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30화 (30/141)

<-- 8. 제 1 황태자 -->

하르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장비 점검에 매진했다.

그 옆에는 프레이와 수습생 2명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여러 작업을 하는 것보다 각자가 하나의 일만 전담해서 하기로 한 것.

프레이가 맡은 건 무기의 날을 세우는 일이었다.

“후아...”

슥슥- 스슥- 슥슥-

앞뒤로 움직이고 날을 확인하고, 다시 앞뒤로 팔을 흔든다.

“밖에서 작업하면 안 됩니까?”

프레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물었다. 좁은 방안에 네 사람과 화염석으로 만든 간이 화로까지 있으니 찜통이 따로 없었다.

창이 있기는 하지만 방안의 열기가 빠져나가기는 역부족이었다.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니 어쩔 수가 없네.”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이거 하나하나가 돈이다. 어제까지 해서 2골드는 될 거야. 하루에 1골드인 셈. 그 정도면 상상도 못 했던 돈이다.’

어쩌면 경량화 마법의 등급을 하나 더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장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곧 고생도 끝.

벌컥-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어휴, 이게 무슨 냄새야.”

코를 틀어막고 인상을 찌푸린 청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여기서 뭣들 하는 거요?”

“보다시피 일하는 중입니다.”

“무슨 일을 이런 곳에서 하시오?”

“거, 황태자께서 오신다고 일감을 쏟아 부었잖소?”

하르판은 이 곱상한 청년이 영주 밑에서 일하는 사무관이겠거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개 대장장이가 황태자의 얼굴을 알 리가 없었으니까.

데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그러니까 황태자 때문에 이 지경이란 말씀이시오?”

“따지고 보면 그런 것이지. 어서 문 닫으시오. 작업이 거의 끝나가니.”

“저하.”

뒤이어 도착한 제트람이 데일을 불렀다. 저하라는 호칭에 하르판을 비롯한 방안의 사람들의 표정이 물음표로 변했다.

‘저하라고?’

데일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뒤에는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만 같은 얼굴의 경비대장과 글란이 서 있었다.

“아니, 글란 경.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이셨소?”

“아, 아니. 저하 그런 것이 아니라...”

“어허... 이것 참 큰일이네. 나 때문에 이 사람들이 고생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데일은 웃으며 대장장이들을 돌아보았다. 이들이 과연 자신의 정체를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직접 사과해야겠소.”

“저, 정말로...”

“아, 내 소개도 하지 않았군. 이 지경을 만든 데일 도프람이라고 합니다.”

하르판은 물론 수습생과 프레이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저, 저 사람이 데일 도프람...?’

프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아래위로 훑었다. 자신과 동년배로 보이는 흑발의 청년.

하르판과 수습생은 곧바로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저하를 알아 뵙지 못하고 죽을죄를...”

“아니, 아니오. 내 잘못이 큽니다. 설마 글란 경이 영지민들을 이리 핍박하고 있을 줄이야.”

“예? 다, 당치도 않습니다.”

하르판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데일의 표정이 굳었다.

“당치도 않다? 그럼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말인가?”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 말이 맞다는 것이오? 좋소. 글란 경을 처벌해야겠군.”

“저, 저하...!”

글란이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당황했다. 경비대장은 이미 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하르판은 다급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 제 잘못입니다. 저하. 노여움을 거두소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데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장난은 이걸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가 막 용서한다는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그의 시선이 돌아갔다.

“오...”

제트람은 데일의 시선을 끈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따라 고개를 돌렸다. 프레이는 갑작스럽게 시선이 모이자 당황했다.

“자네, 유저인가?”

“예? 예, 그렇습니다.”

황족을 만나는 건 처음인지라 프레이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란은 당장에라도 숨을 거둘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졌고, 경비대장은 선 채로 기절한 것 같았다.

“왜, 왜 유저가 여기에 있나?”

“죄, 죄송합니다.”

“죄송한 게 아니라...!”

글란은 경비대장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러나 경비대장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신기하군. 유저를 대면하는 건 처음이네.”

다른 도시의 영주들도 글란과 같은 생각을 했기에, 데일은 유저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멀리서나마 리반 경을 본 적은 있지만...”

프레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트람은 슬쩍 검에 손을 대었다.

“그대는 리반 경처럼 강한 건 아닌 것 같군.”

“그렇... 습니다.”

프레이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데일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란 경, 덕분에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아, 조금 전에 한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프레이라고 합니다.”

“프레이, 프레이라... 글란 경, 저녁 만찬에 자리 하나 더 놔줄 수 있소?”

데일의 말에 글란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물론, 물론입니다!”

“이 유저를 만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아, 자네의 의향을 묻는 걸 깜박했군. 어떤가?”

“저하 그것은...”

프레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트람이 끼어들었다. 그러나 데일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제트람, 뭘 그리 걱정하는가? 혹시 이 유저가 나를 노리기라도 할 것 같아서 그런가?”

“그건...”

“설령 그렇다 해도 무엇이 걱정인가. 자네가 내 곁에 있는데? 그럼 저녁때 보도록 하지요.”

데일은 웃으며 돌아섰다. 영주는 연신 굽실거리며 안내를 맡았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경비대장이 헐레벌떡 달려와 말했다.

“자자, 모두 돌아가시오.”

“예, 예. 다들 돌아가세.”

프레이도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자 경비대장이 그를 붙들었다.

“당신은 남고.”

“예?”

“저하 말씀 못 들었나? 만찬까지 여기 있어야지!”

“하지만... 저는 만찬에 함께 한다고 대답한 적이 없는데요?”

유저는 마을 내에서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었다. 물론 프레이는 예외였지만, 그 사실을 경비대장이 알 리가 없었다.

혹여나 프레이가 사라지면 곤란해질 터, 경비대장은 어떻게든 그를 눈에 보이는 곳에 붙잡아둬야 했다.

“그냥 잠깐 식사만 하고 가면 안 되겠나?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주겠네!”

그러나 프레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황족과의 만찬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어떤 부탁이라도요?”

프레이가 넌지시 물었다.

물에 빠진 사람은 경비대장 쪽이었다. 그가 잡을 지푸라기는 프레이라는 유저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지푸라기가 썩은 지푸라기인지도 모를 일. 경비대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을 수정했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음... 알겠습니다.”

“정말인가? 고맙네!”

썩은 지푸라기라도 일단 잡았다. 경비대장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근데 저는 어디서 기다리면 됩니까?”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어디를 돌아다니게 놔둘 수도 없는 일. 경비대장은 일단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장소로 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따라오게.”

* * *

“여기서 기다려주게.”

“오...”

프레이는 넓은 연무장을 훑었다.

“나 혼자 쓰는 곳이니 자네를 방해할 사람은 없을 거야.”

“이 넓은 곳을 혼자 쓰십니까?”

“그래도 이 도시의 2인자가 날세. 이 정도야 뭐.”

경비대장은 짐짓 어깨를 펴며 대답했다.

비록 기사는 아니었지만 글란에게 충성을 다해 따낸 자리였다. 이정도 사치는 누릴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심심하면 몸이라도 풀고 있게. 아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장비는 저쪽에 있고, 연습용 인형은 저쪽 문 안에 들어있네.”

“아, 그래도 됩니까?”

“문제 될 게 뭐 있겠나. 아무튼 나중에 내가 데리러 오겠네.”

경비대장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프레이는 그가 나가자마자 곧바로 장비함을 열었다.

‘음... 내 검은 하르판이 아직 가지고 있으니...’

그가 가지고 있는 건 품속에 보관하고 있는 단검과 인벤토리의 활뿐. 프레이는 여러 종류의 검을 잡고 휘둘러보았다.

‘음, 이게 그나마 비슷하네.’

프레이는 검 하나를 꺼내 들고 경비대장이 말한 문 쪽으로 다가갔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여니 얼굴이 반질반질하고 건장한 청년 정도 되는 크기의 목제 인형이 보였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거지... 일단 꺼내 볼까.’

목제 인형의 뒤로 돌아가 어깨에 양손을 집어넣었다. 그 순간, 목제 인형의 결을 따라 푸르스름한 빛이 차올랐다.

“어어?”

프레이는 당황해 뒤로 물러섰다. 머리까지 도달한 빛은 그대로 사라지고 맨들한 얼굴 부분에 눈처럼 푸른빛이 머물렀다.

‘이게 도대체 뭐야...?’

프레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인형의 앞으로 다가갔다.

휙-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인형은 반응하지 않았다.

‘무슨 마법 같은데...’

조작할 방법을 모르니 이것저것 시도하는 수밖에. 프레이는 얼굴과 어깨를 건드려보았다.

그렇게 손이 아래로 내려가 몸통에 다다랐을 때.

[수련 수준을 선택하십시오.]

[일반 병사]

[십인장]

[백인장]

[기사]

푸르스름한 글자가 떠올랐다.

‘와... 도시 사람들은 이렇게 수련을 하나 보네...’

프레이는 눈을 껌뻑이며 입을 벌렸다. 누가 보면 바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모습.

그나마 경비대장이나 되어야 이런 물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프레이는 아직 몰랐다.

‘근데 어떻게 꺼내지? 뭘 눌러야 하나?’

프레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장 위에 있는 ‘일반 병사’를 눌렀다.

그러자 목제 인형이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 이렇게 쓰는 건가 보다.’

목제인형은 곧 장비함 앞으로 가더니 멈춰 섰다. 프레이는 그 뒤를 따라갔다.

몸통에 떠오른 글자가 바뀌어 있었다.

[훈련 상대의 무기를 선택하십시오.]

그 밑으로 무기 종류가 나열되어 있었다. 프레이는 그제야 장비함에 무기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경비대장이 쓰는 게 아니라 목제 인형이 사용하는 거였군...’

프레이는 무난한 검을 선택했다. 어떤 방식인지도 모르는 데 독특한 무기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목제 인형이 장비함을 뒤적이며 훈련용 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연무장 가운데에 섰다.

프레이가 맞은편에 서자 목제 인형이 검을 세워 가슴으로 당겼다. 프레이는 검을 잡고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목제 인형은 반응이 없었다. 잠시 기다려봤지만 목제 인형은 일말의 움직임도 없었다.

‘아... 인사를 나눠야 하는 건가.’

게리슨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프레이는 목제인형을 따라 검을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그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훈련용 오토마톤(일반 병사)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오토마톤?’

오토마톤이 검을 내리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프레이는 방어자세를 취하며 한가지 깨달았다.

그의 특성은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에도 통용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에 프레이는 미소를 지었다.

[훈련용 오토마톤을 이용합니다.]

[초급 스킬의 숙련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1%)]

[초급 검술 Lv7 (91%)]

[초급 단검술 Lv6 (21%)]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1 (1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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