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27화 (27/141)

<-- 7. 거짓의뢰 -->

프레이는 덤벼드는 고블린을 손쉽게 처리했다.

홉고블린의 스테이터스로 고블린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멍청이들! 비켜라!”

키에엑-

고블린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길을 비켰다. 홉고블린이 결국 앞으로 나섰다.

‘후우... 아직 더 막아야 해...’

아이들의 몸으로 어두운 숲을 헤쳐나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리라. 더 시간을 끌어야 했다.

프레이는 검을 고쳐 쥐며 홉고블린을 노려보았다.

‘세 마리...’

프레이의 앞에 선 홉고블린은 인상을 구기며 무기를 꺼냈다.

크워어어-!

흉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홉고블린들. 프레이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공격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크읍...!”

몸을 틀면서 검을 들어 방어했음에도 공격을 허용했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옆구리가 붉게 물들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방어만 하면 죽는다...!’

프레이는 검을 틀어 튕겨내면서 홉고블린 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에엑-!

프레이의 뒤에 있던 고블린 하나가 등을 노렸다. 프레이는 급하게 몸을 돌렸다.

서걱-

프레이가 있던 자리로 날아든 홉고블린의 검이 고블린의 머리를 베었다.

“방해다!”

홉고블린은 도리어 성을 내며 고블린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프레이는 다른 쪽에서 날아든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으며 자잘한 상처가 늘어났다. 프레이는 점점 쌓이는 고통에 진땀을 흘렸다.

‘제길...!’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역습을 했다.

“으아아아아!”

한 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홉고블린 하나에게 집중된 공격, 갑작스러운 공세 전에 홉고블린이 뒤로 물러나다가 고블린과 부딪치며 균형을 잃었다.

키에엑-!

‘기회다!’

프레이는 그대로 안으로 파고들며 홉고블린의 다리를 안쪽으로 걷어찼다. 그리고 곧바로 기울어진 홉고블린의 몸통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크아악!”

그대로 찍어 누르고 곧바로 돌아섰다. 확인 사살을 할 겨를은 없었다. 다른 홉고블린이 덤벼들 테니까.

역시나 눈앞에 검이 날아들었다.

카캉-

프레이는 검을 틀어 검면으로 2개의 검을 받아냈다. 하지만 힘을 이기지 못해 무릎을 꿇어야 했다.

“크윽...!”

“인간! 죽어라!”

하나가 프레이를 찍어 누르는 사이, 다른 홉고블린이 옆으로 검을 휘둘렀다.

“크아악!”

홉고블린의 검이 옆구리에 박히며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순간 힘이 빠지며 검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놈을 데려와라!”

그 순간 쩌렁쩌렁하게 굴 안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모든 고블린이 몸을 흠칫 떨었다.

홉고블린이 뒤로 물러나며 프레이는 무릎을 꿇었다.

“허억... 허억...”

고블린들 사이로 마치 오크처럼 덩치가 큰 괴물이 나타났다. 홉고블린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레이의 양어깨를 붙들었다.

“크아악...!”

움직일 때마다 강렬한 고통이 스며들었다.

키에엑-! 키엑-!

고블린들은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양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프레이는 마치 짐짝처럼 그 괴물 앞에 나뒹굴었다.

“인간... 감히 나, 칼카락의 물건에 손을 대었느냐!”

프레이는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철퇴를 가져와라!”

고블린 3마리가 낑낑거리며 홉고블린의 키만큼 큰 철퇴를 들고 왔다. 칼카락은 그 무기를 가볍게 들며 소리쳤다.

“멍청한 인간 놈.”

이빨을 드러내며 비릿하게 웃은 칼카락이 철퇴를 들었다. 칼카락은 철퇴를 프레이의 턱밑에 놓고 올려 고개를 들게 했다.

“오... 붉은 바위 부족 토템이라. 인간 주제에 그 더러운 오크와도 인연이 있느냐?”

프레이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칼카락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멍청한 인간,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몸은 장차 고블린의 왕이 될 터, 내 손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 거라.”

“고블린의 왕이라고? 고작 산적 질이나 하는 주제에... 크악!”

프레이가 비아냥거리자 옆에 서 있던 홉고블린이 프레이의 배를 걷어찼다. 강렬한 고통에 프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쯧, 버러지 같으니. 인간은 그렇게 강한 척을 하지만 결국 이 칼카락 님에게 공물을 헌납하지 않느냐?”

‘공물이라고...?’

프레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칼카락은 높이 철퇴를 들며 소리쳤다.

“이제 시간이 없다. 나, 칼카락은 약속을 지킨다. 너를 죽인 고블린 왕의 이름을 기억하라!”

프레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에게 날아드는 철퇴였다.

콰직-

시야가 검어졌다.

* * *

“흐억!”

[2번째로 사망하셨습니다. 2일이 경과하였습니다.]

프레이는 눈을 껌뻑이며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었다.

‘죽었어? 내가?’

결국 죽었다. 그 상황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었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깨어난 곳은 광장의 한복판. 황태자 환영 준비가 얼추 끝나가는지, 광장 곳곳에 심은 꽃이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엉? 프레이! 너 왜 거기서 나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노점을 열은 바이런이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아, 바이런...”

“뭐야, 뭘 하다가 죽은 거야? 어쩐지 오래 걸린다 싶더니...”

“그... 고블린 산적 두목이랑 싸우다가...”

“엉? 뭔 소리야. 산적 두목 의뢰는 어제 해결됐다던데? 놈들이 도망을 친 모양이야.”

바이런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프레이는 눈을 끔뻑이다가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여자들은요?”

“여자?”

“네."

“갑자기 웬 여자 타령이야?”

“거기 그 굴 안에 여자애들이 갇혀있어서 제가 구출했어요.”

바이런의 표정은 점점 이상해졌다.

“다른 게임 하다가 온 건 아니지?”

“그게 무슨... 아니다. 제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어? 야, 어디가!?”

프레이는 달렸다. 베이트를 찾아가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무사히 탈출했다면 베이트에게 딸이 돌아왔을 테니까.

인파를 헤치며 그는 빠르게 농장을 향해 달렸다.

프레이는 곧바로 몸을 돌려 베이트의 집을 찾았다.

쾅쾅-

“베이트 씨! 베이트 씨?”

대답이 없었다.

프레이는 다시금 소리를 높였다.

“베이트 씨!? 계세요!?”

끼이익-

문이 열리며 베이트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곧 프레이의 얼굴을 확인하자 문을 벌컥 열었다.

“프레이 님!”

“베이트 씨. 따님, 따님은요?”

베이트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프레이가 들어가자마자 베이트는 곧바로 문을 닫았다.

구석에 앉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베이트가 얼른 아이를 보듬어주었다.

“쉬이... 괜찮아. 프레이 님 기억하니?”

프레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무사히 탈출한 모양이었다.

“프레이 님이 오시지 않으셔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아... 그런데 따님은...”

베이트가 아이를 진정시키고 돌아왔다. 프레이는 아이의 상태에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려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해요...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베이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는 곧바로 엎드려 절을 했다.

“프레이 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큰 빚을 졌습니다.”

프레이는 아이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는 베이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프레이 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무엇이든 가져가십시오.”

베이트는 눈물을 닦아내며 집을 뒤져 주머니를 찾아 내밀었다.

“여기 그동안 제가 모아두었던 돈입니다. 본래 딸아이가 크면 시집보낼 때 보태려 모은 것이지만... 프레이 님이 없었다면 이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디 받아주십시오.”

프레이는 손사래를 치며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아니, 괜찮습니다. 그런 돈을 제가 어떻게...”

“아닙니다. 꼭, 받아주십시오. 부족하시다면, 전사 조합에 걸어둔 의뢰금도 있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프레이는 난처한 얼굴로 주머니를 들었다. 뭐라도 받아가지 않으면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저... 그럼 조금만 받겠습니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은화가 50개나 들어있었다. 프레이는 그중에 10개만 꺼냈다.

“아닙니다. 전부 가져가십시오!”

“자꾸 이러시면 이것도 안 가져갈 겁니다.”

“허나...”

“괜찮습니다. 따님께... 좋은 아버지가 돼주세요.”

프레이는 씁쓸함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베이트의 얼굴에 자꾸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더 있다가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 프레이는 베이트가 붙잡는 걸 마다하고 농장을 떠났다.

* * *

전사 조합 건물에 도착한 프레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더 강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은 칼카락의 흉물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복수를 위해서도, 이런 엿 같은 꼴을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프레이의 차례가 돌아왔고, 그는 왜소한 청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 오셨네요.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청년의 질문에 프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베이트 씨가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여기 보수 10실버랑 조합증 받으세요.”

짤랑이는 동전 주머니와 갈색의 조합증을 내미는 청년. 프레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베이트 씨가요...?”

“네. 멧돼지 잡는 솜씨가 일품이라고 하시던데요?”

베이트가 거짓으로 의뢰를 했다는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프레이는 묵묵히 청년이 내민 물건을 받았다.

“아, 네... 감사합니다.”

프레이는 주섬주섬 인벤토리에서 고블린과 홉고블린의 귀를 꺼냈다.

“음? 고블린을 잡으셨군요.”

“예.”

“고블린은 두당 7실버, 홉고블린은 20실버입니다.”

모아뒀던 고블린의 귀가 8개, 홉고블린의 귀는 1개였다.

총합 76실버.

‘일단 경량화가 필수야.’

프레이는 인사를 건네고 전사 조합을 빠져나와 마법 연합 지부로 갔다.

다시금 턱수염의 사내를 만나 은화 100개, 총 1골드와 함께 검을 내밀었다.

사내는 돈을 받아들고 검을 살피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음... 근데 무기 상태가 조금 불안합니다.”

“네?”

“내구도가 낮으면 마법 부여 중에 무기가 깨질 수도 있어요. 일단 수리를 하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전에는 설명해주지 않았는가.

그러나 굳이 감정 상할 일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프레이는 곧바로 검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대장간이 어디지?’

프레이는 아는 얼굴을 떠올렸다.

바이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인마! 너 왜 갑자기 홱 사라져!”

“죄송해요. 일이 좀 있어서...”

“그래도 그렇지. 쯧,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내가 이해해야지.”

바이런은 과장되게 가슴을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옅은 미소와 함께 용건을 말했다.

“대장간은 어디 있어요? 무기를 수리해야 한다는데...”

“응? 대장간? 상업 지구가 조합 반대쪽이니까... 저기네.”

바이런이 방향을 가리켰다.

“아, 그럼 수리 좀 하고 올게요.”

“벌써 가?”

“일단 일부터 끝내야죠.”

“에휴, 그래라.”

바이런은 입으로는 툴툴거렸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프레이는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대장간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프레이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검을 내밀었다.

“어서 오시오. 수리?”

검을 슥 훑어보더니 대장장이가 물었다.

“예.”

“전사 조합원이오?”

“아, 그렇습니다.”

프레이가 조합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대장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시간 좀 있으시오?”

“예?”

“일감이 좀 밀려서 말이오. 전사 조합과 대장간은 불가분의 관계 아니오. 바쁘지 않으면 좀 도와주시오. 수리비용은 받지 않을 테니.”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1%)]

[초급 검술 Lv7 (91%)]

[초급 단검술 Lv6 (21%)]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3 (27%)]

[초급 승마 Lv1 (1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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