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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95화 (29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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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계승자

295. 망국의 계승자

- 파티원 모모님과 하린님, 하연님이 틸트런 왕국의 숨겨진 비밀 궁전 바르탄야를 찾았습니다.

- 지칠 줄 모르는 위대한 탐험 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모모님과 하린님, 하연님께 각각 업적 5,000포인트와 평판 5,000포인트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자이언트 용아병을 앞세우고 비스듬히 사선으로 내려가는 꼬불꼬불한 동굴을 1시간 넘게 걸어 내려가자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였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빛이 보이는 출구를 향해 다가가자 틸트런 왕국의 숨겨진 궁전 바르탄야를 찾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업적과 평판 포인트가 들어왔다.

“오빠, 어디서 빛이 들어오는 거죠?”

“천장을 잘 봐봐. 번쩍이는 반사경 보이지?”

“네.”

“좁은 동굴에 반사경을 수십 개 달아 햇빛을 공동까지 내려오게 한 것 같아.”

“우와! 지상에서 공동까지 깊이가 수 킬로미터는 될 텐데 반사경을 달아 공동을 밖과 같은 상태로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게.”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바르탄야 궁전 1만 년 전에 지어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

“1만 년 넘도록 반사경이 멀쩡할 수 있을까요?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지진도 났을 텐데요.”

“게임이잖아.”

“게임인 걸 또 깜박하고 질문했네. 이런 바보 멍충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자주 그래. 너무 자책할 거 없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밥 먹을 때도, 몬스터 사냥할 때도, 오빠 고추 만질 때도 게임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고 몰두한단 말이에요. 고추 만질 때 그 부드러움과 강함이 가짜라니... 생각하기도 싫어요.”

“컥!”

하연이만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The Age of Hero를 하는 유저 99.99%가 게임이란 걸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현실에서 느끼는 쾌감과 고통을 그대로... 쾌감은 100%지만, 고통은 70~80% 낮은 상태로 느낌... 느껴 현실인지 게임인지 착각할 때가 많았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하루에 몇 차례는 그런 일이 생겼고, 심한 유저는 온종일 현실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런 유저가 3억6천만 명 중 7만 명이 넘어 심각한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The Age of Hero가 정식 서비스되기 이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가상현실은 뇌를 속여 게임을 현실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뇌를 속인다는 건 간섭한다는 것으로 무리가 가는 게 당연했다.

이 때문에 The Age of Hero가 오픈한 초창기에는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은 국가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3년 넘게 서비스가 됐지만, The Age of Hero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돈과 이권 때문에 발생한 사건은 빼고(너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 사고가 터진 일은 거의 없었다.

재미있는 건 거짓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도 속는다는 것이었다. 강한 부정을 품고 있는 사람은 진짜 같은 사물을 봐도, 진짜 같은 느낌이 들어도 거짓이라고 애써 부정해 무의식중에서도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게 할 수 없었다.

The Age of Hero는 그걸 가능하게 했다. 과학자들이 The Age of Hero를 최고라고 추켜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4억 명에 가까운 유저들이 The Age of Hero에 푹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공기가 맑고, 바람도 불고, 식물도 가득하고, 지하 공동이란 게 믿어지지 않아요. 천장만 안 보이면 숲이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러게.”

하연이 말처럼 공동은 지하 세계가 아닌 커다란 숲처럼 보였다. 큰 나무는 없었지만, 내 키보다 큰 푸른 식물이 가득해 지하세계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18세기 초 핼리 혜성의 발견자 에드먼드 핼리가 제창한 지구 공동설(Hollow Earth Hypothesis)을 이곳에 재현한 기분이었다.

지구 공동설은 가설로 지구가 완전히 굳기 전 회전하며 공간이 생겨 그 안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가설로 황당무계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여럿 있었다.

첫 번째는 북극에는 바닷물밖에는 없는데 빙산은 모두 민물이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북극 지방에 색깔이 있는 눈이 내리는 것으로 빨강, 초록, 노랑 등의 눈이 내리는 건 식물성 물질인 꽃잎과 꽃가루 등이 대기 중에 짙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 번째는 지구의 무게로 지구의 겉면적은 51,010만㎢로, 무게는 6x1,017만ton이었다.

지구가 속이 꽉 차 있다면 실제 중량은 이보다 훨씬 무거워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했다.

이런 근거들 외에도 19세기 미국인 리처드 E.버드 장군이 비행기를 이용해 북극과 남극을 탐험했고, 이때 미지의 지역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수풀이 우거진 숲과 푸른 산, 동물들을 발견했고, 이 사실은 무전을 통해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미국 정부가 리처드 E.버드 장군이 보고한 사실을 군사 기밀이라며 50년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는 내핵, 외핵, 맨틀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는 대략 6,400km였고, 지구 표면에서 2,900km까지는 맨틀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땅을 파고 들어가 알아낸 게 아니었다. 인간이 이제껏 판 최고 깊이는 14km에... 이것보다 조금 더 깊을 수도, 얕을 수도 있음... 지나지 않았다.

각종 탐지기를 사용해 땅속을 조사할 수 있지만, 그 역시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제한적이었고, 깊은 곳은 추측밖에는 할 수 없어 땅속에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구 공동설과 달리 바르탄야는 천장에 달린 1,000개가 넘는 반사판이 지상에서 빛을 지하로 끌고 와 식물과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으로 틸트런 왕국에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장관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키이익 키이익.”

“하린아, 하연아, 빨리 뒤로 가.”

“몬스터야?”

“어.”

만득이의 경고에 하린이와 하린이를 뒤로 보내고 홀리메탈 원형 방패로 가슴과 머리를 보호하고, 블레이드를 언제든 찌를 수 있게 곧추세운 후 천천히 숲을 헤치고 놈에게 다가갔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단 채로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다면 공중으로 날아올라 몬스터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날개는 이동 수단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어 기습이 아닌 은밀한 접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리빙 아머야.」

「리빙 아머면 언데드 몬스터잖아요?」

「왕궁을 지키기 위해 마법으로 만들 것일 수도 있어.」

「그러면 왕관을 써 보세요. 오빠 말을 들을 수도 있잖아요.」

「알았어.」

살아 있는 갑옷인 리빙 아머(Living Armour)는 마법사가 마법을 걸어 움직일 수 있게 할 수도 있었고, 영혼이 깃들어 움직일 수도 있었다.

영혼이 깃든 리빙 아머는 원한이 가득 찬 기사 또는 병사가 대부분으로 데스 나이트처럼 언데드 몬스터에 속했다.

그러나 마법사가 만든 리빙 아머는 마법진을 이용해 생명을 부여한 것으로 골렘과 같은 원리였다.

하린이 말처럼 될 수도 있어 래틀이 만들어 준 귀면 투구 위에 틸트런 왕국의 황금 왕관을 썼다.

- 황금 왕관은 틸트런 왕국의 고대 유산입니다. 틸트론 왕국의 계승자만이 진정한 황금 왕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틸트론의 왕국의 계승자가 되시겠습니까?

‘네.’

계승자가 됐을 때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꺼림칙했지만, 못 먹어도 고라고 보물을 찾기 위해 지하 세계까지 와서 꽁무니를 뺄 순 없었다.

- 모모님은 틸트론 왕국의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틸트론 왕국의 모든 유산은 이제부터 모모님의 것입니다. 망국의 계승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망국의 계승자는 사람도 아닌가 보군.’

계승자가 되면 보너스 스탯이나 생명력, 마나를 줄지 알았는데, 망국의 계승자라 그런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황금 왕관을 쓰고 리빙 아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던 리빙 아머가 몸을 돌려 기다란 미늘창을 땅에 팍 찍으며 고개를 숙였다.

- 틸트론 왕국의 수호병 리빙 아머가 모모님을 망국의 계승자로 인정했습니다. 리빙 아머는 이제 모모님의 것입니다.

- 리빙 아머는 마나가 대부분 소진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는 모모님의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마나를 충전해 주세요. 마나를 충전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리빙 아머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지 먼지와 녹이 잔뜩 끼어있어 녹슨 고철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마나 집적진이 그려진 곳을 찾았다. 가슴 부위에 틸트런 왕국의 표시 파란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안에 마나 집적진이 그려진 것 같아 손을 대고 마나를 주입하자 바짝 마른 솜이 물기를 빨아들이듯 마나를 흡수했다.

5,000 가까이 마나를 주입하자 위이잉 소리가 나며 동력 마법진이 구동했다. 동력 마법진이 돌아가자 시뻘건 녹이 툭툭 바닥에 떨어지며 은색의 깨끗한 철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커먼 먼지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지만, 녹이 모두 떨어지자 신장 2m의 믿음직한 모습으로 변했다.

“하린아, 리빙 아머도 마나 심장에 그려진 마나 집적진을 통해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사용하는 형태지?”

“모양만 다를 뿐 골렘의 구동원리와 같은 것 같아.”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지? 골렘은 길어도 몇 년이잖아.”

“수면 모드로 들어갔다가 틸트런의 황금 왕관에 반응한 것 같아.”

골렘은 강철 심장에 든 마나석이 수명을 다하면 작동을 멈춘다. 마나 직접진이 공기 중에서 마나를 흡수해 마나석의 수명을 늘려줬지만, 마나석은 충전용 건전지와 같아 계속 충전하면 수명이 다해 구동을 멈췄다.

“이건 골렘과 달릴 마나를 직접 주입해도 구동하는 방식인 것 같은데? 강철 심장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면 골렘 수명도 크게 늘어나겠다.”

“돌아가면 연구할게.”

리빙 아머처럼 마나를 직접 충전할 수 있다면 골렘의 수명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골렘 술사는 운영할 수 있는 골렘의 숫자가 최대 6마리로 강철 심장의 수명이 늘어나도 숫자에서 오는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이름 : 틸트론 왕국의 수호병 리빙 아머

레벨 : 100

등급 : 정예

생명력 : 800,000/800,000

마나 : 15,000/15,000

공격력 : 7,500

방어력 : 1,700

마법 저항력 : 7,000

공격속도 : 150

이동속도 : 150

치명타 확률 : 15%

상태이상 저항력 : 350

틸트론 왕국의 수호병 리빙 아머는 자이언트 용아병보다 레벨이 2 높았지만, 능력은 300% 이상 낮았다.

리빙 아머를 만든 마법사가 수준이 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자이언트 용아병은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몬스터로 동급 몬스터보다 능력치가 월등히 높았다. 그래서 리빙 아머보다 능력치가 월등히 높은 것이었다.

“위험한 몬스터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부하까지 얻고 생각한 것과 완전히 반대네요.”

“아직 안심하긴 일러.”

“왕궁을 위험한 몬스터가 차지했다면 리빙 아머가 멀쩡할 이유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리빙 아머 한 기가 멀쩡하다고 안심할 수 없어. 신경 바짝 세우고 경계해.”

“알았어요.”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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