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37화 (37/141)

<-- 9. 정통파 습격 -->

프레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저 괴물이 왜 여기에...?’

“카, 칼카락! 마침 잘 됐어! 나를 어서 꺼내줘!”

말 밑에 깔린 남자가 외쳤다. 칼카락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인간... 널 구하는 건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저 인간 여자뿐이다.”

“뭐, 뭐?!”

칼카락의 피 묻은 철퇴가 높이 들렸다. 남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약속이 틀리...!”

콰직-

철퇴가 단숨에 그의 머리를 으깨버렸다. 칼카락은 얼굴로 튄 피를 혀로 날름 닦아냈다.

“음?”

키에엑-! 키엑-!

프레이는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칼카락이 킬킬거리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쫓아라! 사냥을 시작하자!”

키엑-!

“인간! 잡는다!”

고블린과 홉고블린이 축제라도 벌이듯 환호성을 외쳤다.

* * *

제트람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문에 도달했다. 경비병이 살해되고 수상한 인물이 수레를 끌고 도망쳤다는 증언이면 충분했다.

“뭐지? 이 사람 심하게 다쳤는데?”

“퀘스트인가?”

“도와줄까?”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제트람은 빠르게 그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아, 뭐, 뭐야?!”

“비키시오.”

“네, 네!”

제트람의 험악한 표정을 본 유저가 빠르게 꽁무니를 내뺐다. 양 허벅지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가 있었다.

“네놈, 황태자 저하를 어디로 데려갔느냐!”

“큭, 큭큭... 황태자라고?”

제트람이 단숨에 브렌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브렌은 제트람을 향해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어디로 갔지?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가짜 황태자를 따르고 무엇을 받았지? 그러고도 네가 기사를 자처하느냐!”

퉤-브렌은 피가 섞인 침을 제트람의 얼굴에 뱉었다. 물론 제트람이 맞을 인물은 아니었다. 그가 뱉은 침은 바닥에 떨어졌다.

“끌고 가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미 늦었다. 데일은...!”

퍼억-!

제트람이 주먹을 휘두르자 브렌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브렌은 앉은 자세 그대로 먹은 것을 게워냈다.

“그 더러운 입에 황태자 저하의 이름을 담지 마라.”

친위대 병사들이 브렌을 질질 끌며 데려갔다. 제트람은 곧바로 마구간에 가서 말을 끌고 왔다.

“너희들은 글란 님에게 수색대를 꾸리라고 전하도록. 그리고 저놈의 입에서 자백을 받아내거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먼저 출발하겠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제트람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의 고삐를 쥐었다.

‘저하, 부디 무사하시길...!’

* * *

“헉... 헉...”

프레이는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칼카락을 비롯한 고블린들의 추격으로 타고 왔던 말이 도망쳤다.

‘젠장... 그놈들이 꾸민 일이었나?’

고블린과 납치범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게 분명했다.

데일의 몸은 가벼웠지만, 산행에는 큰 걸림돌이었다.

‘제길...’

키엑-! 키에엑-!

칼카락이 납치범과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도망쳤건만, 벌써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숲이 우거져 있어 놈들도 프레이를 쉽게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계속 도망 다닐 수는 없어...! 숨을 곳을 찾아야 해!’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고블린의 숫자는 꽤 많았고 프레이는 혼자였다. 게다가 그에게는 데일이라는 짐까지 있었다.

“인간! 피 냄새가 난다!”

조금이라도 쉬려 하면, 숲속에서 홉고블린이 외쳤다. 그 목소리가 울리면 곧이어 고블린들이 따라 울었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군!’

데일의 상처 때문일까. 피 냄새를 맡고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프레이는 젖 먹던 힘조차 짜내어 뛰어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산을 올랐다.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계속 오르막길이었다.

“후우... 후우...”

이제는 뛸 수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거리를 벌릴 수 있었던 건 활력의 반지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활력의 반지는 빛을 잃었다.

점점 나무보다 바위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숨을 곳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인간! 찾았다!”

키엑- 키에엑-!

“크윽...!”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홉고블린 하나와 고블린 둘.

다행히 칼카락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두에서 뛰어나온 놈인 것 같았다.

“데일, 조금만 기다려...!”

방법을 바꿔야 했다. 프레이는 검을 빼 들었다.

브렌이 사용하던 검.

“인간! 찢고 부순다!”

홉고블린이 흉성을 내뱉으며 도끼를 꺼내 들었다. 고블린들도 단검을 잡고 킬킬거렸다.

‘뭐지?’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홉고블린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익숙한 메시지였다. 그런데 그 밑에 다른 글자가 하나 더 떠올랐다.

[‘피투성이 고블린’ 효과로 고블린에 대한 출혈량이 증가합니다.]

‘피투성이 고블린...?’

키에엑-!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정신을 일깨웠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자세를 잡았다.

‘보인다...!’

고블린이 단검을 들고 달려든다. 그 주위로 보이는 잔영의 숫자는 무려 5개.

중급 검술의 효과였다.

선두의 고블린이 단검을 찔러 넣었다. 프레이는 5개의 잔영 중 하나를 따라 움직였다.

단검을 옆으로 피하며 가슴에 검을 찔러넣었다. 나머지 잔영이 흐릿해지며 다른 잔영으로 변했다.

키엑-!

먼저 덤벼든 고블린이 절명하자 뒤에 따라오던 고블린이 단검을 높이 들었다. 프레이를 단숨에 찍어 내리려는 속셈.

그러나 프레이는 고블린의 몸속에서 그대로 검을 옆구리로 빼냈다.

홉고블린의 스테이터스였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만약 고블린의 스테이터스였다면 검을 빼는 것도 힘들었으리라.

서걱-

그대로 휘둘러진 검은 고블린의 가느다란 팔을 잘라냈다. 단검과 팔을 동시에 잃은 고블린은 바닥을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키엑-! 키에엑-!

“후우... 후우...”

절단면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프레이는 그 광경에 조금 놀랐지만 홉고블린은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인간! 자른다!”

카캉-홉고블린이 도끼를 힘껏 내리쳤다. 프레이는 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잔영이 홉고블린의 양쪽에 나타났다.

‘간다...!’

잔영의 움직임을 따라 프레이는 검을 사선으로 들며 도끼를 빗겨냈다. 그대로 공격을 하려는 찰나, 강렬한 충격이 뺨에서 느껴졌다.

“크윽...!”

잔영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홉고블린이 다른 손으로 주먹을 휘둘러 프레이의 얼굴을 쳤던 것.

입안이 찢어졌는지 비릿한 피 맛이 났다. 홉고블린이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인간! 피 냄새!”

승리감에 도취된 듯 홉고블린이 빠르게 공격해왔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프레이는 다시금 공격을 방어해냈다.

“이 괴물 놈이...!”

맞으니 열이 올랐다. 프레이는 덤벼드는 홉고블린을 향해 빠르게 단검을 던졌다. 품속에서 튀어나온 단검은 홉고블린의 복부에 박혔다.

“크아악!”

오히려 상처가 화를 돋우었는지 홉고블린은 기세를 더해 달려들었다. 도끼를 크게 휘두를 셈인지 허리가 크게 옆으로 돌아갔다.

솨아악-!

바람을 가르며 도끼날이 프레이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목을 내줄 생각은 없었으므로 프레이는 다급하게 검면을 들어 막아냈다.

‘빈틈!’

잔영이 나타나기도 전에 프레이는 빠르게 다리를 밀어 찼다. 그의 목표는 복부에 박혀있는 단검.

“크아아악!”

단검이 파고들며 손잡이까지 복부에 들어갔다. 고통 때문인지 홉고블린이 허리를 숙였다.

이미 도끼에 들어간 힘은 빠진 상황. 프레이는 빠르게 검을 돌려 홉고블린의 손목을 올려쳤다.

손목이 날아가며 도끼가 위로 솟았다. 그대로 올렸던 검을 내려쳤다.

촤아악-

홉고블린의 목이 하늘로 치솟으며 빙그르르 돌며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아났다.

“후우... 후우...”

쿵-

그대로 힘을 잃고 무릎을 꿇은 홉고블린의 몸체가 쓰러지며 프레이에게 피를 뿌렸다.

프레이는 연신 거친 숨을 내뱉으며 검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 고블린’ 철검]

[‘피투성이 고블린’ 마법이 부여된 철검. 고블린에 대한 증오가 서려 있습니다. 이 철검으로 고블린을 공격할 경우 출혈량이 증가합니다.]

‘그 브렌이라는 놈...’

아무래도 납치범들과 고블린은 서로 신뢰가 없던 모양이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이 검을 준비했으리라.

프레이는 두 번째로 상대했던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잘린 팔을 부여잡은 상태로 미동도 없었다. 아무래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히 해야지.’

프레이는 검으로 고블린의 목을 꿰뚫었다. 대충 소매로 묻은 피를 닦아내며 데일에게 돌아가려는 순간.

“인간, 이전보다 강해진 모양이구나!”

프레이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칼카락이 철퇴를 어깨에 올린 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앞에는 고블린 무리가 빠르게 뛰어오고 있었다.

‘젠장...!’

프레이는 다급하게 데일을 끌어안았다. 홉고블린의 스테이터스를 빼앗은 효과인지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다.

“얘들아, 잡아라!”

칼카락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이미 고블린들은 뛰고 있었다. 프레이가 막 데일을 끌어안고 다시 내달릴 참이었다.

쏴아악-

짧은 나무 창이 고블린 하나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칼카락과 고블린들은 물론 프레이도 고개를 돌렸다.

컹- 컹컹-

‘이건 또 무슨...!’

개의 머리를 한 작은 괴물들이 짖어대며 덤벼들었다. 칼카락은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이 개 같은 놈들이!”

“코볼트! 잡는다!”

코볼트였다. 고블린의 피 냄새에 이끌려 다가온 놈들이었다.

‘기회다...!’

상황이 어찌 됐든 신경을 돌렸다. 프레이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뛰었다.

콰직-

“인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코볼트의 머리를 부숴버린 칼카락이 소리쳤다. 칼카락은 곧바로 부하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나와 간다! 나머지는 저 개놈들을 죽여라!”

키엑-! 키에엑-!

고블린들과 코볼트가 난투를 벌이는 사이 칼카락은 철퇴를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프레이는 뒤를 보며 질색했다.

‘집요한 놈들...!’

바위를 오르고 얼마 되지 않는 숲을 지났다. 그의 눈에 점차 나무가 사라지며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숲을 벗어난 것일까. 그렇게 달리던 프레이는 곧 멈춰서야 했다.

“이럴 수가...”

툭- 투두둑-

프레이가 멈춰 서자 돌멩이 하나가 굴러 떨어진다.

“우... 우웃...!”

데일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저하!”

“인간! 도망칠 곳이 없느냐!”

칼카락이 킬킬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비열한 얼굴에 꼭 무기를 쑤셔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프... 프레이...?”

데일은 피투성이인 프레이의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곧 자신이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잠깐, 지금 뭐 하는...?”

“순순히 그 인간을 내놔라! 그러면 편하게 죽여주지.”

칼카락의 말에 데일의 얼굴이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경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프레이? 지금 뭐가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키엑- 키에엑-!

뒤이어 고블린들이 신난다는 듯 소리치며 나타났다. 그것들의 손에는 개머리가 들려 있었다.

‘이건... 이길 가능성이 없다...’

칼카락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저 숫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프레이는 뒷걸음질 치다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해 보이지만 아래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저하, 숨을 참으십시오.”

“뭐...?”

프레이는 데일을 품 안에 껴안았다. 그리고 뒤로 천천히 몸을 뉘였다.

쏴아아악-!

공기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몸이 빠르게 떨어졌다. 프레이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데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풍덩-!

강력한 충격과 함께 물보라가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5화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1 (21%)]

[초급 단검술 Lv8 (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2 (5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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