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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13화 (1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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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핸드폰이 진동한다. 지혁은 컴퓨터화면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전화를 받았다.

- 콜렉트콜입니다. 상대방을 확인하세요.

- 야. 형이다.

‘뭐야?’

- 계속 통화를 원하시면 아무 숫자나….

지혁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화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문뜩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 설마?

지혁은 급히 번호 하나를 눌렀다.

“여보세요?”

- 유지혀억~ 뭐하노?

“형.”

상대방은 다름 아닌, 3주쯤 전에 군대를 간 이승현이었다. 지혁은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화를 할 수 있네요?”

- 무슨 식기배식조라는 거 하면 전화시켜 준다길래 바로 했지.

“근데 왜 저한테 전화했어요? 부모님한테 하시지.”

- 전화를 안 받으신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니한테 전화해본 기다. 궁금한 것도 있고.

이 형이 궁금한게 뭘까? 지혁은 의문이 생겼다.

“궁금한 게 뭔데요?”

- 그 뒤로 그… 서하린 씨랑은 어떻게 됐냐? 딱봐도 하린 씨도 너한테 마음 있는거 같아 보이던데. 이미 사귀고 있냐?

지혁은 입을 다물었다.

사귀냐고?

개뿔. 그날로 끝이었다. 번호를 모르는데 연락을 어떻게 할 것이며, 이름만 갖고 그녀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명의 걸그룹에 대한 조사도 좀 해보았지만 그녀들이라고 생각되는 그룹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혁이 그에 관해 설명하자, 수화기 너머로 기가 막힌다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 뭐? 그럼 너 그때 번호 교환도 안했었던 거냐?

“그렇게 끝날 줄은 저도 몰랐죠.”

- 아이고 지혁아….

보이진 않지만, 왠지 승현이 이마를 탁하고 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혁으로써도 할 말은 있었다.

그는 술이 좀 약한 편이었다.

‘문제는 이 사실이 변명이 안 된다는 거야….’

그날 지혁은 집에 돌아가서 또, 룸에서 했던 것처럼 토도 하고 숙취로 고생했다. 하루 사이 두 번이나 취한 셈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혁이 중간에 한 번 룸으로 가서 상태를 말끔하게 해왔다는 것에 있었다. 승현의 입장에서는 두 개 다 합친 것이 지혁의 주량으로 보일테니까 이건 변명으로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사실 그날의 일은 중반정도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분부분 끊겨서 생각나는 정도라고 해야할까. 술 한 두잔이 들어갈때마다 지혁의 의식은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나는 그때 그분이랑 너랑 막 어깨동무도 하고, 서로 보고 웃기도 하고 그러기에 잘 되겠구나 싶었는데. …하긴, 넌데 뭘 기대하냐?

이 인간이?

- 너 그분들 걸그룹이라는 건 알고 있냐?

“…네.”

- 그래도 그건 알고 있구나. 아 나 그때 진짜 깜짝 놀랐잖아. 니가 예쁘냐는 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했었지만, 민수연을 생각해보면 예뻐봤자 얼마나 예쁘겠어 그런 생각하고 들어갔었던 거거든.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까 세 명 다 수준급인거야.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겠냐? 크크. 그만한 외모들이면 연예인도 해볼만하겠지.

그러고보니 노래방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다가 잠깐 멈칫하던 승현의 모습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다.

‘그랬었군.’

지혁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했다.

“근데 데뷔한지는 좀 됐는데 무명이래요.”

- 그 다음날 나도 당연히 찾아봤지. 검색해도 별거 나오지도 않더라.

…응?

지혁은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혹시 그룹명이 뭔지 아세요?”

- 엉? 넌 모르냐?

“네. 이름은 못 들었거든요. 이름을 쳐봐도 안 나오고. 그나저나 형은 뭐 이나희씨랑 별일 없었어요?”

- 리플라워라고 치면 나온다. 별 일은 무슨 별 일. 애당초 그쪽은 나한테 큰 관심도 없는 것 같던데. 나도 그래서 그냥 재밌게 놀고 온 거잖아. 딱 봐도 우리가 들어가기도 전에 서하린이랑 너 밀어주기로 그쪽도 작정한 것으로 보이던데.

그런 건가? 지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내가 무슨 연예인이랑 사귀노. 돈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 1분 남았습니다.

그때, 옆에서 다른 사람의 음성이라는 것이 들려왔다. 그러자 승현이 딱딱하게 대답을 하는 것 같더니, 다급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 야, 나 곧 끊어야 된다. 리플라워 찾아보고 생각 있다면 한 번 만나러 가봐라. 그쪽에서도 니 연락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형. 그건 됐고요. 아프지 말고요. 군생활 잘하세요. 언제 한 번 면회라도 갈게요.”

- 쯧. 됐담마. 휴가 나갔을 때 전화나 제때 받아라. 술 한 잔 하게.

“알겠어요. 그건 걱정마세요.”

- 그래. 전화 받아줘서 고맙다. 내 간다. 수고!

뚝.

전화가 끊기자, 지혁은 잠깐 전화기를 쳐다보다가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주었다.

‘리플라워?’

곧장 검색을 해보자, 프로필 사진과 멤버들의 이름 등이 뜬다.

멤버 : 화이트 레드 블루

‘…맞네.’

예명이 떠올라 있어서 확신할 수 없었는데, 사진을 보니까 맞다. 아마도 화이트는 문하얀일 것 같았고… 레드가 이나희, 블루가 서하린이 아닐까 생각된다.

“…….”

잠깐 화면을 쳐다보던 지혁은 이내 창을 꺼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당시에도 대단히 열렬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때만 하더라도 번호가 없다는 것에 머리채를 쥐어잡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큰 느낌까지는 없다. 시간이 약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일에 집중하는 계기가 된 것인지는 모를 일.

‘글이나 쓰자.’

지혁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을 때였다.

웅-

‘엇!’

- 1월 작가료 27559500원 입금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작품 부탁드립니다.

‘됐다!’

지혁은 문자를 확인하고서는 주먹을 쥐고 붕붕 뛰었다. 신청했던 2850만원에서 3.3%를 공제하고 작가료가 지급되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 금액은 1월의 수익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받을 돈은 천만원가량이 더 있었다.

‘거기다….’

이번 달의 수익도 또 따로 있다.

지혁은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아서 부팅을 해 화면을 띄워보였다.

[ 후유가(後有歌) 397편(완결) ]

작품설명 : 후유(後有), 유전윤회(流轉輪廻)의 생사(生死)가 끊기는 마지막 몸. 100번째 인생을 시작한 순간 직감했다. 이번 생이 길었던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조회수 : 7,335,991

추천 / 즐겨찾기 : 196500 / 34633

댓글 / 서평 : 78556 / 11

[ 미니게임천국 265편(완결) ]

작품설명 : 접속기에 칩을 꽂기만 하면 최대 30개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미니게임천국을 즐기는 게임천재의 이야기

조회수 : 10,030,655

추천 / 즐겨찾기 : 280157 / 47996

댓글 / 서평 : 186652 / 25

미니게임천국이 20일 쯤 전에, 10일 쯤 전에 후유가가 완결이 났다. 미니게임천국은 애당초 많은 분량을 써둔게 아니었다. 게다가 후유가의 경우 본래 써뒀던 연재분보다도 거의 50화 가량을 외전격으로 추가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무리였다. 물론 어거지로 쓴다면 얼마든지 더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 있을 다음 작품들을 위해서 첫 작인 후유가는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이제는 좀 무섭네.’

둘다 완결이 났음에도 계속해서 조회수가 오르는 중이다. 비교적 인기가 덜한 후유가조차 2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하루에 오르는 조회수가 10만에 육박한다는 것은 뒤늦게 접한 사람들이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고 50일. 후유가의 조회수는 하루평균 14만정도씩 증가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허나 더 황당한 것은 미니게임천국의 상승치다. 미니게임천국은 후유가보다 5일을 늦게 연재를 시작했고, 때문에 연재일이 45일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편수도 265화로 후유가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는 1000만을 돌파한 상태였다. 물론 미니게임천국이야 후유가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인기몰이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례없는 성장세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는 미니게임천국의 경우 쓰려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더 이어나갈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더욱 원성이 자자했다. 대체로 ‘1부 완결인 거죠?’, ‘아니 뭐 이렇게 끝나’, ‘완결이라고?’, ‘용두사미의 결정판이네’ 등의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상황. 완결을 낸지 3주 정도가 지난 지금은 대놓고 욕을 퍼붓는 댓글들도 상당수 차지할 정도라 지혁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

지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면을 쳐다보았다.

사실 미니게임천국은 지혁의 기준으로 보면 완전한 완결이 맞다. 비록 게임 4개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애당초 30개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있다고 한들 게임 30개를 생각해서 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여러개의 게임을 즐긴다는 요소 자체를 원했을 뿐이지.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미련도 없었고, 이어쓸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따져보니 할 것이 없기도 했고, 결국 지혁은 현실에서 2부를 집필해내기 시작하였다.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지혁은 하루종일 소설을 쓰는 것에만 매달린 결과 200화 분량의 2부를 써낼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완결까지는 쓰지 못했지만, 그건 연재를 하면서 메워나가면 될 일이다.

굳이 현실에서 할 필요가 없이 룸에 가서 써도 되는 일이었으나 어차피 남는게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냥 현실에서 썼다. 무엇보다, 은서에게 글을 쓰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도 하고. 지혁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면 신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룸의 사용을 자제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1,2부로 할 생각이었다고 변명하면 되겠지.”

물론, 작가로써 독자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는 2부를 원한다고 한들 써줄 생각이 없다. 지혁이 마무리를 지은 그 순간, 소설은 끝난 것이다.

미니게임천국의 본래 의도는 1부에서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었지만 추가로 6개의 게임을 더 풀어내고 최종적으로 10개의 게임을 플레이한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다만 2부는 1부에 덧붙여서 연재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연재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간단. 결재 형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혁은 소설을 쓰면서도 틈틈이 움직여서 1인 출판사를 이미 만들어 두었다. 구청에 가서 등록도 하고, 서류도 작성하고 등록면허세 등을 지불하는 등의 절차를 모두 끝내고서 완성된 출판사의 이름은 ‘아이펜’. 이건 다름 아니라 은서가 사용하는 게임 아이디였다. 작명에 관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지혁은 어느날 그것을 확인하고서는 그냥 그것으로 해버렸다.

‘편당과금이 돈이 잘 되니까.’

물론 지금 벌어들이는 수익도 어마어마하기는 하다. 조회수가 두 작품을 합쳐서 날마다 30만 이상씩 뜨니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부분유료와 편당과금은 인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차이가 훨씬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앞으로 지혁은 연재하는 모든 작품을 편당과금의 형식으로 적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완결을 낸 후유가와 미니게임천국 역시 그런 식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원래는 그냥 두 개는 그냥 부분유료로 남겨두려고 했었는데 찾아보니까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바꾸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뭐, 규정상 3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두 작품이 편당 요금의 형식으로 적용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절대적인 인지도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지금 시점이라면 편당과금이든 부분유료든 지혁이 연재만 해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독자들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당연히 배 이상으로 돈을 쓸어모을 수 있는 편당과금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정답 아니겠는가. 이제 기본자금은 모았으니까 앞으로는 편당과금에 올인할 생각이었다.

굳이 출판사를 차린 것은 자신의 비정상적인 연재속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남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았으며, 수익을 배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마지막이 가장 결정적이다.

물론 작가가 10% 정도씩 가져가던 종이책 시절과는 다르게(물론 그때는 책을 찍어내는 것이었기에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웹소설이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은 작가가 출판사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혁의 수익의 일부를 남과 나누는 것 아닌가. 자신의 소설에 대한 자신과 자부심이 있는 지혁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할까.”

지혁은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작품 제목을 ‘미니게임천국 1부’로 수정한다. 그 다음 266화를 ‘공지’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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