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4 Joker U Manhwa Festival =========================================================================
“오빠. 배고파.”
지혁이 방송을 키고 은서가 친동생임을 밝히자 소란은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챌린저 유에 관한 기사를 내던 이들은 황급히 꼬리를 내려버렸다. 조커 유면 몰라도 챌린저 유의 열애가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줄은 몰랐던 지혁은 어이가 없었다.
급하게 킨 방송을 끄고서 웹툰을 보고 있던 지혁은 그녀의 요청에 집에 있는 식재료들로 대강 요리를 해주었다. 그녀와 맛있게 저녁을 먹던 지혁은 뜬금없는 말에 반문했다.
“SNS?”
“엉. 왜 오빠는 SNS안해.”
“그딴걸 왜해.”
지혁이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하자, 은서가 발끈했다.
“그딴 거라니. 얼마나 재밌는데.”
그 기세가 다소 흉흉해서 지혁은 찔끔했다.
“나는 별로 관심없어.”
“관심 없으면 끝이야? 인별의 많은 유저들이 조커 유의 계정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4억 인별인의 원망이 두렵지도 않아?”
뭐라는지 모르겠다. 대강 얼버무리며 저녁식사를 끝낸 지혁은 설거지를 하기도 전에 은서에게 끌려가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자, 빨리 계정을 만들도록.”
“수능 끝나면 몇 대 맞을 각오해라 넌.”
지혁이 이를 갈 듯 힘을 꽉주고 말하자, 이번에는 은서가 움찔했다. 그러더니 곧장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애교를 부려댔다. 근데 개중에는 이번에 주최하는 점프의 홍보의 창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고, 지혁은 좀 솔깃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계정을 만든 지혁이 뭘 어째야하냐 묻자, 그가 계정을 생성하는 사이 지혁의 작업실을 폰으로 열심히 찍어대던 은서가 단자를 연결해서 사진을 뽑아내었다.
“이런 거 올리고, 한마디 써주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해놓고, 은서는 아이펜에 접속해선 지혁에게 공지사항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조커 유가 SNS를 시작했으며, 계정은 이러이러하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궁금하긴 하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팔로우를 해올지.”
그러면서 은서는 지혁이 앉아있던 자리를 뺏어서 그의 계정을 확인해보려는 기색이었다.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지혁은 옆에 놓여있는 노트북을 들고서 소파로 향한 뒤에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와… 벌써 50만이야. 오빠오빠. 새로고침 할때마다 몇만씩 올라.”
“그래그래.”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데다가 관심도 없었던 지혁은 대강 대답하면서 웹툰을 보는것에 열중했다.
“오빠. 나 이만 갈게.”
“뭐? 지금?”
확인해보니 시간은 8시였다.
“당일치기를 할 생각이었어. 이미 표도 끊어놨고. 자고가면 내일 출발해야 되는데… 이틀이나 놀 수는 없잖아.”
“그래… 뭐.”
지혁이 납득한 기색이자 그녀는 곧장 거실로 나가선 핸드백을 들어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태풍이 지나간 느낌으로 은서가 가버리고, 지혁은 잠깐 배웅해준 정원에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걸 끄고 가야지.’
지혁은 인터넷 창을 꺼버리려다 말고 새로고침을 할때마다 뭔가가 오른다고 했던 은서의 말을 떠올렸다. 아마 팔로운가 뭔가 하는 그것일 터였다.
‘높은 건가?’
지혁이 새로고침을 하니 현재 팔로우 숫자는 130만이었다. 기준점을 잘 모르니 높은지 낮은지를 알수가 없다. 물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뭔가 정신없는 하루였다는 생각을 하며 지혁은 웹툰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안녕하세요!”
“…음.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아니 그보다 지혁의 집은 어떻게 알았지?
지혁은 화사한 복장을 한 상태로 지혁의 앞에 선글라스를 쓴 채 서 있는 여성을 보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주위의 시선도 있고해서….”
“아, 네. 들어오세요.”
한예리는 지혁의 말에 거침없이 내부로 들어섰다. 돌계단을 올라서서 정원을 보게된 그녀는 탄성을 내질렀다.
“와~ 완전 예쁘다.”
“그런가요?”
지혁이 대충 대답해주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쇼핑백을 건네는 기색이었다. 지혁은 그녀가 건네는 것을 받았다. 안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집들이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한예리한테 서울로 이사를 했다는 걸 말했던가? 지혁은 긴가민가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일단 선물을 받았으니까 내용물을 확인해본다.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니까, 다름아니라 번쩍번쩍한 시계였다. 얼핏봐도 가격이 낮아 보이지는 않았다.
“보니까 시계가 없으신 것 같아가지고….”
언제 그런걸 보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혁이 시계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한예리는 별 것 하지 않고, 잠깐 지혁의 집도 구경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만 가봐야겠다면서 돌아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전부터 찾아온 그녀를 보내고 점심을 먹은 지혁은 3시쯤 다시 한 번 불청객을 맞았다.
“…어, 네. 여긴 어쩐 일로?”
“집들이를 너무 늦게 왔네요. 이건 집들이 선물이에요.”
지혁은 선물을 받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갑자기 한예리부터 시작해서 리플라워 멤버들까지 뜬금없이 집들이를 명목으로 들이닥칠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유은서.’
성까지 붙여서 불렀다. 각오해라.
지혁은 그녀에 관한 분노를 속으로 삭히면서 리플라워 멤버들을 응대했다.
“어제 SNS 계정을 만드셨던데요?”
“아… 그 동생이 왔었거든요. 걔가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어쩌다보니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 팔로우 했어요. 혹시 저도 팔로우 해주시면 안 되나요?”
지혁은 그렇게 맞팔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리플라워 멤버들도 돌아갔다.
“…….”
주말이 통째로 날아간듯한 기분을 느끼며 지혁은 리플라워 멤버들에게 배운대로 점프에 관한 홍보를 SNS에 등록했다. 순식간에 좋아요가 폭주하기 시작하는 것을 잠깐 지켜보던 지혁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은근히 재밌네.’
그러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지금 지혁이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지혁은 추후에 신비주의 컨셉을 탈피하게 되면 SNS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 * *
8월 31일이 되었다.
월요일. 지혁은 다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팬이에요.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나요?”
“아, 네.”
1학기때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지혁은 은근히 몰리는 사람들의 관심에 학교생활의 작은 낙 중에 하나인 이동간 웹툰보기를 방해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일부터는 그냥 택시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하철에서 내린 지혁은 학교 정문으로 진입했다.
“챌린저 유다.”
“뭐야. 우리 학교였어? 그렇게 게임을 잘하면서 공부도 잘한다고?”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의식 과잉은 아닐 터였다. 지혁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걸음을 빨리해서 강의실에 도착했다.
“…….”
그가 문을 열고 등장한 순간 소음이 일시에 뚝 끊겼다. 사실 단톡방에 지혁의 정체를 놓고 이래저래 소문이 났다는 사실은 남선혁을 통해서 전해들었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티나는 반응을 확인하게 될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안왔나.’
남선혁과 손현석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지혁은 슬금슬금 걸어서 구석진 곳에 슥 앉았다. 송곳처럼 꽂히는 듯한 시선을 애써 흘리며 핸드폰을 꺼내든 그는 곧장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형. 어떻게 방학동안 연락 한 번 없어요.”
남선혁이 왔다.
“얼마전에 통화 했었잖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할 말은 없다. 솔직히 지혁은 집돌이 체질이었다. 집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일이 별로 없는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는 편이었다. 차현진과 헤어진 것 때문에 더더욱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서 생활했다.
8월 초쯤에 손현석이 남선혁과 한 번 지혁의 집으로 놀러가겠다는 말을 통화간에 한 적이 있었다. 지혁은 그의 집을 그들에게 보여주기가 좀 그랬기 때문에 단박에 거절했었다.
“어쨌든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지.”
“네 뭐… 전 형 방송으로 봤으니까요.”
“…내 방송을 봤다고?”
“키실때마다 챙겨봤죠.”
그러고 보니 그들은 지혁이 챌린저 유라는 사실을 종강 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혁은 그래도 폐인처럼 지냈던 3주를 제외하면 방학기간동안 꽤 성실하게 방송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이라는 느낌은 크게 안드네요.”
남선혁의 말에 지혁이 침묵하면서 웹툰에 집중할 때, 때마침 손현석이 나타났다.
“형. 지혁이 형. 혹시 그 소식 들으셨어요?”
그는 답지않게 꽤나 흥분한 기색이었다. 보통 이런 모습은 손현석이 아니라 남선혁이 보여주는 건데.
“무슨 소식.”
지혁이 핸드폰 화면에서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건조하게 말하자 손현석이 말했다.
“이번에 아이펜에서 점프라는 행사를 하잖아요. 만화 페스티벌이요. 그에 관련해서 공모전이 한창 진행중에 있거든요.”
모를 리가 없다. 주최자가 바로 지혁이 아니던가.
‘…잠깐만.’
이 흐름이라면 설마.
“알아.”
“오면서 선배님들을 만나서 들었는데 지금 학과 전체가 그것 때문에 아주 난리라던데요. 아이펜 회사에 있는 대선배님들의 말로는 엄청난 규모로 진행이 될거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지금 다들 합심해서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다나봐요. 심지어 교수님들도 참가할 의사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딱 그 정도의 인식일 뿐이었다.
지혁은 자신의 힘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공모전이 시작되고부터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이미 3만개가 넘는 작품이 신청된 상태였다.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으며, 마감이 다가올수록 많은 작품들이 들어올 것을 감안하면 수십만개의 작품이 몰려들지도 모른다. 때문에 지혁은 이제 더 이상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혁이 그 사실을 접한 것은, SNS에 홍보를 해볼까 결심을 했을 때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이진우 팀장에게 연락을 돌렸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방학이라고 놀기 바빴다.
“그래?”
“네. 그래서 말인데, 저희도 군대가기 전에 뭔가 하나쯤은 스펙을 쌓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공모전에 참가하지 않으실래요?”
지혁의 예상대로 손현석은 그와 합작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
잠깐 고민하던 지혁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