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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81화 (28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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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281.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 시푸아 백작 가문에서 끌고 오면 되는데.」

「기사와 마법사는 여자가 있지만, 사무를 보는 여자는 없어. 너도 봤잖아. 여자들은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만 하는 거.」

「현직에는 없지만, 재야에는 있어요.」

「재야라니?」

「레오니 백작 부인의 기억을 더듬다가 발견한 건데, 머리가 뛰어난 여자아이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카데미를 보내진 않았지만, 아카데미 교수를 초빙해 일반 사무는 물론 교육행정도 가르치고 있어요.」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르쳐?」

「시푸아 가문의 여자들을 보필하기 위해서요.」

「비서로 쓰는 거야?」

「비서가 될 수도 있고, 시녀장이 될 수도 있죠.」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은 딸의 하녀로 일반 농노를 붙이지 않았다. 사교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기본적인 영지 관리, 역사와 문화까지 두루 익힌 인재를 붙였다. 하녀가 아닌 비서로 모두 가문의 사설 교육 시설에서 가르친 평민 자녀였다.

여자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기사와 마법사 학부였지 행정학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틸라 제국은 조선 시대만큼 남녀 차별이 심한 나라로 여성이 정치하는 걸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가 뛰어난 귀족 영애도 행정학부에는 잘 입학시키지 않았다.

비서는 조선 시대로 치면 상궁으로 평생 귀족 영애 옆에 붙어 수발을 드는 것은 물론 권력 암투에도 끼어들며 영애를 보필했다.

「많아?」

「지금 가르치고 있는 인원은 50명 정도고, 당장 쓸 수 있는 인원은 30명 정도예요.」

「수준은?」

「연륜은 비교할 수 없지만, 체계적으로 배워 다니엘 집사보다 나을 거예요.」

「다니엘보다 뛰어난 인원이 30명이면 당분간은 걱정 없겠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실무자를 육성하면 되니까 규모가 열 배 늘어나도 충분하겠어.」

「그런데 반발은 어떻게 무마하실 거예요?」

「그게 문제인데...」

레오니를 이용해 인재를 빼내오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게 문제였다.

영지에선 내가 왕이나 다름없어 한마디면 여자도 요직에 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을 비롯한 관리들과 마찰을 빚을 게 확실했다.

다니엘과 관리들은 철저한 남존여비 사상에 물들어 있어 앞에서는 내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척하겠지만, 뒤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다니엘과 관리들을 자르는 건 현명하지 못한 짓이었다. 힘들 때 함께한 동료를 잘못도 없는데 내치면 신망을 잃게 된다.

지도자는 행동 하나하나에 분명한 이유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따랐다.

「일단 밖에 일은 남자들에게 맡기고 영주성 일을 여자들에게 맡겨야겠어. 그러면서 남자 인재들을 끌어 들여야지. 여자들만 요직에 앉히면 이상한 소문이 돌 테니까. 그건 영지가 발전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돼.」

「저도 그게 가장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하나 더 보태면 아직은 30명 모두를 동원할 만큼 일이 많지 않으니까 절반은 인재양성에 집중하는 거예요. 15~25세 사이의 대다수 농노는 6개월만 열심히 가르쳐도 일반적인 업무는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농노는 귀족과 평민 NPC보다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배울 기회가 없어 무지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귀족과 준 귀족, 기사 계급, 돈 많은 평민은 농노를 미개한 종족으로 취급했다.

아란테스 대륙은 인종 구분이 없다. 아란테스 대륙인 딱 하나로 그 안에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모두 포함됐다.

그래서 귀족 중에는 흑인도 있고, 황인도 있고, 백인도 있었다. 피부 색깔로 계급을 나누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신분으로 인종을 나눴다. 황족, 왕족, 귀족, 기사, 평민, 농노 이렇게 조상과 현재 계급으로 그들이 뛰어난 인종인지 저급한 인종인지 나눴다.

말도 안 되는 짓으로 지능은 계급과는 무관했다. 배울 기회가 없어 무지한 것이었지, 머리가 나빠 무지한 게 아니었다.

특정 계급을 깎아내리는 건 백인우월주의, 나치즘, 일본인들이 아이누, 류큐인, 부라쿠민, 히키아게샤, 재일 조선인 등을 차별하는 것과 같은 인종차별적인 패악이었다.

인종차별은 매우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자기만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골빈 놈들이 머리가 텅텅 비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랄 떠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황당한 건 이런 생각을 유저들도 한다는 것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아주 많은 유저가 꾀죄죄한 옷차림과 지저분한 모습 그리고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에 귀족들처럼 농노를 개·돼지 취급했다.

그래서 농노는 가르쳐도 안 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바보 같은 소리로 대다수 농노는 1~2달이면 한글을 습득했고, 3개월 안에 덧셈, 뺄셈, 나눗셈, 곱셈 등 기초적인 수학도 능숙하게 계산했다.

「남녀 비율도 반반으로 해서 분란을 최대한 줄였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오빠가 꿈꾸는 나라에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 된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가 원하는 만큼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수준은 될 수 있도록 할게. 약속해.」

「믿어요. 오빠는 여자를 엄청나게 좋아하니까요.」

「뭐라고?」

「히히히히.」

- 모모님이 NPC 아서, 아더, 루니, 할리, 나르손을 기사에 임명했습니다.

- NPC 아서, 아더, 루니, 할리, 나르손은 레오 자작 영지의 기사가 됐습니다. 칭호로 인해 스탯 +1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니콜라스의 수제자나 다름없는 아서와 아더, 경비대장 조나단의 제자 루니, 할리, 나르손을 기사에 임명했다.

아서와 아더는 인스턴트 던전 효과를 톡톡히 보며,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아 프리 스콜라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루니, 할리, 나르손은 아직 스콜라에 머물러 있지만, 영주성과 광산 마을을 지킨 공을 인정해 기사 직책을 내렸다.

실력으로 따지면 나나와 야냐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고, 세라와 아라치의 적수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기사에 임명했다.

절대 권력을 지닌 봉건영주가 사람들 눈치를... 그것도 개·돼지로 취급하는 농노들의 눈치를 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농노도 옳고 그름은 알았다. 더군다나 내 영지는 농노도 사람으로 인정해 글을 가르쳤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잘잘못을 가렸다.

다른 영지의 농노들보다 훨씬 생각이 깊어 나나와 야냐, 세라와 아라치, 쥬디와 레이첼 등 내 여자들에게 작위를 준다면 떠들지만 않을 뿐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을 수 있었다.

공평은 말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권력을 주기 전에 그 사람이 그만한 역량이 있는지, 공을 세웠는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돌아보는 것, 그것이 지도자의 자세였다.

친하다고, 좋아한다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고 그걸 핑계로 무턱대고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건 지도자 자신이 무능하다고 떠벌리는 일이자,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짓으로 닭대가리나 할 짓이었다.

‘영지 관리.’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레오 자작

인구 : 55,613명(자유민 102명, 농노 11,316명+44,195)

세율 : 80%

영지 자금 : 50,587골드

식량 : 10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2,353명(남자 1,788명 : 여자 565명 *나나와 야냐 등 포함 안 됨)

프로보스트 1명, 프리 스콜라 1명, 스콜라 3명, 숙련병 75명

중급 병사 250명, 하급 병사 2,023명

치안 : 35

상업 : 589

농업 : 4,658

광업 : 395

영지발전도 : 6,305(카리스마 효과와 신전으로 영지발전 속도 109.5% 증가)

특이사항 : 나나, 야냐, 쥬디, 세라, 미미. 아라치, 아서, 아더 병사에 미포함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모모님이 업적 50만 포인트와 평판 50만 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하린님과 하연님, 은하님이 업적 25만 포인트와 평판 25만 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조나단.”

“예, 영주님.”

“지금 즉시 칼 구스타프 남작성과 곤잘레스 남작성, 짤츠 남작성, 노포크 남작성에 병사를 파견해 성을 인수하고, 농노들이 동요하지 않게 치안을 유지하도록.”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다니엘.”

“예, 영주님.”

“영지 상태와 인구를 조사할 사무관을 파견해. 그리고 농노들이 동요하지 않고 맡은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나단을 적극적으로 도와줘.”

“알겠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영지는 더 늘어날 거고, 해야 할 일도 더 많아질 거야. 병사와 관리를 늘려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가봐.”

“영주님께 충성을!”

조나단과 다니엘이 칼 구스타프 남작성과 곤잘레스 남작성, 짤츠 남작성, 노포크 남작성에 병사와 관리를 파견하기 위해 급히 집무실을 나가자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 쥬디, 세라, 나나, 야냐, 아라치, 미미, 아서, 아더를 불렀다.

“오늘부터 나나는 남쪽 칼 구스타프 남작 영지의 몬스터를 정리해. 야냐는 북쪽 노포크 남작 영지의 몬스터를 정리하고. 영주성 주변부터 청소하고, 던전은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그것만 조사하고 내버려 둬. 다함께 사냥할 거니까.”

“네.”

“아라치와 미미는 나나를 돕고, 아서와 아더는 야냐를 도와.”

“예, 영주님.”

“사냥 중에는 나나와 야냐를 나라고 생각하고 따라야 해. 만약 명령을 어겼다는 말을 듣게 되면 네 명 모두 큰 벌을 받게 될 거야. 알았어?”

“예! 영주님.”

“하린아, 스톤 골렘 1기와 우드 골렘 1기를 나나와 야냐에게 줘.”

“응..”

“나나와 야냐는 골렘을 이용해 숲을 최대한 파괴해. 몬스터들이 살 수 없을 만큼 참혹하게 파괴해야 해. 무슨 뜻인지 알지?”

“예, 영주님.”

토리노 강 너머 곤잘레스 남작 영지와 그 너머 짤츠 남작 영지는 길도 잘 닦여있고, 산도 많지 않아 몬스터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남쪽 칼 구스타프 남작 영지와 북쪽 노포크 남작 영지는 산도 많고, 울창한 숲도 많아 몬스터가 들끓었다.

병사들을 보내면 몬스터를 박멸하는데 몇 년이 걸릴지 몰랐고, 피해도 막심해 나나와 야냐를 보냈다.

농지를 넓히고 농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산과 숲, 들에 있는 몬스터를 최대한 줄여야한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주변 영지에서 몬스터가 넘어와 원상 복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불을 질러 숲과 들을 홀랑 태워버리면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번지는 불을 잡지 못하면 농작물은 물론 국경수비대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숲과 들판이 불타 먹이가 부족해지면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해 피해가 더 커져 병사와 기사, 마법사를 보내 일일이 잡든지 방책을 높이 쌓고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하린이의 우드 골렘과 스톤 골렘이 있었다. 나나와 야냐가 싹쓸이한 지역에 골렘을 풀어 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리면 숲이 황폐화해 몬스터도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숲을 최대한 파괴해 놓고... 환경운동가들이 들으면 난리 날 소리였지만... 시간을 들여 농지로 개발하면 됐다.

“인스턴트 던전 사냥은 계속할 거니까 해지면 사냥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

“네에~”

몬스터를 사냥해 농노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농지를 넓히는 일도 중요했지만, 전력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전쟁 서막이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 안에 준비를 맞춰야 한다. 불가능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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