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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군주
275.
“오빠, 탈라한 지팡이와 영혼의 구슬은 옵션이 어떻게 돼요?”
“일기장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아직 안 봤어. 네가 확인해.”
“네.”
암흑의 군주 탈라한의 해골 지팡이
종류 : 무기
등급 : 레어(성장형)
네크로맨서 탑주 챈들러에게 배신당한 암흑의 군주 탈라한이 700년간 복수를 기원하며 만든 한이 서린 지팡이
내구도 : 100/100
공격력 : 50
생명력 : 200
지력 : 2
착용 효과 : 마법 공격력 10% 증가
착용 제한 : 암흑의 군주 전용
성장 재료 : 절망의 보석 1개, 공포의 보석 1개, 달의 보석 1개, 어둠의 보석 1개
암흑의 군주 탈라한의 영혼 구슬
종류 : 보조 무기
등급 : 레어(성장형)
해골 지팡이와 함께 세트 아이템으로 인간, 몬스터 등 모든 생명체의 죽은 영혼을 흡수해 보관하는 영혼의 그릇
내구도 : 100/100
공격력 : 50
생명력 : 200
지력 : 2
착용 효과 : 영혼 흡수 확률 10% 상승(영혼 보관)
착용 제한 : 암흑의 군주 전용
성장 재료 : 절망의 보석 1개, 공포의 보석 1개, 달의 보석 1개, 어둠의 보석 1개
“오빠, 지팡이와 구슬 세트 아이템이에요. 그리고 암흑의 군주 전용이고요.”
“성장형 레어면 최소 10억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면 팔아먹을 수도 없잖아?”
“은하 언니 있잖아요.”
“은하가 암흑의 군주가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느낌이 은하 언니일 것 같아요.”
“서브 클래스가 점쟁이였어?”
“어떻게 아셨어요?”
하연이가 은하가 암흑의 군주라 될 거라고 우겼다. 혀를 쏙 빼물고 메롱 거리진 않았지만, 눈에 장난기가 가득해 나를 놀리려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틀리면 죽는다?”
“맞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뭘 원하는데?”
“잘 때 고추 만지게 해주세요.”
“뭐라고?”
“언니는 밤새 주물럭대는데 저는 손도 못 대게 하잖아요. 불공평해요. 저도 만지고 싶단 말이에요.”
“언니와 나는 결혼한 사이고, 너는 처제잖아. 처제가 형부 고추 만지면서 자는 집이 세상에 어디 있어? 안 돼!”
“처제 가슴과 엉덩이를 매일 만지는 형부도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그건... 그건...”
“할 말 없죠?”
“어.”
“그러니 저도 만지게 해주세요. 저도 언니처럼 밤새 조몰락거리며 만지고 싶단 말이에요.”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요?”
“20살 되면 그때부터 만져. 지금은 미성년자라 안 돼.”
“20살 되면 오빠가 허락하지 않아도 할 거예요. 그러니 만지게만 해 달라고요. 제가 지금 그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만지기만 하겠다고요. 그것도 못 들어줘요?”
“나 쇠고랑 차고 싶지 않아. 절대 안 돼!!”
“그러면 이렇게 해요. 은하 언니가 암흑의 군주가 아니면 더는 만지겠다고 조르지 않을게요. 그리고 잠도 따로 잘게요. 대신 제 말이 맞으면 고추 만지는 거 허락하세요.”
“그런 내기 하고 싶지 않아. 안 할 거야.”
“그러면 오늘 밤부터 홀딱 벗고 덤빌 거예요. 그 꼴 보기 싫으면 양보하세요.”
“하아... 알았어.”
“남아일언 중천금이에요. 다른 말 하면 남자 아니에요.”
“알았어.”
내기에 이겨도 하연이를 혼자 자게 할 순 없었다. 생떼를 써 떼어놓을 수도 없지만, 내가 참질 못했다.
셋이 같이 잔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새 버릇이 돼 하린이와 하연이를 품고 자지 않으면 잠을 못 잤다.
결국, 내기에 이겨도 하연이는 전처럼 내 왼팔을 베고 잘 것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내기에 응한 건 홀딱 벗고 덤빈다는 협박 때문이 아니었다.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함부로 내기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내기에 응했다.
‘이번 기회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꾸멍을 내야지. 볼기를 백 대는 때릴 거야. 그래야 다시는 얼토당토 않는 내기를 하지 않지.’
“오빠, 애들 무기 레어로 다 바꿔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언제 바꿔줄 건데?”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몬스터 잡고 나온 레어 아이템 팔지 않고 주면 되지.”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아직 시간 많아. 급할 거 없어.”
“오빠, 이럴 때 보면 자린고비 같아. 돈도 많은데 먼저 사주고, 아이템 나오면 팔면 되잖아?”
“버릇없어져.”
“치이.”
나나와 야냐를 데려오며 시푸아 백작 가문에서 사용하던 아이템은 레오니 백작 부인에게 모두 돌려줬다.
상급 마도사와 상급 프로보스트를 빼어오면서 아이템까지 달라는 건 너무 양심 없는 짓이었다.
나나가 쓰고 있는 레어 무기인 푸른 달의 마법사 폴린의 달빛 지팡이와 보조 무기 푸른 달의 마법사 폴린의 마법서는 경매장에서 산 것으로 방어구는 래틀이 만든 고급 아이템을 사용 중이었다.
야냐가 탈라한의 가슴을 베고, 팔을 잘라낸 쌍검의 달인 시실리안의 파란 달빛도 경매장에서 산 레어 무기로 앞으로 몬스터를 잡고 얻는 무기는 팔지 않고 NPC들에게 나눠줘 파티의 공격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시푸아 백작을 살려주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NPC들에게 레어 무기를 사주는 건 부담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사주지 않고 던전에서 하나씩 구해 맞춰주려는 건 성취감과 고마움, 아이템에 대한 애착심을 깊이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고 했다.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로 단번에 맞춰주면 당장은 고마워해도 며칠 지나면 고마움을 잊게 된다.
우리가 아이템을 하나씩 맞출 때마다 느꼈던 기쁨과 성취감을 NPC들도 느낄 수 있게 사냥을 통해 하나씩 맞춰나가게 할 계획이었다.
“오빠, 은하 언니 지금 접속한대.”
“어디로?”
“수도로 온다고 했어.”
“하연이와 둘이 다녀와. 나는 결재 좀 하고 있을 게.”
“10,000km 넘는 거리를 말 타고 오라는 거야? 1년 후에 볼 수 있겠네?”
“그런가?”
“그런가? 지금 장난해?”
“흐흐흐흐.”
은하를 수도에서 내 영지로 데려오는 방법은 총 세 가지였다. 하나는 하린이 말처럼 10,000km를 말 타고 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크바시르까지 포털로 이동한 후 4,000km를 말 타고 오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아주 간단한 군주의 소환이었다. 은하를 영지에 데려오기 싫다는 마지막 발악을 해본 것으로 씨알도 안 먹히는 얘기였다.
“빨리 나와.”
“알았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끌려 수도로 이동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스타팅 포인트를 정한다.
Part 2를 패치하기 전에는 아틸라 제국 수도와 10대 도시, 공작, 후작, 백작성 등 큰 영지의 포털만 스타팅 포인트로 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파르톤 제국의 수도 파르티나와 5대 도시, 6개국 연합 수도, 아말 왕국의 수도도 시작 지점으로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별로 지역이 할당돼 대한민국 유저는 아틸라 제국 수도 크라쿠푸스와 포르세티, 크바시르, 헤르모그, 델링그 이렇게 5대 도시와 그에 속한 공작성, 후작성, 백작성에서만 시작할 수 있었다.
“은하 언니! 여기에요.”
“하연아.”
“게임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히히히히.”
“나도. 헤헷.”
유저와 NPC가 북적대는 포털에서 하연이가 이산가족을 찾은 것처럼 크게 손을 흔들며 은하 이름을 불렀다. 은하도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 것처럼 하연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끌어안았다.
“언니, 어서 오세요.”
“반가워. 하린아.”
“저도요.”
“왔어?”
“응.”
하린이도 밝게 웃으며 은하를 맞았지만, 나는 슬쩍 쳐다본 후 짧게 ‘왔어’라는 말로 시큰둥하게 인사했다.
“언니도 우리처럼 얼굴 하나도 안 바꿨네요. 그렇죠?”
“응.”
“미모에 자신이 있어서 바꾸지 않은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할 줄 몰라서 그랬어. 할 줄 알았다면 예쁘게 바꾸는 건데 너무 아쉬워.”
“농담이에요. 언니 안 바꿔도 예뻐요.”
“거짓말하지 마. 너희 옆에 서면 나 오징어야.”
“언니야말로 거짓말하지 마세요. 누가 언니를 오징어로 봐요. 그런 사람 아무도 없어요. 사람들이 언니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 안 보이세요?”
하연이 말처럼 남자 유저들이 은하를 곁눈질로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나와 하린이, 하연이는 후드 로브로 몸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 초짜인 은하는 시작할 때 준 옷을 그래도 입고 있어 몸매와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연의 위대한 아름다움 앞에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초라해지는 것처럼 성형을 통해 이룬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은 은하의 천연적인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 유저들이 은하의 얼굴과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나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기 앞에 한 명 있잖아.”
“누구요? 오빠요?”
“응.”
“에이 설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빠가 그러겠어요. 언니가 잘못 생각하는 걸 거예요. 하린이 언니에게 언니 예쁘다고 얼마나 많이 칭찬했는데 그래요.”
“정말?”
“네.”
“하린이와 너 만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저 표정 보고도 몰라? 하린이와 너 바라보는 표정과 나 바라보는 표정이 완전히 다르잖아.”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닐까요? 속마음 감추려고.”
“그렇게 생각해?”
“네. 확실해요. 언니도 알다시피 오빠 미안하고 무안하면 무표정하게 있거나, 생각하는 척 인상 쓰고 있잖아요. 지금이 그때예요.”
“그러면 안심이고.”
“언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저와 하린이 언니 하자는 대로 따르면 돼요. 그러면 만사형통이에요.”
“알았어.”
북적대는 사람들 통에 하린이와 하연이, 은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셋이 힐끔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내 흉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 한 마디에 삼족을 멸하던 조선 시대에도 안 보이는 곳에선 임금님 욕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내 흉봤다고 화낼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금님 욕도 없는 곳에서 했지, 보이는 곳에선 하지 않았다. 사람을 바로 앞에 세워놓고 욕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너무 하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