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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개미 베르나미
312. 여왕개미 베르나미
「언니들 오빠 말 잘 따르는 것 보면 오빠도 한 카리스마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카리스마가 있다고?」
「네.」
「와이프가 남편 말 따르는 게 카리스마야?」
「그것도 카리스마죠. 모든 아내가 남편 말을 잘 따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가?」
「그럼요. 여자 셋을 데리고 살고, 1층에 호시탐탐 오빠를 노리는 미녀 네 명과 함께 사는데도 아무런 문제도 없잖아요. 없는 정도가 아니지요. 웃음이 끊이질 않잖아요. 카리스마가 없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단 한 번도 내가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원래 카리스마는 신으로부터 특별히 부여받은 재능이란 뜻으로, 예언이나 병을 낫게 하는 힘 등을 말했다.
오늘날에는 정치적 의미로 변질돼 지도자가 일반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따르게 하는 능력을 카리스마라고 생각했다.
게임에서는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친 내 왼팔도 고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카리스마의 ‘카’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 셋 중 누구도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도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었다.
그러나 이건 사랑의 힘이었지 카리스마가 아니었다. 모두 나를 사랑해서 나를 존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상대를 존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무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되기도 했다.
쥬디 얘기를 듣자 집안이 화목한 게 사랑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진짜 카리스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게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 다현이, 민지, 수영, 연아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누르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잡음 하나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돈의 힘은 아니겠지?’
넓이가 30m도 넘는 개미굴은 수직으로 뚫려 있었다. 절벽도 평지처럼 걷는 개미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길로 깊이도 50m가 넘어 황금 가루다의 날개가 없었다면 밧줄을 타고 내려와야 했다.
밑으로 내려오자 넓이가 300m도 넘는 커다란 방이 나왔다. 천장 높이도 30m가 넘어 커다란 공동을 보는 느낌이었다.
개미집은 작은 방들이 좌우와 아래로 어지럽게 연결된 형태로 가장 아래에 여왕개미가 알을 낳는 방이 있었다.
살인 붉은 불개미 집은 일반적인 개미집과 조금 다른 형태로 가운데에 아래로 내려가는 수직 통로가 하나가 전부였다.
「이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여왕개미가 있는 방이야?」
「네. 그러나 총 10개의 방을 거쳐야 하고, 이 방을 시작으로 세 번째 방부터는 좌우에 불개미들이 방이 수없이 많아 무작정 내려가면 불개미들에 둘러싸여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예요.」
「다른 출입구는 어디 어디에 있어?」
「동서남북 네 방향에 하나씩 있어요. 거리는 1~2km 내외고요.」
「그럼 탈출구부터 막고 공격하는 게 맞겠네?」
「아무래도 그게 유리하겠죠.」
「수개미 더 없는 건 확실하지?」
「네.」
발밑에 바글대는 불개미를 피해 천장에 달라붙어 구조를 파악한 후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살인 붉은 불개미 수개미 파애드와 스네아트가 죽기 전 쥬디가 놈들의 기억을 읽어 개미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조를 파악했다.
미로처럼 복잡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운데 길이 여왕개미가 알을 낳는 방까지 뚫려 있어 직접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줬다.
아이언 골렘과 스톤 골렘, 우드 골렘을 모두 동원해 아름드리나무 1,000여 그루를 잘라와 개미굴 출입구 옆에 산처럼 쌓았다.
준비가 끝나자 네 방향에 하린이와 하연이, 나나, 야나를 골렘과 함께 보내 출입구를 무너뜨리게 했다.
쿵쿵쿵쿵
폭발 스킬과 골렘의 무지막지한 힘이 더해지자 산사태가 난 것처럼 출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불개미의 힘이 천하장사라고 해도 100m에 이르는 긴 터널을 뚫으려면 최소 2~3시간은 걸릴 것이다.
메인 출입구를 빼고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자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만들어 출입구에 떨어뜨렸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조종해 첫 번째 방에 잔뜩 모여 있던 일개미와 병정개미를 처리했다.
「하린아, 나무 집어넣어.」
「알았어.」
잔뜩 쌓아놓은 아름드리나무를 골렘 여섯 마리가 출입구에 던져 넣자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불을 붙였다.
베어온 지 몇 시간 안 돼 수분을 가득 품고 있었지만, 강철도 녹이는 화염 회오리에 닿자 순식간에 수분이 말라 활활 불타올랐다.
연기를 낼 목적으로 나무를 베어온 것이라 절반 정도만 불을 붙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밑으로 떨어지게 했다.
아래는 활활 타오르는 나무가 있고, 위에는 수분을 가득 품은 나무가 있자 짙은 연기가 생겨나 금세 개미굴을 채웠다.
첫 번째 방에 있던 불개미 200여 마리를 모두 잡자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아래로 내리지 않고 수직 통로 중앙에 3분의 2쯤 걸쳐놓고 개미굴을 빠져나왔다.
강한 흡입력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막고 있어 불개미들을 태반은 불태워 죽일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수가 일시에 몰리면 화염 회오리가 품을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 일부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도 있었다.
쥬디가 살인 붉은 불개미 수개미 파애드와 스네아트를 통해 알아낸 정보 중에는 불개미 숫자도 있었다.
여왕개미 베르나미가 지금까지 낳은 불개미 숫자는 대략 50만 마리였다. 호르빌 평야를 건너며 30만 마리를 잡아 개미굴에 최대 20만 마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출입구를 지키던 병정개미와 골리앗 병정 그리고 먹이를 나르던 일개미와 톱니 개미를 1만 마리 이상 잡아 숫자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파애드와 스네아트의 기억이 대략적이라 20만 마리가 넘을 수도 있었다.
“하린아, 골렘 시켜서 나무 계속 잘라오게 해.”
“오빠, 여기도 무너뜨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연기에 질식해 죽을 수도 있잖아.”
“애벌레면 모를까 불개미는 연기 조금 맡는다고 안 죽어.”
최하가 80레벨 정예인 살인 붉은 불개미는 연기 몇 모금에 질식해 죽을 만큼 약하지 않았다.
불을 두려워해 잠시 동안 허둥대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리고 불을 끄고 상황을 정리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애벌레는 상황이 달랐다. 레벨이 30밖에 안 돼 몇 분만 연기를 맡아도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죽는다.
불개미들은 애벌레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화염 회오리를 뚫고 출입구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모성 때문이 아니라 여왕개미 베르나미의 명령 때문이었다. 이 명령이 놈들을 지옥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 파티원 모모님이 정예 몬스터 살인 붉은 불개미 일개미, 톱니 개미, 병정개미, 골리앗 병정 1,650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업적 49,5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업적 49,5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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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듯 출입구에서 하연 연기가 피어오르자 경험치가 물밑들이 들어왔다.
그와 함께 수천 필의 말이 달리는 것처럼 땅이 울리며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두두두두두
“불개미 올라온다. 모두 준비해.”
“네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정개미와 골리앗 병정을 선두로 불개미들이 입구를 빠져나왔다.
서걱서걱
야나와 둘이서 머리를 내미는 불개미의 목을 빨갛게 익은 딸기 꼭지를 따듯이 댕강댕강 잘랐다.
툭툭툭툭
잘 익은 과일이 바닥에 떨어지듯 불개미의 커다란 머리가 잘려 바닥에 떨어진 후 데굴데굴 굴러 비쭉 솟은 출입구 밑으로 굴러갔다.
핑핑핑핑핑
미처 처리하지 못한 불개미는 하린이와 하연이가 머리에 화살 꽂아 처리했고, 세라는 몽환술로 언덕 아래로 내려온 불개미를 재웠다.
은하 역시 죽음의 대지를 입구에 펼쳐 초당 데미지 750과 함께 능력치 30%를 떨어뜨렸다.
또한, 정령 언데드 소환술을 사용해 실프에 빙의된 듀라한을 소환하고, 네크로맨서 스킬로 데스나이트와 듀라한도 소환해 쥬디와 세라, 도로시를 보호하는 등 자기 몫을 다했다.
「세라야, 날개 달고 올라가서 입구 안쪽에 몽환술 펼쳐.」
고개를 끄덕인 세라가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올라가 입구에서 안쪽 10m 지점에 몽환술을 펼쳤다.
- NPC 세라가 몽환술을 사용했습니다. 몽환술이 펼쳐진 반경 30m 안에 들어온 상대는 50% 확률로 수면 또는 환각에 빠집니다.
- 살인 붉은 불개미들이 페로몬을 방출해 수면과 환각에 빠진 동료를 깨웠습니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맹렬히 돌아가며 경험치를 한아름 선물로 안겨줬지만, 불개미가 점점 많이 올라오자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숫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세라의 몽환술로 빠져나오는 숫자를 줄이려 했지만, 페로몬이 또다시 훼방을 놓았다.
「하린아, 하늘로 올라가서 벼락 화살과 화살비로 놈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아.」
「알았어.」
「하연아, 너도 같이 올라서 같이 관통 화살로 공격해」
「네.」
입구를 무너뜨리지 않고 놈들을 공격해야 한다. 입구가 무너지면 불개미들이 불을 끄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한 방향이면 다행이지만, 무너진 동서남북 입구 이외에 다른 길을 뚫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일이 더 복잡해졌다.
「오빠, 병정개미와 골리앗 병정이 죽은 동료의 시체를 입에 물어 방패로 사용해 올라오고 있어.」
「몇 마리나?」
「올라오는 놈들은 모두 다요.」
「이런...」
쏟아지는 화살을 뚫기 위해 불개미들이 죽은 동료를 방패로 사용했다. 영악하기 이를 데가 없는 행동으로 병정개미와 골리앗 병정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여왕개미 베르나미가 페로몬과 더듬이로 명령을 내린 게 분명했다. 레벨이 100이지만, 개미는 뇌가 작아 고급 전술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린아, 나무 모두 입구에 던져 넣어. 최대한 벽에 부딪혀서 떨어지게 해.」
「알았어.」
우당탕탕 우당탕탕
골렘들이 길이가 10m가 넘는 굵은 나무를 입구에 던져 넣자, 나무가 밑으로 떨어지며 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벽에 부딪힌 나무는 벽을 타고 올라오던 병정개미와 골리앗 병정을 가격해 아래로 떨어뜨렸다.
커다란 나무와 불개미들이 우수수 떨어지자 올라가던 불개미들도 부딪혀 아래로 떨어지며 또 다른 피해를 낳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