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아르핀 랜덤 디펜스 =========================================================================
아르핀 랜덤 디펜스(ARD - Arpin Random Defence).
지혁이 아랜디라고 부르는 이것은 아르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
플레이 타임은 정확히 한 시간.
게임은 협동전같은 개인전으로 진행이 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 플레이어는 네모난 맵(Map)을 하나씩 받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개인이 막아야할 전장, ‘라인’이다. 스테이지가 진행될 때마다 랜덤으로 아르핀의 캐릭터들을 랜덤으로 뽑을 수 있는데, 그것들을 조합하여 더욱 강력한 캐릭터를 생산, 나오는 몬스터들을 계속해서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었다.
조합의 예를 들자면 스테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지급되는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보통의 아렌(N)을 3개 합쳐서 레어 등급의 아렌(R)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물론, 이렇게 하나의 캐릭터만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조합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게임의 진행 방식은 얼핏 보기에는 아주 심플한 셈이다.
하지만 방식이 심플하다고 해서 게임이 쉽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랜디의 전장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공격하지는 않지만 ㅁ 형태의 선(라인)을 따라서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한다. 그 움직임은 캐릭터들을 이동시키는 것보다도 더 빠르다. 또한 주어지는 캐릭터들의 사정거리는 한정이 되어 있어서 몹들에게 접근을 해야만 공격이 가능하다. 허나 속도적인 한계 때문에 캐릭터들을 옮겨가면서 컨트롤을 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공격할 수는 없다. 때문에 한 장소를 지정해서 홀드(H)를 해둘 필요가 있다.
헌데 아랜디는 캐릭터들을 조합해서 강력한 유닛을 만들어낼수록 유닛의 딜링(Dealing) 능력은 ‘범위공격’으로 전환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예외는 존재하나, 대부분은 그런 방식이었다. 하지만 범위가 넓다고 하더라도 몹들 전체를 때릴 수는 없는 법. 당연히 몹들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범위공격이 있어도 큰 의미가 없다. 그 경우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받는 몬스터는 많아야 5~6마리 정도인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홀딩’이라는 개념이 등장을 하게 된다.
상위테크의 캐릭터들은 ‘범위 스턴’이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더러 있다. 범위 스턴으로 한번 스턴을 잡으면 유닛들이 그 자리에 계속해서 고정된 상태로 멈춰있게 된다. 그렇게 스턴을 잡아두고 범위 공격이 가능한 유닛으로 그 자리에 꾸준히 데미지를 박아넣으면 안정적으로 라인 몬스터들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된다. 계속해서 라인 몬스터들이 나와도, 범위 스턴으로 나오는 족족 멈춰두면 꾸준히 범위공격을 적용시킬 수 있다.
홀딩만 잡으면 만사 오케이라지만, 반대로 홀딩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또 문제가 된다. 예외가 없는건 아니지만, 범위 스턴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위 캐릭터를 두 개 이상은 만들어야 하며, 그마저도 완전하게 계속해서 스턴을 잡을 수는 없기 때문에 몹들의 ‘이동속도 감소’의 디버프 효과를 가지고 있는 상위테크도 만들어서 안정적인 홀딩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냥 스턴 캐릭터를 왕창 만들어서 스턴이 새는 일이 없게 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할수도 있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아랜디에는 4개의 난이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초보자용(Easy). 숙련자용(Hard). 전문가용(Master), 절망(Despair).
초보자용으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 스턴에 많은 자재를 투자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몬스터들의 방어력이나 체력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스턴능력 자체에 과도한 투자를 해도 딜이 부족해서 클리어를 못할 일은 없다.
하지만 전문가용 이상이 될 경우 오버스턴으로 조합을 구성하게 될 경우 부족한 딜링 때문에 결국 죽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랜디는 유닛 카운트의 제한이 60이고, 스테이지마다 40마리의 유닛이 나온다. 2개의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동안 20마리의 유닛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될 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홀딩이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딜이 없다면 몬스터가 죽질 않으니 의미가 없는 셈.
그러니까 아랜디의 실력을 좌우하는 건, 얼마나 최소한의 자원을 활용해서 홀딩을 잡느냐도 하나의 척도로써 작용을 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아랜디의 또 다른 재미. 그것은 바로 ‘필수협동미션’에 있었다.
아랜디는 크게보면 라인에서 플레이하는 ‘디펜스’와, 랜덤 전장에서 재화를 수집하는 ‘무한의 던전’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디펜스는 말 그대로 꾸준히 나오는 유닛을 계속해서 처치하면서 라인에 존재하는 유닛이 60마리가 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무한의 던전은 그런 디펜스를 계속 하면서 판마다 할 수 있는 일종의 RPG 개념이었다.
던전에는 플레이어당 유닛을 딱 1마리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온다면 라인으로 복귀가 가능하다. 보냈던 유닛이 복귀하면 또 다시 아무 유닛이나 투입이 가능한 시스템. 라인이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강력한 유닛을 보내야 그만큼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그러한 각을 잘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보냈던 유닛을 언제 복귀시킬지도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거기다 던전 내부에서는 세밀한 컨트롤이 요구되었다. 왜냐하면 라인에서는 체력바가 존재하지 않는 불멸이 유닛들이, 무한의 던전 내부로 들어가게 될 경우 체력이 생성되면서 사망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한의 던전은 당연히 깊숙이 들어갈수록 등장하는 몹의 수준이 높아지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다. 지혁은 재미를 위해서 판마다 무한의 던전은 계속해서 지형이나 몬스터의 위치 등이 바뀌도록 설계했다.
또한, 무한의 던전은 라인과는 다르게 게임을 같이 시작한 유저들과 접촉이 가능한 만남의 광장의 역할도 수행한다.
플레이어들(각 플레이어가 보낸 캐릭터)끼리 공격(PK)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그룹을 맺는 시스템도 없다. 그러나 협동은 가능했다. 무한의 던전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처리했을 경우, ‘기여도’ 시스템이 적용되어서 얻는 보상에 차등을 두는 식이었다. 만약 어떤 유저가 던전 내부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를 발견하게 될 경우, 유저들은 당연히 좋은 보상을 나눠먹기 위해서 힘을 합치게 될 것이다.
아랜디에서 패배하는 조건은 3가지.
하나는 라인을 막지 못해서 라인사를 하는(라인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60마리를 초과했을) 경우.
다른 하나는 무한의 던전 어딘가에 존재하는 필수 레이드 몬스터 ‘테쿤세’를 제한시간(게임 시작하고부터 20분) 내에 처치하지 못했을 경우.
마지막 하나는, 무한의 던전 어딘가에 존재하는 필수 레이드 몬스터 ‘흑안의 로페네’를 제한시간(게임 시작하고부터 40분) 내에 처치하지 못했을 경우.
다만, 초보자용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숙련자용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만 적용이 된다. 전문가용과 절망 단계는 3가지의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게 될 경우 게임을 패배하게 된다.
아랜디를 지혁은 10인용 게임으로 설정을 해두었다. 10명이 모이면 게임이 시작되며, 난이도가 높을 경우 서로 힘을 합쳐서 필수 레이드를 클리어해야만 한다.
또한 아랜디에는 ‘세이브’ 시스템이 존재한다.
클리어를 할 경우, 클리어 횟수가 누적이 되게 되는데 클리어의 횟수에 따라서 게임의 판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들이 있다. 즉, 많이 플레이해서 클리어 횟수가 높은 사람은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클리어 횟수는 100클리어가 최대이다. 100번을 클리어할 경우 더 이상 클리어 횟수가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 클리어 횟수를 쌓을 수 있는 건 전문가용 이상만이다.
“랭크 게임이 문제인데….”
놀랍게도 아랜디에는 ‘랭크’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바로 절망 모드에서 하게되는 스테이지 무한 시스템이었다. 절망 모드는 난이도도 그렇지만, 랭크를 결정하는 요소로써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아랜디의 공식적인 스테이지는 50라운드 까지다. 그러나 절망 모드는 50라운드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준다음, 계속해서 라운드가 진행된다. 허나 재화는 더 제공되지 않으니까, 50라운드까지 만든 유닛들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점 강해지는 몹들을 버텨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가다보면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죽게되면 10명의 순위를 매겨서 점수를 지급한다는 느낌이었다.
랭크 게임은 세이브를 10개 쌓았을 때부터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정할 예정이다.
‘잘 되겠지?’
기존의 게임들과는 차별되는 점들이 상당수 존재하다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떤 문제점이 산재해있을지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지혁은 아랜디를 서비스하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될 시점에 절망 난이도를 추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절망과 전문가용의 난이도 차이는 엄청 심하지 않다. 정확히는 라인은 50라운드까지는 동일하고, 절망의 던전 난이도가 전문가보다도 더 높다. 따라서 유입되는 신규유저들은 초보자용, 숙련자용을 거쳐 전문가용에서 실력을 다진 뒤에 랭크 게임인 절망에 뛰어들어가면 될 것이다. 전문가용에서 플레이 방식을 익히면서 세이브도 쌓고, 적당하다 싶은 타이밍에 랭크게임을 시작하면 된다.
‘업데이트는 완벽해.’
지혁은 아랜디를 제작할 때부터 아르핀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새로이 등장하는 신규 캐릭터들을 추가할 수 있도록, 버전을 여러개로 쪼개서 보유하고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연히 업데이트는 아르핀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야만 한다.
애니메이션의 진도를 다 빼버릴 때까지 발매를 연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내린 결정이었다. 순차적으로 캐릭터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패치노트를 읽으면서 기존의 메타에 걸맞는 전술이나 조합을 새로이 구상해야만 할 것이다.
“재밌겠는데.”
사실 아랜디는 지혁이 만든 3개의 게임중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전 같으면서도 협동이 필요한 게임이라서 자체 테스터로써 게임을 해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애시당초 10인용으로 설정을 해둔 것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핸드폰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지.’
아랜디는 모바일 게임의 형식으로도 이미 제작을 해두었다. PC로도 플레이가 가능하고, 모바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심지어는 연동도 된다. PC에서 접속한 사람이 게임의 매칭을 잡아가면 모바일과도 만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에는 랭크 게임인 절망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순히 게임의 제작 난이도만 놓고 본다면 리라 센토가 아랜디보다도 더 어렵다. 실제로 소요된 시간도 리라 센토가 더 많았다. 하지만 아랜디는 지혁이 만든 게임 중에서 유일하게 모바일로도 PC와 동일한 느낌으로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기에 그쪽으로도 연구를 했고, 그것이 순수 개발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던 것이다.
“대회는….”
솔직히 아랜디가 어느 정도로 성행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니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주류로 자리매김해서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혁은 아랜디의 대회는 꼭 열어보고 싶었다. 리라 센토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굳이 그가 열을 내지 않아도 E스포츠 업계에서 대회에 관심을 가질 것 같으니 신경을 꺼도 여러 규모의 대회가 알아서 열릴 것이다.
“좋았어.”
룸에서 이미 충분히 계산을 끝냈던 것이었으나 지혁은 방금 다시 한 번 최종적으로 계획을 확인해보았다. 모든 것이 깔끔하다고 판단된 지혁은 곧장 아이펜에 접속하여 마스터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다. 공지사항과 캘린더의 갱신을 위해서였다.
‘차현진에게도 부마스터 계정을 건네줘야겠어.’
솔직히 말하면 관리 감독이 너무 귀찮아서였다.
부마스터 계정은 지혁의 마스터 계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펜이라는 플랫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장일이 하나 보유하고 있으며 지혁이 예전에 은서에게 건네주었던 계정이 있었다. 부마스터 계정은 총 3개이므로 하나가 빈다. 사실 은서가 가지고 있는 계정 역시 은서가 아이펜의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추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녀의 계정을 회수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원한다면 부마스터 계정을 더 만들수야 있겠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러지 않을 생각이었다.
‘제의를 전문으로 맡는 계정으로 공표하면 될 것 같은데.’
각종 제안들의 검토.
아이펜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누구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대기업에서도 각종 오퍼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것들의 대부분을 방치하면서 무시하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됐다.”
피규어의 판매일정과 아랜디의 발매가 같은 날짜에 이루어진다. 그 사실을 등재한 지혁은 홈페이지를 종료하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개인방송을 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