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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279. 자작
“언니, 오늘은 일 없어요?”
“응. 다 끝났어.”
“그러면 영주성 구경시켜 줄까요?”
“좋아. 하연아, 이왕이면 오빠 좋아하는 NPC들도 소개해줘. 앞으로 매일 얼굴 마주쳐야 하는데 미리 인사라도 해야지.”
“알았어요.”
영주성과 농노 마을, NPC를 보기 위해 하연이와 은하가 집무실을 나가자 하린이를 바짝 다가오게 했다.
“허태영과 주변을 감시하는 눈이 사라질 때까진 은하는 집에 오면 안 돼. 그건 알고 있지?”
“응.”
“그런데 놈들을 다 처리하면 은하 어디서 재울 거야?”
“한 방에서 같이 자야지.”
“넷이 같이 잔다고?”
“응.”
“너도 정신 감정받아야 할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냐.”
“오빠는 넷이 같이 자는 게 싫어? 남자들은 여자 여럿 끼고 자는 게 로망이라고 하던데.”
“나야 좋지. 하지만 너희는 아니잖아.”
“오빠가 좋으면 나도 좋고, 하연이도 좋고, 은하 언니도 좋아. 우리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어.”
“너도 그렇고, 하연이도 그렇고, 은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 제정신 아니야. 단체로 정신 감정받아야 해. 다들 미쳤어.”
“다행이잖아.”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네 명 중 한 명만 미쳤으면 집안이 엉망이 되지만, 네 명 모두 미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 안 그래?”
“헉!”
네 명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 행복할 수 있다는 하린이의 말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그러나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신병동에 멀쩡한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정신병자들은 정상인 취급을 받게 된다.
굳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처지가 달라지는 일은 아주 흔했다. 생활양식이 우리와 전혀 다른 나라에 가면 바로 겪게 된다.
여자는 몸과 얼굴을 다 가리지 않으면 처벌받는 중동만 가도 고개를 갸웃하게 됐고, 가슴은 물론 아랫도리도 다 드러내놓고 다니는 아프리카 오지 마을을 가도 기겁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그들에겐 그 모습이 당연한 일이었다.
히잡(Hijab)을 써야 다닐 수 있는 거리를 홀딱 벗고 다니는 여자들, 무더운 정글에서 옷을 칭칭 감고 다니는 우리 모습이 그들 눈에는 몹시 거슬렸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자주 접했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 대다수일 수도 있고... 국민과 생각이 많이 다른지 이해할 수도, 좋게 봐줄 수도 없는 일을 뻔뻔하게 했다.
국정을 농단하고, 세금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쓰고, 유령회사를 만들어 세금을 빼돌리고, 재단을 만들어 기업과 은행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며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을 우리는 매일 봤다.
더욱 황당한 건 그런 일을 저질러도 처벌받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잘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의 행동은 손가락질받을 일 축에도 끼지 못했다.
사랑해서 같이 살겠다는데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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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세요.”
“뭔데?”
“지난번 약속했던 영지와 농노예요.”
“정말 주는 거야?”
“당연하죠. 약속한 건데요.”
“너무 과한 것 같은데...”
“절대 과하지 않아요. 당신이 제게 베풀어준 은혜에 비하며 너무 초라해요. 더 많은 땅을 드리고 싶었지만, 시푸아 백작과 친척들이 보고 있어 그럴 수 없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야. 이것만 해도 너무 고마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저와 시푸아 가문에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이것보다 열 배는 더 드려야 해요”
“그런 소리하지 마. 이것만 해도 충분하니까.”
“아니요. 이것으론 안 돼요. 은혜를 입었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시푸아 백작을 쓰러뜨리고 나면 오늘 드린 땅보다 열 배, 백 배 더 큰 땅을 드릴게요.”
“안 그래도 되는데...”
“당신은 제 아이의 아버지이자 실질적인 백작 가문의 주인이에요. 자작에 머물게 할 순 없어요. 반드시 백작 아니 공작에 올릴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 저를 위해서. 태어날 우리 아이를 위해서요.”
- 남쪽 칼 구스타프 남작의 땅이 모모님의 땅에 편입됐습니다.
- 서쪽 곤잘레스 남작의 땅이 모모님의 땅에 편입됐습니다.
- 서쪽 짤츠 남작의 땅이 모모님의 땅에 편입됐습니다.
- 북쪽 노포크 남작의 땅이 모모님의 땅에 편입됐습니다.
- 남쪽 칼 구스타프 남작의 농노 2,178명이 모모님의 농노가 되었습니다.
- 서쪽 곤잘레스 남작의 농노 16,667명이 모모님의 농노가 되었습니다.
- 서쪽 짤츠 남작의 농노 13,999명이 모모님의 농노가 되었습니다.
- 북쪽 노포크 남작의 농노 11,351명이 모모님의 농노가 되었습니다.
- 아틸라 황제가 모모님의 작위를 남작에서 자작으로 승격했습니다.
- 작위 효과로 스탯이 +4에서 +5로 바뀌었습니다.
- 자작은 황제가 경영하는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25%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 자작은 부인 1명과 첩 3명을 둘 수 있고, 신하로 기사 5명과 준 남작 2명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 자작의 부인은 스탯+3, 첩은 스탯+1, 자식은 스탯+3, 기사는 스탯+1, 준 남작은 스탯+2의 효과를 받습니다.
- 모모님은 The Age of Hero 유저 최초로 자작 작위를 획득하셨습니다. 권력욕에 불타는 모모님의 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10만 포인트와 평판 10만 포인트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레오니가 내민 칼 구스타프 남작, 곤잘레스 남작, 짤츠 남작, 노포크 남작의 땅문서를 받자 메시지가 연속으로 떴다.
처음에는 땅이 편입됐다는 메시지가 떴고, 다음에는 농노 숫자가, 그다음은 자작의 승격과 혜택, 마지막으로 최초의 자작 작위 획득에 따른 업적 포인트와 평판 포인트가 들어왔다.
“시푸아 백작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주색잡기가 점점 심해져 얼굴도 볼 수 없어요.”
“아프기 전에도 술과 여자를 많이 밝혔어?”
“그때도 밝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어요.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놀았거든요.“
“대체 어느 정도인데 그래?
“일주일 내내 술과 여자만 끼고 살아요. 가문 일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요.”
“갑자기 왜 그러는 것 같아?”
“십 년 넘게 침대에 누워 있으며 욕구가 심했겠죠. 그리고 몸이 20대로 돌아가며 이성이 본능을 지배해 그건 것도 같고요.”
“너처럼?”
“저는 시푸아 백작과는 달라요. 저는 오직 당신뿐이에요. 이 마음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몸을 합친 날부터 레오니는 시푸아 백작을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언제나 시푸아 백작이라고 불렀다.
나를 남편으로 생각한다는 뜻으로 몸을 합친 그 날 레오니의 마음속에 시푸아 백작은 영원히 사라졌다.
“가신들은 어쩌고 있어?”
“소드 마스터이자 기사단장인 에니트라 남작과 아크 메이지이자 마법병단을 책임진 가스밀라 남작은 아직 시푸아 백작을 따르고 있어요. 그러나 백작의 행동에 크게 실망해 반 이상 저에게 넘어온 상태에요. 늦어도 다음 달이면 확실한 제 사람이 될 거예요.”
“잘됐네.”
“네, 정말 다행이에요. 이 두 사람이 가장 골칫거리였는데 백작이 도와주고 있어요.”
“재정은?”
“살림을 책임진 재무관 시트니어 준 남작은 오래전부터 제 사람이에요. 경비대장, 친위대 대장들도 10년 넘게 저를 따라 배신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요.”
“나머지 소드 마스터와 프로보스트, 마도사들은?“
“백작을 옆에서 보좌하는 소드 마스터 콘트라스 준 남작과 프로보스트 3명, 마도사 3명은 언제나 붙어있어 회유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나머지 인원은 모두 저를 따르고 있어요.”
시푸아 가문의 수장 자리는 황태자들이 황제 자리를 놓고 전 병력을 동원해 싸우는 총력전과는 싸움의 양상이 많이 달랐다.
기사단장과 마법병단 단장, 경비대장, 친위대 대장들만 레오니 쪽으로 끌어들이면 싸움은 끝이었다.
싸움이 일어나도 이들만 제압하면 끝이라는 말로 중요보직에 있는 가신들을 모두 레오니 편으로 끌어들이고 백작을 지키는 호위병만 처리하면 됐다.
단, 다음 대 백작을 이어받을 아들이 있어야 했다. 아들이 없다면 싸움은 시작할 수도 없었다.
“백작의 동생들과 친인척들은?”
“백작의 주색잡기에 겉으로는 말리는 분위기지만 속으로는 신나서 쾌재를 부르고 있어요.”
“왜?”
“제가 시푸아 백작을 대신해 가문을 단속하고 건사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시푸아 백작의 동생들과 친인척은 큰 잘못이 아니면 벌 줄 수가 없죠.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요. 멍청한 백작이 누워있을 때처럼 자기들 멋대로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가신들 불만이 많겠네?”
“많은 정도가 아니에요. 실망해 모두 등을 돌리고 있어요.”
“우리에게도 잘된 일이잖아. 표정 풀어.”
“맞아요. 아주 잘 된 일이죠. 호호호호.”
시푸아 백작이 온종일 술과 여자로 시간을 보내는 건 세라의 몽환술 영향이 컸다. 그러나 전적으로 몽환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더 강했다. 10년 넘게 침대에 누워 아름다운 미녀들을 눈으로만 감상했다.
꽃은 꺾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감상하는 거라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10년을 넘게 감상만 하면 욕망에 미쳐 지근지근 밟고 싶어진다. 그래서 더욱 섹스에 집착하며 술과 여자에 빠져들었다.
시푸아 백작이 건강을 찾고, 젊음까지 찾자 가신들은 백작이 진취적으로 변할 거로 생각했다.
오랜 세월 누워있으며 많은 생각을 한 만큼 백작이 가문의 문제점을 타파하고,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누워있을 때만도 못하자 하나둘 등을 돌렸다.
부하들이 가장 분노하는 건 지도자의 무능이 아니었다. 몇몇 측근에 권력을 몰아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측근에 놀아나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었다.
권력자의 주변에는 언제나 파리가 꼬인다. 파리를 잘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조직이 강해지고 약해졌다. 또한, 부하들의 신망을 얻을 수도 있었고,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시푸아 백작은 몇몇 측근에 권력을 넘겨줘 가문을 망치진 않았지만... 이것도 레오니가 있어서 그런 일이 없는 것이지 레오니가 없었다면 오래전에 가문이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그것만큼이나 못난 짓으로 신망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가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다. 10년 넘게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한 시푸아 백작은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 가신들에게도 원망이 골수에 사무쳐 있었다.
그래서 가신들의 얘기도 듣지 않고 더욱 각을 세우며 멀리하는 것이었다. 시푸아 백작의 삐뚤어진 마음을 아무도 몰랐다.
나와 쥬디, 세라만 알았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