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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재능-5화 (5/116)

00005  신인 소설가 Joker U  =========================================================================

“오빠. 오빠~”

누구야, 내 몸을 잡고 이렇게 흔드는 녀석이.

지혁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니 맑은 눈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는 잠결에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 은서야. 잘 잤어?”

“응.”

“…오빠 5분만.”

“일어나아~ 벌써 7시야.”

지혁은 베개에 얼굴을 부볐다.

“일곱시? 아직 더 자도 되잖아.”

“안. 돼.”

투정을 부려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는 그의 이불을 꾸준하게 잡아당기는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서 눈을 뜬 지혁은 동생이 일어나서 멀어진 순간 일어나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때 은서가 책상채로 가져와서 그의 앞에 가져다놓는다.

“아침 먹어.”

“…안 피곤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이렇게 차리는 거?”

멸치볶음, 김과 간장, 건더기는 별로 없지만 두부가 먹음직스러운 된장찌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쌀밥. 연둣빛의 미역국.

아침상으로는 이보다 호화로울 수가 없었다. 막 깨도 식욕이 돋을 정도의 훌륭한 한 상이다. 놀라운 것은 이 중 지혁이 만든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거. 다리가 나은 은서는 집안일을 일체 건드리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피곤하긴. 맨날 오빠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얼마나 차려주고 싶었는지 알아? 자, 일단 물부터.”

은서는 꽤 빠르게 두 다리가 나은 것에 적응하고 중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하게 아침을 차리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보였고, 자기가 좋다는데 계속해서 만류하는 것도 좀 그랬다. 자기가 게임해서 번 돈으로 차렸다는 한상은 맛있기까지 했다.

지혁은 은서가 내민 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속이 시원해지는 청량감에 잠이 조금 깬다. 물컵을 탁소리나게 내려놓은 지혁은 막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수저를 들어 된장찌개를 한숟갈 떠먹어본다.

맛있다.

지혁은 반쯤 눈을 감은, 졸린 상태에서도 배시시 웃으면서 은서의 요리를 칭찬했다.

“맛있네.”

“그치?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는가봐.”

휠체어 생활을 할때도 밝았던 동생이었다. 그리고 요 며칠은 그보다도 훨씬 활기차서 보는 지혁의 기분이 다 좋아질 지경이었다.

지혁은 웃음을 머금고 식사를 시작했다.

“…저, 오빠.”

그렇게 한창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은서가 주저하면서 물어왔다. 지혁은 젓가락으로 김을 집어 밥을 싸서 만들어낸 김밥을 간장에 살짝 찍은 뒤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물었다.

“왜?”

“나… 학교 꼭 가야 돼?”

이건 또 뭔 소리야. 지혁은 얼굴에 띄우고 있던 표정을 싹 굳히고서 말했다.

잠이 확 깨는 기분이다.

“그러면?”

지혁은 어제 오는 3월부터 고등학교에 편입하라고 말하며 집을 나섰었다. 그 뒤로 PC방에 있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서 은서를 볼 일이 없었다.

“아니… 이제와서 학교를 간다고 해서 내가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헛소리.

지혁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은서가 방금 한 말은 궁색한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 그건 지혁도 알고, 아마 은서 본인도 알 것이다.

지혁이 슬며시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은서야.”

은서는 지혁과는 다르게 공부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종종 문제집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아왔을 정도로. 실제로 성적도 좋았었다. 전교순위로 따져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지금 상황에 학교를 다니는 것은 지혁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도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돈은 오빠가 벌면 돼.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오빠도… 고등학교 못 갔잖아.”

그랬다. 지혁은 은서를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 선택을 후회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은서는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물론 중학교 과정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서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혁은 휠체어를 끌고 은서를 학교로 데려다줘야 했고,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은서도 많은 아픔을 겪었다. 험난했던 그 과정들은 불과 얼마 전이고, 은서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지혁은 그것을 말릴 명분도 의지도 없었다.

은서는 강한 아이다. 따돌림 같은 것은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해결할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었다. 허나 은서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의연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그랬기에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지혁은 조금 상심했었다. 하지만 자기도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말릴 수 없었다.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은서는 두 다리가 다 나았고,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돈 뿐이다. 또한 이러니저러니 해도 은서는 아마 학교를 다니고 싶을 것이다.

은서가 주저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는 뜻. 지혁이 고등학교를 포기하면서 자신을 보살펴 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욕심을 낼만한 성정이 아닌 것이다.

“…….”

지혁은 은서가 자신이 고등학교를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걸고넘어지니 할 말이 궁색했다. 나는 그랬지만 너는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이 먹혀들 리가 없었다.

어지간하면 동생에게 져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지혁이 왜 룸에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악착같이 글을 쓰고 돌아왔는가. 물론 개인의 욕심을 챙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은서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버틸 수 있었다.

대치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은서가 싸우기가 싫었는지 꽤 많이 남아있던 밥을 빠르게 입속으로 우겨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먹었습니다.”

“은서야. 오빠랑 얘기좀 하자.”

“설거지할게. 말해.”

별로 듣고 싶지 않는 눈치다. 지혁은 이마를 짚었다.

그가 말이 없자, 은서가 먼저 말해왔다.

“나도 이제 움직일 수 있어, 돈 벌 수 있어.”

“은서야.”

그러자 식기를 소리나게 싱크대에 내려놓은 은서가 뒤를 돌아본다.

“나, 나 이제는… 오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고무장갑을 끼기 시작하는 은서의 모습에 지혁은 타일러보기로 했다.

“알지~ 오빠가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고…. 알면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학교 안 가도 돼.”

뒷모습을 보인 채 달그락거리며 설거지를 시작한 은서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길.

그것을 보고 있던 지혁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1포인트. 1포인트만 투자했더라면 지금 이 순간 로또 당첨이든 뭐든 100억이 손에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런 분쟁이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증명하는 수밖에 없어.’

결과물이 있어야만 한다. 은서가 납득하고,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을만한 성과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혁은 또 다시 조바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은서의 마음이 예상이 가기에, 이해하기 때문에 이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지혁이 은서의 입장이었어도 저렇게 행동했을 것 같기에 더더욱.

‘안 되겠다.’

설거지를 하는 은서를 한참동안 쳐다보던 지혁은 밥을 빠르게 수저를 놀리기 시작했다.

*                 *                 *

지혁은 계획이 있었다.

일단 부분유료화로 작품 하나를 천천히 연재하기 시작하고, 그것으로 초반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여 생활비로 쓰고, 그 후 1인 출판사를 차려 그가 쓴 소설 전부를 본인의 출판사로써 세상에 알리자는 원대한 포부가.

그게 가장 이상적인 길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쌘 걸로 가는 건데.

지혁은 PC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현재 10편씩 꾸준하게 연재하고 있는 작품 후유가(後有歌)는 지혁이 쓴 장편 장르소설 10개 중에서 가장 지혁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다(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 거기다 권수도 14권으로 가장 짧다. 그렇기에 첫 번째로 골랐다. 가면 갈수록 더 재밌는 작품을 내는 작가로 남고 싶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오늘부터 다 연재 시작한다.’

10개의 작품. 지혁은 그것들을 동시에 연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충동적인 결정이기는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지혁의 글솜씨는 어디로 가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소설이 모두 동나게 되면 새로운 작품을 쓰면 그만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돈을 수급해서 은서가 마음 놓고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혁의 계획? 그거야 은서가 고등학교를 가는 것에 비하면 그저 자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재능은 터무니없이 많고, 글솜씨는 그 많은 재능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로 인한 작은 과정이 엉키는 것 정도야 하나뿐인 동생의 장래에 비하면 개미 발톱 밑의 떼만큼도 안 된다. 3년의 시간을 투자했으나, 지혁은 글에 대해 대단히 큰 애착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거쳐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여길 뿐이다.

부팅화면을 띄우기 시작한 컴퓨터 앞에 앉은 지혁은 잠깐 고민했다.

‘짧은 것들도 다 올려버릴까?’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애매한, 10권 이하의 장르소설도 무려 5개나 있다. 그것까지 연재하면 한꺼번에 15개의 작품을 연재하는 꼴이 된다. 누가봐도 미리 써두었다고 생각되는 상황.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가버린 지혁에게 그런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10개나 15개나 마찬가지이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보자.’

연재를 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 연재하고 있는 후유가의 인기를 확인해볼 필요는 있었다. 연재한지 8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막상 글을 올리니까 수시로 확인해보게 된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오묘한 기분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4천은 되었으려나.’

홈페이지에 접속한 지혁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입력을 끝내고서 곧장 엔터를 쳐서 로그인을 한 지혁의 눈에, 스치듯이 무언가가 보였다.

[ TODAY BEST ]

1. 나는 황족이다 / 공포탄

2. 후유가(後有歌) / Joker U

‘…응?’

지혁은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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