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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경비병의 말대로 다수의 경비병이 북문에 집결해 있었다.
조금은 산만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경비병들은 오와 열을 흩트리지 않고 서 있었다.
프레이 자신까지 합하면 어림잡아 20명은 되는 것 같았다.
“게리슨 님! 프레이 왔습니다!”
“아아, 프레이.”
“안녕하세요.”
게리슨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자 프레이는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다른 경비병들도 웃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자, 이제 다들 모인 것 같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겠네.”
게리슨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산을 타야 해서일까, 경비병들은 비교적 가벼운 체인메일만 갖추고 있었다.
“알튼 씨의 말에 따르면, 북쪽 산에 늑대들이 무리를 이룬 모양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 늑대를 잡아서 가죽과 고기를 취하여 오늘 축제를 벌이거나, 혹은 늑대들 꽁무니가 빠지도록 만드는 일뿐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경비병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도시만큼 규율이 엄격하지 않아서인지 다들 웃으며 게리슨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맥주도 제공해줍니까!?”
경비병 무리에서 목소리가 나오자 게리슨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라이, 날강도 같은 놈들! 피차 봉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그러나?!”
“그래도 이런 대규모 임무에는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리슨은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되도록 늑대를 많이 잡아라! 여관 주인과 이미 상의해뒀으니까!”
“오오! 역시, 게리슨 님이시라니까!”
가장 기뻐하는 건 술꾼이었다. 벌써부터 맥주를 마실 생각에 신이 났는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하... 하하...”
프레이는 아직 술을 마셔본 적이 없기에 왜 그렇게 다들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 그럼 어서 출발하자!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달빛을 보며 한잔할 수 있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경비병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두런두런 잡담을 나누며 걸었다.
얼마 뒤, 산 초입에 도착하자 게리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자, 잡담은 그만! 아무리 그래도 이 늑대들은 프레이를 한 번 죽인 놈들이다.”
“아니, 왜 제 얘기를...”
프레이는 다른 경비병의 이목이 쏠리자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레이가?”
“어휴 저 독종을 이길 정도면...”
경비병들이 소곤거렸다. 게리슨이 프레이를 언급한 이유였다.
독종으로 소문난 프레이가 당했다는 사실은 곧 경비병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주었다. 물론 프레이가 당한 건 무기수련 전이었지만, 경비병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그럼 출발한다!”
게리슨을 필두로 경비병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 *
“아이고 죽겠네...”
“늑대는 언제 나오는 거야?”
한참을 산을 올라도 늑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좋아, 잠깐 휴식한다.”
게리슨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멈췄다. 그들이 멈춘 곳은 널찍한 공터.
‘아, 여긴...’
프레이는 에밀리와 맥주 풀을 채집했던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경비병들이 쉬고 있을 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맥주 풀을 채집했다.
‘틈틈이 채집 기술도 수련해야지.’
맥주 풀의 냄새를 맡으며 채집하던 프레이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달콤한 휴식시간은 곧 끝이 났다. 경비병들은 주섬주섬 내려놓은 장비를 챙겨 들었다.
그 사이 프레이는 게리슨에게 다가갔다.
“게리슨 님.”
“응? 아, 프레이.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이 방법으로는 늑대들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게리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경비병들이 오와 열을 정리하는 사이 프레이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제가 사냥꾼... 한테 들은 얘기로는 늑대들은 머리가 좋은 놈들입니다.”
사냥꾼 시절을 이야기하려던 프레이는 끝을 얼버무리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다. 사냥꾼인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니까.
“머리가 좋다?”
“네. 아무래도 우리가 몰려다니다 보니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죠.”
“흠...”
게리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프레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그놈들은 냄새에 민감합니다. 이런 장정들이 땀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돌아다니니 올 놈들도 도망갈 겁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어.”
“이래서야 병사들을 이끌고 등산만 온 게 되지 않겠습니까? 알튼 씨가 가만히 있지 않겠죠.”
“으... 그렇겠지.”
게리슨은 알튼이 성질을 부리는 상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프레이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안? 무슨 제안 말인가?”
“일단 병사들을 5명씩 작은 분대로 나누는 것입니다. 얼추 세보니 20명쯤이니 4개의 분대가 될 것입니다. 분대가 흩어져서 산을 수색하면 시간도 절약 될 것입니다.”
“음... 하지만 늑대 무리를 만나면 어떡하나?”
“간격을 넓히지 않으면 됩니다. 20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낫겠죠.”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바로 도움을 요청하면 적어도 10명의 병사들이 상대할 테니.”
게리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미 오와 열을 맞춘 병사들은 게리슨과 프레이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냄새 말입니다.”
“아아, 맞아. 냄새! 간격을 넓히지 않으면 똑같은 거 아닌가?”
“그래서 이걸 사용하는 겁니다.”
“이건?”
프레이가 내민 풀 쪼가리를 본 게리슨의 눈매가 올라갔다.
“맡아보십쇼.”
“흠, 이거 맥주잖아?”
“맥주 풀이라는 겁니다. 이걸 몸에 바르면 어느 정도 냄새를 옅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오호...”
게리슨은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술 냄새를 풍기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지는 않겠지만.
“좋아. 자네 말을 믿어보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맥주 풀 가격을 좀 쳐주셨으면 해서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게리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런 풀때기를 판다니? 주변을 둘러봐도 다 풀 천지가 아니던가.
그런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을 때였다. 맥주 풀과 비슷한 풀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잠깐... 설마?”
“아, 제가 전부 채집했습니다.”
“으음...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럴 건가?”
“게리슨 님과 제 사이니까 그러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개당 15쿠퍼는 받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사이니만큼 10쿠퍼만 받겠습니다.”
프레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값을 더 올려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야 경비병들의 신뢰를 잃기밖에 더하겠는가.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게 신뢰라는 자산, 프레이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더욱이 20명이니 200쿠퍼, 곧 2실버였다. 휴식시간 동안 이뤄낸 부업으로는 꽤 짭짤한 수익이었다.
“후, 좋아. 알겠네. 지금 늑대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또 와야겠지.”
“감사합니다.”
“어디 보자... 하나, 둘. 2실버 맞지?”
“예. 확인했습니다. 그럼 제가 다른 병사들에게 풀을 나눠줄 테니, 게리슨 님은 분대를 나눠주십시오.”
“좋아, 그러지.”
프레이는 빛이 바랜 은화 2개를 얼른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오와 열을 서고 있던 병사들에게 맥주 풀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그리고 남은 맥주 풀 하나.
‘나도 지금은 이 임무의 일원이니 값은 게리슨 님이 내는 게 맞지.’
자신이 쓸 것까지 게리슨에게 팔았다.
양심의 가책은 깃털로 간지럽히는 수준이었다. 10쿠퍼쯤은 융통성 있게 챙길 수 있지 않겠는가.
게리슨은 분대를 4개로 나누고 넓게 퍼져서 산을 오르기로 했다.
“늑대들이 많아 위험하면 주저 말고 소리를 쳐라! 전우들이 금방 달려갈 테니!”
“야, 이거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한 느낌이네.”
프레이는 술꾼과 같은 분대가 되었다. 술꾼은 기분 좋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저, 제가 앞장서도 되겠습니까.”
“응? 프레이 자네가?”
같은 분대원들은 프레이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게리슨과 비등하게 싸우는 프레이의 솜씨라면 걱정은 없었다.
“자네가 맡아주면 좋지.”
“아, 물론 우리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닐세!”
경비병들은 자신보다 어린 프레이에게 선두를 맡기는 게 조금 꺼림칙한 모양이었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을 터였다.
“아, 제가 눈이 좀 밝아서요. 그럼 뒤를 잘 부탁드립니다.”
프레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뒤를 맡긴다는 표현을 했다.
모름지기 등을 맡길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 다른 경비병들은 호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암, 늑대를 찾으면 곧바로 뒤로 빠지라고. 우리가 혼쭐을 내줄 테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아, 이제 가시죠. 다른 사람들도 출발했네요.”
프레이가 앞장서자 경비병들이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깐의 산행이 이루어졌다.
‘어딘가에 늑대 굴이 있을 거야.’
프레이는 고개를 숙이고 땅에 집중했다. 늑대의 발자국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움직이기를 한참,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초급 추적을 익혔습니다.]
[초급 추적 Lv1 (0%)]
‘음?’
프레이가 눈을 껌뻑였다. 그러자 나뭇가지와 돌멩이들 사이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발자국이 보였다.
‘유저들은... 정말 편한 생활을 하는군.’
이전에 했던 사냥은 발견한 사냥감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으로 추적을 시작한 건 지금이 처음이라 그런지 스킬이 형성되었다.
프레이는 새삼 유저가 받은 축복에 놀라워하면서도 유저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측은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유저가 무엇이기에, 이런 특별한 호사를 누린단 말인가.
‘이러니 유저를 능가할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겠지.’
프레이는 씁쓸함을 뒤로 하고 추적에 집중했다.
정신없이 발자국을 따라가기를 한참.
“저기... 프레이, 우리 너무 멀어진 것 같은데?”
정신없는 프레이를 뒤따라온 병사들 중 술꾼이 입을 열었다. 그제야 프레이도 고개를 들고 주위를 훑었다.
‘아, 이런...’
다른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발자국을 추적하다 보니 동떨어진 모양.
“저희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기억하십니까?”
“아, 아니... 우리는 자네만 보고 따라와서...”
병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리저리 발자국을 따라온 터라 방향을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어쩐다...’
다시금 발자국을 되짚어 돌아갈까 했지만 어차피 상황은 같았다. 다른 분대는 계속 움직이고 있을 테니 합류할 가능성은 없었다.
“소리칠까?”
“무슨 소리야 이 사람아!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길 잃었다고 애처럼 징징대려고?”
아우우-
“아이씨! 깜짝이야!”
옆의 병사를 타박하던 병사가 펄쩍 뛰었다.
“방금 그거?”
“늑대 울음소리 맞지?”
병사들이 눈에 띄게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늑대 굴이 근처인가?’
울림이 달랐다. 멀리 퍼져 나가기보다는 새어 나왔다는 느낌.
“절 따라오세요.”
“프레이? 아니, 어딜 가는 거야?”
“애 혼자 가게 놔둘 거야?”
술꾼이 답답하다는 듯 동료들에게 말했다. 곧 고개를 끄덕인 병사들이 프레이의 뒤를 따랐다.
* * *
‘역시...’
프레이의 생각이 맞았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발자국이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 굴이 보였고 프레이는 다른 사람들을 멈춰 세웠다.
“늑대 굴입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소리 질러서 다른 사람들 불러?”
“그게 좋겠네!”
프레이는 입을 크게 벌리는 경비병을 다급하게 막았다.
“읍읍!”
“지금 소리를 지르면 늑대들이 눈치를 챌 거예요!”
늑대 굴 앞에서 소리를 지르겠다는 건, 성찬이 준비되었으니 어서 나와서 먹어봐라 하는 격이었다.
“그러면 어떡해?”
“음... 일단 제가 여기를 지킬 테니까 다른 사람들을 불러와 주시는 건 어떨까요?”
“프레이 자네 혼자?”
“예. 잊으셨어요? 저 유저잖아요. 죽어도 뭐, 살아나니까요.”
혹여나 늑대에게 둘러싸여도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테니 문제는 없었다. 경비병들은 감격스러운 눈으로 프레이를 쳐다보았다.
“아니지, 이런 어린놈도 용기를 내는데.”
“그럼, 지금 여기서 엉덩이를 보이면 어른 자격이 없어.”
“아니, 지금 자존심 내세울 때가 아니잖아요.”
프레이는 답답한 듯이 소리쳤다.
서로를 설득하기를 한창인 가운데, 그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르릉-
프레이를 비롯해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뿔싸...’
프레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굴 안에 늑대가 있다. 그 굴은 늑대가 사는 굴이다.
여기까지가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바깥에 나간 늑대들이 굴로 돌아올 것이다.
프레이와 경비병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늑대들을 보고 각자의 무기를 잡았다.
‘셋, 넷... 젠장! 여섯이군.’
후우- 후우-
경비병들의 긴장된 숨소리가 들렸다.
“다들 프레이를 중심으로 서.”
“프레이, 활 솜씨를 기대하마.”
경비병들은 허허롭게 웃다가도 적이 나타나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레이는 곧장 그들이 세운 작전을 깨달았다.
프레이가 선택한 무기는 활,
그가 숨어있는 벽을 등지고, 다른 경비병들이 그를 감싼다. 경비병들이 늑대들을 막는 사이 프레이가 저격을 시도한다.
“알겠습니다.”
프레이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늑대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크르르- 크릉-!
“옵니다!”
프레이가 소리치며 시위를 당겼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5%)]
[초급 검술 Lv5 (78%)]
[초급 단검술 Lv5 (21%)]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