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66화 (66/116)

00066  게임 제작을 결심하다  =========================================================================

지혁이 가지고 있는 재산은 굉장히 많았다. 금전감각이 없어지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현재 지혁의 통장에 들어있는 액수는 무려 2158억.

신과의 만남으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간다. 1년이 적은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동안 이룩한 결과물을 놓고 보니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거기다 이제는 지혁이 뭔가 특별히 일을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구축되었다.

무엇보다도, 지혁은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좋은 구경했다는 듯 실실 웃는 그녀의 모습이 못마땅했지만 지혁이 불러낸 것이니 뭐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대충대충 민유나를 보내고선 생각에 잠겼다.

‘방송이 재밌으니까 방송을 키우면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나가자.’

생일날의 너에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아무리 잘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화제가 될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혁이 만들어낸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 두 개는 결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생일날의 너에게처럼 한 편으로 끝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니까.

‘당장 집을 알아봐야겠어.’

지혁은 곧장 차현진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서울에 살만한 집을 마련해볼까 합니다.”

“…그 말씀은?”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도 서울로 옮기는 것이 좋겠죠. 어려울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습니다.”

묘하게 자신감을 보이는 차현진의 태도에 지혁은 잠깐 움찔했다. 차현진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서울에서 사셨다고 했었죠.”

“네 그렇습니다.”

알게 모르게 부산에서 활동하는 것에 미묘한 불편함 같은게 있기는 했었던 모양이다. 차현진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최대한 빨랐으면 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물러간 차현진이 다시 온 것은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이었다.

“이거는….”

그녀는 물색한 집의 후보라며 이것저것 지혁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여주는 집들은 하나같이 호화롭게 짝이 없어서, 룸에서 보냈던 대저택과 비견될 급이었다.

‘…좀 과한 것 같은데.’

당장 갈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의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다.

*                 *                 *

“반갑습니다~ 하이하이.”

이 짓(?)도 하다보니 익숙해진다. 지혁은 그의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

챌린저 유가 가지는 방송인으로써의 입지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저 잘하는 플레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컨텐츠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 부캐육성 컨텐츠 두 개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고 이제는 시청자 숫자가 꾸준히 만단위를 유지하는 쾌거를 거두고 있었다.

사실 조커 유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만명은 그다지 많은 것이라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지혁은 아직 자신이 조커 유라고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챌린저 유의 인식은 그저 렐을 지나칠 정도로 잘하는 플레이어 정도가 전부였다.

“오늘은 다른 게임…을 한 번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오. 무슨 게임? ]

[ 기습공격이나 스타워 같은거 아닐까? ]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었으나, 지혁은 순수한 실력게임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것을 원했다.

“이번에 레드 데저트(Red desert)가 파이널 클로즈베타를 하잖아요. 그래서 한 번 신청을 해봤는데 붙었더라고요. 그래서, 하려고합니다.”

때마침 9월 17일 오늘은 한국 MMORPG의 미래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데 모으고 있는 레드 데저트의 파이널 클로즈베타가 있는 날이다. 지혁은 RPG게임은 3D뿐만 아니라 2D조차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더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된 자료를 조금 찾아봤는데 게임의 퀄리티가 지혁의 예상 이상으로 좋았다. ‘게임에 대체 돈을 얼마나 쓴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물론 지혁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래저래 게임에 흥미가 생기면서 여러 가지를 접하는 과정에서 지혁은 이번에 나오는 레드 데저트가 기존의 그래픽 패러다임을 한 단계는 뛰어넘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레드 데저트를 알게되는 사람들의 생각이 대체로 비슷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잘 만든 게임. 그리고 마지막 베타 테스트. 지혁은 테스터로 당첨된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방송에 활용하고 싶었다.

[ 와 부럽다 난 떨어졌는데 ]

[ 레드 데저트가 뭐임? ]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으나, 사실 지혁은 이미 방송을 키기 전에 게임을 다 깔아두고 접속까지 해보았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송을 킨 것이다.

지혁은 게임에 접속하고, 아이디를 생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레드 데저트는 커스터마이징에 은근히 신경을 많이 쓴 게임이었다. 그리고 지혁은 고민 끝에 여성 캐릭터 직업 중 하나인 ‘테이머’를 골랐다.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여자 캐릭터 중 하나를 키워보고 싶었다.

[ 이걸로 챌린저 유의 이상형을 알 수 있다 ]

시청자들이 괴상한 채팅을 쳐대고 있었지만 지혁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캐릭터의 외형을 변경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레드 데저트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예쁘고, 멋진 편이다. 테이머는 완전히 평범한 동양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지혁이 이래저래 조작해서 모습을 변형할 수 있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피부는 약간 하얀 정도. 머리카락은 단발에 눈은 크고 코는 오똑하게. 지혁은 여느때보다 세심하게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것은 순전히 지혁의 이상형이 반영된 결과였다. 정확히는, 현재 지혁의 연인인 차현진의 외형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었다. 차현진은 어깨에 닿지 않을 정도의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고, 피부가 비교적 하얀 편이었다.

“음. 좋아.”

[ ㅋㅋㅋ 가상의 여친 완성 ]

그렇게 게임을 시작한 지혁은 천천히 플레이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게임이나 다 그렇듯,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레벨업도 하고 보상을 챙겨서 장비도 맞추면서 강해진다. 지혁은 그 과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주의였다. 그러나 지혁은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모든 창을 꺼버리고 경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보이는 풍경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지혁이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현 시점에서는 굉장히 잘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었다. 지혁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 싱그러운 나무 등을 감상하면서 잘 만들었다는 식의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심지어 레드 데저트에는 채집 시스템이 존재해서(그 이전에 나왔던 게임들에도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길거리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식물 등을 캐서 아이템화할 수 있었다. 지혁은 퀘스트는 나몰라라하고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다보니 제한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플레이 방식이 특이하네 ]

[ 왠지 대리만족하게 되네 내가 직접 모험하는 기분임 ]

[ 렐에서는 1위 찍으려고 난리인 사람인데 RPG하니까 이렇게 순해지는구나 ]

[ 힐링된다 레알 ]

실제로 지혁은 게임을 통해서 다른 세계를 모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차원이동을 통해서 타 차원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현대처럼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대자연 속에서 다양한 괴수들이 존재하는 세상을 여행하는 기분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게임 진짜 잘 만들었는데? ]

[ 이거 정식 발매 언제임? ]

레드 데저트는 굉장히 많은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었다. 제작, 요리, 낚시 등 전투 이외의 요소가 굉장히 많고 자유도가 높았다. 지혁은 3시간 정도 방송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시청자들과 평화롭게 소통도 하고, 낚싯대를 던져놓고 멍을 때리기도 하는 등 산뜻한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거….’

재밌다. 지혁은 RPG게임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그냥 그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게임 잘 만들었네’, ‘재밌네’, ‘예쁘네’ 등의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혁은 조금 다르다.

[ 빠삐 : 방송 잘보고 있습니다 ]

그가 나름대로 유명방송인이 되었기 때문인지 관련된 아이디가 다 먹혀버려서 지혁의 게임 내 아이디가 ‘챌린저 유’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보고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게임을 하는 내내 찾아와선 이렇게 말을 거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문제는 그냥 방송 잘 보고 있다는 말로 끝나는 개념박힌 시청자만 있는게 아니라 대놓고 어그로를 끄는 악질 시청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 가글후헹굼 : ㅋㅋ 렐도 못하는게 1:1 뜰래? ]

말로써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사냥 방해하는 거 봐라 ㅆㅂ 내가 다 화나네 ]

캐릭터의 육성을 이래저래 방해하는 유저도 있었다.

그러나 지혁은 웃으면서 최대한 그들을 무시했다. 자주 있는 일이다보니까 이제 좀 면역이 생겼다. 이런 것에 일일이 스트레스 받으면 방송 못한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 뒤로 지혁은 렐을 몇판 더 하다가 방송을 종료했다. 시청자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고, 당사자인 지혁도 재미있었다.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렇게 방송을 끈 지혁은 곧장 중얼거렸다.

“게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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