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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107화 (107/116)

00107  Joker U Manhwa Festival  =========================================================================

“그러면 11월에 아르핀 2부가 시작된다고요?”

“응.”

지혁은 돈가스를 먹으면서 태연하게 답했다.

“야. 목소리 낮춰.”

식겁한 손현석이 남선혁에게 말했다. 너무 큰 음성이라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르핀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지혁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그 사실을 보다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조커 유라는 사람이 등장하기 이전에 전세계에서 인별의 팔로워가 가장 많았던 사람은 6천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헌데 지혁은 게시물 몇 개 올리지도 않는데 1억을 돌파했다. 그의 얼굴이 공개가 된 것도 아니었고, 계속해서 활동을 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가 별로 볼 것도 없는데 말이다. 전화왔던 은서가 발광(?)을 하는 것에서 지혁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지혁은 스타가 아니다. 스포츠 선수도 아니고. 그저 창작가일 뿐이다.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만든 ‘작품’이지 ‘작자’가 아니다.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니 당연히 작품에 비해서 인기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이 정도의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와…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는데. 대박이에요 형.”

“아, 그럼 혹시 방학동안에 아르핀 2부 작업을 하느라 저희를 만날 틈도 없었던 거에요?”

그…건 아닌데.

“그건 아니지. 형이 해명방송에서 사신성이 본인이라고 얘기했잖아.”

“아, 그렇구나.”

3주동안 게임을 무려 천판이나 했다. 게임의 평균 플레이타임이 2~30분정도임을 감안하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게임만 해야만 가능한 수치였다.

“아, 혹시 그러면 그때 미친 듯이 렐을 하셨던게 곧 아르핀 2부 작업이 들어가니까 그전에 실컷 놀아둬야겠다 뭐 이런 느낌이었던 건가? 물론 그 뒤로 방송을 키시기는 했지만….”

“어. 그건 말 되네.”

맞냐는 듯 둘이 고개를 돌려 지혁을 쳐다보았다. 지혁은 그렇다고 하기로 했다. 차현진에 관한 이야기를 별로 하고싶지 않았고, 아르핀 2부가 뚝딱 만들어진 것에 대한 변명거리로도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긍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침묵하며 돈가스를 입안으로 한 점 집어넣을 뿐이었다.

“형. 진짜 존경합니다.”

“그만 좀 해라 좀.”

지혁은 태도가 확 바뀐 둘이 부담스러워서 혼내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둘은 그제서야 찔끔하며 입을 다무는 기색이었다.

“형. 2부에서는 아렌이 좀 쌔지나요?”

그러고 보니 남선혁은 아렌파였던가.

“이제 뭐… 약하진 않지.”

물론 지혁의 말은 어디까지나 아르핀 세계관의 전체를 놓고 따졌을 때를 뜻한다. 3년이 지났고, 아렌은 키도 크고 부쩍 성장했다.

저항군에 들어간 아렌은 제단의 제자인 파킷에게 집중수련을 받게 된다. 파킷은 저항군의 2군단장이기도 하다. 특별대우에 많은 사람들이 아렌에게 불만을 드러내지만, 그것도 초반의 이야기였다. 아렌은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이며 실력을 쌓아나갔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정도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그는 중대장으로써 활동하게 되는데, 중대원들은 그를 포함해서 총 5명이었다. 전부 새로운 등장인물들은 아니고, 1부에서 주인공과 같이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섞여 있었다.

참고로 이승현이 맡게될 인물이 바로 파킷이었다.

“형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건데요.”

“뭔데.”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신중한 걸까. 손현석이 뜸을 들이자 지혁은 열심히 입을 우물거리며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그에게 말하는 것을 종용했다.

“제단이랑 로페네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지혁은 김이 샜다는 듯이 ‘아이씨’ 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뒤로 뺐다.

“아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지금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잖아요.”

로페네는 1기 24화쯤에서 주인공 일행과 피터지는 혈투를 벌이다가 죽었다. 심지어 1기의 마지막에 있었던 전장에도 참전하지 못했던 셈. 로페네의 사망 당시 그때 로페네파의 인물들이 격분했다는 것은 지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당초 로페네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

“당연히 제단이 이기지.”

지혁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고, 둘의 반응은 희비가 갈렸다.

“그렇게 차이가 커요?”

“말해 뭐해. 로페네 열이 덤벼도 제단 하나한테 상대가 안 돼.”

그냥 견줄수조차도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지혁은 말이 나온 김에, 2부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풀기 시작했다.

저항군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제단이 그곳의 2인자라는 설명과 더불어서 아르핀은 서부, 중부, 동부로 나뉘어져 있고 주인공 아렌이 마지막에 사용했었던 아르핀이라는 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지역을 넘어갈 때마다 느끼는 현저한 차이에 이르기까지.

물론 로페네는 아르핀을 서부에 있는 존재치고는 강했다. 아르핀도 사용할줄 알았고. 그러나 제단은 로페네 정도야 맨손으로도 거뜬히 때려잡을 정도였다.

“그렇구나….”

“나도 예전에 그거 인터넷에서 사람들 싸우는거 봤는데, 그냥 비교하는거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야.”

“형. 말만 들어도 2부 지금 당장 보고 싶어져요.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의기소침하던 모습은 어느새 탈피한 남선혁이 설렘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그렇게 말하자 지혁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아직 성우 오디션도 안 봤어.”

*                 *                 *

2학기는 평화로웠다. 지혁이 챌린저 유라는 것을 학과의 사람들 중에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일전에 학과장을 찍어눌러두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유명한 사람이 같은 학과인가보다 하고 마는게 한국대생의 특징인지는 모를 일이다. 여하튼 덕분에 지혁은 일상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적당히 놀다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들을 반복해서 겪어나가고 있었다.

조커 유에게 많은 작품을 기대하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혁은 이런 놀고먹는 생활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는 나태가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흠….’

지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긴장한 듯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남선혁과 손현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대단히 잘했다고는 못하겠으나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지금까지 중에서는 제일 나아.”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 둘은 지혁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이제 시간도 없으니까 더 수정하기도 힘드니까 큰 틀을 바꾸려고 들지말고 세세한것만 조금 수정하다가 제출해.”

벌써 9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25일. 이제 곧 점프의 마감일이다.

“네. 형.”

“교수님한테도 따로 제출하고.”

지혁이 그렇게 말하자, 남선혁은 잠깐 멈칫하는 것 같았다.

“형. 형도 그럼 작품 제출 하실 거에요?”

“응? …아. 신동훈 교수님은 내 정체를 알고 계셔.”

지혁의 말에 남선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요?”

“어. 그분만 알고 계셔. 저번에 한번 아르핀 1부 성우 뒷풀이때 뵀거든.”

“그렇구나.”

남선혁이 수긍할 때, 손현석은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그럼 형도 제출용으로 따로 뽑아두셨어요?”

“아니. 교수님이 와서 사가시겠다던데. 부스 위치가 확정되면 장소만 알려달래. 그냥 드린다니까 꼭 사고 싶으시다나봐.”

지혁의 말에 손현석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형. 그거 혹시… 교수님이 형의 첫 단편작을 사재기하려는게 아닐까요?”

“…….”

그런가? 그쪽으로는 생각을 못했다. 지혁의 부스를 굳이 알려달라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를 보관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굉장히 그럴듯했다.

“뭐, 어차피 형의 작품은 연재가 보장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괜찮겠죠?”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성과가 좋아도 단편작품으로 끝낼 거고, 증쇄도 없어.”

지혁의 말에 손현석이 놀란 듯 했다.

“왜요!?”

“그냥… 가볍게 그린 거니까 그렇지.”

물론 대충하지는 않았다.

지혁은 자신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부류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또 막상 게임을 만들고 보니까 게임을 제작하고 난 뒤에 느껴진 성취감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않았다. 지혁은 자신의 손에서 ‘하나의 세상’이 창조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의 작품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세계가 하나씩 새로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따라서,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있어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길게 끌어서 좋을게 없는 작품이야. 나는 장편이 될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고 단편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스토리로 했어. 그래서 본격 연재는 없고 그냥 거기서 끝이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요.”

“괜찮아.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어차피 아이펜에 공개할 거니까. 가격은… 100원으로 하면 될 거 같아.”

“아, 그렇구나.”

아이펜은 조커 유의 작품을 보관하는 보관함과도 같다. 이번에 만들어낸 단편작 역시 그 안에 속하는 셈이었다.

“그래도 페스티벌에서는 책으로 만들어진 걸 팔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지혁은 보관용으로 따로 10개정도만 빼놓고, 그것을 제외하고 총 1000권을 만들어서 판매할 예정에 있었다. 딱 1000개 한정 판매인 셈이다.

인기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경쟁이 예상되는 일이지만, 지혁은 정체를 숨기고 출품할 생각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판매 역시 그가 아니라 대리인이 맡게 될 것이다.

“저도 부스 위치좀 알려주세요. 꼭 사고 싶어서 그래요.”

“어. 그럴게. 위치가 확정되면.”

단행본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그득해보이는 손현석의 표정을 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지혁은 대답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대량구입을 방지할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나?

‘한 사람이 같은 작품을 두 개씩 사고 그러는 건 좀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잠깐 고민하던 지혁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긴 것이다. 가족단위로 페스티벌을 찾은 손님들은 여러 개 구입해서 한명에게 몰아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따져보면 끝도 없는 일이니까, 너무 과도하게 많이 구입하는 사람들만 제지해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두면 될 것이다.

“이제 곧이네.”

페스티벌은 한 달도 안 남았다. 매입한 부지에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고, 작품을 선별하는 일만 남았다.

‘바빠지겠지만….’

전혀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만화를 보는 일이 아닌가. 그것도 계속. 그건 지혁이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다.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설렘을 느꼈다. 무엇보다 지혁에게 제공될 심사작들은 일차적으로 직원들이 선별한 것들이기 때문에 너무 이상하다 싶은 작품은 아예 있지도 않을 것이다.

마감이 끝나자마자 바로 심사에 들어갈 생각에 지혁은 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먼저 제출된 작품들을 보고 미리 해두어도 괜찮겠지만, 한번에 몰아서 하고 싶었다.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처음으로 주최하는 행사이다보니까 실수없이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신경쓰고 있고, 들인 공이 많다보니까 긴장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었다.

단순히 국내 한정 행사같은 느낌도 아니다. 외국에서도 조커 유의 만화 페스티벌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한다. 이미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뒀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모양. 아마 엄청난 인파가 몰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지혁은 연중행사의 느낌으로 점프를 이끌어나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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