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5 Joker U Manhwa Festiv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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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근데 제가 챌린저 유와 동일인이라는 건 비밀입니다.”
- 아! 역시! 아 물론입니다.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목소리가 비슷하니까 의심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사실 챌린저 유의 등장시키와 조커 유의 등장시기가 묘하게 맞물려서 둘이 뭔가 연관이 있지않나 의심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동일인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둘 다 각 분야에서 지나치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서 그건 말이 안 된다는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어서 그렇지.
- 어쩐지 어제 게임을 하는데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하하….”
다소 허탈한 느낌으로 웃음을 터트린 지혁은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안 그래도 제가 그… 개인방송 플랫폼을 제작했거든요. 아이펜과는 약간 협력관계 정도로 있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곳인데….”
지혁은 본격적으로 아이펜TV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가, 그리고 차별화되는 전략은 무엇인가.
영상의 상영이 가능하다는 것 이외에도 타 플랫폼과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펜에서 개발한 게임 리라 센토와 아랜디의 대회의 중계권 역시 아이펜TV에서만 얻을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주체하는 대회가 아니라, 오로지 지혁이 주관하는 대회만 그렇다는 뜻이었다.
- 와 그러면 엄청 잘 될 것 같은데요.
“아… 그,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망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재산이 굉장히 많고, 이번일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타격이 거의 없는 수준이거든요.”
좋지않은 일을 겪은 그에게 이적제의를 하는게 조금 조심스러워서 한 말이었는데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작가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믿어야죠! 바로 옮기겠습니다.
“아니, 일단 말을 다 들어보시고….”
-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해서.
정신없는 사람이다.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할 말은 대충 끝난 것 같았다. 이제 설명은 다 되었으니 남은건 제안뿐이다.
“혹시, 시험 방송을 해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 * *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영광입니다!”
지혁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주위를 슥슥 둘러보니 사람은 없었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섰다. 이상오가 지혁의 뒤를 따르고, 그를 태우고온 유창현이 차를 몰아서 차고에 집어넣었다.
그러는 사이 돌계단을 올랐고, 큰 정원이 나왔다. 이상오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다는 듯이 정원을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지혁은 이제 익숙해진 정원의 경치따위야 뒷전이었다. 지혁은 그를 관찰하는 중이었는데, 정장을 차려입고 힘을 빡 준 그가 왠지 불편해보였다.
“정원이 아주 멋집니다. 하하하하.”
특유의 어색한 웃음을 내는 것이 어이없어서 웃겼다. 지혁이 피식하자 그는 지혁을 웃게 만들었다는 게 좋은 듯 멍청하게, 행복하게 다시 한 번 웃었다.
“들어가시죠.”
“아, 넵.”
지혁은 그가 꽉 쥐고있는 쇼핑백이 내심 좀 신경쓰였지만 일단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정원은 상당히 큰 편이었기 때문에 좀 걸어야 했다. 이내 집이 나왔고, 지혁은 은서가 왔을 때처럼 거대한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집이 엄청 크네요.”
“그런가요?”
지혁은 슬리퍼를 벗고 거실로 들어서선 에어컨부터 틀었다. 오늘은 11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상당히 더웠다.
“커피 괜찮으신가요? 아니면 음료수?”
“저는 커피말고 음료수…가 뭐가 있을까요?”
“어지간한건 다 있어요. 아니면 그냥 와서 골라가셔도 되고.”
냉장고를 열어주자 신중히 살피던 그가 선택한 것은 결국 캔커피였다. 뭔가 실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혁도 캔커피 하나를 꺼내고 문을 닫았다.
“여기서 혼자 사시는 거에요?”
“아, 네. 지금은 혼자고… 가정부 아주머니들이랑 아까 그 운전기사님도 있고요. 이번에 수능이 끝나면 동생도 아마 올라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구나….”
큰 집에서 지혁의 클라스를 실감했다는 듯, 존경한다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제 방송방을 보여드릴까요?”
지혁은 2층으로 그를 안내했다.
챌린저 유로써 방송하는 작은 방을 열자 그는 탄복했다는 듯이 공간을 구경하고 있었다.
“네 맞아요 여기에요. 이 캠으로 보면 딱 그 각도가 나오겠구나.”
“제 캠방 보셨어요?”
“물론이죠.”
지혁은 예전에 챌린저 유로써 해명을 했을 때, 그 뒤로 한 번 더 해명을 했을때를 빼고는 캠방을 한적이 없었다. 다만 그 영상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걸로 아는데 그걸 본 것 같았다.
“그럼 그거 진짜에요? 혼자서 캐릭터 두 개를 컨트롤한다는 거.”
진짜이지 가짜일까.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짭니다.”
“한번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궁금해가지고.”
그의 간곡한 부탁에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럼. 오랜만에 하는 거기는 한데….”
지혁은 곧장 컴퓨터 두 개를 부팅한 후에 게임에 접속했다.
그의 부계정들은 이미 휴면강등이 되어서 다이아몬드 계급으로 떨어져버렸다. 오랜시간 안하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진짜 다이아몬드들과 만난다는 것은 아니다. 안해서 점수가 깎인것일 뿐이여서 매칭을 돌리면 여전히 극천상계의 유저들과 만난다.
“와….”
'NC'로 끝나는 아이디 두 개를 돌려서 같은 게임에 잡혔고, 다른 팀으로 플레이를 해서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졌다. 뒤에서 실시간으로 지혁이 두 개의 마우스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직관한 이상오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니, 어떻게 두 개를 동시에 하는데도 이렇게 잘할 수가 있지? 미쳤다.”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각종 스킬을 마우스로 일일이 클릭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냥 그렇게만 플레이해도 엄청난 패널티인데, 캐릭터 두 개를 컨트롤하면서 그런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실 지혁도 처음에는 그게 될 거라는 생각자체를 안했을 정도로, 이론상으로나… 아니 이론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플레이였다.
“그래서 최대한 스킬에 의존도가 적은 챔피언을 골라야만 해요.”
“아 그래서 킬드랑 프위치를 하신 거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렐은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플레이하기가 상당히 힘든 게임이어서, 이렇게 두 개를 동시에 하는건 일반 타격(평타)가 특히 중요한 챔피언으로만 가능하다. 물론 하려면 못할 것이야 없지만, 그러면 실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제 테스트를 해보셔야죠?”
“아 그렇죠.”
지혁은 그를 작업실로 안내했다.
챌린저 유의 방송방에서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커 유의 이름값으로 홍보효과를 탄탄히 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준비 됐습니다.”
지혁은 자주 써먹는 조커 가면을 쓰고서 사이트에 접속, 미리 만들어두었던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고서 방송을 켜보았다.
“와, 화질 엄청 깔끔하네요.”
“신경 좀 썼습니다.”
이상오의 감탄에 지혁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일단 알리시죠.”
“네.”
이상오는 PD팟으로 방송을 켰다. 방제부터 ‘조커 유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따위로 제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지혁으로 인해 시청자가 몰렸던 것은 한순간이었을 뿐, 이상오는 여전히 예전에 비하면 시청자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지난주, 아르핀 2부의 마무리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확인해보았기 때문에 지혁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조커 유를 팔아먹자, 사람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시청자수가 폭등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상오의 모습이야 어쨌든, 시청자들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 조커 유? 진짜임? ]
[ 얘가 누군데 조커 유의 집에도 감? ]
[ ㅋㅋ 딱봐도 어그로잖아 이런거에 낚이네 ]
[ 그럼 니는 왜 들어왔음? ]
그때, 이상오가 딱 캠을 켰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이상오입니다.”
그는 방송을 무난하게 진행해나갔다.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가볍게 토크를 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조커 유에 관한 진위논란이 일어났다.
“아, 어그로가 아닙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곳이 조커 유 작가님의 집이에요. 평소 방송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여기는 작가님의 작업실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어나서 캠을 들고 지혁의 작업실을 슥 훑어주었다. 작업실이 굉장히 큰 편이여서 그런지 시청자들은 긴가민가하는 기색이었다.
[ 이거 맞아? 진짜임? ]
[ 방이 엄청 크기는 하네 ]
[ 옆에 정원이 있는걸로 봐서는 진짜 집인거 같은데? ]
그것만으로는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상오가 굳이 이런 사칭을 할 이유도 없는데도 말이다. 결국 지혁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 와 조커 유다 ]
[ 리얼인데? 저 가면 유명하잖아 ]
[ 단종되었다고 말 많았던 그 가면이네? ]
[ 지금 다시 생산중임 ㅋㅋ ]
“진짜 챌린저 유 작가님 맞아요. 아 이걸 어떻게 증명하지?”
지혁은 아무말도 없이 이상오에게 나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가 나오고, 지혁은 곧장 마스터 계정으로 아이펜에 접속해서, 공지사항을 바꿨다.
- 저 맞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와 진짜네 ]
[ 동접 수백, 수천만이라는 아이펜 공지사항으로 말하는 패기보소 ]
[ 근데 왜 말을 안함? 혹시 후두암 걸리셨나? ]
[ 정체를 들킬까봐 그러는 거 같음 ]
[ 정말 아르핀 2부가 11월 1일부터 시작하는 거 맞나요? ]
지혁은 이상오와 아랜디를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 때문에 그 다음 월요일, 그러니까 이상오와 통화를 했던 당일에 그 사실을 아이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연히 세상은 난리가 났다. 물론 녹음이 진행중이라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방영이 확정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 사실은 아직까지도 뜨거운 감자처럼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젯거리였다.
방송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이상오가 지혁이 새로 만든 방송 플랫폼에 대한 선전을 했다. 그렇게 PD팟의 방송을 종료하고 아이펜TV에서 방송까지 진행을 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예 아이펜 홈페이지에서도 조커 유가 방송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했기 때문에 시험방송에는 수십만의 시청자가 몰리는 현상까지 발생해 버렸다.
[ 와 이제 개인방송 플랫폼도 만들어서 운영하는 거임? 대박이네 ]
[ 조커 유 선생님도 여기서 방송을 하시나요? ]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정체를 밝힌 다음에는 지혁도 이곳에서 방송을 할지도 모른다. 아이펜에 있는 독자적인 방송시스템은 남겨두었기 때문에 확답을 내릴수는 없어도 가끔 이벤트성으로 한다는 건 확실하다.
“앞으로 여기서 방송을 하게될 것 같습니다. 시청자분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는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고, 떼먹는 것도 없으니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많이 방송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오가 방송을 종료하고, 실검은 아이펜TV가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