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0 얼굴이 공개되다 =========================================================================
스아아아악!
지혁은 룸으로 향했다. 게임 제작을 위해서 갔다온 뒤로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독자적인 방송 체계도 만들면 좋겠지.’
아이펜에 적용되는 방송시스템.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펜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이 조커 유에 관련된 작품들을 총괄한다는 것이니 방송 역시 지혁만 가능하도록 설계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혁은 지혁이 사용하고 있는 방송 플랫폼이나, 그 이외에 타 플랫폼에 별다른 유감이 없었다. 그들의 운영이나 시스템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방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느껴졌다. 물론 여러모로 삐걱대는 것은 있겠지만, 운영자들과 일체 접촉을 할 일이 없는 지혁으로써는 그런 곳들 중 아무데나 잡고 방송을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방송으로 인한 수익을 나누는 것? 지혁이 작품활동을 통해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과 따지자면 방송수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티가 안날 정도로 푼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의 기준으로 본다면야 방송을 키기만 하면 기본 몇만명이 들어오는 챌린저 유의 수익이 적지는 않겠지만, 지혁은 이미 조 단위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였다.
‘언짢은 느낌이 있기는 하다만.’
돈은 아깝지 않다. 문제는 지혁의 돈을 떼먹히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건 좀 불편한 사항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독자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청자 숫자.
지혁은 이 추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정체가 공개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용케 잘 버텨왔다지만, 지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곧있을 일이다. 그렇게 되면 조커 유의 방송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게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플랫폼이 감당하기 힘든 숫자가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다. 수백만명이 몰려들지도 모를 일. 그건 플랫폼에게도 민폐고, 지혁에게서도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버가 터져버릴 수도 있는 일이며, 방송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만 방송할 수 있는 체계를 아이펜에다가 미리 만들어두고자 이번 룸행을 결심한 것이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거야.’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게임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 * *
[ 방송 on ]
[ 이게 대체 얼마만이냐구 ]
챌린저 유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거의 한달만에 방송을 켰기 때문인지, 몰려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반가움을 드러냈다.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말도 없이 잠적한 챌린저 유를 반기는 기색이었다.
챌린저 유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그는 후원금이 터지든 말든 반응도 안해주는 사람이고, 방송주기도 들쑥날쑥하다. 방송에서 자신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언제든 장기휴방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사실을 감안해달라는 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방송을 찾는다. 그의 화려한 게임 솜씨는 사람들의 눈을 매료하기에 충분하고, 최근에는 점점 입담도 나아지고 있었다. 타고난 방송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빠르게 방송 솜씨를 갈고 닦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방송의 시청자수가 2만이 되었을 무렵.
“안녕하세요. 챌린저 유입니다. 반갑습니다.”
그의 음성이 나왔다.
“오랜만이네요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 사신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혹시 사신성 중에서 챌린저 유 님의 부캐가 있나요? ]
슬쩍 채팅창을 흘겨보니 역시나 지혁이 플레이했던 아이디들을 놓고 말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챌린저 유의 장기휴방이 시작된 시점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신성이 등장했기 때문에 챌린저 유가 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혁의 본캐와 사신성의 아이디들이 각각 한 번 이상씩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혁과 그들이 동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지만.
“오늘은 리라 센토로 몸을 풀어보겠습니다.”
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곧장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랭킹 1위였던 지혁은 이미 순위권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러나 점수를 올리던 당시의 ‘실질적인 순위’는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서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니까 다시 10위권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당장 1위를 찍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 오랜만에 해도 미친 듯이 잘하네 ]
[ 방금 블링크 쓰는 타이밍 진짜 예술이다;; ]
실력방송의 장점은 컨디션이 좋고 나쁘고 등에 관계없이 그저 게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봐준다는 것에 있었다. 지혁은 게임을 하면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수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갔다.
지혁은 리라 센토를 종료하고 이번엔 렐으로 넘어갔다. 그의 부캐들에게 랭킹을 내줬을 뿐 간간히 게임을 플레이한 그의 본계정은 아직 그래도 5위의 자리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점수차이가 크다는 것.
1위인 Belefo.NC의 점수(LP)는 무려 1835점이었다.
2위인 Akad.NC가 1772점. 3위인 For Lesid가 1725점. 4위인 IC.No15310이 1698점.
그리고 지혁의 본캐가 1635점이다.
6등의 점수가 1407점. 7등의 점수가 1401점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점수들이 얼마나 엄청난 수치인지를 알 수 있다.
‘레시드까지는 뚫고 싶은데.’
3위인 For Lesid와의 점수차이는 90점. 그러나 점수가 너무 높다보니까 승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점수가 많이 오르질 않는다. 기껏해야 5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를 받으리라. 평균 7점이라고 생각하면 13연승을 해야 따라잡을 수 있었다.
1700점대에 들어서게 되면 이겨도 4~5점. 지면 25점씩 깎여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6승 1패를 정도를 해야 점수를 유지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지혁은 렐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는데다가 그간 폐관수련을 통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막강해진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솔로랭크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 뭐 이렇게 잘함? 핵아님 그냥? ]
[ 챌린저 1000포들이 그냥 브실골로 보이는 수준이네 와 진짜 어이가 없다 ]
[ 혹시 휴방이 길어진 이유가 사신성들 때문에 위기감을 느껴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그랬던 거 아님? 수련을 하고 온 거지. ]
[ 수련을 어디서 함? 밑에서 양학한다고 실력이 늘 것 같음? 사신성은 챌린저 유가 아니잖아 ]
[ 그건 그렇네 ]
4연승. 그러나 올린 점수는 33점으로 지혁의 최종점수는 1668점이 되었다. 4등과 30점 차이가 나는 셈. 리라 센토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았기에 더 방송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우….
지혁은 방송을 종료하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룸으로 가서 아이펜에 방송시스템을 만들어두기는 했으나, 챌린저 유가 조커 유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니 당분간은 기존의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커 유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몰려서 방송 진행에 문제가 생길 일도 애당초 없다. 챌린저 유의 이름값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이다.
‘증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좀 불편하네.’
지혁은 캠방송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컴퓨터 두 개를 이용해서 두 개의 캐릭터를 다루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때문에 사신성과 자신이 동일인물이라는 것도 밝히지 못했다.
사실 입은 근질근질했었다. 채팅은 계속 그와 관련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혁도 속 시원하게 그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허나 이와같은 문제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캠방을 해버려?’
아니. 그건 좀 귀찮을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되면 최소한 학교에서는 이래저래 시선을 받게될 것 같다. 무엇보다 외모를 뜯어고침으로 인해서 어그로가 제대로 끌릴 것 같았다.
지혁은 밥도 먹고, 샤워도 하는 등 한 시간 정도를 여유롭게 보내고서는 다시 컴퓨터앞에 앉았다. 어차피 지혁은 쉬는 시간에도 컴퓨터를 주로 하는 편이었다. 작업을 하든, 아니면 게임을 하면서 놀든.
“그러고 보니 오늘 웹툰을 안봤네.”
지혁은 지나가는 어투로 중얼거리며 검색 엔진에 들어가서 본능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눈으로 쫓았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는데, 그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에 고개를 휙 돌렸다.
1위에 챌린저 유가 올라있는 것이다.
‘…뭐지?’
오늘 오랜만에 방송을 한 게 그렇게 이슈였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챌린저 유를 클릭해보았다.
[ 챌린저 유, 연예인 뺨치는 귀공자? ]
가장 상단에 있는 기사 제목이 지혁의 눈에 띄었다. 지혁은 순간적으로 잠깐 멍한 기분을 느꼈다가 기사를 클릭해보았다.
[ 누리꾼에 의해 얼굴이 공개된 개인 방송인 챌린저 유의 외모가 화제가 되고 있다. PC방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은…. ]
“…….”
빼도박도 못하게 지혁의 얼굴과, 모니터 화면에 떡하니 써져있는 그의 본캐 아이디가 같이 찍혀 있었다. 합성이니 뭐니 말이 많다는 것 같지만 이건 결코 합성이 아니었다.
‘…언제 찍었지?’
이승현이 휴가를 나오고 지혁과 점심을 먹은 뒤 피씨방에 갔을 때 찍혔던 것 같다. 지혁이 모르는 사이 그의 팬이 아이디를 알아보고 찍었던 모양이다. 복귀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전에 열애설때도 그렇지만 지혁은 언제고 알려질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터지면 꽤 담담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편이었다. 누가 기사를 올렸는지 원인에 관한 생각은 나중이고, 지금은 대응이다.
‘이러면….’
방송을 다시 켜야 할까?
고민하던 지혁은 그냥 방송을 다시 키기로 했다. 난리가 난 상황인데 수습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사실 지혁은 이런 사태가 온다고 하더라도 방송할때마다 계속 캠을 킬 생각은 아니었다. 키고 싶은 날만 킬 계획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은 켜야하는 날이다.
“그전에 세팅을 좀 하자.”
이미 엎질러진 물. 담을 수는 없다. 차라리 이왕 이렇게 된거 해명이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지혁은 일전에 그가 폐인처럼 생활했었던 작은 방을 들어가 보았다.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져있을 뿐, 그때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컴퓨터 두 대가 나란히 있는 모습. 지혁은 그 중 하나에 캠을 설치하고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해명해야할 내용은 2가지 정도겠지.’
하나는 캠을 키면 자동적으로 해명이 될 것이다. 바로 그의 얼굴. 그리고 또 하나는, 사신성과 지혁이 동일인물임을 증명하는 것.
두 개의 컴퓨터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지혁의 모습을 생중계한다면, 아마도 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세팅을 마친 지혁은 잠깐 컴퓨터쪽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긴장되는데….’
그의 얼굴을 세상에 알린다고 생각하니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기분이다. 어쩌면 이 일로 그의 얼굴을 알고있는 누군가가 말실수라도 해서 챌린저 유와 조커 유가 동일인이라는 사실까지도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때 일은 그때가서 생각하자.’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아이펜입니다.
2주만에 찾아뵙습니다.
이래저래 욕심이 생겨서 예고했던 것보다 무려 1주일이나 늦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민을 좀 많이 했습니다. 정말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계속, 계속 고민을 하다가 결국 5일차쯤 되는 날에 부분적 리메이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작업이 될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뒤로 시간을 쪼개가면서 수정작업과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기존의 분량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확보하고 복귀하고 싶었습니다.
변명같지만, 그래서 늦어졌습니다.
60화부터 대대적인 수정이 들어갔고, 100화까지 집필을 완료하였습니다. 8일 정도만에 40화의 작업을 해냈지만 기존의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하루 5화를 썼다고는 말할 수 없네요.
하지만 다 쓰고나서 쭉 읽어보니까 7~80%는 새로 쓴 내용이거나 본래 뒤이어서 쓸 생각이었던 부분들인 것 같습니다. 사실상 학교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새로운 내용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부족한 제 작품을 읽어주시던 많은 분들이 계심에도 성급했던 각종 선택들을 바로잡으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에 혼자서 멋대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는 정말 드릴말씀이 없고, 죄송할 뿐입니다.
3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수정할 것은 수정하는 등 퇴고작업을 거치고 연재는 오는 12시에 진행하겠습니다. 삭제를 하지 않고 본문의 내용을 수정할 예정에 있습니다.
진지하게 작품을 몇번씩 읽으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잘 해야된다는 생각에 이래저래 너무 힘이 들어갔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삭제한 대부분의 내용들은 보관을 하고 있고, 뒤에 다시 등장을 할 것입니다(무공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등). 다만 등장하는 것이 시기상으로 조금 늦춰졌을 뿐입니다. 급하게 펼쳤던 내용들을 뒤로 물리는 것이 주된 수정작업의 내용이었습니다.
연재주기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4월부터 시작해서 6월 25일. 거의 3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으로 4월에 60화를 연재했었으니까 2달간 40화정도밖에 집필을 하지 않은 셈입니다.
오늘부터 여러가지 일도 좀 정리를 했고, 마음도 다잡은 상태로써 글을 쓰는 일에 집중을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앞으로의 연재 예정은 4월때처럼 하루 두편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재능은 아주 길게 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아무리 길어도 300화 정도의 느낌입니다), 완결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충동적으로 지른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게되어 저의 부족한 부분만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써도써도 마음에 안들고, 답답한 것은 작가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 이후로 다시 이런 수정은 절대 없을 것임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60화까지 어떻게든 가보자는 마음이었던 것처럼, 뭐가 되었든 완결까지 계속 써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기다려주신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