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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아 가문 흡수
302. 시푸아 가문 흡수 준비
“배가 많이 불렀네. 움직이기 힘들지 않아?”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행복하기만 해요.”
“무리하지 마. 몸에 안 좋아.”
“네.”
레오니의 배가 눈에 띌 만큼 불러왔다. 임신 7개월로 해산달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아이를 밴 건 아니었다. 가상 임신으로 인해 헛배가 불러 배가 나온 것뿐이었다.
하지만 레오니는 진짜로 아이를 배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다.
「큰오빠.」
「어?」
「레오니 버리지 않을 거죠?」
「당연하지.」
「레오니가 그렇게 좋으세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야.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남자니까.」
「대한민국 남자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건 중요하지 않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고리타분한 건 아니고요?」
「자기가 한 일을 책임지는 건 고리타분한 게 아니야. 최소한의 양심이지.」
「이래서 전 큰오빠가 정말 좋아요. 고리타분해서. 호호호.」
시푸아 가문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레오니를 이용했지만, 버릴 순 없었다.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자기가 가진 걸 모두 내게 준 여자였다.
흡혈로 인해 사랑이 싹튼 것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발단이야 어떻든 현재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나나도 그랬고, 야냐도 그랬고, 한나와 레아, 300명이 넘는 시푸아 가문 여성도 그랬다.
이제 와서 그녀들의 사랑을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린다면 나는 인간도 아니었다.
「레오니를 버리지 않으려면 시푸아 가문을 흡수해야 해요. 그래야 레오니를 곁에 둘 수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죠?」
「그래. 알아.」
「그리고 수도의 안전을 위해선 더 먼 곳까지 뻗어 나가야 해요. 시푸아 가문은 크바시르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무조건 흡수해야 수도와 왕국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큰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래. 같은 생각이야.」
쥬디 말이 맞았다. 레오니를 곁에 두려면 시푸아 가문을 흡수해야 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둘 순 없었다.
그건 레오니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시푸아 가문을 흡수하고 정식으로 내 여자로 만들어야 했다. 그게 내가 레오니에게 조금이라도 죄를 갚는 길이었다.
그리고 내 꿈인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선 시푸아 가문은 흡수하기 싫어도 흡수해야만 했다.
제대로 된 왕국을 만들려면 아틸라 제국 남동부의 중심 도시이자 10대 도시인 크바시르를 먹어야 했다.
현재 내 영지를 수도로 삼으면 왕궁과 관청, 방벽 등 지어야 할 건물이 너무나 많았다.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 크바시르를 차지해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크바시르는 동남부 최대도시답게 교통이 발달했고, 산업시설도 충분해 국가 기틀을 빠르게 확립할 수 있었다.
시푸아 가문은 크바시르 서쪽에 있어 크바시르를 수도로 삼으면 시푸아 가문은 싫든 좋든 무조건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의 안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었다.
「아이를 처리해야겠네요.」
「아이를 처리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푸아 가문은 1,000년을 이어온 가문이에요. 가문에 충성한 병사까지 다 죽이지 않으면 반란이 끊이지 않을 거예요. 아이를 없애야 반란을 잠재울 수 있어요.」
「안 돼. 그건 레오니를 죽이는 짓이야. 절대 할 수 없어.」
「레오 왕가를 레오니의 아들, 아니지. 이름 없는 농노의 아들에게 잇게 하겠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건재한데 왜 레오니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줘? 그럴 일 없어.」
「당연히 그럴 일은 없죠. 하지만 레오니 주위로 사람들이 모일 거예요. 하린이 언니와 하연이 언니, 은하 언니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그들이 레오니의 아들을 왕으로 추대하려 들 테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먹는다고 쥬디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했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듣고 흘려서는 안 될 말이었다. 왕국을 건설한다면 쥬디의 말처럼 레오니의 아들... 농노의 아들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레오니가 나와 사이에 태어난 아이로 생각하는 농노 아이를 죽일 순 없었다.
지금도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좋아하는 레오니에게 그런 짓을 할 순 없었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진짜 죽이자는 거 아니에요. 죽은 것으로 꾸미자는 말이에요. 그렇게 한 다음 좋은 집에 입양 보내면 돼요. 그럼 아이도 좋고, 큰오빠도 좋은 일이에요.」
「레오니는 어쩌고?」
「오빠가 잘 달래줘야죠.」
「아이를 잃은 부모가 어떤 심정으로 세상을 사는지 알아? 살아도 산 게 아니야. 달래준다고 슬픔이 사라지지 않아.」
「지옥에는 제가 갈게요. 큰오빠는 그렇게 알고 모든 일을 제게 맡겨주세요.」
「안 돼.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해.」
「고집하고는... 그러면 언니들과 상의해서 레오니와 진짜 아이를 낳으세요. 그러면 슬픔도 크게 줄어들 거예요.」
「아이를 낳으라고?」
「싫으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신 거죠? The Age of Hero가 서비스 종료되면 아이도 사라지니까요. 그렇죠?」
「.......」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한 눈으로 쥬디를 바라봤다. 쥬디 말이 맞았다. 우리는 The Age of Hero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유저들 중에는 현실보다 The Age of Hero를 더 사랑해 아이를 낳기도 했고, 일부는 재미로 그런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은 달랐다. The Age of Hero가 영원하다면 아이를 낳고 기르겠지만, 언젠가는 서비스가 종료될 것을 알기에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서비스가 종료되는 순간 우리 아이도 게임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건 아이를 죽이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임신하지 않는 모드로 섹스를 즐겼다. 하린이와 은하뿐만 아니라 NPC들과도 그렇게 쾌락만 추구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제가 큰오빠 처지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현실에서 보기에 이 세상은 허구니까요.」
「미안해!」
「큰오빠가 사는 세상도 이 세상과 다를 게 없어요, 언젠가는 사라질 세상이에요. 그게 언제일지 모르는 것뿐이에요. 제 말이 맞죠?」
「그래.」
인류 문명도 언제 사라질지 몰랐다. 나와 하린이, 하연이, 은하도 언제 죽을지 몰랐다.
우리도 The Age of Hero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이었다. 게임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하는 건 변명에 불과했다.
「큰오빠, 하린이 언니, 하연이 언니, 은하 언니와는 진짜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이곳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맞아요. 두 곳에서 아이를 동시에 키운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니까요. 그러나 다른 언니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이라고 믿고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언니들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행복할 기회를요.」
「깊이 고민해 볼게.」
「깊게 고민하는 건 좋지만, 너무 오래 고민하진 마세요. 그러면 언니들이 많이 힘들어져요.」
「알았어.」
레오니의 배가 불러오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번째로 시푸아 가문에 속한 여성 중 쓸만한 인원은 모두 피를 빨아 내 열렬한 추종자가 만들었다.
인원이 300명이 넘었고, 분야도 아주 다양했다. 한나와 레아처럼 마법사와 기사도 있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백작성에서 일하는 하녀, 신전에서 일하는 하녀도 있었다.
교사와 하녀들을 추종자로 만든 건 시푸아 백작과 그를 따르는 무리의 눈과 귀를 막고,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였다.
하녀들은 하는 일은 별 볼 일 없지만, 생각보다 정보에 아주 가까이 있었고, 큰일이 생겼을 때 시간을 벌어주는 등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그래서 백작성에 근무하는 하녀 중 나이가 많은 노파를 빼고 모두 내 추종자로 만들었다.
두 번째는 시푸아 백작 가문의 창고를 턴 일이었다. 리빙 아머를 만들기 위해 시푸아 백작 가문의 창고를 바닥냈다.
틸트론 왕국의 마나 집적진과 리빙 아머를 제작하려면 엄청난 재료가 필요했다. 마나 집적진을 그리려면 값비싼 마나석과 마나 활성석, 마나 보존석이 필요해 이것만 해도 금화가 50개 넘게 들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만드는데도 금화가 30개 이상 들었고, 용기의 보석과 강철의 보석도 들어가 리빙 아머 한 기를 만드는데 대략 금화 100개가 들었다.
이 비용을 시푸아 가문 창고에서 대부분 해결하며 레벨 100짜리 정예 몬스터 리빙 아머 1,000기를 만들었다.
덕분에 시푸아 가문 창고는 먼지만 수북이 쌓인 빈 곳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창고를 지키는 레오니 측근 몇 명만 알아 시푸아 백작은 창고에 여전히 각종 물품이 가득 쌓인 줄 알았다.
세 번째는 농노 20만 명을 우리 영지로 빼돌린 것이었다. 한 곳에서 많은 수를 일시에 빼내지 않고 마을 단위로 20~30명씩 빼돌려 마을 관리는 물론 주민들도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생각했지 내 영지로 빠져나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20만 명이나 빼돌린 건 병사를 늘릴 목적이었다. 그래서 건장한 청년이 있는 가족을 선발해 이탕가 산채에서 크로아탄 가문 농노를 빼돌린 것과 같은 방법으로 간단하게 영지로 소환했다.
이들의 합류로 게임 시간으로 7개월 만에 영지민이 25만 명으로 늘어났고, 병사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레오 자작
인구 : 255,613명
세율 : 80%
영지 자금 : 150,111골드
식량 : 8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20,011명
치안 : 45
상업 : 789
농업 : 6,997
광업 : 678
영지발전도 : 6,305(카리스마 효과와 신전으로 영지발전 속도 109.5% 증가)
특수 시설
신전 : 소형
탁아소 : 최대 수용인원 3,000명
학교 : 최대 수용인원 5,000명
철광석 광산 1개
석탄 광산 1개
특수병과
개틀링 마차 : 500대
100레벨 리빙 아머 : 1,000기
드래곤의 이빨 : 250개(95레벨 일반 용아병)
드래곤의 어금니 – 50개(98레벨 정예 자이언트 용아병)
네크로맨서의 정수 – 2,000개(80레벨 정예 네크로맨서 20마리)
네 번째는 시푸아 백작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부활로 젊음을 되찾기 직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지나친 황음과 음주였다. 20대의 건강한 젊음을 믿고 매일 밤 맨드레이크 쥬스를 2~3병씩 마시며 여자 농노 열 명 이상과 놀아나자 기름이 빠진 콩처럼 깍지만 남았다.
선천적으로 호색한 성격과 오랜 병상에서 참았던 욕화가 폭발해 이런 결과를 낳았지만, 세라가 밤마다 몽환술로 음심을 자극한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몸이 나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섹스와 술을 끊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백작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기사단장 에니트라 남작과 마법병단장 가스밀라 남작은 석 달 전에 레오니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한 달 전에는 10년 넘게 백작을 옆에서 보좌하던 소드 마스터 콘트라스 준 남작과 프로보스트 3명, 마도사 3명도 백기를 들고 레오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시푸아 백작 가문의 힘이 대부분 레오니에게 넘어오며 사내아이를 낳는(?) 순간 시푸아 백작과 시동생, 친인척들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저승길 열차를 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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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