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의 재능-6화 (6/116)

00006  신인 소설가 Joker U  =========================================================================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그 정도의 일은 아니었지만, 소설의 상태가 달라져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이 베스트라는 건 분명….’

분명, 오늘 가장 많은 조회수를 획득한 소설이 얻는 일종의 칭호같은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지혁은 베스트 2위의 자리에 자신의 필명인 ‘Joker U’가 당당하게 올라있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떨리는 손으로 ‘작품 관리창’을 들어가보았다.

그러자, 그가 연재하고 있는 소설의 정보가 나타난다.

[ 후유가(後有歌) 40편 ]

작품설명 : 후유(後有), 유전윤회(流轉輪廻)의 생사(生死)가 끊기는 마지막 몸. 100번째 인생을 시작한 순간 직감했다. 이번 생이 길었던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조회수 : 36,211

추천 / 즐겨찾기 : 2762 / 935

댓글 / 서평 : 315 / 0

‘3만 6천?’

어제 3천도 안됐던 거 같은데.

쿨럭….

너무 당황했기 때문일까, 기침이 나온다.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있기는 했다. 누차 말하지만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의기소침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감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오른 조회수만큼이나 마음이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며칠간의 마음고생이 싸그리 사라지는 기쁨이 밀려온다.

[ 후유가(後有歌) 40편 ]

작품설명 : 후유(後有), 유전윤회(流轉輪廻)의 생사(生死)가 끊기는 마지막 몸. 100번째 인생을 시작한 순간 직감했다. 이번 생이 길었던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조회수 : 36,332

추천 / 즐겨찾기 : 2777 / 941

댓글 / 서평 : 316 / 0

10초. 불과 그 정도의 시간만에 다시 클릭을 해본 순간, 조회수는 100이 넘게 올라있었다. 실로 엄청난 속도였다.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소설은 어쨌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 같았다.

‘됐어!’

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러면 계획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 아니, 아직은 거기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며칠 더 지켜볼 수는 있게 되었다. 이 인기가 단발성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지는 머지않아 알게될 것이다.

웅-

그때, 핸드폰이 울리고 지혁은 모니터 화면에 향하던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 편의점 사장님 : 말도 없이 일주일이나 잠적해놓고 알바비를 받겠다고? ]

[ 편의점 사장님 : 갑자기 자리 비어가지고 내가 얼마나 고생한줄 아냐? 너 돈받는 것만 중요하고 남 생각은 하나도 안하냐? ]

지혁은 연달아 날아온 문자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마를 짚었다.

“후….”

사정 설명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지혁은 위의 카톡을 올려다보았다.

[ 사장님 저 지혁입니다. 제가 갑자기 쓰러져서 일주일동안 혼수상태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부득이하게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못 믿으시겠다면 병원에서 진단서 같은거 떼서 찾아뵙겠습니다. ]

[ 제가 한달하고도 8일을 일했는데 말없이 이렇게 결정을 내린 거 너무 죄송해서 한달치 월급만 받겠습니다. 이 문자를 보시면 연락주세요 ]

물론 지혁이 잘한 건 없을지도 모른다.

말도 없이 일주일동안 잠적을 했으니 사장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혁 역시 그것을 감안해서 양보를 한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일주일간 입원해있었던 기록도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양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깃집 사장님과는 잘 해결되었다. 편의점이나 고깃집이나 둘 다 똑같이 시작했으므로 한달하고 8일을 일했는데, 고깃집 사장님은 지혁이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한 만큼은 받아야지’ 라며 8일치까지 확실하게 챙겨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놀랐다.

어쨌든 좋게좋게 끝나서 지혁도 기분 좋았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깨끗하게 끝냈다.

헌데 문제는 편의점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한달치 알바비 정도 못 받는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같았으면 독을 품고 달려들었겠지만 신에게서 각종 혜택을 받은 지혁의 입장에서는 알바비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것 또한 다른 부분으로 메꾸면 되는 일이다. 당장 급한 상황에서야 한푼도 아쉬운 것은 사실. 소설도 잘 되가고 있는 것 같고 여차하면 돈을 받지 못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고, 사과도 했다. 거기다 연락이 두절되었던 시간만큼 알바비를 반납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이 정도면 지혁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허나 편의점 사장이라는 작자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일했던 것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처럼,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강짜를 부리고 있었다.

벌써 3일째 논쟁을 벌이고 있었고, 타협점이 없었다.

‘후우….’

방금 전까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었는데, 단숨에 바닥으로 추락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알바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는 얘기는 건너건너 들어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서 남의 일인 것마냥 생각해왔었다.

지혁은 설마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사자가 되니까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도 잘 알겠다.

3일동안 문자로 계속 싸우기만 해대니까 이젠 지긋지긋하다. 어찌나 무대포인지 천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떠는 입장인데 더러워서 안 받고 말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지경이었다.

잠깐 핸드폰을 꽉 쥔채로 화를 삭히던 지혁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꼭 받아낸다.’

지혁은 이를 악물며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놓고 인터넷 검색창에 ‘알바비 미지급 신고’라고 적어 넣었다.

*                 *                 *

[ Dpia97 : 선발대임. 현재까지 연재된 40화까지 3번 읽고 느낀점 서술함.

1. 일단 필력이 미쳤음. 다른 거 다 떠나서 글솜씨로 찍어누르는 느낌 너무 강하게 듬. 이런 필력이면 어린애 장난 수준의 몽상글이라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밀하고 세련된 정점의 필력. 필력만큼은 깔 사람 없을 거라고 생각됨.

2. 전개도 참신하고 좋으며 아직 스토리가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용이 알차게 구성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음. 특히 27화에서 느낀 감동은 한 5화를 더 읽어나가는 동안 잊혀지지 않고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을 정도임. 소설로 이런 느낌 받은거 솔직히 처음인 것 같음.

3. 복선을 깔아두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함. 솔직히 읽으면서 왜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사담이 많은 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문장 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이유가 있었음. 다 읽고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2번이나 더 읽어보았는데 재탕하니까 확실해졌음.

4. 스토리를 풀어가는 능력은 최상급인데 세계관 설정이 미흡함(물론 아직 40화밖에 연재가 안되었으니 뭔가 거대한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부실하다고 해야할지 조잡하다고 해야 될지. 글이 짜임새가 좋고 복선을 회수하는 구조가 완벽한 것을 보면 마냥 즉흥적으로 쓴 글도 아닌 것 같은데 필력과 연출, 전개, 구조 등을 잡아먹는 근본없는 세계관이 발목을 붙잡고 있음. 그래서 허술하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인 듯.

5. 총평 : 몰입감 쩔고 재밌음. 나황족 꺾고 투베 1위 할만함. 이 분위기로 완결까지 이어나간다면 역사에 남을 명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

6. 결론 : 나를 믿고 돌격하라! ]

“…….”

지혁은 1화에 장문의 댓글을 남겨놓은 사람의 글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칭찬이었지만, 설정에 관해서 지적을 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

애당초 필력증진을 위해서 쓴 시범용 소설같은 느낌이 후유가다. 글쓰는 솜씨를 닦는데에는 엄청난 공을 들였지만, 설정 쪽은 별로 신경도 안 썼다. 딱 까놓고 말하면, 흔해빠진 회귀자가 다 씹어먹는 양산형 소설인데 필력빨로 커버친다는 느낌 정도랄까. 그가 한 말이 정확하다는 뜻이었다. 후유가는 지혁이 마냥 즉흥적으로 시작해본 글에 불과했다. 솔직히 완결까지 써내려갈 욕심도 없었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다.”

오히려 이만하면 지혁의 예상보다도 더욱 고평가를 받는 느낌이다. 지혁은 작게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결국 지혁은 알바비 미지급으로 사장놈을 신고했다. 지은 죄가 있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말로 잘 타일러보자는 다짐은 오늘로써 끝났다. 이 정도면 참을만큼 참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곧장 신고절차를 밟고나서 집에 돌아갔다.

최근 지혁은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느라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집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은서와 저녁을 먹었고, 지혁은 도망치듯 집을 나와 PC방에 도착하고서 곧장 소설 홈페이지에 접속한 것이다.

[ TODAY BEST ]

1. 후유가(後有歌) / Joker U

2. 나는 황족이다 / 공포탄

[ 후유가(後有歌) 40편 ]

작품설명 : 후유(後有), 유전윤회(流轉輪廻)의 생사(生死)가 끊기는 마지막 몸. 100번째 인생을 시작한 순간 직감했다. 이번 생이 길었던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조회수 : 121,097

추천 / 즐겨찾기 : 5361 / 4058

댓글 / 서평 : 1135 / 0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시간은 10시 23분. 이 기세라면 12시가 되기 전에 조회수는 13만을 돌파할 것 같았다.

‘진짜 엄청난데.’

흐름을 탄 후유가의 성장세는 폭풍같았다. 적응이 안될 정도로. 이게 내가 연재하고 있는 소설의 정보가 맞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댓글 좀 더 읽어볼까?’

무려 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읽은 것이었다. 이상하게 조회수가 적을 때도 댓글로 ‘너무 재미있어요.’ ‘이런 글이 인기가 있어야 되는데.’ 등의 응원 및 격려글은 잘 올라왔었다. 다 이런가 싶어서 다른 소설들도 들어가 보았지만, 후유가처럼 조회수가 낮은 소설이 댓글이 많은 경우는 없었다.

‘대체로 칭찬이네.’

‘진짜 재밌다ㅋㅋㅋ’ 정도의 감상평만 내리는 글이 있는가 하면, ‘~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전개’라며 감탄하는 글도 있었다.

물론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장황하다는 댓글도 있고, 그냥 다짜고짜 욕을 퍼붓는 경우도 있었다.

‘비판은 환영이지만 비난은 좀.’

후유가는 지혁이 가장 처음 쓴 소설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처음으로 끝까지 써낸 소설. 필력을 다지는 시기, 지혁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소설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실력이 어느 정도 다져졌다고 생각될 쯤 일단 감도 잡아야하니까 아무렇게나 하나 끝까지 써보자는 마음으로 썼던 것이 바로 후유가.

후유가는 필력을 다져가던 초기의 1년때 썼던 처음이자,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미 실력은 어느정도 차있었으나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미흡하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지혁은 일부러 그것들을 수정하지 않고서 돌아왔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순차적으로 연재하는 거야.’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점점 성장해가고 있다. 그런 이미지가 있어야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았다. 물론 당장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이니까 너무 시원찮은 글로써 시작할 수는 없는 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렇게 정신없이 댓글들을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지혁은 이메일을 열어서 파일을 연 뒤에 연재를 하기 위해서 세팅을 시작했다.

‘돈 벌어서 노트북부터 사야겠어.’

이미 써둔 글이 잔뜩 있으니 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 연재를 하기 위해서라도 노트북은 필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하고 싶지만 은서가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됐다!’

12시가 되자마자 지혁은 곧장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연재분량은 41화부터 50화까지. 쓴 것을 그저 복사해서 옮겨넣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10개를 연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음….’

49화까지의 연재를 끝내고 50화의 연재만을 남겨놓고 있던 지혁은 잠깐 고민했다.

자기 PR의 시대. 지혁은 며칠간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후유가는 잘 쓰여진 작품이다. 폭발적인 반응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은 제대로 된 빛을 보지 못했다. 지혁이 그저 글을 연재하는 것만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지혁은 귀중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안녕하세요. Joker U입니다.

투데이 베스트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에 놀랐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고나서 처음 썼던 작품이 후유가였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첫 작품이니 애착도 많이 가고 작가 본인이여서가 아니라 독자의 입장으로써도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연재를 결심했습니다.

후유가는 이미 완결까지 다 쓰여진 작품이구요. 완결때까지 하루 10개씩 연재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내일부터 ‘미니게임천국’이라는 제목의 소설의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동시연재지만 역시 완결까지 다 쓰여져 있는 작품이니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1일10연재의 방식도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입니다.

신작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일단은 하나만 더.’

후유가 하나만으로는 아쉽다. 글솜씨가 완성되었다고 생각되었던 시점에 쓰기 시작했던 지혁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단편장르소설(10권 미만 분량)인 미니게임천국이라면 아마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불만도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후유가를 통해서 신작을 홍보했다. 이러면 분명 반응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되고 있지?’

12시가 되면 모든 순위가 초기화된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혁은 서둘러 오늘의 베스트를 확인해보았다.

[ TODAY BEST ]

1. 후유가(後有歌) / Joker U

2. 나는 황족이다 / 공포탄

‘좋았어!’

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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