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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102화 (102/116)

00102  Joker U Manhwa Festival  =========================================================================

돈을 써봐라.

승현은 며칠 뒤에 부대로 복귀했지만, 그의 조언은 지혁에게 남았다.

톡. 톡. 톡. 톡.

늦은 밤. 작업실 의자에 앉아서 펜으로 유리 탁자를 톡톡 두들기며 지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걸.’

승현이 추천해준 것들은 많았다. 그러나 막상 진짜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 별로 끌리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지혁은 스포츠에 관심이 조금도 없었다. 스포츠 경기를 본 적도 없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기간이 되어서도 지혁은 TV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당연히 그것들에 흥미가 없는데 추천을 받았답시고 투자를 하고싶지는 않았다.

리라 센토의 대회 역시 마찬가지. 지혁의 예상대로 이미 다양한 규모의 대회가 열리고 있다. 굳이 지혁이 건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물론 대회가 많으면 선수들의 입장에서 좋기는 하겠지만.

‘뭐, 해보지 뭐.’

그래도 일단 이건 약간의 흥미는 있었으니까 지혁은 펜을 들어 놓아둔 종이에 슥슥 기입을 시작했다.

1. 리라센토 대회

ARDWC가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아랜디 대회는 당분간 보류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지혁은 제 2회 ARDWC는 아르핀의 2부가 끝나고 그와 관련된 업데이트가 대강 마무리가 되어갈때쯤에 열 계획이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고, 번복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쪽으로는 공식대회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전용기나 섬은 예외. 물론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섬에 가고싶은 순간이 찾아오거나, 해외여행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돈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지혁의 성정과는 맞지 않았다.

‘미리 갖춰두면 괜찮으려나?’

그래도 이왕 넘쳐나는 돈을 제대로 소비하기로 한 거, 이쪽도 지금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2. 섬, 전용기

그리고 그 뒤로 지혁은 바로 3번을 기입했다.

3. 게임단 창단

‘이건 꼭 해야지.’

대회가 열리는 대세 게임은 지혁으로 인해 꽤 다양해졌다. 렐. 리라 센토. 아랜디. 이 세 개의 게임에서 프로게이머만 뽑아도 10명은 족히 넘어갈 것이다. 그들이 지낼 숙소나 여러 가지 제반사항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상당히 소모될 것이다.

문제는 티도 안날 것 같다는 것. 오히려 그들에게 쓰는 돈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과같은 기세라면 하루치 수익만으로 1년 연봉과 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하루도 길다. 몇 시간이면 될 터.

“…….”

다 합쳐도 들어가는 비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지혁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돈 좀 들겠는데’ 정도의 선택지가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했다.

“뭘 하면 좋을까?”

*                 *                 *

“본래 각종 전시회 등에 활용되고 있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지혁은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걷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새로이 비서같은 느낌으로 활동하게된 운전기사 유창현이 열심히 브리핑을 하는 중이었다. 차현진의 빈자리를 누구로 메워야할지 고민하던 지혁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자기가 해보겠다고 자원했고, 맡겨보았다. 근데 그는 꽤 일을 잘했다.

“크네요.”

지혁의 감상평은 심플했다. 7천억원이나 들여서 매입한 건물에 대한 평가로는 너무 짧았다.

지혁은 안내하는 유창현을 따라 걸으면서 앞으로 전시회, 페스티벌 회장 등으로 쓰게 될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다 있는 법이었다. 건물이 말도 안되게 넓었다. 족히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내부에 있는 넓은 광장도 지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만족스럽네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추진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허투루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직접 살펴보니까 지혁의 계획에 적합한 장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프(JUMF)’의 장소로써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예전에 갔다왔던 만화축제보다도 더 큰 것 같다.’

뭐 아무렴 어떨까.

조커 유 만화 페스티벌(Joker U Manhwa Festival). 줄여서 점프(JUMF).

굳이 만화를 Comic이나 Cartoon등이 아니라 ‘Manhwa’라고 쓴건 그냥 그러고 싶어서였다. 사실은 JUCF는 어감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만화시장을 키워보는거야.’

한국의 만화계는 좁다. 웹툰으로 최근에 다시 점차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화책 쪽으로는 거의 전멸에 가까웠다. 안그래도 시장이 좁았었는데 스마트폰이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웹툰쪽으로 작가들이 몰려갔다보니까 이젠 정말 ‘만화책’을 찾기는 쉽지않게 되었다.

지혁은 이번의 기획이 그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점프는 부스의 개념으로 공간을 쪼개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나 올 수 있지만, 아무나 올 수 없다.

아무리 유명한 만화가라고 하더라도 점프 전용의 단편만화가 없이는 부스를 받을 수 없다.

그것은 지혁 역시 마찬가지.

지혁은 대대적인 만화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은 이미 공지도 올려두었다. 9월 30일까지 자신의 만화를 아이펜 본사로 제출하도록 아이펜 홈페이지에 관련된 내용을 등재해둔 것이다.

아이펜에서 추진하는 일이고, 그것은 곧 조커 유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으니 많은 만화가들이 지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예상대로 잘 될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지혁은 약간의 보험을 들기로 했다.

여하튼 그렇게 모여든 작품을 일차적으로 직원들이 선발을 해줄 것이다. 그럼 지혁은 그들이 가져온 수백, 수천개의 작품을 보고 점수를 매겨서 최종적으로 점수를 합산하기만 하면 된다.

신청자들은 그렇게 얻은 점수를 통해서 부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당연히 위치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모두가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좋은 위치에 있는 부스, 큰 부스 등은 높은 점수를 받은 이들에게 먼저 지급할 생각이었다. 물론 고득점자가 작은 부스를 원한다면 융통성있게 그렇게 지급해줄 생각이 있었다. 까봐야 알겠지만, 큰 부스가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일테니 그런 사람은 대환영이다.

‘단편작품만 받을거야.’

추가적으로, 지혁이 공모전 작품의 요건으로 내건 제한사항은 단 한 가지. 책으로 치면 20페이지 정도의 분량만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혁은 거기에 사족을 걸었다.

만약 점프에서 인기가 좋아서 판매량이 높을 경우 아이펜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괜찮은 작품이 있다면 단편을 장편으로 뜯어고쳐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었다.

공모전을 통해서 부스를 획득하게 되면 일단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거기서 좋은 성적까지 거두게 된다면 아이펜의 도움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연재까지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결국은 판매량이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판매량이 저조하면 의미가 없다. 그것이 바로 판단의 잣대로써 작용할 것이기에. 뭔가 대충 그린 것 같고 별 것도 아닌 만화같은데 판매량이 높다면 그것으로 또 장땡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만화라는게 그렇다. 그림 솜씨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아니다. 대충 그린 그림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탄탄해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지혁은 기준점을 판매량으로 정한 것이다.

‘벌써 기대되는 걸.’

11월부터 다시 상영을 시작하는 아르핀 2부전에 1회 점프를 개최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혁은 빠르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9월 30일날 마감을 하고, 추려서 지혁이 최종선발을 하기까지 소요될 시간을 2주로 잡았고. 3일에 걸쳐서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금~일의 기간동안을 페스티벌 기간으로 확정했다.

지금이 8월 중순이니, 2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었다.

‘이곳을 이래저래 개조하고 구색을 맞추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지.’

일은 순조로웠다.

이제 지혁이 해야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자신도 참여할 것이냐.

‘이런 재밌는 이벤트에 내가 빠져서는 안 되겠지.’

당연히 지혁은 참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아, 네. 물론이죠. 꼭 참여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혁은 이형준과의 통화를 끊고서 흡족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지혁은 그와 연관되어 있으면서 요즘 만화가로써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나은, 이형준 등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들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로써 지혁을 기분좋게했다. 어쨌든 유명한 만화가들이 참여해준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더 몰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여보세요?

“네. 홍창식 씨.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작가님. …혹시 오늘 보내드린 만화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요?

지혁의 소설을 웹툰화한 네 명의 작가는 지혁에게 만화의 원고를 보내서 사전검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그게 계약조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적할 점들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어서 지혁이 크게 신경써야될 정도는 아니지만, 지혁은 단 한번도 그 과정을 거른 적이 없었다.

목소리에서 잔떨림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벌써 미니게임천국의 2부에 들어섰을 정도로 꽤 많은 내용을 진행한데다가 20여년의 세월동안 만화를 그려온 홍창식에게도 지혁의 전화는 떨리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최근엔 이런 일이 없었다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혁이 점프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그 역시 이미 그리고 있었다는 말을 해옴으로써 지혁의 기분을 날아가게 만들었다.

- 저… 안그래도 그에 관련해서 여쭤보려고 했었는데요.

그러나 그의 말은 끝난게 아니었다.

“네. 말씀하세요.”

- 지금… 대한민국의 만화가 대부분이 점프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혹시 따로 그에 관련되서 공식입장을 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만화가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홍창식은 연배가 있고, 만화업계에서 인맥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보니까 이래저래 아는 것이 많은 듯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축제 분위기이다보니까 프로 만화가들은 참여해도 될지말지에 대해서 고심을 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일반인들의 행사에 자신들이 끼어들어 초를 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듯.

“아… 혹시 그러면 그런 분들한테 전언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누구든 참가해도 상관이 없거든요 저는.”

- 아,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전파하겠습니다.

사명감을 가진듯한 결의어린 목소리에 지혁은 미안한 어조로 통화를 종료했다. 그보다 나이가 한참많은 홍창식을 괜히 부려먹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혁은 아는 만화가가 거의 없었고, 아이펜에 올린 공지사항에는 누구든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을 적어두었다.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인터뷰 같은 것을 해야하는데, 썩 내키지는 않았다.

‘만화가들이 참여해주면 더 좋지.’

수백개의 부스가 생겨나게 될텐데, 그것들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누구든 가능하다고 해두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재미는 있는 작품들로 채우고 싶었다.

이로써 홍보는 끝난 셈. 이제는 준비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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