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24화 (24/141)

<-- 7. 거짓의뢰 -->

전사 조합 내부 역시 시끌벅적했다. 오히려 상인 조합보다 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아무래도 상인 유저 비율이 낮으니까...”

바이런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사람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골드러쉬 상단 호위가 짭짤하다는데...”

“요즘 동쪽 해안에 언데드가 출몰한다는 데 가볼까?”

“솔라르 사막에 던전이 발견됐다고 하더만...”

“사막은 너무 멀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바이런은 계단을 올랐고, 프레이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해보는 게 좋겠지?”

“네, 그러죠.”

상인 조합 때처럼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프레이의 차례가 왔다. 프레이가 안으로 들어가니 전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왜소한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청년은 프레이을 스캔하듯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조합원 등록 때문에 오신 건가요?”

“아...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청년은 양팔을 책상 위에 올리며 설명을 시작했

다.

“전사 조합에 가입하시면 혜택이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조합이 있는 도시에서는 무기 수리비용을 25% 절감해 줍니다.”

“무기수리요?”

“예. 각 도시의 대장간과 연계가 되어 있거든요. 그 외에 조합원들을 위해 각종 의뢰를 알선해 드립니다. 물론 능력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만, 실력만 있다면 금방입니다.”

“음...”

“게다가 실력 있는 분들은 기사가 될 자격도 얻을 수 있습니다. 몬스터 토벌이나 의뢰 해결을 통해 무훈을 쌓으시면 귀족과 황궁에서도 연락이 들어오곤 합니다.”

청년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해냈다. 마치 이런 혜택은 여기가 아니면 받을 수 없는 것처럼.

“훈련 같은 건하지 않습니까?”

“훈련이요?”

프레이는 명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바라는 건 더 강해져서 복수를 하는 것뿐.

자신의 특성을 알게 된 이상 그가 할 일은 훈련과 좋은 장비를 구하는 일 뿐이었다.

청년은 프레이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만큼 프레이의 질문이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유저가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따로 훈련을 받으시겠다고요?”

“네.”

유저는 전투를 통해 스킬을 훈련한다. 고지식하게 훈련하는 것보다 실전 경험으로 얻는 게 더 많았으니까.

“아쉽게도 훈련과정은 없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등록은 안 하시나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프레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프레이가 나오자 바이런이 웃으며 물었다.

“등록했어?”

“아뇨.”

“응? 오, 나처럼 상인 조합원이 되기로 한 거야?”

“그것도 아닌데요.”

“뭐야, 그럼...?”

“용병조합도 들러보려고요.”

“으... 용병?”

바이런은 약간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음... 아냐, 직접 가보는 게 빠르겠지.”

* * *

“어서오쇼.”

“안녕하세요.”

얼굴에 잔 흉터가 많은 장년의 남자였다. 프레이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못 보던 얼굴인데. 용병 조합에는 처음이오?”

“그렇습니다.”

“흠...”

그는 다른 조합에서 그랬던 것처럼 프레이를 훑었다.

“용병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고 온 거요?”

“아뇨, 설명을 들으러 왔습니다.”

“용병은 전장을 찾아다니지. 웬만한 실력이 아니라면 살아남기 힘들 거요.”

“전장이라면...”

“오크나 트롤, 언데드 가리지 않소. 귀족가의 싸움에도 불려 다니지.”

“귀족가의 싸움이라고요?”

그는 큭큭거리며 낮게 웃고는 프레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같은 병사들 간의 싸움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용병끼리의 전투는 허용이 되거든. 귀족은 문제가 생기면 우리를 찾지.”

제국의 후예, 신성제국 모두 같은 국민끼리의 전투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이 필요한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찾는 곳이 바로 용병 조합. 서로 고용한 용병으로 우위를 가르고,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는 말이었다.

“그런...”

“우리, 특히 용병 조합의 유저들은 죽음을 담보로 하는 자들이오.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보상이 크지. 하지만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곳이오.”

“훈련은 받습니까?”

“훈련?”

남자의 눈이 씰룩이며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근래 들은 농담 중에 가장 웃긴 거였소.”

“아니, 농담이 아니라...”

쾅-!

프레이는 남자가 책상을 내리치자 입을 다물었다. 방금까지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그는 날카롭게 프레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전쟁을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 하지. 그 방법을 누가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라 생각하는 거요? 그렇다면 이쪽에서 거절이오.”

“실례했습니다.”

프레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바이런은 프레이의 표정을 살피고 그럴 줄 알았다는 어투로 말했다.

“용병은 좀 어렵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 할 거야.”

프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계산을 했다.

‘살아남으면 그만큼 큰 보상이라... 단번에 강해지려면 용병이 나은 것 같은데...’

“처음 시작은 전사가 좋지 않을까? 용병 조합은 나중에라도 가입하면 되니까.”

프레이는 생각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마도 연합 지부에 잠깐 들러 봐야겠어요.”

“엉? 마법사 안 한다며?”

“네. 그런데 알아볼 게 있어서요.”

“알아볼 거?”

“아이템에 마법을 걸려면 마법사를 찾아야 하니까요.”

* * *

“어서 오세요.”

로브를 둘러쓴 청년. 마도 연합 레스톤 지부의 직원이었다.

이제는 훑어보는 것도 익숙해졌다. 프레이는 먼저 입을 열었다.

“조합에 가입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 그렇다면 무슨 일로...?”

“경량화 마법 부여... 얼마나 하죠?”

도움말에서 봤던 정보 중의 하나. 마법부여의 예시로 설명된 것이 경량화 마법이었다.

장비의 무게를 줄이는 마법. 프레이는 단번에 그 마법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마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고블린과 싸울 때도 검이 너무 무거웠어...’

덕분에 사정거리가 짧은 단검으로 전투를 해야 했다. 만약 그가 가지고 있는 장비에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다면 스테이터스 변화에도 무기 사용에 제약이 줄어드리라.

“경량화라... 어느 장비에 부여하실 것인가요?”

“장비마다 가격이 다르나요?”

“음, 직접 장비를 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소모되는 마나량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부여하는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또 가격이 달라집니다. 그에 따라 가벼워지는 정도가 달라지거든요.”

“아... 그럼 일단 이 검은 얼마 정도 할까요?”

프레이는 장착하고 있던 검을 내밀었다. 갈롭이 사용하던 검을 분해해서 새로 만들었던 검이었다.

“음... 이 검... 재질은 나쁘지 않군요.”

청년은 이리저리 검을 훑어보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 정도 경량화를 원하십니까?”

“제가 선택할 수 있나요?”

“음... 보통 가장 저렴한 게 5~15%입니다. 정도는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그 이후는 20~30%, 실력이 좋으신 분들은 50% 이상도 가능합니다. 물론, 가격이 하늘처럼 높아지죠.”

프레이는 가격 이야기가 나오자 움찔했다. 일단 가장 저렴한 걸 알아보기로 했다.

“제일 싼 건 얼마인가요?”

“이 검은... 경험상으로 1골드 이상은 주셔야 할 겁니다.”

“1골드요?!”

프레이는 자칫하면 펄쩍 뛸 뻔했다. 1골드라니, 완전 날강도 수준이 아닌가.

‘내가 3주 남짓 베긴네르에서 지내면서 번 돈이 1골드가 안 되는데...’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골드까지 올라가겠네요.”

“그런...”

“조합원이 되시면 마법부여는 20% 할인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조합원이 되시면 직접 마법부여를 배우시니까요.”

청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검을 돌려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프레이는 돈의 힘을 새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때, 돈이 최고지? 같이 상인 하자니까?”

“아뇨, 그건 좀...”

아무리 그래도 상인은 아니었다. 프레이는 결국 전사 조합으로 돌아갔다.

* * *

왜소한 청년은 프레이를 보며 웃음 지었다. 마치 그가 돌아올 것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여기 서명을 해주시고, 네. 맞습니다.”

프레이는 청년이 내민 서류에 이름을 적었다.

“이걸로 가입이 되셨습니다. 이제 저희 쪽 의뢰 하나만 완료해주시면 정식 조합원이 되시는 겁니다.”

“의뢰요?”

“네. 일단 기본적인 실력은 확인해야 하니까요. 만약 실패하셔도 다른 의뢰를 드릴 테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때까지 이 조합증은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대신 임시 조합증을 드릴게요. 신분증도 겸하고 있으니 잃어버리지 마시고.”

청년은 검과 도끼가 교차하는 문양이 새겨진 조합증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갈색, 다른 하나는 흰색이었다. 청년은 흰색 조합증을 프레이에게 주며 말했다.

“음, 최하급 의뢰입니다. 도시 남쪽 외곽에 있는 농가에서 들어온 의뢰인데요. 밤중에 창고에 들짐승이 헤집고 다녔다고 하네요. 덕분에 작물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범인을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들짐승 처리로군요.”

“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들짐승이라고 해봐야... 배고픈 멧돼지 정도겠죠. 농장이 숲이랑 인접해서 그럴 겁니다. 의뢰주는 농부, 베이트 씨입니다.”

“베이트, 농장, 들짐승 처리. 알겠습니다.”

프레이는 기억에 새기듯 중요한 단어를 읊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수고해주세요.”

청년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프레이가 밖으로 나오자 바이런이 물었다.

“결정했어?”

“예.”

“하... 좀 아깝다. 너랑 나랑 상인 콤비로 딱! 한탕 크게 벌 수도 있었는데.”

“경쟁하는 삶은 싫다면서요?”

“부자가 되면 경쟁할 필요가 없잖아?”

바이런이 당당하게 대꾸하자 프레이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단, 저는 멧돼지를 잡으러 가야 해요.”

“멧돼지? 웬 멧돼지?”

“가입 심사라던데요. 도시 외곽 쪽에 농부인... 아무튼, 바이런 씨는 어쩌실 거예요?”

프레이는 의뢰를 설명해주려다가 물었다. 어차피 의뢰를 받은 건 자신, 같이 해결한다 한들 바이런에게 득이 될 건 없었다.

“갔다 와. 나는 그 도적놈 때문에 생긴 손해 좀 메꿔야겠어.”

“뭐로요?”

“뭐긴, 상인이 장사를 해야지.”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많이 파세요.”

“그래, 요 근처에서 장사하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와라.”

바이런은 웃으며 남쪽 출구로 향했다.

* * *

농가는 도시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프레이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보이는 농가로 다가갔다.

똑- 똑-

“누구시오?”

문이 열리며 피부가 그을린 남자가 나왔다. 귀에서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어두웠다. 농작물 피해가 그토록 심한 걸까?

“베이트 씨? 전사 조합에서 왔습니다.”

“오오! 드디어...!”

베이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프레이는 곧바로 베이트의 안내에 따라 탁자에 앉았다. 베이트는 곧바로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농작물 때문에 고민이시라고요.”

“아, 그것이... 저...”

베이트는 안절부절못하더니 곧 무릎을 꿇고 프레이의 앞에 엎드렸다.

“전사님!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네? 아니, 베이트 씨...?”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베이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치는지 목소리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당장에 저를 감옥에 보내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제 딸만큼은 부디...”

“딸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프레이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1%)]

[초급 검술 Lv7 (10%)]

[초급 단검술 Lv3 (82%)]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1 (12%)]

[초급 승마 Lv1 (12%)]

[초급 도축 Lv1 (0%)]

[초급 요리 Lv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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