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1화 (1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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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가 쏜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벌린 입으로 화살이 들어가자 덤벼들던 늑대가 뒤로 나자빠졌다.

“온다!”

“방패를 들어!”

쿵- 쿠쿵-

병사들의 몸이 떨리며 뒤로 밀려났다. 프레이는 다시금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다른 병사들은 늑대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런 개새끼들이!”

퍼억-

방패를 휘둘러 늑대의 뺨을 후려친 술꾼이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 틈을 노리고 늑대가 덤벼들었다.

“으아악!”

체인메일 사이로 늑대의 이빨이 술꾼의 팔에 박혀 들어갔다. 붉은 피가 번져 나왔다.

“아저씨!”

프레이는 곧바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늑대의 눈을 꿰뚫고 들어갔다.

“아악!”

문제는 이빨이 박혀있는 상태라는 점이었다. 늑대가 힘을 잃고 무너지자 술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무너진 방어선을 향해 다른 늑대가 침범했다.

무릎을 꿇으며 술꾼의 목덜미가 훤히 드러난 상황!

“안 돼!”

프레이는 곧바로 술꾼의 팔에서 방패를 빼내 늑대를 후려쳤다.

퍼억-

둔탁한 충격과 함께 늑대가 옆으로 나뒹굴었다.

“아저씨! 뒤로!”

“으... 으으...”

힘겹게 늑대의 아가리를 벌린 술꾼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자네는 있는 힘껏 소리쳐!”

“게리슨 님을 불러!”

“제가 자리를 메꿀게요!”

프레이는 술꾼에게 장검을 받고 자리를 바꾸었다.

“게리슨! 게리스은!”

술꾼은 연거푸 소리를 질렀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덤벼드는 늑대를 살폈다.

‘침착하자, 배운 대로 하면 돼!’

한방 얻어맞아서인지 늑대는 쉽사리 덤벼들지 않았다. 다른 늑대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다.

크릉- 크르릉-

늑대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대치가 한창, 먼저 덤벼든 건 역시 늑대 쪽이었다.

“프레이!”

“알아요!”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 늑대의 앞발이 다가왔다. 프레이는 하체를 숙여 자세를 고정하고 방패를 들었다.

‘힘으로는 지지 않는다!’

늑대의 힘이 곧 자신의 힘. 밀릴 리가 없었다.

프레이는 곧바로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늑대의 앞발에 검이 박히자 놈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촤악-

검을 빼내자 피가 바닥에 흩뿌려진다. 프레이는 혀를 내밀며 고통스러워하는 늑대의 미간을 방패로 후려쳤다.

상처를 입은 늑대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다른 늑대가 동족을 구하겠다는 듯 덤벼들었다. 프레이는 다시금 방패로 옆을 후려쳤다.

“내가 맡는다!”

옆에 있던 병사가 나뒹군 늑대의 숨통을 노리며 검을 내리찍었다. 늑대의 꿰뚫린 목에서 나온 핏물이 늑대의 털을 적셨다.

이걸로 늑대의 숫자는 3마리로 줄었다. 수적으로도 우위에 선 상황.

후우- 후우-

“게리스은!”

술꾼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머지 늑대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갈등하는 것 같았다.

“이놈들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왜?”

프레이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반대로 숨을 헐떡이는 병사가 힘겹게 되물었다.

“자기 집 앞이니까요.”

활력의 반지 덕분인지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달랐다. 프레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늑대 굴 안에는 새끼나 어미가 있을 터. 이 늑대들이 가족을 버리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양쪽 모두 끝을 봐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시간을 끌수록 다른 동료들이 찾아올 확률이 높았다. 프레이는 섣불리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대치가 이어지기를 잠시, 늑대의 머리가 돌아갔다.

‘음?’

그리고 일시에 다시 돌아보는 늑대들. 프레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 알 수 있었다.

크르릉-!

일순간 그림자가 드리웠다. 프레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올렸다.

‘이런!’

바위를 타고 늑대가 위에서 도약한 것. 늑대 굴에 있던 어미늑대였다.

날카로운 발톱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크윽!”

프레이는 가까스로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주저앉았다. 그의 머리가 있던 위치를 지나 어미늑대가 바로 앞에 착지했다.

“프레이!”

곧바로 다른 병사들이 견제하지 않았다면 차디찬 시체가 되어 바닥에 누웠으리라.

어미 늑대는 다른 늑대보다 덩치가 큰 편이었다. 프레이는 바닥에 붙인 엉덩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예, 예. 괜찮습니다.”

자칫하면 죽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프레이는 다시금 자세를 고쳤다.

이걸로 4대 4.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지쳐있다는 상황.

그르릉-

낮은 울음소리에 늑대들이 어미 늑대의 곁으로 모였다.

“모여요!”

모인 늑대들이 일시에 돌진해왔다. 급하게 모여 방패를 올렸지만 무게가 달랐다.

쿵- 쿠쿵-

“우아악!”

“찔러요! 찔러!”

“내발! 내발!”

방패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빈틈이 드러났다. 그 빈틈 사이로 들어온 커다란 입이 병사의 발목을 물었다.

프레이는 곧장 주둥아리를 향해 검을 질렀다. 다른 병사들도 미친 듯이 검을 찔렀다.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검을 내질렀다.

늑대의 내장이 쏟아지고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며 뜨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사소한 문제였다.

“허억... 허억...”

피칠갑을 한 어미 늑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병사들의 상황도 좋지는 않았다.

부상당한 병사와 힘이 빠졌는지 검과 방패를 겨우 들고 있는 수준이었다.그나마 멀쩡한 건 프레이 뿐이었다. 활력의 반지의 빛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마지막인가...’

프레이는 앞으로 나섰다. 다른 병사들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프레이... 위험하다...”

“쉬고 계세요.”

프레이는 숨을 고르며 한발 한발 전진했다. 어미늑대는 사납게 울어대면서도 뒷걸음질쳤다.

“와라!”

프레이는 검을 들었다. 어미늑대는 몸을 숙이더니 이내 튕기듯 달려들었다.

‘지금!’

프레이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팔에 전해지는 무게가 상당했다.

“흐아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방패를 휘두르자 어미 늑대의 몸이 위로 들렸다. 그리고 보이는 늑대의 배.

프레이는 주저할 것 없이 검을 내질렀다.

깊숙이 들어가며 손끝으로 이질감이 전해져왔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레이는 검을 그대로 아래로 내렸다.

촤아악-

배가 갈라지며 붉은피가 프레이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어미늑대의 몸은 그대로 프레이를 덮쳤다.

“프레이!”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병사가 다가왔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늑대의 아래쪽에서 프레이를 질질 끌다시피 꺼냈다.

“쿨럭, 쿨럭쿨럭!”

프레이는 연신 기침을 하며 입과 코로 들어온 늑대의 피를 뱉어냈다. 병사는 프레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주저앉았다.

“하, 다행이다.”

“후아... 후아... 아우, 죽겠어요.”

치열한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해서일까.

프레이가 앓는 소리를 내자 병사는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빌어먹을... 내 팔은 어떻고.”

“씁... 내 발은 인마. 아오...”

누가 더 많이 다쳤는지 내기라도 하듯 이어지는 말에 프레이는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내려 소매로 얼굴을 문대는 사이 술꾼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일이 다 끝나고 나서야 오는군.”

“여깁니다! 여기!”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숲이라서 더 빨리 어둠이 드리우는 것일까.

나무들 사이로 인영이 나타나자 병사들이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어?”

프레이는 얼굴을 닦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병사들의 얼굴이 이상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 프레이 역시 같은 표정이 되었다.

‘뭐야?’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그림자는 점점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수가 많지 않았다.

2명, 단 2명의 그림자.

그림자는 다가올수록 점점 커졌다.

“뭐지?”

“누구야 저거?”

병사들이 불안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프레이는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조금 큰 데?”

그 후로 다들 입을 다물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어렴풋이 얼굴이 드러났다.

“맙소사...”

“게리슨! 게리스은!”

술꾼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고, 그는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프레이는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저, 저게 뭐죠?”

“프레이, 너라도 도망쳐.”

그나마 멀쩡한 병사가 일어나며 소리쳤다.

“저, 저게 뭔데요?”

프레이는 다가오는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이야기해주시지 않았으니까.

무기를 들고 팔과 다리를 후들거리는 병사의 모습에서 막연히 위험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빌어먹을... 아무래도 이 늑대들은 저놈들이 사육하고 있었나보다.”

“늑대를 사육해요?”

달빛이 그림자를 거두었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는 근육과 머리만한 크기의 도끼. 조잡하게 가죽을 기워 만든 갑옷. 작은 탑처럼 쌓아 올린 검은 머리.

가장 인상적인 건 그들의 초록 피부와 코까지 올라와 있는 어금니였다.

“오크가 왜 여기에...”

“오크라고요?”

오크 병사 2명은 흩어진 늑대의 시체들과 상처투성이 병사들을 훑었다. 그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이빨을 드러냈다.

“네놈들이냐!”

버럭 성을 내지르자 병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을?’

쿵-

도끼를 바닥에 찍고 무릎을 굽힌 오크가 어미 늑대를 살폈다. 천천히 늑대들을 살피던 오크는 늑대의 눈을 감겨주었다.

다시 일어나 도끼를 움켜쥔 오크가 프레이와 병사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 잔혹한 인간 놈들! 목숨에는 목숨으로!”

“프레이! 도망쳐! 어서!”

후들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선 병사의 용기는 실로 가상한 것이었다.

“도망!? 아무도 도망치지 못한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다른 오크는 퇴로를 차단하겠다는 듯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빌어먹을...!”

병사는 낭패라는 듯 이를 악물었다.

“나와라! 잔혹한 인간!”

“이런... 이럴 수가...”

“이렇게 죽게 되다니...!”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각자가 느끼는 절망을 읊조리며 공포에 떨었다. 프레이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벅- 저벅-

프레이는 걸음을 내디뎠다.

“프레이?”

무섭다. 저런 거구 앞에서 떨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같은 사람이라도 무서울 텐데 어금니가 돋아나고 흉악한 도끼를 든 이종족이라니.

‘물러설 수 없어...’

허나, 나설 건 자신뿐이었다.

“인간은 자존심도 없나! 이런 꼬마를 앞세우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네 상대는 나다!”

오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다시금 분노로 투지를 불태우는 듯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네가, 나 갈롭의 상대가 되겠다고!?”

“물론이다!”

“프레이! 그건 자살행위야!”

병사는 뒤늦게나마 나서려 했지만 다른 오크가 앞을 막았다.

“네 상대는 내가 해주마.”

“크윽!”

프레이는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흩뿌렸다. 다른 손으로는 방패를 단단히 쥐며 소리쳤다.

“덤벼라!”

갈롭은 자신의 상대가 이런 조그마한 녀석이라는 데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는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네놈을 씹어 먹고 다른 놈들은 배를 갈라 내장을 대지에 뿌리겠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오크 병사 ‘갈롭’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온몸에서 힘이 넘쳐났다.

‘대단... 대단하군...!’

프레이는 검을 휘휘 저으며 자세를 잡았다.

몸을 짓누르던 무게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움직임은 조금 굼떠진 편이었다.

‘그래서 도끼를 쓰는 건가...!’

프레이는 투지를 끌어올리겠다는 듯 검면으로 방패를 두드렸다.

“와라!”

“죽어라! 이 버러지 같은 인간!”

갈롭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9%)]

[초급 검술 Lv6 (34%)]

[초급 단검술 Lv5 (21%)]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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