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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280.
“그 얘기는 그만하고 안아주세요. 밤새 당신 품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내가 좋아?”
“네.”
“얼마만큼?”
“하늘만큼 땅만큼이요. 당신은 제 전부에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사랑해요.”
“말도 예쁘게 하고 보면 볼수록 예쁘단 말이야.”
“히히히히.”
소녀처럼 웃어대는 레오니를 안고 침대에 쓰러졌다. 입을 맞추며 치마 밑에 손을 넣어 은밀한 계곡으로 접근했다.
비밀의 화원을 철통같이(?) 방어해야 할 팬티가 없자 미끈거리는 체액에 뒤덮인 꽃이 단번에 손에 닿았다.
“아흑.”
손이 흥건히 젖도록 꽃을 괴롭히고 치마를 위로 올렸다. 순백색의 하얀 피부 속에 욕망을 품은 분홍색 꽃이 이슬을 토해내며 눈을 어지럽혔다.
“피부터 빨아주세요.”
“섹스보다 피 빨아주는 게 더 좋지?”
“피 빨아줄 때도 좋지만, 당신이 내 몸에 들어와 있을 때보다는 못해요. 당신 품에 안겨 있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요.”
“아부가 점점 느는 것 같은데?”
“진짜예요.”
아그작
“아으흑.”
츄웁 츄웁
“하윽. 사랑해요. 여보! 진심으로 사랑해요. 여보!!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여보!!!”
목에 기다란 송곳니를 꼽고 피를 빨자 지독한 쾌감에 취한 레오니가 나를 여보라고 불렀다.
한번 불렀다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달아 세 번 불렀다는 건 마음속 깊이 나를 남편으로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하린이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여기서 듣다니... 아이고!’
바람난 여자, 바람난 남자는 아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했다. 매일 쪽쪽 빨던 아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던 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짓은 천륜을 어기는 가장 큰 죄악이었다. 그러나 사랑에 눈멀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오롯이 사랑 하나에 빠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다 버렸다.
어떤 면에선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많은 사람이 눈을 멀게 하는 사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는다.
그런 면에서 죽도록 사랑하는 건... 상대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지만... 축복받은 일이었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 버려진 가족은 평생을 지독한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사랑은 축복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결코 좋은 사랑은 아니었다. 죄악이었다.
사랑에 눈먼 레오니도 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편도 가문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나만 보였다.
‘게임에서 지은 죄도 죽으면 벌 받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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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레아처럼 자질이 뛰어난 애들 더 있지?”
“그 애들도 도와주시게요?”
“그 애들을 돕는 게 아니라 너를 돕는 거야. 너를 진심으로 보좌할 애들이 많아야 네 힘이 강해지는 거니까.”
“고마워요.”
“고마워할 거 없어. 너 혼자만 잘되라고 하는 일 아니야. 우리 모두가 잘되자고 하는 일이야.”
“제 뱃속에 든 아이 아버지이자 제 남편으로요?”
“어.”
100% 거짓말이었다. 시푸아 백작 가문에 속한 뛰어난 여자들도 내가 차지하겠다는 파렴치한 짓으로 모두 나를 위한 일이었지 레오니를 위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힘들지 않아요?”
“몸에 무리 가는 일 아니야. 괜찮아.”
“저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거 아니죠?”
“지금 내 몸이 혼자 몸이야?”
“아니요. 저와 아이와 시푸아 백작 가문의 모든 것이 당신께 달려 있어요. 보중하고 또 보중해야 해요.”
“그런데 내가 몸을 막 굴리겠어?”
“알았어요. 믿을게요.”
한나와 레아를 부른 레오니가 20명의 이름을 양피지에 적어주자 레아가 밀실 밖으로 나갔다.
“궁금해서 그런데 남자는 효과가 없나요?”
“있긴 있는데 여자만큼 효과가 없어 하나 마나야.”
「큰오빠, 거짓말쟁이.」
「그만해라. 안 그래도 심장이 찔려 미치겠다.」
「표정 변화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닌 것 같은데요?」
「혼날래?」
「히히히히.」
“레오니.”
“네?”
“양피지에 작성한 사람들 한 달간 내 영지에 파견하는 건 어때? 여기서 피를 빨면 밖으로 이야기가 새어나갈 수도 있잖아?”
“그게 좋겠네요. 영지 관리 문제로 잠시 파견하는 것으로 할게요. 그러면 의심하는 사람 없을 거예요.”
“고마워.”
“고맙다니요?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제가 고마워해야죠.”
새롭게 편입된 영지 관리를 위해 한 달간 내 명령을 받도록 레오니가 조치하자 한나와 레아의 피를 빨고 거미줄에 걸린 가엾은 영혼들을 데리고 포털로 이동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다음 날 다시 만나는데도 레오니는 헤어질 때마다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레오니에게 손을 흔들어 준 후 장거리순간이동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열흘 만에 포로가 된 안나, 레아의 애틋한 눈빛을 레오니 모르게 교묘히 받아준 후 수도로 이동했다.
「바람둥이!」
「무슨 소리야?」
「안나, 레아에게 눈 찡긋했잖아요.」
「그거야 충성도를 올리기 위해 다정한 척한 거지 다른 뜻이 있었던 건 아니야.」
「오빠가 언제부터 여자들에게 눈을 찡끗하고 다녔어요?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애절한 눈빛을 보내서 안심시키려고 한 거야. 진짜야.」
「정말 그럴까요?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저는 못 속여요.」
「내가 뭘 속였다는 거야?」
「안나와 레아 조만간 잡아먹을 생각이잖아요. 아니에요?」
「아니거든.」
「맞거든요.」
「그날만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애들이 집에 얼마나 많은데 다른 곳에 눈을 돌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거긴 안이고 여긴 밖이잖아요. 안과 밖이 같은 순 없죠.」
「내가 아무리 못 됐어도 순서는 지킨다. 나 그렇게 양심 없는 사람 아니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잡아먹긴 하겠다는 말이네?」
「당근이지.」
「바람둥이!!」
「흐흐흐흐.」
수도로 이동한 후 곧바로 집으로 귀환해 강제 소환 스킬로 가엾은 영혼들을 모두 집으로 소환했다. 그리곤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 다짜고짜 마법 족쇄를 채우고 철창에 가뒀다.
힘을 쓸 수 없게 마법 족쇄를 채우고 철창에 가두자 20명 모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모자라 힘이 빠져 주저앉은 아이들의 팔을 물어 피를 빨자 레오니가 자신들을 버린 건 아닌지 오들오들 불안에 떨었다.
나나와 야냐, 안나와 레아처럼 이들도 어린 나이에 발탁돼 철저하게 시푸아 가문을 위해 살아가도록 세뇌됐다.
이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레오니 백작 부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몸만 떨어댔다.
그러나 이런 불안도 내일이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첫날부터 야릇한 쾌감에 몸을 비틀며 비음을 토해내는 여성이 절반이 넘었다.
나머지도 끓어오르는 쾌감을 억지로 참은 것에 불과했지 고통의 비명은 날카로운 송곳니가 연약한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 빼고는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피를 다 빨고 떨어지자 20명 모두 한결같은 눈으로 좀 더 피를 빨아주기를 바라며 갈증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자신들이 갇혔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은 눈으로 내가 다시 나타나기만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었다.
백작성을 떠나기 전 레오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항하지 말라고, 내 말을 따르라고 명령해 난동부릴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반항할 수 없게 마법 족쇄를 채우고 지하 감옥에 가둔 건 최하가 프리 스콜라와 정식 마법사라 이들을 지킬 병력이 없었다.
가둬두는 것 말고는 통제할 수단이 없어 이제는 내 것이 된 가엾은 영혼들을 차디찬 지하 감옥에 가뒀다.
- 모모님이 은하님을 첩에 임명했습니다.
- 은하님은 레오 자작님의 첩이 됐습니다. 칭호 영향으로 전체 스탯이 1씩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첩?”
“싫어?”
“아니. 좋아.”
“잘해. 까불면 시녀로 강등할 거야.”
“히잉.”
- 모모님이 NPC 집사 다니엘과 NPC 경비대장 조나단을 준 남작에 임명했습니다.
- NPC 집사 다니엘과 NPC 경비대장 조나단은 레오 자작 영지의 준 남작이 됐습니다. 칭호 영향으로 전체 스탯이 2씩 올랐습니다.
“보잘것없는 놈에게 작위를 주시다니.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온몸이 가루가 되도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영주님께 충성을!”
다니엘과 조나단을 준 남작에 임명한 건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충성도 100 때문도 아니었다.
영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경륜 있는 인사가 필요했다. 둘 다 그릇이 작아 여섯 배로 늘어난 영지를 아우를 힘은 없었지만, 오랜 기간 큰 문제 없이 영지를 이끌어 온 만큼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다니엘과 조나단을 빼면 중책을 맡길 NPC도 없었다. 쥬디는 중책을 맡을 충분한 능력이 됐지만, 나이가 너무 어렸다. 능력이 뛰어나도 나이가 너무 어리면 반감을 사게 된다.
또한, 큰 변화가 왔을 때 특별한 사유 없이 조직의 수장을 자르거나 좌천하면 밑에 있는 부하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 때문에 다니엘과 조나단을 준 남작에 임명했다.
「큰오빠, 기본적인 사무를 볼 인재도 부족해요. 인재 양성이 시급해요.」
「너도 알다시피 글자를 가르치는 건 그 때문이었어. 똘똘한 놈들을 찾아내야 인재를 육성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해. 늦어도 내년 말이면 전쟁이 시작될 거야. 그 안에 자기 몫을 할 인재를 육성하는 건 불가능해.」
「방법은 밖에서 끌어들이는 것밖에 없다는 뜻이네?」
「그렇지. 그런데 끌어올 곳이 없어. 쓸만한 인재는 모두 아카데미에 있는데, 대부분 귀족이라 데려올 수도 없고, 몇 안 되는 평민도 미래가 없는 내 영지에는 올 생각은 없어. 공무원이 훨씬 안정적이고, 귀족 작위도 노려볼 수 있으니까.」
수도의 황립 아카데미와 10대 도시 아카데미를 모두 합쳐 한 해 졸업생이 5,000명 정도였다.
이중 평민은 100명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러나 대단한 인재로 비싼 학비와 귀족의 텃세를 뚫고 졸업한 수재 중의 수재였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만큼 자부심도 대단했고, 야망도 컸다. 또한, 황제도 귀족의 힘을 누르기 위해 아카데미를 졸업한 평민을 적극적으로 등용해 시골 영지에서 일할 인재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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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