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114화 (114/116)

00114  Joker U Manhwa Festival  =========================================================================

‘그랬구나.’

작은 헤프닝이 있었다.

조커 유와 같은 게임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어그로가 끌리기는 충분했는지 이상오의 방송에 시청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던 것. 100명밖에 되지 않았던 시청자는 수백배로 늘어, 게임 중반쯤에 몇 만명을 달성해버렸다.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팬이라도 자처해도 될 정도로 좋아하는 방송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혁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지혁은 게임을 1등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조사를 좀 해보았다.

이상오는 방송인들의 ‘크루’ 같은 것에 속해 있었는데, 그들이 단체로 플랫폼을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문제가 많았고, 대표도 그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모양이다. 결국 플랫폼의 서비스는 몇 달만에 종료되고, 그들은 붕 뜬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메리카TV와의 사이가 좋질 못해서 복귀할수도 없었고, 이상오는 결국 PD팟에서 인지도 없는 상태로 방송을 하고있는 것.

물론 챌린저 유가 PD팟에서의 방송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PD팟의 인기도 상당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의 팬들 대부분은 다른곳에 있으니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다. 오늘 지혁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지만….

“…그렇게 할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있어 지혁은 잠깐 고민했다.

순간의 기세에 편승하여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이것까지만 진짜 해놓고 놀자는 생각을 하면서 곧장 속으로 외쳤다.

‘룸.’

스아아아악!

새하얀 공간이 나타나자, 지혁은 익숙한 듯 몸을 풀고서는 잡지를 만들어서 집을 뽑았다. 봄꽃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고 싶었으며, 미리 계획에 있던 것들에다가 방금 생각한 것을 수정하여 적용, 최종적인 완성본을 탄생시키고 싶었다.

“일하자 일.”

*                 *                 *

지혁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나고 다시 복귀했다.

돌아온 지혁은 작업실의 모습을 조용히 훑었다. 물론, 시간은 조금도 지나있지 않았다.

‘봄꽃의 영상을 바로 공개하되, 설명은 해줄 필요가 있겠지.’

애당초 생일날의 너에게처럼 단편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을 해두었었는데 어쩌다보니까 만화로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는 설명만 곁들인다면 충분할 것이다.

JUMF에 내놓은 단편 만화들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연재를 하는 작품들은 물론이고, 연재를 하지 않는 것들도 완결의 느낌으로 게재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점프는 연중행사처럼 계속해서 개최를 할 생각이기 때문에, 매 해 출품된 작품들을 1년이 지날 때마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서 볼 수 있도록 하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좋아하는 작품을 즐겨찾기 등록하여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당연히 필요하다.

‘연재료는 필요해.’

연재하는 작품이라면 매주 연재하는 1화 분량이라는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혁은 그 ‘화’마다 가격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용해볼 생각이었다. 무료 웹툰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따로 광고를 받을 생각인 것도 아니고 책을 구입하지 않으며 핸드폰이나 PC로 만화를 보는게 당연해진 세상이라면 본래 만화책값을 책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화가들도 수입이 있어야 만화를 계속해서 그려나갈 것이 아닌가.

‘100원이면 되겠지 뭐.’

일단은 그렇게 해보고, 너무 이득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다른 방안을 모색해볼 생각이었다. 지혁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리하도록 하자.”

점프와 관련된 사이트를 하나 개설해서 그곳에서 모든 작품을 관리한다. 그야말로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당연히 이미 사이트는 다 만들었다.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공모전에 응모해서 점프에서 판매를 허가받은 작품을 가진 모두에게 유의사항을 알렸는데 거기에 포함되어있던 항목이었다. 그래서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터넷으로 보는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것도 분명히 말해두었고.’

나중에 독자들로부터 뒷말이 새어나올까봐 인터넷으로 다 나온다는 말도 홍보문구에 확실하게 기입해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그렇게나 많이 사준건 좀 미스테리한 일이다.

“단편만화쪽은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고….”

물론 아직 산재해있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 그냥 그렇게 끝난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를 이어서 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 부분에 대한 조율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따로 지혁이 그들의 수익을 뺏을 생각은 없지만 확실하게 확인은 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 다음으로….”

아이펜의 협력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생각을 해본 것인데, 이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점프뿐만 아니라 개인방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한 것이다.

지혁은 돈이 넘쳐나는 입장이고, 그래서 개인방송인들에게서 무언가 돈을 뜯는 일련의 행위는 그에게 큰 의미가 있지도 않다. 당연히 그것도 돈이지만, 그 정도야 없어도 그만이라는 뜻이었다.

지혁은 아이펜에서 조커 유가 방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두었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누구나 방송이 가능한 방송 플랫폼을 하나 제작을 해버렸다. 조건은 굉장히 후하다. 이득은 모두 방송하는 사람이 독점할뿐더러, 광고같은 것도 따로 있지 않다. 지혁이 만들었으니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도 더 바랄 것이 없을 터였다. 후원관련 시스템도 그렇지만, 방송의 영상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관리팀은 필요하겠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없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아니, 있어야 정상이다.

성적인 드립을 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논란이 될만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운영팀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 연봉이라고 해봤자 지혁의 몇분치 수입정도밖에 되질 않으니까 전혀 상관없다. 아무런 수익이 없어도 그 정도 돈을 내주는거야 일도 아니다.

‘나도 챌린저 유로써 임시적으로 방송할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그가 제작한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지혁은 챌린저 유를 위해서 방송시스템을 뜯어고쳐서 새로운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거기다 사람들을 유치할만한 결정적인 요소도 하나 작용한다.

새로 생긴 플랫폼 ‘아이펜TV’는 조커 유의 플랫폼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보여주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조항을 고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다른 개인방송에서 그의 작품을 보여주든 말든 신경도 안썼지만, 이제는 다르게 수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최소한 각 플랫폼에서 늘상 자리를 잡고 있는 ‘아르핀 대기방’, ‘조커 유 소설대기방’ 등 은 아이펜TV로 몰려들게 될 것이다.

그 정도면 과도하게 밀어주는 느낌도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하다가보면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겠지.’

뭔가 괜찮다 싶으면 일단 만들어보고, 아이펜과 약간의 연동을 하는 느낌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직 두 개밖에 안되지만, 하다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생각의 정리를 끝낸 지혁은 잠자리에 들었다.

*                 *                 *

지혁, 조커 유는 기본적으로 바쁘다.

지금이 녹음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서 지혁은 부득이하게 유창현을 들볶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일을 떠넘기는 것.

벌려놓고 수습을 그에게 맡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지혁은 그만큼 많은 월급을 그에게 주고 있다.

“저녁에는 굳이 데리러오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가죠.”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는….”

“제가 죄송해서 그렇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유창현을 떠나보낸 지혁은 스튜디오로 향하기 시작했다.

방송시스템을 관리해줄 방송팀과 점프의 만화를 총괄하는 플랫폼을 관리해줄 팀. 한 마디로 새로운 인력을 구하고 운용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유창현은 지혁을 태우고 운전도 해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아직 녹음 시작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았다. 지혁은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면서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그 순간 앉아있거나 서서 잡담을 나누던 많은 성우들이 일시에 인사를 해왔다.

‘…….’

그 모습이 딱, 편하게 있으면서도 언제 그가 오는지 항상 입구쪽을 주시하면서 긴장하고 있었던 모습 같아서 괜시리 조금 불편했다. 어린 성우들이야 그렇다 쳐도(지혁보다 어린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정도) 나이 지긋한 연세있으신 분들도 그러니 마음이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만큼 조커 유의 위치가 높아졌으니 적응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해 지혁은 넘어갔다.

“다… 오셨네요.”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처럼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 그들의 면면을 점검해보던 지혁은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도 모두 모여있음을 깨닫고서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네. 전부 집합했습니다.”

하루 쉬고나서 그런 것인지 안색들이 다들 좋아보인다. 지쳐보이던 그들은 뽀송뽀송한 모습들이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지혁도 편한 일이기 때문에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바로 시작할까요?”

“네.”

그때였다.

우웅-

“아, 잠시만요.”

지혁이 손을 들며 말하자, 막 몸을 일으키며 분주해지려던 성우들도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서 있다가 지혁이 핸드폰을 꺼내드는 순간 슬며시 자리에 앉는 모습이었다.

“잠깐 전화좀 받고 오겠습니다. 그 다음 바로 시작할게요.”

지혁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스튜디오를 잠깐 벗어났다.

“안녕하세요.”

- 네, 네. …안녕하세요. 정말 조커 유 작가님이신가요?

지혁은 가볍게 웃었다.

“네 맞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저 정말 팬입니다.

방송에서의 모습 그대로네.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있을 너머의 모습을 상상했다.

“네, 감사합니다. 저도 팬이에요.”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어제 있었던 게임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신나게 떠들어대었고, 지혁은 대충 호응해주면서 타이밍을 쟀다.

“그보다 제가 요즘 개인방송을 안본지 좀 돼서 몰랐는데, 제가 없는 사이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더라고요.”

- 아… 네. 그게….

그러면서 이상오는 지혁에게 미주알고주알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사자의 입으로 직접 들어보니까,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 역시 억울한 부분이 있었으리라. 아마 먼 미래에 밝혀질 일이 아니었을까. 지혁은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플랫폼을 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군요.”

- 저… 근데 죄송한데요.

지혁이 수긍하는데 갑자기 이상오가 주저하는 듯한 머뭇거림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지혁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물었다.

“네.”

- 혹시… 챌린저 유님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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