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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의 숲
289.
“어때? 사냥할 만하지? 아주 재미있지?”
“네. 아.아주 좋아요.”
“아주 좋아? 그럼 더 재미있게 세 배로 몰아올까?”
“오빠 제발 그러지 마세요. 오빠 그러시면 저 하린이 언니와 은하 언니에게 맞아 죽어요. 쥬디도 가만있지 않는다고 했어요. 살려주세요.”
“앞으로 입 조심할 거지?”
“노력할게요.”
“노력으로 되겠어?”
“저 오빠랑 농담하는 거 정말 좋단 말이에요. 입 다물라고 하는 건 저에게 죽으라는 말과 같아요.”
“누가 입 다물라고 했어? 적당히 하라는 말이잖아.”
“이게 적당히 하는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해보세요. 정말 많이 줄었잖아요.”
“처음과 비교하면 숙녀 다 되긴 했지.”
“그것 봐요. 오빠도 인정하잖아요.”
“그러면 예쁘게 말해.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서.”
“생각나면 바로바로 말해야 해요. 안 그러면 답답해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
“그런 병도 있었어?”
“여기 있잖아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쯔쯔쯔쯔.”
“히잉.”
슬라임을 3만 마리 넘게 잡자 서 있을 힘도 없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하연이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다.
안 그래도 근처에 더 몰아올 슬라임이 없어 쉬게 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못했다고 빌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하연이의 기를 살짝 꺾어놓았다.
하연이의 입방아에 몰아오는 슬라임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리자 난리가 났다. 시종일관 여유롭게 사냥하던 나나와 야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뛰어다녔고, 상급 신관 도로시도 턱까지 차는 숨에 혀를 길게 빼물고 치유와 보호 스킬을 억지로 써댔다.
은하와 미미, 아라치는 서 있을 힘도 없어 바닥에 주저앉은 지 오래였고, 아서와 아더는 칼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서 있었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화살을 너무 많이 날려 손가락 끝이 까져 시위가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성자!”
- 모모님이 NPC 쥬디, 세라, 도로시, 나나, 야냐, 아라치, 미미, 아서, 아더에게 상급 성자를 사용했습니다. NPC 쥬디, 세라, 도로시, 나나, 야냐, 아라치, 미미, 아서, 아더가 생명력과 마나를 완벽히 회복했습니다.
“오빠, 하린이 언니하고 은하 언니하고 저는 왜 성자 안 해주세요?”
“10명이 한계야.”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대신 따뜻한 손길 계속 넣어줄게. 어깨와 다리도 주물러 주고. 그러면 됐지?”
“넹.”
상급 성자는 한 번에 나를 포함해 최대 10명밖에 치료할 수 없어 은하와 하린이, 하연이는 빼야 했다. 특급을 마스터해야 30명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었다.
성자 대신 따뜻한 손길로 생명력을 회복시키며 열심히 팔다리, 어깨를 주물러 뭉친 근육을 풀어줬다.
내가 은하와 하린이, 하연이를 안마하자 NPC들도 2~3명씩 모여 앉아 물을 마시고 서로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며 떨어진 스태미나를 회복하며 뭉친 근육을 풀었다.
상급 성자는 상태 이상 효과도 치료하는 뛰어난 치료 스킬이었지만, 스태미나는 1도 채워주지 못했고, 뭉친 근육도 풀어주지 못했다.
특급 성자도 30분 동안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을 500% 향상해줬지만, 스태미나와 피로는 풀어주진 못했다.
스태미나를 회복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건 잠과 휴식, 음식 섭취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아주 짭짤한데.”
“쓸만한 거 많이 나왔어요?”
“100만짜리 경험치 에그 3개, 말랑말랑한 젤리 9,978개, 체력 프라나 2개, 힘 프라나 2개, 고급 장비 5개, 스킬북 1개, 생명력 물약 500짜리 29개, 1,000짜리 10개, 마나 물약 500짜리 53개, 1,000짜리 19개.”
“물약 이제 잘 나오네요.”
“그러게.”
이번 달 1일부터 물약 드롭율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까지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도 구경할 수 없던 물약이 이번 달부터는 일반 몬스터를 잡아도 나왔다.
그러나 1,000짜리 이상은 구경하기도 어려워 저레벨 유저에겐 큰 도움이 됐지만, 피통이 큰 0.1% 이상 유저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빠, 개틀링 마차에 젤리 몇 개씩 들어가?”
“래틀이 바퀴 한 개에 40~50개씩 든다고 했어. 그렇게 계산하면 한 대에 최소 200개는 필요할 거야.”
“9,978개면 50대 분량 나왔네. 이제 그만 잡아도 되는 거 아니야?”
“50대로는 모자라. 못해도 200대는 있어야 해.”
“개틀링 마차가 200대나 필요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해?”
“연사속도와 명중률이 떨어져 3대에서 5대는 묶어야 타격력이 나와서 그래. 한 대씩은 큰 효과가 없어.”
“마차 한 대에 개틀링 석궁 몇 대 설치한다고 했지?”
“처음에는 3대 설치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 좌우에 2대씩 설치하는 거로 바꿨어. 대신 방향 전환이 가능해 사방을 다 공격할 수 있게 했고.”
“두 대 달아도 좁지 않아?”
“좁아. 화살도 실어야 하고, 먹을 음식과 물도 실어야 하니까. 그렇다고 마차를 키울 순 없잖아. 더 크면 말도 더 필요하고, 이동속도도 떨어져.”
“개틀링 석궁 한 번에 두 발씩 쏜다고 했지?”
“어.”
“그러면 반대로 생각하는 건 어때?”
“반대로? 어떻게?”
“마차에 개틀링 석궁 한 대씩 달고, 크기를 줄이는 거야. 바퀴도 2개로 줄여 이륜마차로 가고. 그러면 무게도 크게 줄어들어 말 1마리가 끌어도 될 거야. 폭이 좁아진 만큼 좁은 길도 잘 다닐 수 있을 거고.”
“이륜마차라...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하린이가 생각한 이륜마차는 이집트와 히타이트 전차와는 모양이 많이 달랐다. 이집트와 히타이트 족이 사용한 전투 마차는 길이가 아주 좁아 간신히 마부와 궁수가 함께 타는 형태였다.
하린이가 땅에 그린 이륜마차는 길이가 사륜보다는 조금 짧지만, 평균적인 이륜보다는 훨씬 길었다.
사륜마차처럼 앞좌석에 마부가 앉고, 뒤에 개틀링 사수가 위치한 형태였다. 그리고 사수가 서서 쏘는 게 아니라 좌석에 앉아서 쏘는 형태로 의자가 360도 돌아가 전후좌우를 다 공격할 수 있었다.
“괜찮은 게 아니라 훨씬 효율적이잖아. 인원도 절반이나 줄어드는데.”
“문제가 하나 있어. 길이가 길어서 앞쪽이 땅에 닿을 수도 있어.”
“그거야 균형을 잘 맞추면 되지. 그리고 그 문제는 오빠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래틀과 딜런이 알아서 할 거야.”
“그렇긴 하지.”
계획했던 개틀링 석궁 마차는 말 2마리가 끄는 형태로 개틀링 석궁 2대에 사수 2명, 보조 사수 1명, 마부 1명으로 총 4명이 탑승하는 구조였다.
하린이는 사수 1명, 마부 1명으로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마차 바퀴도 두 개로 줄이고, 말도 1마리만 달자고 했다.
크기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과 인원도 줄고, 크기도 소형이라 운용도 훨씬 뛰어난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화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문제점도 있었다.
“화력 떨어지는 건 어쩌고?”
“3대에서 5대로 화력집중운용지점 설정해 상대를 공격한다는 전술 아니었어?”
“맞아.”
“그러면 마차 한 대에 개틀링 석궁 1대를 설치해도 화집점 구성하는 건 영향 없잖아. 화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면 2발 석궁을 4발 석궁으로 바꾸면 되는 거고. 아래위로 두 발씩 발사하면 되니까.”
“그러면 되겠네.”
하린이 의견대로 하면 비용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마차 200대면 말 400마리에 궁수와 마부 400명이 필요했다.
궁수와 마부는 농노가 많이 늘어나 동원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말 400마리는 구입비용만 금화 4,000개가 들었다.
현 시세로(금화 1개당 130만 원) 계산하면 52억 원이었다. 구입비용도 엄청났지만, 관리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현실 기준으로 하면 말 한 마리당 관리비가 한 달에 100만 원이 들었다. 게임이라 비용이 줄어들겠지만, 절반으로 계산해도 한 달이면 2억 원, 1년이면 24억 원이 들었다.
또한, 훈련 중 다치거나 죽는 말도 고려해야 해 두 배인 800마리는 있어야 마차 부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을 돌보는 농노도 수백 명은 필요했고, 마차 병사도 최소 1.5배는 뽑아야 해 영지가 작은 자작은 감당할 수 없었다.
시푸아 백작에게 받은 13조 원 중 2조 원을 영지 발전과 전쟁 비용으로 빼놨지만, 개틀링 석궁 마차 한 대를 만드는데... 사륜마차 기준... 최소 금화 20개가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소모품인 석궁용 화살과 기본 무장까지 더하면 금화 30개는 잡아야 했다.
여기에 마차를 운용하는 병사와 마부를 먹이고 재우고 훈련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더하면 1년에 300~400억 원은 족히 들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1년 비용이라는 것이었다.
2조 원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겠지만, 27,000명이 살 집을 짓는 데만 벌써 1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새로 내 농노가 된 44,000명이 3개월간 먹을 식량 확보에도 2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농노는 영지에 딸린 부속품과 같아 농노는 모두 놓고 갔지만, 값나가는 물건과 식량은 모두 가져가 3일 식량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4개 영지를 잇는 도로도 건설해야 했고, 돼지우리만도 못한 주택도 개선해줘야 한다.
몬스터가 마을과 농장에 침입하지 못하게 방어탑도 만들어야 했고, 전쟁에 대비해 병사도 늘려야 한다.
또한, 이들이 사용한 무기와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해 나무 농기구도... 아틸라 제국 농노 대부분이 나무 농기를 사용함... 철제 농기구로 바꿔줘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약도 보급해야 했고, 화장실도 보급해야 하며, 더러운 우물도 새로 파야 하는 등 당장 올해에만 7,000~8,000억 원은 투입해야 영지가 제대로 돌아갔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비용이 들어 전쟁에 쓸 비용이 3,000~4,000억 원도 남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이러다간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산할 수도 있었다. 물론 시푸아 백작 가문의 재산을 야금야금 뜯어먹을 계획이라 돈이 모자라진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진 시푸아 가문 재산은 내 돈이 아니었다. 들어올 걸 예상하고 미리 썼다가는 쪽박을 찰 수도 있었다.
“돌아가면 래틀과 딜런 집무실로 불러. 내가 얘기한 대로 새로 제작하라고 할 테니까.”
“알았어.”
“모두 충분히 쉬었지?”
“네에~”
“그럼 이동하자.”
“왜 이동해요? 지금 하던 대로 오빠가 슬라임 몰아오면 되잖아요.”
“근처에 남은 슬라임이 한 마리도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 해.”
“그러면 쉬게 해준 게 제가 잘못했다고 빌어서 쉬게 해준 게 아니라 몬스터가 없어서 쉬게 해준 거예요?”
“어.”
“오빠~~~”
“흐흐흐흐.”
한 가지 몬스터만 나오는 던전은 있어도 숲과 초원, 산에는 다양한 몬스터가 어울려 살아 한 가지 몬스터만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슬라임 숲은 단 한 종류 슬라임만 있었다. 굳이 나누자면 70레벨에서 80레벨까지 이름과 색깔이 다른 슬라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