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113화 (113/116)

00113  Joker U Manhwa Festival  =========================================================================

제 1회 JUMF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대략 90만에서 100만명 정도의 인원이 몰렸다고 생각되는 이번 행사에 대한 평은 대체적으로 좋았다. 결국은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다. 하루가 지날때마다 행사장을 정비하는 것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쏟아부으니 3일동안 매일매일 깔끔한 관리하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총 5215개의 작품이 3일에 걸쳐서 판매를 개시했다. 천만권이 조금 안되는 책이 3일만에 팔려나갔고, 매출액은 475억으로 500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홍창식의 ‘하이 토크’로 권당 만원에 2만개를 모두 팔았다. 그리고 가장 적게 팔린 작품은 최소수량을 기록했던 ‘봄꽃’이었다. 수량은 천권.

이 수치가 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날에 판매를 했기 때문이었다. 페스티벌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때문에 마지막 날의 인원들은 상황을 보고 추가 증쇄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3일차의 매출이 가장 많았음을 감안하면 천 권 밖에 찍어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작자가 공개되는 순간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조커 유(Joker U). 봄꽃을 그린 만화가는 바로 그였던 것이다. 점프에 참여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그는 아이펜 홈페이지의 캘린저를 갱신하는 것으로 참여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 아싸~! 2권이나 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인생인가? ]

[ 저한테 파세요. 권당 10만원에 삼 ]

[ 꺼지셈. 100만원에도 안팜 ㅅㄱ ]

[ 아 나 진짜 아까 지나가다가 봤는데! ]

[ 나는 근처에도 안 간 쪽이네. 갔다해도 샀을 거란 보장도 없지만 ]

정체를 숨기고 이번 단편만화제에 참가한 조커 유의 작품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펜에 등재되었다. 결제가격은 100원. 한 마디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뜻.

그러나 책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의미가 다르고, 그렇기에 책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커 유가 처음으로 낸 만화책이라는 것에서 그 의미는 더욱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 이런 미친! 조커 유가 직접 부스에서 판매를 했다고? 그럼 그 가면 쓰고 있던 사람이 조커 유라 작가님이었다는 거야? 안 돼!!! ]

[ 바로 앞에 두고 몰라뵜어요ㅠㅠ 죄송합니다 ]

그리고 조커 유가 직접 부스에 가서 판매를 했다는 사실이 또 알리면서 인터넷이 또 달궈졌다. 대외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일이 없는 조커 유는 흔한 사인회 한 번 한적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인별 사건’이었다. 게시글 몇 개를 올렸을 뿐인데 팔로워가 폭등하며 단숨에 1위 자리를 뺏고 1억의 팔로워를 돌파해버린 것. 조커 유의 게시글을 보기 위해서 가입을 시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몇 달치의 신규가입자가 며칠만에 생겨나버렸던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 JUMF 출전기념사진 ]

그 후, 인별에 등장한 조커 유의 인증샷은 화룡점정(畵龍點睛).

‘봄꽃’의 첫 페이지에 조커 유의 사인이 그려져 있는 평범한 사진 한 장이었지만, 순식간에 좋아요가 쌓여가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 뭐지 이 기분은? ]

[ 딱히 엄청 슬픈 내용은 아닌데 여운이 왜 이렇게 깊게 남는 거야 이거;; ]

봄꽃을 본 사람들의 평은 각양각색이었다.

조커 유의 작품 치고는 밋밋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미묘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다. 재밌다, 재미없다, 좋다, 나쁘다를 평하기가 애매하다는 사람도, 명작이라고 울부짖는 이들도 있었다. 볼일 보다가 끊긴 기분이라고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조커 유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했다.

천권 이상을 판매한 작품은 연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던 말은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5215개의 작품 모두가 천 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니까 작품 전체의 연재를 보장한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 ‘봄꽃’은 애당초 단편을 목표로 그림을 그렸고, 추가적으로 내용을 이어서 그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커 유와 동일한 입장을 밝힌 만화가는 한둘이 아니었는데, 거의 500개에 달하는 만화가 연재를 거부하고 단편으로만 남기를 희망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낸거야.’

행사를 찾아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5만원정도는 책을 구입하는데 돈을 써야만 500억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도 모든 사람들이 5만원씩 썼다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엄청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조커 유’의 힘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리라.

더 정확히는 조커 유의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조커 유의 팬인 사람들이 그런 작품 대부분을 구입하다보니까 생겨버린 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순수한 창작물의 성적은 대체적으로 패러디 작품에 비하면 저조한 편이라는 통계가 그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다음에 시간나면 만들어봐야지 뭐.’

봄꽃은 생일날의 너에게처럼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의 느낌으로 내고 싶었다. 그러나 생일날의 너에게에 비하면 양이 적어서 영상으로 굳이 만들자면 플레이 타임은 기껏해야 3~40분 정도일 것이다.

‘지금은 일단 아르핀의 녹음 작업에 집중하자.’

오늘 페스티벌이 끝났고, 내일부터는 다시 녹음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다음주는 녹음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게 잡혀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고 있을 틈따위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휴식기를 가질 것이기 때문에 봄꽃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좀 더 미래의 이야기이리라.

‘아랜디나 한 판 할까?’

하루가 좀 길었던 것도 같다. 지혁은 점점 어두워지는 바깥의 풍경을 멍하니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앞에 앉았다.

“…어?”

아무생각없이 아랜디에 접속한 지혁은 캘린더를 수정하느라 마스터 계정으로 접속해둔 상태였음을 깨달았다. 게임이 시작될때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아이디가 뜨자 알아버린 것이다. ‘Joker U’라는 아이디는 지혁이 게임시스템을 만들면서 마스터 계정에 미리 넣어두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아 귀찮은데.’

로그아웃하고 다시 새로 로그인하기가 좀 그랬다. 뭐, 별일이야 있겠는가. 그냥 관심 좀 받고 말겠지 뭐.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게임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게임을 시작하려다 보니, 문뜩 그의 마스터 계정은 플레이한 적이 없어서 세이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이브가 없으면 랭크게임을 돌릴 수 없다.

이미 수준급의 실력에 오른 지혁에게 있어서 일반게임은 의미가 없다. 그는 랭크게임을 하고 싶었다. 할 수 없이 지혁은 직권 남용을 통해서 시스템을 조작하여 그의 세이브를 100까지 풀로 쌓아버렸다.

‘크크.’

세이브 쌓기가 귀찮다고 생전 해본 적이 없는 권력의 맛을 이렇게 누려보게 될 줄이야. 그러나 지혁만 숨긴다면 걸릴 일은 없다. 왜냐하면 아랜디에는 솔로 모드라는 것이 존재하고, 일반 게임은 전적검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웃음이 나왔지만, 어쨌든 게임을 하고싶었기에 곧장 매칭을 돌렸다.

쿠웅!

게임이 잡히고, 10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씩 수락을 누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10명이 모두 수락을 누르자, 로딩창이 떠올랐다.

[ Sound Of Destiny(B1) : ? ]

[ Sound Of Destiny(B1) : 조커 유? ]

[ Sound Of Destiny(B1) : 저거 찐임? ]

가장 먼저 지혁을 발견했다고 생각되는 유저가 로딩창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본 지혁은 피식 웃으면서 물을 가져오기 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그때 다른 유저가 받았다.

[ 카폴(B2) : ? ]

- Joker U(97%)

- Joker U(98%)

- Joker U(100%)

- Joker U(100%)

- Joker U(100%)

- Joker U(100%)

지혁의 아이디를 여섯 번이나 찍어낸 그는 조커 유가 이 게임에 있다는 사실을 다른 유저들에게 생생하게 알렸다. 그러자 로딩간에 딴짓을 하고 있었을 다른 유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아이싯스 : 아니 뭐야 ㅋㅋㅋㅋ 대박 ]

[ 만능찜 : 맞네. 관리자 표시 있잖아. 진짜 조커 유임 ]

[ EPA Personality : 전적 보니까 첫 배치인데? ]

[ 소문난비행접시 : 솔로로 세이브 쌓으셨나? ]

[ Prcimory : 그런 듯. 방금 검색해봤는데 조커 유랑 같이 해봤다는 사람은 없음 ]

[ asdjkl : 와 첫 랭겜을 같이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

지혁이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그는 난리가 나 있는 채팅창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 Joker U : 안녕하세요 즐겜해요 ]

[ 소문난비행접시 : 팬이에요! 작품들 정말 잘 보고 있어요 ]

[ EPA Personality : 정말 조커 유 님 맞으신가요? ]

[ 만능찜 : 아 맞다고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

채팅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온다. 인사 한 마리를 하고 지혁은 입을 다물었다. 곧 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 아이싯스 : 아르핀 2부는 언제 시작하나요? ]

그때 올라온 채팅을 무심결에 보던 지혁은 흠칫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르핀 2부의 일정을 아직 캘린더에 갱신을 안했나?

지혁은 채팅을 전부 차단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이거 한 판 하고나서 바로 공지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아르핀 2부의 상영일인 11월 1일까지는 2주도 안남았다.

[ Leethreefive : 아니 뭐야. 선생님 ]

그때, 계속 침묵을 하던 마지막 유저가 입을 열었다.

[ Leethreefive : 선생님. 저 기억 안나세요? ]

[ Leethreefive : 예전에 롤도 같이 했었는데. 저 이상오입니다. ]

누구라고?

지혁은 다시 흠칫했다.

이상오?

지혁이 방송을 챙겨보았던 몇 안되는 방송인 중 하나였다. 최근의 지혁은 방송을 보고있지 않기 때문에 이상오의 근황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다.

[ Joker U : 정말요? ]

[ Leethreefive : 네 형님. 저 지금 PD팟에서 방송중입니다. 이적했어요. ]

지혁은 설마 자신 때문에 그가 플랫폼을 옮겼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조커 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챌린저 유가 등장해야 한다. 그가 챌린저 유로써 방송을 하는 곳이 바로 PD팟인 것이다.

[ Joker U : 아 그런가요? 제가 요즘 바빠서 방송을 볼 정신이 없었어요 ]

[ Leethreefive : 괜찮습니다 형님. 다 이해합니다. ]

분명 그는 지혁보다 나이가 많을텐데.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PD팟에 들어가보았다. 그러다 아차했다. 실수로 챌린저 유의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버릴 뻔 한 것이다.

‘어딨지?’

이상오는 꽤 유명한 방송인인데 상위 리스트에 보이질 않는다.

[ Joker U : PD팟에서 방송하시는 거 맞나요? 안보이는데 ]

[ Leethreefive : 사실 제가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PD팟에서 방송을 하고 있기는 한데 쭉정이 신세입니다. 검색을 하셔야 들어오실 수 있어요. ]

검색을 해보니, 아메리카TV에서 수천, 경우에 따라서는 수만의 시청자를 찍었던 그가 기껏해야 100명의 시청자를 유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혹시 뭐 사고라도 쳤나?

지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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