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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아 가문 흡수
303.
“기사단장 에니트라 남작, 마법병단장 가스밀라 남작, 시푸아 백작의 보디가드인 콘트라스 준 남작. 어떻게 생각해?”
“셋 다 약속을 잘 지키고, 의리 있는 남자들이에요. 시푸아 백작에게 실망해 제게 왔지만, 그건 가문을 위해서 그런 것이지 다른 흑심을 품은 건 아니니까요.”
“시푸아 가문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정도야?”
“자기 목숨과 같다고 봐도 될 거예요. 아기 때부터 그렇게 살게 길들여졌으니까요.”
“아이 때는 그럴 수 있지만, 머리가 크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잖아. 그리고 소드마스터와 아크메이지면 어디서든 한자리할 수 있는 실력이고, 원하는 곳도, 오라고 하는 곳도 많잖아?”
“황제에게 간다면 백작 자리는 보장받겠죠. 그러나 아틸라 제국에서 배신자가 살 수 있는 길은 없어요. 이용당하다가 결국 죽게 되죠. 에니트라 남작도, 가스밀라 남작도, 콘트라스 준 남작도 모두 아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살아도 시푸아 백작 가문 사람으로 살고, 죽어서도 시푸아 백작 가문 사람으로 남으려고 하는 거예요.”
아틸라 제국이 황권이 약했다면 뛰어난 기사들이 황제와 귀족의 그늘에 안주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틸라 제국은 새로운 황제가 나올 때마다 내분이 끊이지 않았지만, 황제가 정해지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금세 정국이 안정됐다.
이 과정에서 주인을 배신한 기사와 마법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처단됐다. 이유는 하나 기사도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기사도(Chivalry)는 기사로서 가져야 할 명예롭고 예의 바른 행동을 말하는 것으로 첫째 신을 위해 봉사할 것, 둘째 주군에게 충성할 것. 셋째 동료와의 관계에서 명예를 중시하고 약자를 보호할 것이었다.
매우 낭만적인 얘기지만, 기사도의 실체는 황제에게, 자신이 속한 가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권력을 누리는 것이었다.
소설과 만화, 영화에선 귀부인과의 애틋한 사랑, 사랑하는 여자를 대신해 목숨을 바치는 가슴 아픈 사연, 국왕과 동료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피 끓는 의리가 넘쳐났지만, 모두 지어낸 얘기로 기사는 약자를 억압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한 힘센 깡패일 뿐이었다.
아틸라 제국도 주군에 대한 충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배신한 기사와 마법사는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사냥개를 솥에 삶아 먹듯이 잡아먹었다.
레오니가 에니트라 남작과 가스밀라 남작, 콘트라스 준 남작이 배반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건 이 때문이었다.
“시푸아 가문을 배신하라고 하면 바로 반기를 들겠지?”
“그럼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내가 네 남편이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나올까?”
“제가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 아주 심하게 반대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하는 것도 보고만 있지 않을 거고요.”
“그들이 있으면 우리 결합은 물 건너간 거네? 그렇지?”
“제가 설득할게요. 시간을 주세요.”
“네가 말했잖아. 그들에겐 너보다 시푸아 가문이 우선이라고. 절대 설득할 수 없어.”
“......”
소드마스터인 에니트라 남작과 콘트라스 준 남작, 아크메이지인 사스밀라 남작은 일인군단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인재였다.
혼자서 병사 1만 명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인간 병기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 병기였다.
문제는 셋이 아주 고지식하다는 것이었다. 첫째도 시푸아 가문, 둘째도 시푸아 가문으로 나와 레오니의 결합을 결사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나와 레오니의 결합을 결사반대하는 건 우리의 결합이 시푸아 가문의 종말을 의미해서였다.
나와 레오니의 결합은 시푸아 백작이 죽고, 시동생들과 친척들도 모조리 처단한 후 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시푸아 가문의 뒤를 이를 계승자가 레오니가 낳은(?) 갓난아기밖에 남지 않았다.
핏덩이만 남은 상태에서 나와 레오니가 결합하면 시푸아 가문의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었다.
융통성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내가 주인이 되는 걸 반대하지 않겠지만, 배신은 죽음이란 생각이 뼛속 깊이 박힌 사람들이라 반대로 끝나지 않고 나를 없애려 할 게 분명했다.
이 문제로 몇 달 전부터 하린이, 하연이, 쥬디와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시푸아 가문의 전력은 기병과 보병, 궁수를 모두 합쳐 15만 명이었다.
시동생과 친척들이 거느린 병력도 5만 명은 돼 이들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넘었다.
가문이 위기에 처하면 15세 이상 50세 미만의 남자 농노는 모두 병사로 징집해 최대 100만 명을 동원할 수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병력이었지만, 대부분은 주인이 바뀌어도 반기를 들지 않는 농노로 지휘관만 잡으면 정리됐다.
진짜 전력은 이들이 아니라 소드마스터 2명, 아크메이지 1명, 프로보스트 30명, 마도사 15명, 프리 스콜라 511명, 정식 마법서 207명, 스콜라 3,150명, 견습 마법사 1,078명이었다.
이들이 진짜 시푸아 가문의 힘으로 병사 100만 명보다 이들이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이들을 회유할 수만 있다면 절반은 왕국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꿈에 불과한 얘기로 나나와 야냐, 한나와 레나처럼 흡혈을 통해 내 추종자로 만든 여자들을 빼면 모두가 적이었다.
수개월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은 토사구팽(兔死狗烹)이었다. 왕국을 건설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놈들을 이들을 이용해 짓밟고, 쳐부순 후 왕국을 건설하면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눈물 나게 아까운 인재들이었지만, 조종할 수 없는 인물은 데리고 있으면 내분만 생겼다. 아까워도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길이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불가피한 선택도 있었지만, 나와 하린이, 하연이, 나나, 야냐의 능력이 크게 발돋움한 것도 한몫했다.
게임 시간으로 7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다섯 명 모두 소드마스터와 아크메이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름 : 모모
종족 : 인간
스태미나 : 648/715
생명력 : 301,999/357,008
마나 : 106,830/100,203
근거리 공격력 : 34,555
원거리 공격력 : 25,621
마 법 공격력 : 25,998
방어력 : 3,854
근력175.5 순발력101.8 체력118.8 지력59.7 카리스마54 자부심20
* 아이템 스탯 포함
이름 : 하린
종족 : 인간
스태미나 : 505/557
생명력 : 200,900/225,270
마나 : 84,690/85,590
원거리 공격력 : 25,554
근거리 공격력 : 18,667
마 법 공격력 : 18,009
방어력 : 2,264
근력48.6 순발력120.9 체력75.4 지력23.1 자유38 지혜5
* 아이템 스탯 포함
이름 : 하연
종족 : 인간
스태미나 : 535/555
생명력 : 198,555/238,770
마나 : 88,115/88,662
원거리 공격력 : 27,999
근거리 공격력 : 18.550
마 법 공격력 : 17,665
방어력 : 2,318
근력45.5 순발력129.7 체력76.7 지력20.8 자유35 교활2
* 아이템 스탯 포함
이름 : 나나
나이 : 38살
종족 : NPC
계급 : 아크메이지 하급
직책 : 경호원
특기 : 디버프 마법, 저주 마법
충성심 : 100
성격 : 겉모습은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수다스럽고 장난기 많은 성격
상태 : 매우 건강함
생명력 : 285,220/285,220
마나 : 310,500/310,500
근력48 순발력68 체력55 지력129
* 아이템 스탯 포함
이름 : 야냐
나이 : 38살
종족 : NPC
계급 : 소드마스터 하급
직책 : 경호원
특기 : 쌍검술, 쾌검술
충성심 : 100
성격 : 겉모습은 조용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덤벙대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
상태 : 매우 건강함
생명력 : 505,000/505,000
마나 : 155,000/155,000
근력123 순발력89 체력88 지력18
* 아이템 스탯 포함
소드마스터 하급과 아크메이지 하급에 불과했지만... 아이템의 영향이 커 완벽하다고할 수는 없었지만, 수치상으로는 모자람이 없었다... 벽을 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벽을 넘은 이상 발전은 걱정할 게 없었다.
그리고 우리만 능력이 크게 오른 것이 아니었다, 쥬디도 마도사에 도달했고, 세라도 80레벨 보스 몬스터가 됐다.
미미도 60레벨 보스 몬스터만큼 성장했고, 도로시도 대신관으로 승급하기 직전이었다.
아라치와 아서, 아더도 프로보스트 하급에 턱걸이했고, 전투에 나서진 않지만, 레이첼,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도 프리 스콜라 수준에 도달했다.
눈부신 발전 덕분에 지난달에는 110레벨 보스 몬스터 사냥에도 성공하며 왕국 건설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선 상태였다.
“레오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아이를 위해선 그들이 없어져야 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알아요.”
“반대하면 지금 말해. 네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아니요. 당신이 하는 일이라면 전 무조건 따를 거예요. 그것이 우리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해도 저는 무조건 따를 거예요.”
“그런 일 절대 없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야.”
“알아요. 당신이 나와 아이를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지. 그래서 저는 지옥이라도 따라갈 거예요. 당신만 있으면 그곳도 저에겐 천국이에요.”
“.......”
레오니를 속였지만,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남녀 관계란 참 오묘했다. 죽도록 좋아해도 떨어지면 금세 멀어진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으로 1분만 떨어져도 죽을 것처럼 난리 치던 커플도 몇 달만 지나면 남처럼 멀어졌다.
반대로 처음에는 호감이 없었지만, 계속 살을 맞대고 살면 정도 들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
레오니가 그랬다. 철저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했다. 사랑은 고사하고 좋아하는 감정 따위도 없었다.
그러나 7개월간 얼굴과 살을 맞대며 살다시피 하자 애틋한 마음이 생겨 남편이 있다는 것 따위는 걸림돌도 안 될 만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 얘기만 나오면 칼로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좋아하는 레오니를 속이고 있어서. 조만간 레오니에게 아픔을 줘야 해서. 그래서 내 마음도 아팠다.
“크바시르 총독 도미니언 후작은 어떤 인물이야?”
“한마디로 요약해서 전형적인 귀족이에요.”
“전형적인 귀족이 뭔데?”
“욕심 많고, 자기밖에 모르고, 귀족이 아닌 사람은 개·돼지로 보죠, 그러면서 노는 건 좋아해 매일 밤 파티하고, 여자들과 그 짓에만 몰두하죠. 그게 전형적인 귀족이에요. 그리고 창피하지만, 대표적인 인물이 시푸아 백작이에요. 당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레 못한 작자죠.”
“시푸아 백작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거야. 여러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되겠지.”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어요. 아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인간이에요.”
미안한 마음을 돌리기 위해 크바시르 총독 도미니언 후작에 관해 물었다. 수도를 뺀 10대 도시는 후작이 다스렸다.
이들은 영지가 있는 귀족이 아닌 작위만 있는 귀족으로 조르주 준 남작처럼 황제가 임명한 관리였다.
조세 징수권과 재판권, 군권 등을 모두 갖고 있지만, 황제의 말 한마디에 언제든지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어 이름만큼 거창할 뿐 실질적인 권력은 미미했다.
그래도 10대 도시 총독은 보직 중에 가장 꽃보직으로 조선 시대로 치면 평양감사라고 할 만큼 영지가 없는 후작들이 가장 탐내는 자리였다.
도미니언 후작은 열렬한 황제파이자 황태자파로 크바시르 총독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
10대 도시 총독은 남작령과 달리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을 보장했다. 임기가 끝나면 다른 도시로 옮겨가거나 수도로 물러나 다른 후작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도미니언 후작은 이런 관례를 깨고 32년이나 크바시르 총독을 지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전형적인 귀족이지만, 처세에 능하고 아부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였다.
또한, 아랫사람의 공을 기가 막히게 가로채 모두 자기 것으로 바꾸는 양아치이자 노련한 정치꾼으로 능구렁이 중에 최고 능구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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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