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36화 (36/141)

<-- 9. 정통파 습격 -->

프레이는 온몸을 엄습하는 격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우윽...”

신음이 절로 나왔다.

삐-

귀에는 이명이 들렸다. 머리가 울리고 당장에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점차 청각이 돌아오며 들려오는 비명.

“끄아아아악!”

“데일 저하를 보호하라!”

프레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병사들 대부분이 쓰러져 있었고, 친위대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저게...?’

쓰러진 병사들과 친위대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박혀 있었다.

“폭군을 몰아내라!!”

“가짜 황태자에게 속지 마라!”

군중 사이에서 무기를 꺼낸 사람들이 병사들에게 덤벼들었다.

그제야 프레이는 데일을 찾았다.

분명 폭발이 있기 전에 자신이 그를 붙잡았었다.

“후우...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훑었다. 폭발의 여파인지 연기로 가득 찼다.

‘젠장...’

데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제트람이 데려갔을까?

“프레이! 저하께서는 어디 있는가?”

그러나 그 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제트람이 그를 보자마자 물었으니까.

“모르겠습니다.”

“뭐...!? 이런 제길...!”

“제트람, 위험...!”

연기 속에서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린 남자가 튀어나왔다. 제트람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검을 막아내고 복부를 찔렀다.

“크하악!”

“데일 저하를 찾아야 해!”

레스톤 광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폭발로 도망가려 아우성이었고, 병사들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 숨어든 적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대부분 병사가 마비 침에 당했어.”

제트람이 낭패라는 듯 말했다. 그리고 프레이를 향해 말했다.

“지금 손이 너무 부족하네. 황태자 저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해. 도와줄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제트람은 다시금 덤벼드는 적들을 상대했다. 프레이는 그제야 제트람의 다리에 박힌 침을 볼 수 있었다.

“어서!”

프레이는 연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황태자를 찾을 수 있을까?

‘제길...!’

정리된 광장에서 추적 스킬은 무용지물이었다. 추적할 단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해보자... 황태자를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았다는 건, 별개의 목적이 있다는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이 그를 괴롭혔지만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나마 이 단 위에서 봐야 광장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놓치게 될 터였다.

‘저건...!’

사람들 사이에 눈에 띄는 수레. 그리고 그 수레를 이끄는 남자들.

‘저거다!’

황태자를 납치한다면 이동수단이 필요할 터였다. 프레이는 단숨에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수레가 빠르게 움직이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프레이는 사람들을 헤치며 그 뒤를 쫓았다.

‘젠장...! 빠르기도 하군...!’

골목을 내달리기를 한참, 수레가 지나가고 2명의 괴한이 길을 막았다.

“뭐야? 친위대가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처치해!”

‘제길...!’

프레이는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가 하르판에게 검을 맡겨둔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그가 사용할 무기는 품속에 넣어두었던 단검뿐이었다.

“이 앞은 못 지나간다!”

놈들이 검을 꺼내며 골목을 막아서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정통파 대원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정통파...?’

느껴지는 힘은 강하지 않다. 게리슨보다 낮은 스테이터스 같았다. 프레이는 양손에 단검을 쥐고 빠르게 내달렸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프레이는 몸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내려치는 검을  피해냈다. 그는 곧바로 단검을 교차하여 놈의 손목을 베었다.

“크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프레이는 곧바로 뒤에서 덤벼드는 놈의 검을 막았다.

“이 새끼가...!”

힘으로 밀리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레이는 다른 놈이 일어나기 전에 승부를 보기로 했다.

교차한 손목을 옆으로 꺾자 단검 사이에 끼어있는 검이 옆으로 틀어졌다. 그와 동시에 옆구리가 비자 프레이는 그대로 걷어찼다.

“커헉!”

옆으로 몸이 틀어지며 길이 뚫렸다.

‘이놈들을 상대할 틈이 없어!’

수레는 어느새 모퉁이를 돌았다. 이들을 죽인다고 수레가 멈추지는 않는다. 프레이는 단검의 피를 털어내며 다시 골목을 내달렸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는지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프레이는 수레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 모퉁이를 돌았다.

‘여긴?’

레스톤 북문이었다. 수레를 끌던 남자는 북문 옆에 있는 마구간에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레를 말과 연결해 도망칠 셈인 것 같았다.

프레이는 달리면서 소리쳤다.

“그 사람들 막아요! 황태자 납치범입니다!”

대부분의 병사가 광장을 지키러 갔지만, 북문을 지키는 병사는 아직 남아 있었다. 프레이의 외침에 병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창을 붙잡았다.

“잡아라!”

“제길!”

수레를 연결하던 남자 하나가 검을 빼 들고 덤벼드는 병사들을 상대했다. 나머지 한 놈은 다급하게 말 위에 올랐다.

병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먼저 가라!”

“브렌! 하지만...!”

“어서!”

병사들을 상대하던 남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머뭇거리던 기수는 곧바로 말고삐를 붙잡았다.

“이랴!”

병사들이 다급하게 말을 막아서려 했지만 방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 틈에 한 병사가 당하고 말았다.

“크악!”

1대 1로 상황이 변하자 남은 병사도 금방 쓰러졌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말을 탄 남자의 등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됐다...!’

그동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단검은 빠르게 고삐를 쥔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캉-

넓은 검면이 단검의 경로를 방해했다.

“네놈은 누구지? 데일 도프람의 개인가?”

‘제길...!’

대답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수레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순순히 비켜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프레이가 남은 단검 하나를 쥐자 상대가 미소를 지었다.

“말이 필요 없다. 이건가!‘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정통파 대원 ‘브렌’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브렌? 이름이 나오는 건 뭐지?’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느껴지는 힘. 골목에서 맞닥뜨린 놈들과는 달랐다.

‘이름이 나타나면 더 강한 놈인가?’

한가롭게 생각이나 할 틈이 없었다. 브렌의 목적은 프레이를 막는 것이지 쓰러뜨리는 게 아니었으니까.

브렌은 북문 가운데에 서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었다. 프레이는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단검을 내려놓고 활을 잡았다.

“뭣...?!”

설마 프레이가 활까지 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프레이는 빠르게 시위를 당겼다.

쏴아악-!

공기를 가르고 화살이 브렌의 가슴으로 향했다. 다급하게 검을 옆으로 뉘여 막아낸 브렌은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어디서 잔재주를!”

브렌이 튕기듯 거리를 좁혀오는 통에 프레이는 다시 단검을 잡아야 했다. 검은 빠르게 프레이의 복부를 찔러 들어갔다.

프레이는 옆으로 움직이며 찌르기를 피해냈다.

“미꾸라지 같은 놈!”

브렌이 그대로 프레이를 뒤쫓아 옆으로 검을 휘둘렀다. 프레이는 바닥에 몸을 굴리며 피해냈다.

‘잡았다!’

그대로 물러서며 떨어뜨린 단검을 되찾았다. 양손에 단검을 잡은 프레이는 이번에는 먼저 달려들었다.

‘최대한 가까이 붙어야 한다...!’

단검의 특성상 적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했다. 같은 스테이터스라면 무기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법.

“크윽...!‘

브렌이 이를 악물며 빠르게 날아오는 단검을 막아냈다.

턱-

어느새 건물 벽까지 밀려났다.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면 공격뿐이었다.

“흐아아아!”

사선으로 베어 들어오는 검을 단검 2개로 막아냈다. 그러나 이래서야 교착상태가 될 뿐이었다.

“이미 늦었다...!”

“데일을 데려가서 뭘 할 셈이지!?”

“너 같은 멍청한 놈 때문에 나라가 무너질 거야!”

브렌이 이를 악물며 힘을 주었다. 프레이는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프레이가 힘을 빼며 뒤로 물러나자 브렌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무너진 자세.

브렌이 자세를 고치기 전에 프레이는 단검을 던졌다.

“크악!”

단검이 어깨에 박히자 브렌이 소리를 질렀다. 프레이가 다시 달려들자 브렌은 검을 휘둘렀지만 이전보다는 느렸다.

프레이는 몸을 숙이며 공격을 피해내고 남은 단검을 브렌의 겨드랑이 쪽을 향해 올려쳤다.

“끄아악!”

카캉-

브렌이 검을 떨어뜨렸다. 프레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복부를 걷어차 브렌을 쓰러뜨렸다.

“크윽...!”

벽으로 쓰러진 브렌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프레이는 빠르게 겨드랑이와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아냈다.

“왜... 왜 죽이지 않지?”

“네가 할 말이 많거든.”

프레이는 회수한 단검을 곧바로 브렌의 양 허벅지에 내리꽂았다.

“끄아아악!”

“이걸로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곧 병사들이 널 찾아오겠지.”

“이... 이 개자식...!”

프레이는 단검을 회수한 후 피를 털어내고 돌아서며 브렌이 사용한 검을 들었다. 일단 장검이 없으니 임시로 사용할 셈이었다.

브렌과의 싸움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젠장...!’

그는 곧바로 마구간에서 말 한 마리에 올라탔다. 엄밀히 절도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 괜찮을 것이다.

“이랴!”

고삐를 흔들자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늦지 않기를...!’

* * *

길을 따라 한참 달리자 멀리 수레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수레의 무게 탓인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프레이는 더욱더 말을 재촉했다.

“이랴!”

그러나 상대도 추격자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수레는 언덕을 올라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활을 꺼내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후우...”

숨을 고르며 조준점을 기수에게 맞추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조준점이 크게 떨렸다.

‘할 수 있어...’

말에서 활을 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조준점이 있으니 조준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시위가 팽팽해지며 화살이 떠날 준비를 했다.

‘신중하게...!’

프레이는 점점 호흡을 짧게 했다. 그리고 숨을 멈추었다.

말이 땅을 박찰 때마다 흔들리는 조준점.

프레이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다. 어떻게든 말에서 저 남자를 떨어뜨리고 수레를 멈추기만 하면 된다.

쏴아악-

화살이 시위를 떠나며 날아갔다.

“크악!”

왼쪽 어깨에 박혔다. 목 밑쪽을 조준했건만 아무래도 바람의 영향도 받은 것 같았다.

‘다시!’

프레이는 숨을 뱉으며 빠르게 다시 화살을 걸었다. 그러나 상대도 프레이가 활을 쏜다는 걸 알았기에 방향을 틀었다.

‘제길!’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들 때문에 조준이 쉽지 않았다. 결국 프레이는 활을 집어넣고 고삐를 잡았다.

‘그래도 숲이라 속도가 줄었어!’

나무 사이로 피하랴, 수레까지 끄랴. 상대 쪽의 말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프레이는 조금씩 수레를 따라잡았다.

그런데 그 순간.

쿠웅-!

수레가 들썩이더니 옆으로 크게 비틀어졌다. 그와 동시에 수레에 연결된 말도 옆으로 고꾸라졌다.

“으아악!”

말을 타고 있던 남자가 고삐를 붙잡았지만 넘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말에 깔린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데일!”

프레이는 다급하게 말을 세우고 수레를 살폈다. 수레 옆에 쓰러진 천을 들추니 피를 흘리는 데일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프레이는 다급하게 데일의 몸을 살폈다. 뼈가 부러졌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수레가 쓰러질 때 생긴 타박상과 피부가 조금 찢긴 것 같았다.

‘어...?’

그렇게 데일의 몸을 점검한 프레이의 눈이 떨렸다.

‘어라...?’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프레이는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 살려줘...!”

말 밑에 깔린 놈이 쥐어짜듯 목소리를 냈다. 프레이는 데일을 바로 뉘이고 그놈을 향해 다가갔다.

‘다리가 작살이 난 거 같군.’

말은 정신을 잃었는지 입 밖으로 혀를 내밀었다. 말의 몸통이 그의 다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제발, 제발 구해줘...!”

“네놈들 정체가 뭐야!?”

“일단, 일단 나 좀 꺼내줘!”

프레이가 단검을 빼 들었다. 말이 안 통한다면 어쩔 수 없다.

사락- 사락-

막 놈을 협박하려는 순간이었다. 숲속에서 한 무리가 걸어 나왔다.

“아! 다, 다행이군! 어서! 어서 날 구해줘!”

프레이는 빠르게 데일을 품에 안았다. 무리의 리더는 이미 알고 있는 놈이었다.

“인간... 다시 보게 되는군.”

비릿한 웃음을 짓는 초록 피부의 괴물, 고블린의 왕을 자처하는 칼카락이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2%)]

[중급 검술 Lv1 (7%)]

[초급 단검술 Lv8 (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2 (5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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