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2화 (12/141)

<-- 4. 오크 습격 -->

갈롭과 말롭, 두 오크 형제는 늑대들의 사육 임무를 맡았다.

늑대의 사육은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 오크 형제가 속한 부족의 말을 잘 따르면서도 야생성을 잊지 말아야 했으니까.

갈롭과 말롭은 되도록 늑대들을 방임하면서도 관리를 아끼지 않았다. 먹이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식량을 나눠주었다.

되도록 손때가 타지 않도록 멀찍이서 지켜보며 간간이 자신과 부족원들의 냄새를 인식시켰다. 적이 아닌 친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조금씩, 아주 천천히 길들여야 했다. 그렇게 해야 늑대기수가 탈 수 있는 훌륭한 늑대로 성장한다.

그리고 바로 어제, 어미 늑대가 새끼들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말롭. 드디어 고생의 보답을 받게 되는군.”

“형제여. 이 새끼들은 우리 부족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해 보이네.”

갈롭과 말롭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미 늑대 역시 기분이 좋은 듯 갈롭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어미 늑대의 품 안에는 아직 꼬물거리는 새끼들이 가득했다. 갓 새끼를 낳은 어미가 접근을 허용했다는 건 오크 형제를 늑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

갈롭과 말롭은 부족 막사에서 가져온 고기를 어미 늑대의 머리맡에 놓고 떠났다.

그 다음 날.

부족장의 허락을 맡고 늑대들을 임시 막사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말롭.”

“아아, 형제여. 나도 맡았다.”

피비린내.

갈롭과 말롭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불안함이 싹텄다. 피 냄새가 매우 짙었다.

냄새가 나는 방향은 그들이 애지중지했던 늑대들의 보금자리.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함을 억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피 냄새가 점점 강해지고, 당장에라도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숙련된 병사들, 만약 적이 있다면 그들의 뒤를 쳐야 했다.

“형제여...”

말롭은 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경에 탄식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갈롭의 머리로 피가 솟구쳤다.

그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형제가 분노한 모습에 말롭은 가까스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말롭은 갈롭의 어깨를 붙잡았다.

“기다리게. 다른 인간들이 근처에 있을지 모르니.”

“말롭...”

갈롭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형제는 숨을 죽이고 인간들의 행태를 지켜보았다. 어미 늑대가 쓰러질 때까지, 갈롭은 이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치를 떨었다.

“이 정도면... 없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군.”

부상을 입은 인간은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변에서 움직이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적이 안심한 그 때가 기회였다.

‘아직... 새끼들은 살아있다.’

하지만 지금 나서지 않으면 새끼까지 저 잔혹한 인간의 손에 죽으리라. 갈롭은 참았던 분노를 끄집어 낼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 * *

늑대들과의 전투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인간이었다. 단숨에 머리를 쪼개고 자신이 말한 것처럼 내장을 대지에 흩뿌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롭의 생각이 틀렸다.

카캉-

갈롭의 도끼와 프레이의 검이 맞부딪쳤다.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에서 팔이 부러지거나 몸을 지지하는 다리가 부러지는 게 정상일 터였다.

‘아니...!?’

갈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힘이 만만치 않은 인간이었다.

왜소한 체격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답은 단 하나.

“네놈...! 유저로구나!”

인간 중에 속한 유저라는 존재.

불멸자. 겉모습과 다른 힘을 보유한 기이한 놈들.

“크아아악!”

말롭과 상대하던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검을 놓친 그의 손목은 보기에도 크게 부어올랐다. 아무래도 손목이 부러진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저게 정상이다. 오크의 힘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네 상대는 나다!”

프레이가 뒷걸음질치며 병사를 구하려 하자 갈롭이 그의 등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제길...!’

프레이는 다급하게 몸을 굴렀다. 흙먼지가 피어나며 프레이가 있던 자리에 도끼가 떨어졌다.

“추하구나!”

갈롭은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끄르륵...!”

그 사이 말롭은 자신이 상대하던 병사의 목을 베었다. 머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며 피 끓는 소리를 냈다.

“아아... 아아아!”

“게리슨! 씨발! 게리스은!!”

부상자들은 그 광경에 혼이 나간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술꾼은 비명을 내질렀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말롭! 저 자들의 입을 막아라! 내 손으로 모두 처단하겠다.”

“알았다, 형제여.”

말롭은 천천히 부상자에게 다가갔다. 프레이는 갈롭을 상대하느라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젠장, 젠장!’

갈롭의 솜씨는 상당했다. 프레이는 간신히 그의 공격을 받아낼 뿐이었다.

“읍읍!”

“너희들의 처분은 마지막이다.”

말롭은 죽은 병사의 옷을 찢어 부상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겁쟁이들.”

말롭은 부상자들의 사타구니를 적시며 흘러나오는 액체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프레이는 날아드는 도끼날을 향해 방패를 들어다.

콰지직-

‘대단한 힘이다...!’

물론 힘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패가 견디지를 못했다. 나무를 덧댄 부분이 쪼개지며 바닥에 떨어지고 앙상하게 남은 철제 골격이 애처롭게 보였다.

“운이 좋구나, 애송이!”

갈롭이 재차 공격하기 위해 도끼를 들었다. 프레이는 쓸모없어진 방패를 갈롭에게 던졌다.

“큭!”

방패에 턱을 맞았지만 갈롭은 그대로 도끼를 찍었다. 하지만 그 잠깐의 틈에 프레이는 몸을 숙여 갈롭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동작이 크다!’

갈롭의 공격법은 게리슨의 방식보다 동작이 컸다. 아무래도 힘에 집중했기 때문이리라.

‘동작이 큰놈을 상대할 때는 오히려 거리를 좁힌다!’

프레이는 배웠던 걸 떠올렸다. 머리로도 몸으로도 알고 있었다.

갈롭의 덩치는 프레이의 1.5배 정도, 품으로 파고든 프레이가 검을 휘두를 공간은 없었다. 그렇기에 프레이는 아래에서 위로 검을 올려 벴다.

“크아악!”

허벅지에 자상이 났다. 프레이의 검은 갈롭의 피를 머금었다.

반사적으로 갈롭은 한 손으로 프레이를 후려쳤다.

“크윽!”

갈롭의 손등이 프레이의 머리를 후려쳤다. 골이 흔들리는 느낌에 프레이는 구토가 치밀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인간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수치심에 갈롭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곧방 도끼를 들어 옆으로 휘둘렀다.

“단번에 내장을 뿌려주마!”

“이익...!”

간신히 일어선 프레이는 허리를 향해 날아드는 도끼에 곧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갈롭의 도끼가 프레이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위로 지나갔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갈롭은 그대로 도끼를 들어 올렸다. 프레이는 몸을 굴려 도끼를 피해내고 곧장 일어서며 다시 검을 올려쳤다.

“크악!”

이번에는 팔뚝. 갈롭은 두 번째로 상처를 입자 오히려 정신이 들었다.

‘우연이 아닌가!’

처음에는 요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라면? 그건 실력이었다.

“하아앗!”

이번에는 프레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

‘먹혀라...!’

프레이는 검을 집어 던졌다. 갈롭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다급하게 허리를 틀었다. 오크의 힘으로 던진 만큼 빠르게 날아갔다.

검은 뒤쪽 나무에 막혀 파르르 떨렸다.

“드디어 미친... 크악!”

갈롭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무기를 버린 인간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느껴지는 고통에 그는 비명을 내질렀다.

프레이는 전력을 다해 주먹으로 갈롭의 손목을 쳤다. 딱 프레이의 눈높이에 있는 위치.

“형제!”

말롭이 놀라 소리쳤다. 인간의 작은 주먹에 맞은 갈롭이 도끼를 떨어뜨렸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 인간이 주먹으로 명예로운 오크 병사의 무기를 떨어뜨리게 하는가?

어디까지나 프레이가 갈롭의 스테이터스로 보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됐다...!’

물론 프레이 역시 주먹이 얼얼했다. 허벅지만한 손목에 그 작은 주먹을 부딪쳤으니.

오히려 주먹이 작았기에 성공했다. 오크와 다르게 프레이의 신체는 매우 작다. 그 작은 신체에 밀집된 힘은 오크의 거대한 체구에 분포된 힘과 달랐다.

즉, 힘의 집중도는 프레이 쪽이 높았다.

프레이는 곧장 도끼를 집었다.

자신의 가슴께까지 오는 거대한 도끼를 드는 건 힘든 일, 그는 곧장 옆으로 뉘인 도끼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흐아아아아!”

프레이가 허리를 돌리며 휘두른 도끼의 날은 갈롭의 옆구리에 박혀 들어갔다. 뒤이어 들어간 도끼의 몸체가 상처를 벌리고 내부를 휘저었다.

“커... 커헉...”

갈롭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몸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막으려 애썼다.

“이건... 이런 말도 안 되는...”

“하아... 하아...”

갈롭은 추위를 느꼈다. 그 어떤 때도 느끼지 않았던 추위라는 감각.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며 눈이 풀렸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그는 자신의 형제를 바라보았다. 말롭은 충격받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시야였다.

“형제여!”

말롭은 포효하듯 소리를 치며 곧장 프레이에게 달려들었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며 도끼를 세웠다.

콰앙-

말롭의 검이 도끼와 부딪치며 강력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크헉...!”

프레이는 피를 토하며 도끼를 놓치고 뒤로 나자빠졌다. 말롭은 빠르게 숨을 내쉬며 갈롭의 상태를 살폈다.

“갈롭, 나의 형제여!”

갈롭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아, 형제여... 이게 무슨 꼴인가...”

이런 곳에서 죽다니,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말롭은 두 눈을 부릅뜬 갈롭의 눈을 감겨주고 일어섰다.

복수.

처절한 복수만이 갈롭의 죽음을 기리리라.

“내가 직접 너의 살점과 내장을 씹어 뱉으리라!”

말롭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밖으로 내뱉은 눈물의 온도만큼, 차가워진 분노가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하아... 하아...”

프레이는 가까스로 일어났다. 근접무기는 없다.

도끼는 날아갔고 검은 나무에 꽂혀있다.

부상자들은 오크의 뒤에 있었으니 무기를 가지러 갈 수도 없었다.

‘젠장...’

그는 활을 잡고 손을 뒤로 돌려 화살을 찾았다.

‘얼마 없군.’

바닥을 한바탕 뒹굴은 탓인지 화살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으로 파악한 화살 개수는 고작 3개.

3개의 화살로 저 흉포한 오크를 처리할 수 있을까?

‘해보는 수밖에 없어!’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오크 병사 ‘말롭’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프레이는 빠르게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말롭은 프레이가 공포를 겪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네놈들의 비명이 이 숲을 채울 것이다!”

초록 점이 말롭의 머리를 겨누었다. 파르르 떨리는 시위, 프레이는 숨을 멈추고 손을 놓았다.

쏴아악-

화살을 빠르게 파공성을 내며 날아갔다. 그러나 너무나 뻔히 보이는 공격이었을까.

말롭은 검면을 앞세워 화살을 방어해냈다.

‘앞으로 2발...!’

다시금 시위를 걸었다. 거리는 10걸음도 남지 않은 상황, 말롭이 들고 있는 검의 범위를 계산하면 기껏해야 5걸음. 제대로 조준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쏴악-

두 번째 화살은 말롭의 가슴께에 박혔다. 허나, 문제는 말롭이 입고 있는 갑옷.

빠각-

가볍게 화살을 빼낸 말롭은 한 손으로 화살을 부러뜨렸다. 그쯤이 돼서야 프레이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본능적으로 남은 하나의 화살을 시위에 걸었지만, 조준이 불안했다. 초록 점은 그의 마음처럼 떨렸다.

‘죽는다... 죽는다...!’

프레이가 두려운 건, 자신의 죽음이 아니었다.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자신은 다시 살아난다.

허나 지금 자신이 쓰러지면, 저 바위에 기대고 있는 술꾼을 비롯한 경비병들은 참혹하게 죽으리라.

그리고 말롭의 말처럼 자신은 그 광경을 목격하며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아무도 지킬 수 없다는 무력함, 그 느낌이 너무나 두려웠다.

공포는 다시 한걸음 발을 내디뎠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1%)]

[초급 검술 Lv6 (42%)]

[초급 단검술 Lv5 (21%)]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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