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93화 (93/116)

00093  아르핀 랜덤 디펜스  =========================================================================

“자… 오늘은 아이펜의 신작게임, 아랜디를 해보겠습니다.”

챌린저 유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사전에 오늘 발매되는 ARD를 플레이하겠다고 해두었기 때문인지 시청자는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챌린저 유라는 괴물이 각종 유명한 게임들을 점령하고 다닌다는 것은 이제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손만 댔다하면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그의 행보를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대세게임인 렐과 리라 센토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의 솜씨를 보여주는 그의 포스는 진짜였다.

그렇기에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아이펜의 신작게임을 그가 플레이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아랜디 역시 가격은 9900원. 게임 용량이 엄청 큰 편은 아니었으므로 설치와 실행은 금방이었다.

게임에 접속되자 아이콘 선택과 아이디 입력란이 떠올랐다. 아이콘 선택은 아르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아이콘을 설정할 수 있는 식이었다. 몇 개 없었으나, 아랜디에는 따로 상점 시스템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랭크게임 보상, 혹은 일반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각종 부가적인 미션을 수행하면 아이콘이나 각종 스킨들을 지급하는 형식이었다.

한 마디로 게임을 구입하는데 쓰는 9900원을 제외하고는 현질을 하고싶어도 할게 없다는 뜻.

사전 등록을 통해서 ‘Challenger Yoo’라는 닉네임을 먹어두었기 때문에 그가 아이디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아이디가 입력되고 생성이 완료되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몬스터들이 지나다는 선이 라인이며, 카운트 60을 넘기면 라인사를 하게 된다는 것. 돈 도박 시스템이 존재하며 유닛의 특성에 따라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지혁은 시청자들이 숙지가 가능하도록 천천히 그 과정을 즐겼다. 그가 만들었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동안 지혁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미 다 알고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가 만든 게임이다보니 ‘잘 만들었네’ 혹은 ‘이런 방식이구나’ 등의 설명을 하기가 좀 민망했던 것이다.

“바로 돌려보죠.”

1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의 구성을 알아낸 지혁은 바로 일반게임 매칭을 눌렀다.

난이도는 초보자용(Easy).

쿵!

그리고 누르자마자 바로 게임이 잡혔다. 유저들이 얼마나 많이 몰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아렌이 두 개에 시아나 하나. 마쿠민 하나. 페이아 하나.”

기본 유닛을 뽑아본 뒤에 중얼거리면서 라인을 막는다. 지혁은 고민하다가 아렌을 무한의 던전으로 보냈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한 것으로 아렌의 공격 타입은 라인이 아닌 던전의 몬스터들에게 더 잘박히는 ‘아르핀형’ 이었기 때문이다. 각 유닛마다 타입이 존재하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 ? ㅋㅋㅋ 이 새기 벌써 고였네 ]

[ 컨 깔끔한거 봐라. 처음하는거 맞냐? ]

사실 처음하는 건 아니었다. 제작 과정에서 아무래도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했으니까. 그러나 사람들과 같이 플레이하는 것은 지혁 역시 처음이었다.

아렌을 조작해서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던 지혁은 라운드가 넘어가고 아렌이 한 마리 더 나온것에 노말(Normal) 아렌을 스타트지점으로 복귀시켰다. 아렌이 라인으로 넘어가자마자 그는 아렌 세 마리를 조합해서 레어 아렌을 만들어낸 뒤에 다시 던전으로 집어넣었다. 초보자용은 라인의 몬스터들이 기본적으로 굉장히 약한 편이라서 이렇게 처음부터 바로바로 던전에 과도한 투자를 해도 죽을 위험은 거의 없다.

투바바박.

[ 아렌 왜케 쌤? 현실 반영 안되네 ]

[ 그니깐 ㅋㅋ 애니에선 걍 찐따인데 ]

애니메이션에서의 모습이 반영이 안 된다고 난리다.

그러나 굳이 지혁에게 아르핀의 캐릭터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시아나였다.

시아나는 동부를 호령하는 7성좌의 일인인 5성좌 포칸테의 손녀이기도 하다. 핏줄은 어디가지 않고, 그녀는 아르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천상 무인이었다. 물론 1기에서는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주인공을 따라서 동부로의 복귀를 결심한 그녀는 2기부터 본격적으로 히로인으로써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주인공 아렌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하기도 하고.

여하튼, 지혁의 그런 사심은 아랜디에 은근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앞으로 많은 업데이트가 있겠지만 작중의 무력에 상관없이 게임 내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캐릭터는 시아나와 관련된 것이었다. ‘Secondary Awakening(2차 각성), Siana’는 거대한 흰색 검을 가지고 혼자서 몹들을 다 때려패는 패왕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지금은 1차 각성도 등장하지 않은 구버전이니까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 클리어! ]

초보자용은 지혁에게 너무 쉬웠다. 그는 던전을 휩쓸고 다녔고, 쏟아지는 막대한 재화를 활용해서 라인의 몬스터를 점점 강화해 나갔다. 종래에는 스턴을 잡을 필요도 없이, 나올때마다 몬스터가 사라지는 기적을 맛볼 수 있었다.

“전문가용으로 가야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지혁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힐끗 쳐다본 뒤에 바로 전문가용의 매칭을 돌렸다.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거의 바로 잡혔다.

확실히 초보자용과는 뭔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라인의 몬스터가 굉장히 강력해서 던전에 신경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지혁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라인을 잘 관리해주면서도 던전에서의 컨트롤을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쉽지는 않네.’

첫판만에 숙련자용을 깨버린 지혁이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나, 아르핀은 꽤 어려운 게임이었다. 지혁 역시 능숙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초보자용과 숙련자용의 차이는 과장 조금 보태서 100배는 되는 것 같았다.

지혁은 그 이외에도 아랜디에 대한 각종 지식들을 제공하기위해 노력했다.

게시판에는 각 유닛의 특성 등이 자세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으며, 상위테크의 유닛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유닛의 숫자가 정리된 표까지 정보가 아주 다양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충분한 홍보가 되었다는 시점에 지혁은 방송을 종료했다.

*

“안녕하십니까. 제 1회 Arpin Random Defence World Championship의 최종본선 해설을 맡게 된 챌린저 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지혁은 결국 대회를 열어버렸다.

아이펜이 주관하고, 모든 것을 준비한 ARDWC. 대회 총 상금이 무려 10억 원이었다. 1등이 6억, 2등이 2억, 3등이 6000만, 최종 본선에 진출한 4등부터 10등까지가 각각 2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아랜디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아직 한 달이 안되었음에도 이런 큰 규모의 대회가 열리자 유저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대회는 맨 처음 오프라인 예선전으로 진행이 되었다.

다소 급하게 진행된 대회이니 만큼 조건은 어렵고도 심플하게 설정했다. 참가 조건은 절망 난이도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랭크 게임의 등급이 다이아몬드 이상일 것. 상위 0.01%를 뜻하는 다이아몬드는 굉장히 높은 등급이기는 하지만, 아랜디는 많은 서버가 존재하고, 전세계의 인구를 긁어모으면 무려 수천명에 달한다.

예상대로 다이아몬드 등급의 유저들 중에서 무려 80% 가까이가 지원했고, 예선전의 규모도 꽤 크고 빡빡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추려진 100명의 플레이어들은 본선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아랜디는 실력게임이긴 하나, 그래도 ‘운’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실력의 차이가 나도 잘하는 누군가가 계속 1위를 하기는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지혁은 1차 본선에서부터 합산제를 적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100명이면 10인용 게임을 10개 채울 수 있다. 게임 10개를 동시에 진행하되, 5판을 연달아서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인원은 랜덤으로 추첨해서 뽑았다.

게임은 무조건적으로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고 1등부터 10등까지 획득하는 점수에 차이가 있었다. 1등은 10점, 10등은 1점. 그렇게 5판을 진행해서 얻은 점수를 합산해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5인을 추려내었다.

50명이 남자 다시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게임당 상위의 2명만이 생존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치러진 2차 예선에서 10명이 남게 되었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반응이 뜨거운걸.’

아랜디의 현재 PC방 점유율은 20% 정도. 리라 센토가 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높다고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혁은 높아도 10%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헌데 아르핀의 인기에 편승한 영향 탓인지 인기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았다. 특히, 여성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중에 하나였다. 아르핀의 팬들이 순수하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게임에 뛰어든 케이스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아쉽게도 1,2차 본선에서 탈락하신 90명의 본선진출자분들은 참가상의 느낌으로 아렌, 제단, 로페네의 피규어를 증정하였습니다. 요즘 이것 때문에 난리라죠?”

어쩌면 인기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지혁은 최근 피규어의 주문이 폭주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랜디와 동일하게 피규어가 출시되었으니 당연히 피규어 역시 판매를 시작한지는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주문량에 비해서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한달간 아렌의 피규어는 680만개. 제단의 피규어는 1290만개. 로페네의 피규어는 1180만개의 주문이 있었다. 가격이 29900원이니 주문받은 피규어를 모두 제작해서 판매하게 될 경우 얻을 수익은 대략 1조원에 가까웠다.

부랴부랴 차현진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있다지만, 여하튼 현재까지 생산된 피규어의 숫자는 각각 10만개로 총 30만개. 3천만이 넘는 주문량의 1%남짓한 수치였다.

그래서 계속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한정판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였다. 구입한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되파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가격이 몇십만원 단위인 경우도 있었다는 모양이었다.

부산에 있는 아이펜 본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애니메이션 팀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쪽에 달라붙어서 일을 하고 있다. 아르핀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 크게든 적게든 인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피규어를 원하는 팬들의 요청이 있었다. 그것들의 생산량도 또 맞추기 위해서는 국내의 공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차현진에게 듣기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피규어 뿐만 아니라 아르핀의 애니메이션 결제비용이나 게임의 판매수익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것까지 다 합치면, 이미 지혁의 재산은 조 단위에 이르렀다.

‘재산개념이 없어지는 기분이야.’

물론 영 실감이 나진 않는다.

예전에 신과의 계약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만 하더라도 포인트를 하나라도 투자해서 돈을 챙겨둘걸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조금의 포인트라도 알뜰살뜰하게 아껴서 다른 곳에 투자한 보람이 있는 것도 같다.

‘다른 곳… 이라.’

지혁은 신과의 계약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채팅창으로 눈을 돌렸다.

아랜디에서도 어김없이 랭킹 1위를 달성한 지혁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그가 없는 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냐부터, 밸런스가 맞질 않으니까 해설로 참여하는게 맞지 않냐는 등. 개중에는 지혁의 진정한 팬이여서 참가만 하면 상금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아깝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청자수가 무려 20만을 돌파한 현 상황이 약간 부담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지혁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준비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럼 바로 경기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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