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57화 (57/116)

00057  방송을 키워보자  =========================================================================

[ 마쿠 : 와........... 내가 뭘 본 거지 ]

[ 우이크 : 미쳣다 미쳣어 ]

[ 구앙 리스트 : 네 번 봤는데도 완전히 이해가 안 된다. 기본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

[ Seskri : 그냥 맵핵쓰는거 아님? 라인전을 하면서 상대 라이너랑 딜교도 하고, cs도 챙기면서 이런 계산을 하는 것까지 할 수 있다고? 솔직히 프로들이 게임안하고 리플레이 보면서 냉정하게 분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은데 ]

[ ERS : 리플레이를 보고나서 설명을 하는게 아니라 설명을 하고 리플레이를 보여주고 했던 말대로 그대로 이어지니까 ㄹㅇ 그냥 렐의 신처럼 느껴진다 ]

[ Officy : 처음에는 개소리인줄 알았는데 보다보니 얘는 그냥 인간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음. 왜 프로 안하는지 의문. ]

[ Miyo : 솔직히 그간 챌린저 유의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로써 그의 장점은 천부적인 피지컬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받았던 충격은 내가 이제껏 게임하면서 타인에게 느꼈던 벽, 소름 등을 모두 합쳐도 부족하다고 생각됨. 이건 뭐 그냥 차원이 다른 것 같음. LP 1600점을 돌파하며 누구도 찍지 못했던 점수를 올리고 있는 챌린저 유의 경이로운 솔로랭크 입지와 포스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영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케직스가 탑에서 작골 쪽으로 움직이는 모션을 보았다는 그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 케직스의 정글동선을 예측해서 초단위로 상황을 예측하고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과정은 그냥 아름답다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미리 박혀있는 와드가 두 개가 있었으며 그것들이 추가적인 단서로 적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적 정글이 갱을 오게 하려고 미드라인을 미리 박아 넣는 구도를 만들어놓고 거기다 어떤 방식으로 싸울지를 설계하는 뇌지컬과 전투과정에서 야사오로 칼날부리 몹들과 적 챔피언들을 타면서 벽을 네 번이나 넘으면서 2:1 전투를 치루는 완벽한 피지컬까지. 1위를 찍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만 정통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거에 비하면 지금껏 롤 강의영상이랍시고 지껄이던 모든 녀석들의 설명은 그냥 개가 짖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

“…….”

어제 지혁의 방송을 누가 따뒀는지 지혁이 강의를 하는 영상이 일파만파 퍼졌다. 각종 SNS에 올라오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홍보 효과는 확실하게 챙길 수 있겠네.’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면, 지혁의 영상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레전드 리그는 현재 한국에서 피시방 점유율이 50%를 넘어가는 초히트 게임이다.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 외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작년부터 점점 인기몰이를 시작해왔고, 작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히려 아직 진정한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점점 많은 유저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과는 대조되게, 아직 렐에 대한 개발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력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재작년에 비해서 작년의 유저들이 더 잘하고, 작년에 비해서 올해의 유저들이 더 잘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해되지 못한 부분도 굉장히 많다.

[ Teaspan : 이 영상은 미래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

지혁 역시 이해도가 극한에 다다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미 다른 유저들에 비해서 몇 차원은 높은 단계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구도를 보는 시야부터가 다르다는 뜻이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눈부신 속도로 습득을 해나갔기에.

‘첫 단추는 잘 꿰었어.’

사실 강의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지혁도 몰랐다. 사람들이 어찌나 난리인지 지혁은 아예 강의방송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다.

“진지하게 고민은 해보자.”

주 컨텐츠로 할 수는 없어도, 가끔씩 하는 고정 컨텐츠 정도의 느낌으로 생각해두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방송을 킬때마다 강의를 하게되면 아무리 지혁이라도 소재가 고갈될 것이 뻔하다.

“컨셉을 확실하게 잡아야지.”

본캐를 할때는 점수관리를 한다는 느낌으로 말없이 빡겜을 한다. 물론 점수가 정말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이미지로 굳혀갈 생각이었다. 부캐를 할때는 적당히 즐겜도 하면서 천천히 점수를 올린다는 분위기로 가면 딱일 것 같았다.

‘다른 것들도 해봐야 되는데.’

지혁은 방송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난 뒤로 꽤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저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도 건드려보는게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먹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혁은 캠을 키지 않을 예정이니까 먹방은 하려해도 할 수 없다. 다만 요리하는 방송은 가능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요리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아이튜브 같은 곳에 올리는 식으로 진행하는 건 가능할 터였다. 그 경우 요리하는 모습만 보이면 되는 것이니까 그의 얼굴이 드러날 일은 없었다.

그 이외에도 노래를 부른다거나,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송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일단 당분간은 게임에 집중해야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하나 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지혁은 챌린저 유와 조커 유를 분명히 구분해서 키우고 싶었다. 챌린저 유는 방송인으로써, 조커 유는 크리에이터로써 입지를 다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가 방송을 하면서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는 공개했을 경우에 여러모로 성가실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조커 유라는 사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커 유로써 활동하는 지혁은 정체를 감추는 것에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기에.

“저… 혹시.”

“아, 저 맞습니다.”

지혁은 자리에 일어나며 악수를 건넸다. 그러자 작가들이 지혁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의 손을 맞잡았다.

“거의 한 달 만이죠? 왠지 좀 헬쓱해지신 것 같은데, 두 분다.”

“아, 아닙니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빤히 쳐다보니 은근히 부담스럽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는지….”

“우. 죄송합니다. 너무 잘생기셔서 좀 당황해가지고요.”

지혁은 웃음을 머금으면서 말했다.

“머리는 떡져있고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폐인이라도 연상하고 오셨나요?”

“사실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인정을 해버리다니. 어쩌면 보통 사람들에게 ‘천재’의 인식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지라고 해야할지. 지혁 역시 한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괴짜처럼 연상하고는 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그렇게 간단한 사담을 주고받다가 본론에 들어간다. 지혁은 그들이 건넨 타블렛을 받아서 만화를 확인해보았다.

아직 지혁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이건 초고라고 할 수 있었다.

‘…괜찮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만화를 그려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정상. 거기다 스토리는 이미 뽑혀있는 상황이므로 작화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이제껏 작업해오던 것에 비하면 쉬웠을 것이다.

딱히 짚어줄 만한 곳이 없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자잘자잘하게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아, 여기는….”

그러나 설정오류가 존재하여 지혁은 그 부분을 걸고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판단대로 연출을 하는 과정에서 살짝 살을 붙였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데, 아직 공개되지않은 미니게임천국 3부의 내용과 맞물리는 것이 있었다. 그들은 분명 그림을 그리기 전에 지혁의 소설을 여러번 정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놓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애당초 그들이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니 그렇다.

1화이니만큼 각종 대전제가 되는 설정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추후에 있을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격적인으로 첫 번째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2화부터는 게임의 설정부분만 유념하면 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무려 5화분량을 그려서 가지고 왔는데, 2화부터는 설정적인 부분에서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반대로 지적해줄 것들이 조금씩 있었다. 그러나 바뀌면 좋을 정도의, 아쉬운 부분들일 뿐이라서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긴장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지혁은 협의가 끝나고 무사히 통과가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둘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만화에서부터 그들이 얼마나 영혼을 갈아 넣어서 그려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정말 열심히 그렸습니다.”

“신인 시절에도 이 정도로 긴장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을 정돕니다.”

“하하하.”

일 이야기는 끝났다. 지혁은 그들과 또 다시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그들이 지혁에게 관심을 표하고, 지혁은 그들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식이었다. 그들은 만화가들답게 지혁의 작품들에 관한 흥미도가 남달랐다.

“선생님. 미팅 시간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그때, 정장 차림의 차현진이 다가와서 말했다. 지혁은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뒷모습을 보이며 뚜벅뚜벅 걸어가자, 두 사내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 향하는 것이 보였다. 엄연히 따지자면 그의 여자를 훔쳐보는 것이었지만, 그만큼 차현진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은 오히려 좋았다.

지혁은 이야기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제가 오늘 오후에 중요한 일정이 생겨 부득이하게 시간을 앞당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이들의 손에 만들어지는 미니게임천국은 어떤 만화가 될 것인가. 지혁은 기대가 되었다.

“가요.”

그들과 헤어지고나서 차량에 탑승한 지혁의 말에 차현진이 운전을 시작했다.

차는 부드럽게 움직여, 이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혁이 구입한 신축 빌딩은 영롱한 자태를 뽐내듯 우뚝 서 있었다. 아직 직원은 뽑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만 덩그라니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구색은 맞춰둔 상태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업무를 보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출판사 직원들이 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임시로 층 하나를 활용하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커피를 뽑아먹던 직원이 인사해오자 지혁은 고개만 가볍게 끄덕여주고 내부로 들어갔다. 그래도 최상층 전체는 오직 지혁의 공간으로써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직원이 말해왔다.

“그리고 대표님이랑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다며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분들, 지금 어디 계시죠?”

“응접실로 모셨습니다.”

아직 4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도착해 있다니.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다. 지혁은 곧장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뒤를 차현진이 조용히 뒤따랐다.

응접실에 도착한 지혁은 발걸음을 멈췄다. 내부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문을 열려는 차현진을 제지했다.

[ 이건 기회야. 깊은 인상을 안겨줘야 돼. 너넨 할 수 있을 거야. 알았지? ]

[ 네…. ]

[ 너희도 내가 준 곡 들었잖아. 어때? ]

[ 너무 좋았어요. ]

[ 요즘 조커 유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 인기인지는 너희도 잘 알지? ]

[ 네 ]

아무래도 대표라는 사람이 격려를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혁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앉아있던 그들이 자리에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혁을 보고서 고개를 꾸벅 숙이던 여성들의 표정이 일시에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녀들을 보면서, 지혁은 피식 웃었다.

“저희 구면이죠? 반갑습니다. 크리에이터 조커 유 겸 아이펜의 대표이기도 한 유지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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