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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아 가문 흡수
304.
“크바시르에는 병력이 얼마나 있어?”
“20만 명이 조금 안 돼요.”
“위성도시까지 합친 거야?”
“네.”
“병력 구성은 어떻게 되는데?”
“기사단 1,000명 정도 되고, 마법병단은 500명 정도, 기병이 2만 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보병과 궁수예요.”
“특수 병과는 없어?”
“장창병 5,000명이 있지만, 기병의 난입을 막는 용도로 쓸 뿐 큰 위력은 없어요.”
“소드마스터와 아크메이지도 있어?”
“10대 도시에는 소드마스터와 아크메이지가 없어요. 전력 병기라 모두 황제 직속부대에 소속돼 있어요.”
“프로보스트와 마도사도 없는 거야?”
“도미니언 후작을 보호하기 위해 황제가 파견한 프로보스트 2명과 마도사 1명이 있어요.”
“전력이 너무 형편없는 거 아니야?”
“황제는 후작들의 반란을 두려워해서 강력한 힘을 주지 않아요. 인구 3,000만 명은 그것만으로도 큰 위협이 되니까요. 그래서 병력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전력은 절반도 안 돼요.”
왕권이 강해도 반란은 일어났다. 거병만 하면 황제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병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반란이 끊이지 않아 황제는 총독에게 권한은 줬지만, 진짜 힘을 주지 않았다.
대표적인 총독 반란은 30년 전 홀가부르드 누아투바 후작 반란이었다. 누아투바 후작은 20년 가까이 북쪽 최대 도시 홀가부르드의 총독으로 지내며 도시는 물론 주변 위성 도시까지 완벽히 장악했다고 자신했다.
농노들을 동원해 100만 대군을 만든 누아투바 후작은 주변 영지를 강제로 복속하며 한 달 만에 군대를 300만으로 불렸다.
황제가 직접 군대를 몰고 와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왕국을 선포하고 작위를 나눠주며 기세를 드높였다.
그러나 왕국을 선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황제가 보낸 아비타시온 기사단에... 초대 황제 아틸라가 타고 다닌 골드 와이번 이름에서 따온 아틸라 제국 최강의 기사단... 자신은 물론 가족과 부하, 강제로 동원된 죄 없는 농노들까지 목숨을 잃었다.
분노한 황제는 누아투바 후작과 그 가족, 부하들만 죽이고 반란 사건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다시는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강제로 끌려 나와 억지로 무기를 손에 쥔 농노와 힘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인 귀족들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죽여 목을 장대에 걸었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의 목이 장대에 꽂혀있자 시체 썩는 냄새가 홀가부르드를 잠식했고, 엄청난 숫자에 아틸라 제국 전체가 공포에 떨었다.
“도미니언 후작이 보유한 전력은 매우 약하지만, 크바시르에는 4대 원소 학파 중 물을 다루는 마법 학파가 있어요. 도시가 위험에 처하면 그들이 나설 거예요.”
“아크메이지가 몇 명이나 있는데?”
“탑주와 부탑주는 아크메이지가 확실하고, 원로와 교수 중에도 아크메이지가 있을 가능성이 커요. 마도사는 적게 잡아도 100명은 넘을 거고요.”
“마탑은 전쟁이 나면 어떻게 움직여?”
“외부에서 적이 쳐들어오면 도미니언 후작이 탑주에게 같이 싸워달라고 요청해요. 그러면 탑주는 요청에 따라 직접 나서거나 상대가 강하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 마법사를 파견해요.”
“내전이 일어나면?”
”무조건 중립을 지켜요.“
“왜?”
“그게 1,000년 간 이어온 규칙이니까요.“
마탑은 황태자와 황자의 황위 다툼에는 절대 끼어들지 않았다. 위대한 아크 메이지 론아베리의 유지이자 아틸라 제국의 초대 황제 아틸라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파르톤 왕국이나 검은 오크 왕국, 대규모 몬스터 침공이 아니면 마탑은 움직이지 않았다.
“외부의 적에 반란군도 들어가?”
“네.”
“반란군이 크바시르를 공격한 적은 있어?”
“아니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왜 한 번도 없었어?”
“크바시르 동쪽은 대부분 남작과 자작 영지로 외부로 눈 돌릴만한 힘이 없어요. 그리고 서쪽은 10대 공작가에 버금가는 시푸아 가문이 있어 딴마음을 먹을 수도 없고요.”
검은 오크 왕국 국경 근처에 있는 영지는 대부분이 남작과 자작 영지로 규모가 작아 반란을 꿈꿀 힘이 없었다.
그리고 1,000년을 이어온 아틸라 제국 최고 명문 가문 시푸아 가문이 크바시르 서쪽에 버티고 있어 함부로 칼을 빼 들 수도 없었다.
크바시르를 차지하겠다는 것은 시푸아 가문과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시푸아 가문은 무늬만 백작이었지 10대 공작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력을 갖추고 있어 황제조차 껄끄러워하는 귀족이었다.
그런 귀족과 싸우려면 전력이 최소 3~4배는 앞서야 한다. 그래야 왕국을 세울 수 있었다.
3~4배는 동남부 전력을 모두 합친 것으로 시푸아 가문이 있는 한 크바시르를 차지하는 건 꿈이었다. 그 꿈이 내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미니언 후작이 요청하면 마탑은 무조건 따르는 거야?”
“아니요. 황제의 칙서가 있어야 마탑을 동원할 수 있어요.”
“황태자는?”
“안 돼요. 마탑은 오직 황제의 명령만 따라요.”
황제의 명령만 따른다는 건 황제가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태면 마탑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몸져누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도 황제의 이름으로 칙서가 잘만 날아다녔다.
황후가 병든 황제를 대신해 칙서를 보낸 것으로 황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칙서가 날아들게 확실해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됐다.
황제가 죽고 황태자와 황자들이 황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때 이때가 크바시르를 먹을 유일한 기회였다.
“우리가 크바시르를 점령하면 마탑은 어떻게 움직일까?”
“으음... 당장은 결론짓기 어려워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서요.”
“마탑의 시조인 론아베리가 아틸라 제국을 도우라고 유지를 남겼고, 아틸라 제국의 초대 황제 아틸라도 끝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고 했잖아?”
“1,000년 전의 약속이에요. 문서도 없는 말뿐인 약속이고요. 그리고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예전처럼 사이가 좋지 않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에요.”
“그럼 그동안 약속을 지킨 건 뭐야?”
“아틸라 제국이 강대했으니까요. 따르고 싶지 않아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네크로맨서 탈라한 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10대 마탑은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반대되는 학파들만 서로 죽이지 못해 으르렁대며 싸우는 게 아니었다. 비슷한 부류끼리도 눈에 핏발을 세우며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흠집 내기에 바빴다.
이 중에서도 공동의 적이 있었다. 수도 크라쿠푸스의 신성 마법 학파로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로 10대 마탑 중 규모가 가장 컸고, 제자도 가장 많아 2개 마탑을 합친 규모와 비슷했다.
이 때문에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 극한의 대립을 벌이는 어둠의 학파와 네크로맨서 학파뿐만 아니라 서머닝과 일루젼, 인챈트먼트, 4대 원소 학파도 신성 마법 학파를 싫어했다.
“물의 마탑이 우리 편에 서면 다른 마탑이 공격할 수도 있잖아?”
“물과 기름 같은 사이에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몰라 손잡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도 좀 불안한데...”
“언제 크바시르를 공격할 생각이세요?”
“황제가 죽고 황위 다툼이 벌어지면.”
레오니는 확실한 내 사람이었다. 한 배를 탄 정도가 아니라 내 무릎에 올라와 있었다.
충성도 100을 떠나서 배신할 염려는 없었다. 왕국을 세우려는 야심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달링이 크바시르를 점령하고 왕국을 선포하면 동시 다발적으로 왕국을 선포할 거예요.”
“황자들이?”
“네.”
“황태자가 가만있겠어?”
“한두 곳도 아니고 십여 곳에서 동시에 왕국을 선포하면 황태자도 어쩔 수 없어요. 한 손으로는 열 손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최강의 기사단 아비타시온 기사단을 파견하면 되잖아?”
“아비타시온 기사단은 황제만 움직일 수 있어요.”
“황자들이 나라를 세우면 황태자가 아틸라 제국의 황제가 되는 거 아니야?”
“자기들도 황제 국가라고 선포하겠죠. 그리고 황자들이 국가를 선포하면 아비타시온 기사단도 갈기갈기 찢어질 거예요.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거든요.”
황제가 싸질러 놓은 자식만 300명이 넘었다. 황자가 127명, 황녀가 206명으로... 현재 살아있는 자식만... 황제가 병으로 쓰러지자 황태자와 한 뱃속에서 난 남동생 2명과 여동생 3명 그리고 어릴 적부터 황태자의 부하를 자처한 황자 7명, 밤 시중까지 마다치 않는 황녀 22명만이 수도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세력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틸라 제국은 근친혼이 성행하진 않았지만, 풍기가 매우 문란해 오빠와 동생, 누나와 남동생이 몸을 섞는 일이 아주 흔했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남매도 그런데 배다른 남매의 섹스는 가십거리도 안 됐다.)
333명 중 무려 298명이 자리를 뜬 것으로 대다수는 몸을 사려 지방으로 낙향한 것이지만, 2황자와 3황자, 7황자, 13황자, 21황녀, 38황자, 88황자, 105황녀 등 20명이 넘는 황자와 황녀는... 귀족은 여자가 대를 이을 수 없지만, 황제는 여자도 가능했다... 황태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근거지로 돌아간 것이었다.
이들 배후에는 공작과 후작, 백작들이 있었다. 대부분 외가로 외척의 힘을 빌려 황제 자리를 차지하려 했다.
이런 상황이라 레오니 말처럼 우리가 크바시리와 동남부를 차지하면 황자들도 황제를 참칭하고 나라를 세울 가능이 높았다.
그러나 내가 왕국을 선포하면 집안싸움이 아니라 반란으로 모두의 공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선 왕이 되고 싶은 황자, 황녀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
가장 먼저 손을 잡아야 할 세력은 크바시르와 가장 가까운 북쪽에 있는 10대 도시 포르세티 인근에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는 베르니아 공작으로 3황자의 외조부였다.
중간에 우르아르 산맥이 막고 있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긴 쉽지 않았지만, 강력한 기사단을 파견하면 피해가 막심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했다.
다음은 황태자의 방패가 되어줄 마메존 후작이었다. 21황녀의 외조부인 마메존 후작은 수도 크라쿠푸스와 크바시르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동맹만 맺으면 당분간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서쪽 죽음의 정글 너머 10대 델링그 서쪽을 지배하는 캐미언 공작과 88황자였다.
죽음의 정글이 막고 있어 부딪칠 염려는 없지만, 배를 이용해 국경 수비대 쪽으로 파고들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이들 세 세력과는 반드시 손을 잡아야 했다. 그래야 반란이라는 오명을 벗고 당당하게 왕국을 세울 수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며칠 전 아버지께 연락이 왔어요.”
“무슨 연락?”
“반년 전부터 호르빌 평야에 지반이 꺼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농작물 피해가 막심했대요. 그러다 석 달 전부터는 거대 개미 몬스터가 나타나 마구잡이로 농노와 가축을 죽여 인명피해까지 생겼어요.”
“그래서?”
“병사를 파견했지만, 지하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피해만 늘어났어요. 피해가 점점 커지자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파견했어요. 그런데 잡기는커녕 개미굴에 들어갔다 프리 스콜라 50명과 프로보스트 2명, 정식 마법사 12명, 마도사 1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개미 몬스터에 프로보스트와 마도사가 죽어? 대체 어떤 놈들인데 그런 일이 생긴 거야?”
“레벨이 가장 낮은 개미가 레벨 80이에요. 그것도 일반이 아닌 정예 몬스터예요. 더군다나 여왕개미는 100레벨이 넘고, 레벨 90의 중간 보스들도 수십 마리나 있어요. 면목 없지만, 도와줄 사람이 자기밖에 없어요. 도와주세요. 아버지와 가족을 구해주세요. 흑흑흑흑.”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