 떠올랐다.

“크으... 돌아간다.”

수면으로 떠오른 고블린의 시체를 보고서야 마음이 진정된 듯 칼카락이 말했다. 그제야 고블린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 * *

“푸하!”

수면으로 프레이가 떠올랐다. 그의 품에는 정신을 다시 잃은 데일이 있었다.

그는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뭐지?!’

고개를 물속에 처박은 고블린이 옆을 떠내려갔다. 프레이는 빠르게 한 손으로 헤엄을 쳤다.

‘물살이 점점 빨라진다...’

헤엄이라기보다는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데일까지 끌어안고 있으니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크윽...!”

물결 끝에 바위가 보였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몸을 돌려 데일을 보호했다.

쿵-

“컥...!”

강렬한 충격에 데일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디로 이어지는 강이지?’

사방을 둘러봐도 절벽뿐이었다. 일단 강을 빠져나가야 했다.

프레이가 잡고 있다고는 하나 데일의 얼굴이 자꾸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흐읍...!”

어떻게든 강가 쪽으로 헤엄쳐야 했다. 프레이는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 * *

레스톤 성의 지하감옥.

“끄아아아악!”

비명이 감옥 안에서 울려 퍼졌다. 감옥이라고는 하나 레스톤의 범죄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다른 죄수는 보이지 않았다.

광장을 습격한 놈들은 친위대와 병사들이 모두 죽였다. 맨 처음 화염구를 날린 유저는 붙잡힌 순간 사라졌다.

투두둑-

“아악! 아아아악!”

녹이 슨 집게 끝에 손톱이 떨어져 나왔다. 죄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부었고, 피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말해! 황태자 저하는 어디 있지?”

“끄흐... 끄흐흑...”

죄수, 브렌이 흐느꼈다.

차라리 죽었으면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은 고문에 익숙한 것 같았다.

10개의 손가락 중 남은 손톱은 2개였다.

“화, 황태자는 이미 끝났다...”

그러나 브렌은 굴복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이제 죽을 목숨이었다.

이 정도 고통은 각오했던 터였다.

저벅- 저벅-

다시금 집게가 손톱을 잡으려는 찰나, 발소리가 들려왔다.

“오셨습니까.”

병사들이 일제히 차렷 자세를 취했다. 제트람은 대답 없이 곧장 브렌의 앞으로 다가왔다.

“큭, 큭큭... 황태자 저하는 찾으셨나?”

브렌이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제트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주위의 병사에게 말했다.

“모두 나가 있게.”

“예?”

제트람은 두 번 말하지 않았다. 잠깐 경직된 병사들은 곧바로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제트람은 다시 브렌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놈, 도대체 어떻게 화약을 가지고 들어왔지?”

조직적임 움직임. 황태자를 노린 만큼 잡놈들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레스톤 내에는 화약과 같은 위험물질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글란이 혹시나 터질 사태를 우려해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대비가 무색하게도 폭발은 일어났지만.

“상인은 꼼꼼히 검사하겠지만, 도난당한 물품은 검사하지 않지.”

브렌이 비웃으며 대꾸했다. 어차피 죽기로 마음먹은 이상 눈앞의 놈을 화나게 하고 싶었다. 가짜 황태자를 섬기는 놈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고블린을 이용했나?”

“오... 그건 어떻게 알았지?”

“네놈의 동료를 발견했다. 머리가 으깨져서 죽었더군.”

브렌은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고블린은 믿을 족속들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알아냈다면 충분히 추리가 가능할 텐데?”

“조사는 마쳤다. 고블린 산적이 근래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더군.”

“그래, 우리가 놈들을 끌어들였지. 우리 쪽 상인들 물건을 가져가라고 말이야.”

제트람은 브렌을 노려보았다. 레스톤 병사들이 그곳을 습격했을 때 고블린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분명 이자들이 알려줬을 터.

“그러나 마지막에는 일이 틀어진 모양이군.”

이자의 동료가 죽었다. 그 말은 이들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뜻. 아직 황태자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 목표가 데일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했나?”

퍼억-

복부에 주먹이 꽂혔다. 브렌이 입에서 걸쭉한 액체를 토해냈다. 숱한 고문으로 구토를 해 이제 위액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저하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쿨럭... 쿨럭...”

“저하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지?”

브렌은 고개를 숙이고 위액을 연신 뱉어내다가 클클거리며 웃었다.

“정말 모르나? 너라면 알고 있을 텐데. 황족 친위대장 제트람?”

* * *

황태자 테러 영상이 커뮤니티에 올랐고 바이런은 그 영상을 보았다. 별별 일이 다 일어나나 싶었는데 그 영상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닌가.

‘프레이?’

황태자의 옆에 앉은 건 다름 아닌 프레이였다. 도대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프레이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

그런 의문을 해결하기도 전에 영상은 혼돈으로 가득 찼다. 검은 연기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이곳저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이런은 곧바로 영상을 끄고 레스톤으로 돌아왔다. 그는 상인 조합을 들를 생각도 하지 않고 다급하게 레스톤의 광장으로 들어섰다.

“와... 진짜 심하네.”

자신이 떠나기 전까지 꽃으로 아름답게 꾸며졌던 광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른 핏자국과 폭발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현장이었다.

‘프레이 이 자식은 어디 간 거야?’

영상을 녹화했던 유저는 곧바로 자리를 피했기에 그 이후는 알 수 없었다.

‘이럴 때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짜증이 난다니까...!’

《T.O.Y》는 귓말 기능이 없다. 물론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마법이 있다. 마법 지부에서 독점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에 가격은 꽤 비쌌다.

가격도 문제지만 서로 연락을 하려면 당사자가 동시에 등록해야 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할 걸 그랬나...’

자신과 유사한, 가뭄에 콩 나듯 희귀한 유저였다. 바이런은 허탈한 얼굴로 엉망이 된 광장을 바라보다가 상인 조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만약 죽었다면... 그러고 보니 그 자식 몇 번이나 죽었지?’

바이런은 손가락을 꼽았다. 베긴네르에서 들은 정보로는 에밀리를 구하다가 한 번, 두 번째는 뭔지 모르겠지만 횡설수설하며 레스톤 광장에서 부활했었다.

‘그럼 세 번째인가.’

3일, 자신이 돌아오는 데 하루가 걸렸으니 앞으로 2일이었다.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 * *

“후우... 후우...”

프레이는 빠르게 데일을 끌어 올렸다.

물살에 휩쓸리기를 한참, 겨우 올라설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온몸이 물에 젖어 무거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돌보기보다 다급하게 데일의 숨을 확인했다.

‘아직 숨을 쉬고 있어,’

옅은 숨결, 그러나 데일은 물을 너무 많이 먹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프레이는 당황했다. 차근차근 머릿속을 뒤졌다.

‘물에 빠졌을 때, 아버지는 어떻게 했지?’

산에서만 살았지만 프레이도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주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사냥하기 좋은 곳은 산짐승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개울가였다.

‘그때, 아버지가 사슴을 잡고...’

아버지의 화살에 사슴이 쓰러지고 어렸던 그는 곧바로 사슴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슴이 꿈틀거리자 놀란 프레이는 개울가에 빠졌다.

‘아버지는 날 끌어 올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때 어떻게 했었던가.

‘가슴? 아니, 배였나? 엄청 아팠었어...’

프레이는 빠르게 생각을 마쳤다. 그때 느꼈던 압박감이 떠올랐다. 분명 아버지는 자신이 먹었던 물을 빼려고 했다.

‘일단 해보는 수밖에!’

프레이가 양손으로 데일의 배를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쿨럭, 쿨럭...!”

데일의 입에서 꿀럭거리며 물이 솟아올랐다. 프레이는 빠르게 다가가 몸을 뒤집어 주었다.

“괜찮아요?”

“쿨럭, 쿨럭!”

대답 없이 연신 물을 뱉은 데일은 지친 듯이 쓰러졌다.

“프레이...”

“괜찮아요? 정신이 듭니까?”

“여기가... 어디야...?”

말할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프레이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제야 프레이는 주변을 살폈다.

강가로 나와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절벽뿐, 뒤를 돌아보니 안쪽으로 동굴이 이어진 것 같았다.

프레이는 빠르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동굴로 한 걸음을 내디디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느 연금술사의 잊혀진 실험실’에 진입합니다.]

[던전에서 사망 시 입구에서 부활합니다.]

‘이건 뭐지...?’

프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던전?’

“프레이...”

메시지는 곧 사라졌다. 프레이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데일에게 돌아갔다.

“데일,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너무... 너무 추워...”

데일과 프레이 모두 물에 빠져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젖은 옷을 입고 있으니 추운 건 당연한 일. 게다가 동굴의 입구 부분이라 빛도 잘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옷이 젖어서 그렇습니다. 일단 옷을 벗어서 말려야 해요.”

그나마 강가에 햇빛이 조금 비쳤다. 그러나 그마저도 조금이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면 햇빛은 구경도 못 할 터. 그 전에 옷을 말려둬야 했다.

“아... 안 돼...”

데일은 힘겹게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어서 벗어요. 곧 해가 질 거예요.”

더 추워지면 상태가 악화될 것이다. 프레이는 이미 옷을 벗고 있었다.

“오, 옷을 벗으면 더 추울 거 아냐...”

“서로 체온으로 버티면 돼요. 어릴 때 많이 해봤어요.”

어릴 적 나무와 식량 사이에서 식량을 선택한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온 가족이 한곳에 모여서 잤다.

프레이는 옛 기억에 울적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과거에 파묻힐 때가 아니었다.

“아, 아냐... 내가 차라리 햇빛을 받는 게...”

힘겹게 일어선 데일이 곧 휘청거렸다. 프레이는 빠르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뭐가...?”

데일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겨우 살았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프레이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프레이는 데일을 안고 햇빛 쪽으로 가며 말했다.

“왜 남자인 척하는 지 묻지 않을게요. 그래도, 제 앞에서는 괜찮습니다.”

“너...!”

데일은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프레이를 경계했다. 그러나 힘이 없는 그녀로서는 프레이를 뿌리칠 수 없었다.

“지금은 살아남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 * *

제트람은 브렌의 말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뭐...?!”

“못 들었나?”

브렌은 클클 거리며 피 묻은 침을 뱉었다.

“가짜 황태자, 여자인 주제에 황태자를 자처하는 기만자. 그년은 한창 고블린과 교접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서 그런 망발을...!”

“그 고블린을 끌어들이려고 레스톤의 고아들을 건네줬지. 그 괴물 자식이 여자 맛을 아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닥쳐라!”

제트람이 검을 빼 들었다. 그럼에도 브렌은 혀를 놀렸다.

“그렇다고 진실이 바뀌지는 않아. 고블린과 교접한 황태자라, 고블린의 아이를 잉태해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나? 그년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제국의 후예가 나타나리라.”

“이놈!”

제트람이 검을 휘둘렀다. 브렌은 눈을 감으며 소리쳤다.

“제국의 후예에 영광이 있기를!”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1 (21%)]

[초급 단검술 Lv8 (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2 (5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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