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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영과 실혜 건설
284. 허태영과 실혜 건설
“업무 협약 체결하기 전에 모모 재단 발족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지.”
“준비는 다 됐어?”
“응. 내일 서류 넣으면 돼.”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뭔데?”
“재단이 비영리 단체라는 건 알고 있지?”
“아니.”
“이익을 창출하려면 영리법인, 민사회사(民事會社)를 설립해야 해. 재단 설립하면 영리를 추구할 수 없어.”
“부자나 정치인이 만든 재단은 뭐야?”
“다는 아니지만, 일부 재단은 재산을 빼돌릴 목적으로 만들었고, 돈을 모금해 착복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어.”
“비영리인데 어떻게 재산을 모아?”
“방법이야 만들면 있지.”
“세상 참 재미있네.”
“재미있는 게 아니라 지저분한 거야.”
“법을 만들어 놓고 수작을 부리니 재미있지.”
“그 말도 맞네.”
재단은 좋은 일을 하고자 개인 또는 회사, 단체가 돈을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재단은 설립 목적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불법적으로 돈을 모금해 돈을 착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좋은 일을 하자고 만든 법이 부자의 탈세와 권력자의 재산 증식에 쓰이는 것으로 목적이 옳아도 쓰는 당사자가 악의적으로 이용하면 엉망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예였다.
“그러면 회사로 해.”
“회사로 할 거면 모모 재단과 모모 시큐리티를 나눌 필요 없어. 모모 시큐리티를 자회사로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회사를 설립하면 돼.”
“주식도 발행해야 하는 거야?”
“아니. 비상장회사로 두는 게 나아.”
사단법인은 영리 사단법인과 비영리 사단법인이 있지만, 재단법인은 모두 비영리 재단법인이었다.
돈을 벌 목적이면 사단법인인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그리고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생각이 없다면 비상장회사를 설립하면 됐다.
“오빠, 제 람보르기니는 언제 사주실 거예요?”
“운전면허를 따야 차를 사주지.”
큰언니 송하은과 전화 통화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하연이가 돌아와 다짜고짜 차를 사달라고 졸랐다.
대장장이 무네치카의 빛나는 타도를 팔고, 나눔의 집에 1,000억 원을 기부한다고 하자 자신도 선물을 달라며 람보르기니를 사달라고 졸랐다.
면허증을 따면 사준다고 하자 다음 날 바로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부모님 일로 학원 다닐 시간이 없어 아직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했다.
“그럼 저 내일부터 운전면허 학원 다녀도 되죠?”
“다닐 거면 하린이도 같이 다녀.”
“나는 왜?”
“운전면허는 필수야. 이번 기회에 하연이와 같이 따. 너도 차 사줄게.”
“나는 평생 오빠가 모는 차 타고 다닐 거야. 차 필요 없어.”
“그래도 운전면허는 따놔. 내가 운전 못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그러면 네가 해야지.”
“나랑 하연이 운전면허 보내고 NPC들과 놀려고 그러지?”
“그거 아니라도 놀 시간 많거든.”
“우이씌.”
여자들은 폭스바겐의 비틀, 피아트, BMW 미니 쿠퍼, 마세라티 등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의 자동차를 선호했다.
그러나 하연이는 성격이 왈가닥이라 그런지 남자들이 열광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갖고 싶어 했다.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페라리와 함께 고성능의 슈퍼카와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양대 산맥으로 질주 본능에 빠진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자동차회사였다.
이런 하린이의 취향을 고려해 우리 집 담장 안쪽에 자동차 도로를 닦고 있었다. 길이가 총 3km로 담장에서 50m 안쪽에 공사 중으로 완성되면 울창한 숲길을 달리는 묘미가 끝내줄 것 같았다.
집에 도로를 뚫는 건 람보르기니를 끌고 달릴만한 도로가 국내에는 많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를 끌고 돌아다니면 사람들 눈에 띄어 사진이 찍힐 수도 있었다.
나만 얼굴을 감춰야하는 게 아니었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얼굴을 최대한 감춰야 했다.
그래서 내 얼굴을 세상에서 지울 때 하린이와 하연이 얼굴도 지워달라고 했다. 우리 셋 다 얼굴 없는 유령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법과 질서를 어기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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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모 시큐리티 정식 출범합니다.”
“다음 달에 하는 거 아니었어?”
“은행 문제로 조금 앞당겼습니다.”
“골치 아픈 일이야?”
“돈 찾는 게 복잡해서 모모 시큐리티를 자회사로 등록하고 은행과 협약을 맺으려고 한 겁니다.”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래?”
“월급 작으세요?”
“아니. 아주 만족해.”
“그러면 모른 척하세요.”
“알았어.”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 빼고 나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범석 상사였다.
영주라는 신분, 쥬디에 관한 일, 돈이 얼마나 있는지 등은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 돈을 벌었는지, 내 부모가 누구인지, 내 여자관계 등 남들은 모르는 일을 이범석 상사는 알았다.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었고, 업무를 위해선 대략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해 이범석 상사에겐 비교적 상세하게...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알려줬다.
“오늘까지 총 몇 명 채용한 겁니까?”
“나와 장명석 실장을 포함해서 경호팀은 55명, 정보팀은 30명이야.”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모자라네요? 제가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하지 마. 내가 추천했다가 떨어진 놈들 나도 믿을 수 없는 놈들이었어. 안 그래도 찝찝했는데 아주 잘했어.”
“그래도 일정을 생각하면 좀 지나쳤습니다.”
“아직 기초공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왜 일정이 빠듯하다는 거야?”
“훈련도 해야 하고, 손발도 맞춰야 하고, 업무도 숙지하려면 미리미리 뽑아놔야 하잖습니까?”
“우리가 뽑는 녀석들이 대학교 신입생이야?”
“그렇진 않지만...”
“베테랑만 뽑는 거 잘 알면서 왜 그래? 훈련도 다 돼 있고, 손발 맞추는 것도 며칠이면 끝나고, 경호 업무에 관해 기본적인 훈련만 하면 되는데 시간 걸릴 일 없어.”
“막상 닥쳐서 하면 상사님 힘들까 봐 그럽니다.”
“내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잘 챙겨. 매일 좁은 캡슐에만 들어가 있어 얼굴이 하얗다 못해 환자처럼 창백해. 여자 얼굴도 아니고 그게 뭐야.”
“매일 10km씩 뛰고 있습니다.”
“달리기만으로는 안 돼.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실전 대련도 해야지 몸이 튼튼하지.”
“팔 때문에 트레이닝과 대련은 좀 힘듭니다.”
“누가 팔 끊어지도록 하라고 했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란 말이야. 내일부터 달리기 끝나면 나랑 한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대련도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빠지면 죽는다?”
“알겠습니다.”
이범석 상사의 말이 맞았다. 달리기만으론 군대 있을 때 몸을 유지할 수 없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도 키우고, 대련도 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했다.
이범석 상사가 실전 감각 유지를 주문한 건 허태영처럼 우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어서였다.
왼팔이 성하지 않았지만, 옛날 놀던 가닥이 아직 있어 일반인 십여 명은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노리는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나처럼 사람 죽이는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히트맨이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지금 몸 상태로는 어림도 없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예전 실력을 되찾아야 허무하게 죽지 않았다.
문제는 팔이 그만큼 따라가질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왼팔이 예전만 못해도 완전히 못 쓰는 건 아니었고, 오른손과 발을 이용해 모자란 왼팔을 보충하면 예전과 비슷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85명이면 모자라지 않을까요?”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잖아. 당분간은 이 인원이면 충분해. 건물 완공하면 그때 마저 뽑아도 돼.”
“알겠습니다.”
경호업체 등록은 경찰청의 허가와 1억 원 이상의 자본금, 25명 이상의 유단자가 있어야 했다.
쥬디의 혜안을 통해 경호팀 46명과 정보팀 29명을 선발해 MMS(모모 시큐리티) 등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범석 실장과 장명석 실장이 추천한 인물은 178명과 109명이었다. 1차 면접에서 절반이 떨어지고, 10일 후 2차 면접에서 다시 절반이 떨어져 25%만이 합격했다.
1차, 2차 면접 모두 현실이 아닌 The Age of Hero에서 진행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구입한 3층 건물에서 나와 쥬디, 이범석 실장, 장명석 실장이 면접관으로 나서 아주 일상적인 것부터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까지 100가지를 던져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냈다.
7층짜리 초현대식 본부 건물과 체육관, 편의시설 등은 이르면 내년 중순, 늦으면 하순쯤 완공돼 당분간 우리 집 밑에 있는 별장 두 채를 개조해 사용하기로 했다.
경호팀은 이범석 실장 밑으로 김상호 상사와 박무윤 상사, 정동일 상사가 대외 1팀, 2팀, 3팀을 꾸려 현장 업무를 맡았고, 김영우 중사와 손필영 중사, 김동양 중사는 방호 1팀, 2팀, 3팀을 꾸려 우리 집을 방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연숙 중사와 박미향 중사는 여성 경호 1팀과 2팀을 꾸려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를 집중적으로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보팀은 장명석 실장 밑으로 정보 분석팀과 작전 운용팀, 지원팀을 꾸려 활동 중이었다.
“허태영과 주변 인물은 현재 누가 감시하고 있습니까?”
“김상호 팀장이 허태영을, 박무윤 팀장이 주변 인물을 24시간 물샐틈없이 감시 중이야.”
“놈이 아직도 은하를 감시하고 있습니까?”
“그제부터 우리 쪽 경호원이 대거 늘어나자 허태영 쪽 놈들도 인원을 세 배로 늘려서 감시 중이야.”
“인원이 몇이나 되는데요?”
“20명.”
“사설 경호원을 고용한 겁니까?”
“아니. 조폭이야.”
“네?”
“조폭 애들이 은하 주변을 기웃대고 있어.”
“조폭이 왜 이 일에 끼어듭니까?”
“장명석이 알아낸 건데, 허태영 이놈 실혜 건설 뒤를 봐주고 있어. 조폭 놈들은 실혜 건설 소속이고.”
“실혜 건설이면 TV에도 자누 나오는 업체 아닙니까? XXX 아파트라고 아주 유명한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아.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아파트야.”
실혜 건설은 2019년도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였다.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견실한 회사였다.
그런 회사 뒤에 조폭이, 아니 조폭이 만든 회사란 이범석 상사의 말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조직폭력단체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 위해 합법적인 회사를 차린다는 건 나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계 서열 100위 안에 드는 기업에 그런 회사가 있을 거란 건 생각도 못 했다.
일본 야쿠자 중 최대 조직인 야먀구치 구미는 한 해 수입이 수십억 달러에... 일부 언론에선 800억 불(80조)을 번다고도 보도하기도 했음... 이르렀다. 하지만 이건 옆 나라 이야기였지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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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