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8 순항(順航) =========================================================================
실시간 검색어에 익숙한 것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지혁은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 실시간 검색어 ]
1. 미니게임천국 3부
2. Joker U
3. 홈페이지 아이펜
4. 무리한도전
5. 초콜릿페이지
6. 20살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
7. 한예리 공항패션
8. 건 힐러
9. 창연화
10. 송하은
다시 한 번 1위부터 10위까지를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데 차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드리려고 올라갔었으나 녹음하시는 것에 집중하시는 것을 방해하는 듯하여….”
말끝을 흐리는 차현진의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혁은 10개 중 7개를 점령해버린 그와 관련된 키워드를 보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렇게 된 거죠?”
“…선생님은 모르셨던 것 같으시지만 저는 선생님의 필명인 조커 유가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전혀 몰랐다. 이전까지 지혁은 자신의 글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차현진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했고, 완성도가 높고 편의성이 뛰어난 것에 대해서 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있는 접속자수는 3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물론 서버다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야 당연하다. 지혁이 그렇게 허술하게 홈페이지를 설계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도 문제가 되지 않게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혔었다.
‘그보다…’
3만이라고?
지혁은 손짓으로 나와 보라고 지시했다. 차현진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고, 의자에 앉은 지혁은 곧장 그의 계정으로 아이펜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했다.
‘…뭐야 이거.’
확인을 해보니까 미니게임천국 3부, 창연화, 건 힐러, 왕. 새로이 올린 작품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결제를 한 상태였다. 기존의 작품들은 그에 비해서는 성과가 적었지만 역시 많은 결제가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는 그가 새로이 선보인 수필조차도 이미 천명이 넘는 사람이 구매했다.
< 그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선생님만 모르십니다. >
…….
조커 유라는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그 정도 단계까지는 안 되었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너무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상황은, ‘넌 올리기만 해. 뭐든 봐줄 테니까.’ 라고 말해오는 것 같다.
- Joker U? 그게 뭔데 이 난리임?
여러 가지 반응들이 올라있는 것을 확인해보니,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소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대부분이 지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생긴 현상 같았다.
‘어….’
첫날부터 이렇게 화제몰이를 하게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따르르르릉…!
그때 전화가 울렸고 차현진이 지혁을 슥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꼭 받아도 되냐고 묻는 것 같아서 지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전화를 받았다.
“…팀장 차현진입니다.”
“아, 네.”
“아, 작가님께서 인터뷰는 하지 않으실 거라고 하셔서, 네. 네~”
차현진이 전화를 받는 사이 마우스를 조작하며 반응을 확인하던 지혁은 통화내용을 듣고서는 차현진을 쳐다보았다. 그가 그녀를 쳐다볼 때 이야기가 끝났는지 그녀가 전화를 끊는다.
“전화가 많이 오나보죠?”
“네. 인터뷰 요청은 물론이고, 초콜릿페이지 담당자한테도 작가님과의 통화를 원한다는 연락이 와있는 상태입니다.”
그쪽도 다급하셨나.
왜 전화했는지는 뻔한 일이다. 건 힐러와 창연화를 아이펜에서 독점연재 하겠다고 한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지혁은 그의 홈페이지를 키우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고, 애당초 그들과 차기작에 관한 계약을 해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난리가 났군.’
그러나 이런 난리면 언제든 환영이다.
지혁은 입꼬리가 씰룩이려는 것을 참으면서 말했다.
“상황은 알겠습니다. 그럼….”
지혁이 말끝을 흐리자, 차현진이 긴장한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어떤 지시를 내릴까 걱정하는 것이 분명하다.
지혁은 진지한 표정을 한 채로 차현진을 돌아보고선 말했다.
“퇴근하시죠?”
“네?”
뜬금없는 말에 차현진이 멍청히 반문하자 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
“퇴근할 시간이잖아요.”
“하지만….”
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전화 안 받는다고 안 죽습니다. 어차피 전화 받는다고 그들의 요청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지혁의 말은 정론이었다. 반박할 말이 없는지 차현진이 입을 다무는 것이 보였다. 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가시죠. 오늘은 특히 일찍 출근해서 퇴근시간만을 기다렸거든요.”
* * *
- 지휘통제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이승현 이병은 지금 즉시 지휘통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승현 이병은 지금 즉시 지휘통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전달 끝.
“…!?”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옷을 챙겨 입던 이승현은 뜬금없는 방송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막 옷을 벗고 있던 그의 생활관 선임 중 한명이 터벅터벅 그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너 이 새끼. 또 뭔 사고쳤어?”
이승현은 뜬금없는 방송에 화들짝 놀라서 큰 소리로 답했다.
“이병 이! 승! 현! 아닙니다!”
“아니긴 씹. 뭐해, 오라잖아. 빨랑 뛰어가!”
“알겠습니다!”
이승현은 급히 복장을 차려입고 샤워장을 빠져나와 샤워바구니를 생활관에 갖다놓은 후 지휘통제실로 이동했다.
“충성! 이병 이승현 지휘통제실에 용무있어 왔습니다. 용무는… 호출….”
이승현이 채 예의를 차리기도 전에 당직사관이 빠르게 달려와 그의 팔을 잡고 이끌더니 군전화의 수화기를 건네주었다.
“승현아, 받아서 잘 말씀드려 알겠지?”
“…? 알겠습니다.”
뭘 잘 말하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승현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 경우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당직사관이 건네는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혹시 부모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신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다급해진 이승현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이병 이승현입니다.”
- 여보세요? 승현이 형?
…….
익숙한 목소리다. 당황하여 눈동자만 꿈뻑꿈뻑 거리고 있던 이승현은 잠깐 침묵하다 주위를 둘러본 뒤에 귓속말처럼 소곤댔다.
“지혁이냐?”
- 예 형.
승현은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의 옆에서는 오늘의 당직사관인 중대장님이 바짝 붙어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싶다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당황하는 것이 무색하게, 수화기 너머의 유지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뭐야… 너.”
- 뭐긴요. 형이 저번에 3부 시작할 때 말해달라 했잖아요. 그래서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죠. 전화를 너무 안하시길래.
저번에 통화할 때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다. 물론 그건 이승현의 입장에서 매우 기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이승현은 주위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속삭였다.
“야, 그건 그냥… 해본 말인데.”
- 어쨌든 전했습니다 전. 연재는 2주전에 시작했고요. 지금 14화까지 연재됐어요. 아, 그리고 그 간부님? 대장님? 이 저의 팬이시라는 것 같던데요.
“뭐, 뭐?”
어쩌다가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진행이 된 거지? 이승현은 의문이 들었으나 그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유지혁의 말은 계속되었다.
- 내일부터 외박 보내 주신다던데요. 안 그래도 한 번 얼굴 보러 갈까 했었는데 내일 보죠. 아, 그리고 그때 저한테 사인 받아 가셔야되요. 그렇게 아세요.
“어…. 어? 외박?”
-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야, 야.”
뚝.
전화가 끊기자 벙찐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이승현이 수화기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러고서 돌아보니 평소 늘상 진지하던 중대장이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워낙 인상이 험악해서 그런지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승현아. 중대장이랑 잠깐 이야기좀 할까?”
“알겠습니다!”
그가 기합이 바짝 들어간채로 대답하자 중대장이 슬며시 그를 이끌었다. 곧이어 커피포트로 끓인 물로 커피를 탄 그가 종이컵을 승현쪽으로 슥 내밀었다.
“승현아. 작가님이랑 친하니?”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답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기에 대답하고 말았다. 물론 실제로도 친하기는 하지만….
그가 힘차게 대답하자 중대장이 더욱 짙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승현이 부대에 전입온지는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은 시간은 아니다. 그동안 그는 같이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파악은 대충 끝낸 상태였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의 평가대로라면 중대장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웃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는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었다.
“내가 작가님의 사인이 꼭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너 내일부터 외박을 좀 나가야겠다.”
“…외, 외박 말씀이십니까?”
지혁이가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군대의 외박은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처리가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승현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 중머장이 말했다.
“아, 걱정하지마. 내가 어떻게든 보내줄테니까.”
대체 유지혁이 어떤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중대장을 꼬셔두었기에 이렇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답이 나왔다.
“대장님 따님이 작가님의 소설을 엄청 좋아하시거든. 특히 미니게임천국. 그니까 사인 잊어먹지 말고 꼭 받아와야 된다. 알겠지?”
아무래도 중대장은 대대장에게 잘보이려고 이러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거 공짜로 외박 나갈 수 있는 거 맞지?’
이승현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뛸 듯이 기뻤지만 승현은 애써 그러한 기색을 숨기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사인을 어떻게 받아와야 되는지 말해줄게. 따님의 이름은….”
중대장이 진지하게 설명해나가는 것을 들으며 승현은 속으로 외쳤다.
‘고맙다 지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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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려는 순간 수정할 것이 보여 좀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