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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87화 (28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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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의 숲

287. 슬라임의 숲

“서류 준비되면 넘겨드릴 테니 언론사에 보내는 것도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보낼 테니까.”

“고맙습니다.”

“300만 원 공돈 생겼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더 달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나는 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 눈치가 아주 빠르거든.”

“네에?”

“음하하하하.”

이범석 상사가 김가윤의 집에서 가져온 치부책은 예상했던 것처럼 허태영이 윗선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낸 검은돈이었다.

검은돈은 혼자만 먹어선 안 된다. 방패가 되어줄 사람, 입이 근지러운 사람,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과 나눠 먹어야 했다. 그래야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장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줬다는 걸 확실하게 남겨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준 사람만 기억하고, 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 해 생색도 낼 수 없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허태영은 돈을 준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을 USB에 알뜰히 담아놓았다.

“오빠, 이거 풀면 파장이 엄청나겠는데?”

“언니, 엄청난 정도가 아니라 XXX당 이걸로 끝날 수도 있겠어.”

“지난번 오빠 얘기 듣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무슨 소리?”

“비리를 아무리 많이 터뜨려도 XXX당은 끄떡없다는 말이야.”

“대한민국이 얼마나 썩었기에 이런 일이 연이어 터져도 XXX당이 멀쩡한 거야?”

“썩은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몰라서 그래?”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돼서 그런 거야?”

“그래. 거기서부터 온 뿌리야. 그것도 작은 뿌리가 아니라 이 나라 권력과 돈을 대부분 갖고 있는 엄청난 뿌리지.”

“그놈의 뿌리는 썩지도 않아?”

“완전히 썩었지. 썩었으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 그런데 황당한 건 썩어도 죽지 않는 뿌리야. 아주 기괴한 뿌리지.”

“언데드야?”

“죽지 않으니 언데드라고 할 수 있겠네.”

“그러면 오빠에게 아주 약하겠네?”

“무슨 소리야?”

“오빠가 갖고 있는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와 원형 방패가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를 상대로 공격력 175% 증가에 데미지 50% 흡수잖아. 그러니 오빠에게 썩은 권력과 재벌은 상대도 안 되지.”

“너는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오니?”

“그러면 울까? 엉엉.”

“내가 너랑 말을 말아야지. 에휴.”

이범석 상사에게 허태영에 관한 자료와 함께 놈과 친한 국회의원 2명, 고위직 공무원 1명, 검찰 1명, 언론인 1명의 추악한 과거가 가득 담긴 자료를 넘겼다.

은하가 했던 것처럼 이범석 상사도 수원, 용인, 성남, 대전, 대구, 부산 등지를 돌며 비교적 깨끗한 언론사를 향해 소포를 발송할 것이다.

소포를 받은 언론사는 정이슬과 이은택, 마림 재단 게이트 사건처럼 대박이란 걸 알고 열심히 떠들어댈 것이다.

그러면 온 나라가 허태영 게이트에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들썩일 것이고, 은하를 주시하던 시선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

은하를 주시하던 허태영이 당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XXX당과 정부, 국정원이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연이의 태블릿 PC에는 그들에 관한 추잡한 자료도 가득 들어 있어 은하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2타, 3타, 4타 공격이 연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천하의 국정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은하를 감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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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바로 슬라임 잡으러 갈 거니까 모두 준비해.”

“네에~”

“식당에선 조용히 대답해. 밥 먹다가 체하겠다.”

“네!”

이범석 상사에게 자료를 넘겨준 후 아침밥을 먹으며 사냥 계획을 발표하자 쥬디, 세라, 나나, 야냐 등이 식당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현실 시간으로 8일, 게임 시간으로 24일이 흐르며 새로 흡수한 영지의 몬스터 사냥도 대충 마무리했다.

나나와 야냐가 아라치와 미미, 아서, 아더, 골렘들을 데리고 숲을 깔끔하게 초토화시켜 당분간 몬스터가 날뛸 일은 없었다.

숲을 제거하고 농지로 바꾸려면 족히 3~4년은 걸리겠지만, 당분간은 쥐죽은 듯이 조용할 것이었다.

그러나 첩자를 잡아내고 옥석을 가리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쥬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기억을 읽어냈지만, 인원이 44,000명이나 돼 최소 3개월은 쉬지 않고 일해야 끝낼 수 있었다.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10,000명 중 316명을 잡아 철광석과 석탄 광산에 선물로 보내줬다.

예상했던 대로 병사로 근무한 놈들과 영주 가족 밑에서 쥐꼬리만 한 권력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쓸만한 놈들도 300여 명 찾아내 병사로 다시 받아들이며 부족한 치안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혼자 크바시르로 포털을 타고 이동했다. 그리곤 시 밖으로 나가 NPC와 유저가 없는 곳에서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소환해 슬라임 숲이 있는 북쪽으로 1,500km를 날아갔다.

지난번 레오니가 준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를 이용해 날개 8개를 만들어 은하와 쥬디, 세라, 도로시, 나나, 야냐, 아서, 아더에게 줬다.

나나와 야냐 빼고는 마나가 부족해 마음껏 날개를 사용할 능력이 없었지만, 마나는 꾸준히 노력하면 늘어나 그건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날개를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그게 관건으로 매일 1시간씩 추락의 아찔함을 맛보며 연습하고 있었다.

“아서, 아더, 슬라임 중에는 물리 데미지, 마법 데미지 둘 다 면역인 놈도 있어. 그리고 독과 석화, 무기력증 등 다양한 상태 이상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 놈도 있고.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예, 영주님.”

하연이가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서 알아본 바로는 숲 외곽에는 정예와 킹 슬라임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아서와 아더를 전방에 세웠다.

슬라임은 가장 약한 놈도 레벨 70이 넘어 조금 불안했지만, 아서와 아더도 인스턴트 던전 사냥을 통해 급성장해 일반 몬스터 2~3마리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생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해줄 순 없었다. 녀석들을 키우는 건 보호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경호원으로 쓸 생각으로... 나나와 야냐가 생기면 더는 필요 없어졌지만... 힘들게 키우는 것이었다.

아서와 아더를 전방에 세우고 은하와 쥬디, 아라치, 미미는 뒤에 세웠다. 숲 가장자리 사냥은 이렇게 여섯 명이 전담하도록 했다.

하린이와 하연이, 나나. 야냐, 세라, 도로시는 만약을 대비해 은하 뒤에 바짝 붙어 있었고, 나는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소환해 만득이와 함께 공중에 뜬 채 위험이 있는지 주변을 살피며 사냥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쥬디야, 버프 돌려.」

「네, 큰오빠.」

「아서, 너무 깊이 들어갔어. 들어가지 말고 끌고 나와.」

「네.」

「아더, 그놈 물리 데미지 면역이야. 불새의 도트 데미지로 잡아.」

「예, 영주님.」

「은하야, 죽음의 대지로 놈들을 공격해.」

「알았어.」

공부에 일가견이 있는 은하는 게임 시간으로 30일 만에 암흑의 군주 스킬 중 3가지를 익히는 경이로운 일을 해냈다.

암흑 군주 스킬을 얻으려면 베르니의 일기장을 100번 정독해야 스킬 한 개를 익힐 수 있었다.

스킬 3개를 배웠다는 건 일기장을 글자 하나 빠뜨리지 않고 300번을 읽었다는 뜻이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건 엄청난 고역이었다. 하품이 나고 눈이 감기는 고문으로 책이 귀했던 조선 시대에는 같은 책을 1만 번 넘게 읽은 선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이 넘쳐나는 시대라 교과서와 학습지 빼고는 2번 이상 읽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두께가 3cm나 되는 두꺼운 책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려면 하루 종일 읽어도 한 번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일을 은하는 속독법으로 해결했다. 속독법은 말이 아닌 눈과 뇌가 글을 읽는 것으로 숙달되면 책 한 권을 몇 분만에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력이 나빠지는 부작용도 있고, 올바르게 배우기도 쉽지 않아 현재는 사용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 파티원 은하님이 죽음의 대지를 발동했습니다. 반경 30m 이내에 들어온 적은 능력이 20% 하락하며, 1초당 500 데미지를 입습니다.

「미미와 아라치는 죽음의 대지에 들어온 놈들만 공격해. 밖으로 나가면 안 돼.」

「네.」

- NPC 아서가 72레벨 탱글탱글한 슬라임을 3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NPC 아더가 74레벨 질겅대는 슬라임을 2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은하님이 77레벨 말랑말랑한 슬라임을 8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업적 82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업적 82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업적 82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은하님이 업적 82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NPC 쥬디, 세라, 도로시, 나나, 야냐, 아라치, 미미, 아서, 아더가 경험치 82포인트를 각각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의 동료 만득이가 경험치 8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말랑말랑한 젤리 3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말랑말랑한 젤리

종류 : 소모 아이템

등급 : 일반 아이템

말랑말랑한 젤리는 슬라임에서만 구할 수 있는 매우 특이한 아이템으로 탄성과 내구도가 매우 높고, 열과 추위에도 강해 충격을 해소하는 기능이 있음.

내구도 : 1,000/1,000

사용 효과 : 내충격성 재료

사용 제한 : 없음

은하가 죽음의 대지를 펼치자 가까이 다가온 슬라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려졌다.

움직임이 느려지자 아서와 아더, 아라치, 미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칼을 휘두르는 족족 정타가 터졌다.

또한, 죽음의 대지 영향으로 1초당 500 데미지가 들어가자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슬라임은 각종 상태 이상 효과와 데미지 면역으로 잡기가 아주 까다로운 몬스터지만, 생명력은 5,000~10,000 사이로 피통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방어구가 없는 몬스터라 능력치가 떨어져 방어구를 대신하는 탄성도 함께 줄어들어 데미지도 더 많이 들어갔다.

“키이익 키이익.”

“아서, 아더, 뒤로 물러나. 야냐, 앞으로 나서.”

“네.”

머리 위에 떠 있던 만득이가 위험 신호를 보냈다. 아서와 아더를 뒤로 물러나게 하고 야냐를 앞세웠다.

- 80레벨 보스 몬스터 슬라임 킹 초록이가 나타났습니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 초록 슬라임 킹이 맹독의 초록 끈끈이를 내뿜었습니다. 맹독의 초록 끈끈이에 닿으면 맹독에 중독돼 1분 동안 데미지 5,000의 피해를 입습니다. 또한, 끈끈이가 몸에 달라붙어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2시간 넘게 슬라임을 사냥하며 숲 안으로 들어가자 높이 4m, 너비 7m의 거대한 초록색 슬라임이 나타났다.

야냐가 번개같이 다가가며 쌍검 시실리안의 파란 달빛을 엑스자로 그었다. 칼끝을 빠져나간 검기가 파란빛을 뿌리며 날아가 초록이의 통통한 배를 때렸다.

티잉

파란 검기가 탱탱한 고무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 나와 허공으로 날아갔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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