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4 비상(飛上) =========================================================================
[ 안녕하세요 Joker U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고 하고, 매우 집중을 하는지라 주위에 신경을 잘 못쓰게 되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난리가 나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유가는 397화로 완결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미니게임천국은 2부제로 구성을 해둔 상태였고 사실 2부 역시 이미 전부 써둔 상태입니다.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아직 퇴고작업이 완전히 마무리가 되지 않은 2부의 내용을 다듬는 등의 시간을 보내다보니까 이렇게 늦어져버렸네요. 1부를 완결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였다고는 생각을 하는데, 독자분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점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후유가와 미니게임천국 1부는 공지를 올리고서 편당과금으로 전환할 생각이고, 이미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로이 연재될 미니게임천국 2부와 신작은 둘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편당과금으로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연재는 6시간 정도 뒤, 오는 자정부터 시작될 겁니다. 물론 하루 10편의 방식은 동일하고요. 새로이 연재할 두 작품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사랑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통해서 독자분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소설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oker U 배상(拜上) ]
이 정도면 되었겠지?
사실 처음부터 편당과금으로 시작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혁은 그러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기도 했고, 스무살짜리가 첫 연재의 시작을 편당과금으로 하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다들 쉬쉬하지만, 나중에 개인정보가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혁은 그전까지 소설을 연재한 적도 없었으니까 조금의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정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응을 한 번 볼까?’
[ 52동 : 1빠 ]
[ 파텍 : 1빠 ]
[ ㅇㄹㅇㅇ : 감사합니다! ]
[ qwer99k :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 떡만두국 : 와! 2부! ]
[ 일하기싫다 : 2부라니 감사합니다 작가님. 착하게 살겠습니다. ]
[ ilililllli : 2부에 신작까지! ]
[ bunnybunny : 믿고 보는 작가. 바로 즐찾갑니다. ]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엄청나다. 방금 올렸는데 이미 8개가 달려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루종일 새로고침이라도 하고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뒤에 다시 확인해보니 이미 100개를 넘겨 있다. 그야말로 괴랄한 속도였다.
‘내 소설이 재미가 있긴 한가보군.’
어쨌든 이렇게 열렬히 반겨주니까 기분이 좋긴 하다. 아니, 좋긴 한 정도가 아니라 입가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편당과금이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닌지라 내심 걱정이 좀 되기는 한다. 부분유료가 편당과금보다 더 강세이기도 하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정액제로 결재해서 모든 작품을 보다가 한 편 볼때마다 100원씩 낸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드물다고 해도 될 정도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었고, 핸드폰으로 소설을 보는 것이 굳혀져가는 시장흐름상 머지않아 편당과금의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혁은 이 정도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작품을 신뢰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소설을 볼까?’
한 편을 볼 때마다 돈을 지불하는 형식.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내 소설을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 것인가. 지혁은 두렵기보다는 설레다는 느낌이 먼저 드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내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시험해보고 싶다. 그런 고양감, 도전정신이 그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 왔어~”
지혁은 글을 쓰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쪽으로 가선 은서의 가방을 받아주었다.
“나 월급 들어왔다.”
“진짜? 얼마?”
활짝 웃으며 그렇게 물어오는 은서를 보며 지혁은 자랑하듯 말했다.
“2755만원.”
“꺄아!”
지혁은 은서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고 방방 뛰는 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을 지었다. 곧이어 그녀가 진정하고, 지혁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여줌으로써 수익을 확인시켜주었다.
“오빠. 오늘 외식하면 안 돼?”
“외식? 그럴까?”
“응. 월급날에는 외식하는 거라잖아?”
뭐 보통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한다.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이제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바로 나가도 되겠어?”
“응. 난 괜찮아.”
그렇게 지혁은 은서를 데리고 집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사는 곳은 고지가 높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이기 때문에 식당은 많이 내려가야 했다.
‘빨리 돈 벌어서 이사부터 해야지.’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은서는 그런 지혁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서 생글생글 웃으며 이런저런 말을 했다.
“우리 오빠, 이제 작가님이네?”
지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공기가 반쯤 섞인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치 코웃음을 치는 듯한 모습으로.
“작가님은 무슨….”
“왜. 돈도 많이 버는데. 나 학교 가면 자랑하고 다녀도 돼?”
지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 돼.”
“왜?”
“창피하잖아.”
지혁이 그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은서가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한다.
“뭐가 창피해? 나는 자랑스러운데? 누가 댓글같은걸로 막 욕해?”
“아니, 그런 쪽이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괜히 좀 그렇더라고. 너도 어디가서 말하고 다니지 마.”
그제야 지혁이 부끄럼을 탄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은서가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근데 오빠 소설이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한달만에 3천만원 가까이 버는 거야? 난 너무 신기해. 원래 그런 건가?”
원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지혁의 소설이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지혁은 두 개의 소설을 연재했었고, 소설마다 1일 10회의 연재를 했다. 하루에 20편씩 연재를 한 셈. 그 어마무시한 속도 때문에 수익에도 가속도가 붙은 것이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부분유료로써 이렇게까지 거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는 없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내가 그동안 소설을 좀 많이 써놨는데 그걸 한꺼번에 연재를 해버려서 그래.”
“아하.”
“…뭐 먹고 싶어? 고기? 초밥?”
자신의 소설에 관한 화제가 지속되는 것이 껄끄러웠던 지혁이 메뉴에 대해서 언급하며 화제를 돌리자 은서가 덥썩 물었다.
“그냥 저기서 먹자. 멀리가기 싫은데.”
“저…기?”
그곳은 다름 아닌 지혁이 얼마전 그만둔 고깃집이었다.
“왜? 별로야?”
“아니, …그러자.”
좋게 끝났다고는 하지만 무단으로 일주일이나 알바를 안 갔었으니 주인부부가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괜찮겠지.’
지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부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어?”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지혁아.”
이 고깃집은 40대 중후반 정도 되보이는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주인아주머니는 지혁에게 별다른 악감정이 있진 않은 것 같았다. 아직 초저녁이라서 그런지, 식당 내부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밥 먹으러 왔습니다.”
“어, 잘 왔어. 이쪽은 동생분?”
“네.”
지혁은 은서를 데리고 구석쪽 식탁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은서가 주인아주머니와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눈치라, 지혁은 곧장 그녀가 앉자마자 말했다.
“예전에 알바했던 곳이야. 그… 쓰러지기 전까지 했었던.”
“아, 그렇구나.”
지혁이 그렇게 말하는데, 빠르게 움직여서 기본 밑반찬 등을 쟁반에 받치고 와 세팅을 하려는 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래, 그때 쓰러졌다고 했었지. 몸은 이제 괜찮고?”
“네. 그 이후로는 이상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때 그런 식으로 그만둬서….”
“아이~ 괜찮아. 뭐 시킬래?”
지혁은 뭐 시키겠냐는 의미를 담아서 은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은서가 오른손 검지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삼겹살 3인분 주세요.”
“네~”
틱 하고 불판에 불을 붙이고서 주인아주머니가 고기를 가지러 가고, 지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좀 불편하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이곳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던 편의점 일이 떠오른다. 사장은 그간 일했던 돈을 지급해주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지혁은 결국 신고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감행했다.
‘생각하기도 싫네.’
결국 고소를 통해서 사장놈한테서 돈을 받아낼 수 있었다. 받고서도 뭔가 찝찝하게 느껴졌던 그때의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그때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 둘이 들어섰다. 그들은 뭐라뭐라 떠들면서 들어오더니, 지혁과 은서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하경고 교복이네.’
지혁이 수속을 밟았던, 곧이어 은서가 편입될 고등학교이기도 했다.
지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은서가 말해왔다.
“오빠. 나도 오빠 소설 보면 안 돼?”
“엉? 갑자기? 너 별로 관심없는 거 같더만.”
“아니, 사실 궁금했는데 첫 수입 들어올 때까지만 참기로 했었거든.”
그게 뭔 기준이야 대체. 지혁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돈 안내고도 볼 수 있어. 핸드폰 줘봐.”
“아~ 보려면 돈을 내야 돼?”
“당연하지.”
그러자 은서가 지혁이 사준 핸드폰을 스윽 내밀었다. 한 2주쯤 전에 스마트폰을 사러 갔었는데 그때 산 핸드폰이라서 매우 깨끗했다. 물론 지혁 역시 은서의 강권에 못이겨 핸드폰을 새로 바꿨다.
“로그인 했으면 줘. 계속 보려면 나도 사용법을 배워야지.”
“아, 그럴래? 아니 그럴 필요없이 즐겨찾기 등록해줄게.”
지혁은 곧장 검색창에 ‘후유가’라고 써 넣으려다가 급히 취소하고서는 베스트란을 들어갔다. 어차피 베스트 1,2위에 자신의 작품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굳이 검색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아이디로 자신의 작품을 검색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한 기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지혁은 베스트에 올라있는 작품을 일일이 들어가서 즐겨찾기 등록을 했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은서가 물어왔다.
“후유가? 미니게임천국? 어떤 건데?”
“둘 다 내가 쓴 거야. 여기 봐봐. 작가명이 같잖아. 먼저 쓴게 후유가니까 후유가 먼저 읽고 그다음에 미니게임천국 읽는게 나을 거 같은데. 미니게임천국은 아직 완결도 안났거든.”
“조커 유? 이게 오빠 별명이야?”
“별명이 아니라 필명이라고 하는 건데, 어쨌든 맞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주인아주머니가 고기를 가져다주었다. 지혁은 손바닥으로 불판의 달궈진 정도를 확인한 뒤 살포시 고기를 얹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방금 들어온 남자 고딩 중 하나가 옆에 서 있었다.
“…?”
“저 혹시 소설가… 그러니까 조커 유 본인이신가요?”
아. 혹시 내 소설 보는 독자인 건가?
‘우리 얘기를 들었나보네.’
지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요.”
“와! 팬이에요!”
반응이 격하다. 지혁은 그가 호들갑을 떨면서 그렇게 말하자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런 곳에서 내 소설의 독자를 만날 줄이야?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재밌게 보고 있거든요. 특히 미니게임천국은 역사에 남을 대작이에요.”
그는 봇물이 터진 것처럼 랩을 하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혁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이런 모습을 보일 정도로 자신의 소설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었고.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저 혹시 사인 받을 수 있을까요?”
“사인…이요? 어….”
…….
사인이 없는데. 게다가 종이랑 펜도 없고.
헌데 행동력 좋은 남자 고딩은 내려놓았던 자신의 가방 쪽으로 가더니 가방을 빠르게 뒤적여서 연습장과 펜을 꺼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다급한지, 지혁의 소설을 좋아하는 마음이 행동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지혁은 고민하다가, 사인을 슥슥 그려서 해주었다. 조커를 필기체로 휘날리게 그리고, 오른쪽 아래부분에 작게 U를 적어 넣었다.
“김찬욱에게라고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지혁은 요구대로 오른쪽 공백 부분에 ‘To. 김찬욱’이라고 써넣었다.
김찬욱이라는 남고생은 사인을 받고서 희희낙락하며 자리로 돌아갔고, 지혁은 올리던 고기를 마저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확인해보니, 은서는 물론이고 주인아주머니도 놀란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민망하기도 하지만,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지혁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제하며 집게를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