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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 베르니
272.
“악마의 소리가 너희를 지옥으로 인도할 것이다.”
“모두 뒤로 물러나.”
“암흑의 향연!”
- 네크로맨서 탈라한이 암흑의 향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암흑의 향연에 걸리면 30분 동안 시야와 청각이 99% 줄어들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악마의 소리가 들립니다. 악마의 소리에 현혹당하면 공포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뒤로 물러나라는 소리를 지르자마자 주변이 까만 안개로 뒤덮이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청각도 크게 줄어들어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또한, 알아들을 수 없는 음산한 소리가 들리며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불안한 기운이 솟아났다.
- 파티원 모모님이 높은 상태 이상 저항력으로 암흑의 향연을 튕겨냈습니다.
- 파티원 NPC 도로시가 환인의 가호로 암흑의 향연을 튕겨냈습니다.
- 파티원 NPC 나나가 철벽 방어로 암흑의 향연을 튕겨냈습니다.
- 파티원 NPC 야냐가 높은 상태 이상 저항력으로 암흑의 향연을 튕겨냈습니다.
- 파티원 NPC 쥬디가 혜안을 이용해 암흑의 향연을 튕겨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암흑의 향연에 걸렸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암흑의 향연에 걸렸습니다.
- 파티원 NPC 세라가 암흑의 향연에 걸렸습니다.
「도로시, 쥬디, 나나, 하린이와 하연이, 세라를 데리고 뒤로 빠져.」
「네, 큰오빠.」
「야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신호 주면 놈의 뒤를 공격해.」
「네.」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리는 건 상대에게 작전을 알려주는 어리석은 짓으로 NPC들에게도 텔레파시 주문을 배우게 했다.
텔레파시 주문은 유저의 귓속말처럼 거리 제한이 없는 스킬이 아니었다. 최대 500m가 한계로 가까운 거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대신 벽이 있어도 간섭을 받지 않아 500m 이내에선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었다.
그러나 세라는 바탕이 몬스터라 상점에서 파는 주문을 배울 수 없어 듣기만 할 뿐 대답할 수는 없었다.
“검은 안개에 숨는다고 내가 못 찾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멍청한 새끼! 머리카락 잘만 보인다.”
“그럼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
“700년 동안 외롭게 산 패륜아가 숨바꼭질을 원하는데, 잠시 놀아줘야 예의 아닐까?”
“아가리 함부로 놀리면 큰 고통이 따를 수도 있어. 모름지기 남자는 입을 조심해야 해.”
놈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 높은 상태 이상 저항력으로 암흑의 향연은 튕겨냈지만, 검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70% 이상 줄어들어 놈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말할 때도 마법을 사용하는지 소리가 윙윙거리며 울려 어디 있는지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하린이와 하연이, 세라를 안전한 입구로 빼기 위해 탈라한에게 말을 걸며 입구 쪽에 도발 스킬을 난사했다.
도발 스킬은 쿨타임이 없어 잠수함이 음향탐지기를 쏘아 적을 찾아내듯 연속으로 쏠 수 있었고, 한 번에 반경 10m를 한꺼번에 도발할 수 있어 상대를 도발하는 것은 물론 숨어 있는 적을 찾을 수도 있었다.
「큰오빠, 입구에 도착했어요.」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있어.」
「네.」
쥬디와 도로시, 나나, 하린이, 하연이, 세라가 입구에 무사히 도착하자 탈라한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도발 스킬을 난사했다.
“일기장 하나에 양심을 판 패륜아 주제에 누가 누굴 가르치겠다는 거야? 그런 말을 뻔뻔하게 하다니 양심도 없는 놈이었군.”
“이노옴~”
“소리 지르면 스승과 동문을 죽인 일이 사라져? 사라지면 백만 번이라도 질러. 들어줄 테니까.”
“.......”
탈라한은 용기사가 되길 꿈꿨지만, 태생이 마법사였다. 베르니의 일기장을 통해 익힌 것도 암흑 마법뿐으로 나처럼 붙어서 싸우는 타입이 아니었다.
마법사 중에서 붙어서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마법사도 있지만, 탈라한은 철저하게 떨어져 싸우는 스타일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암흑의 향연을 쓰고 곧바로 다가와 혼란에 빠진 우리를 공격했을 것이다.
다행히 놈이 뒤로 물러나 마법을 준비하고, 수다스럽기까지 해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 85레벨 보스 몬스터 암흑의 군주 탈라한이 도발에 걸렸습니다. 방어력이 10% 하락했습니다. 흥분한 탈라한이 모모님을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계속 말을 걸며 사방에 도발 스킬을 난사하자 우측 대각선으로 150m 떨어진 지점에서 놈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기 있었군. 패륜아!”
“천 년 동안 끔찍한 고통 속에 살게 해주마. 어둠의 정령 듀라한 소환! 불의 정령 듀라한 소환!”
화가 잔뜩 난 탈라한이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몬스터 두 마리를 소환했다. 스승인 클레멘트가 서머닝 학파의 소환술과 네크로맨서 학파의 소환수를 합쳐서 만든 정령 언데드 소환술이었다.
시커먼 기운을 뭉게뭉게 풍기는 어둠의 정령 듀라한이 커다란 말을 거칠게 몰고 와 기다란 랜스를 힘차게 내질렀다.
콰앙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비스듬히 기울여 충격을 흘리자 쌩하니 옆으로 지나갔다. 재빨리 블레이드를 휘둘러 말의 뒷다리를 잘랐다.
휘이이잉
우당탕
오른쪽 뒷다리가 잘리며 말이 넘어지자 중심을 잃은 어둠의 정령 듀라한이 말에서 떨어졌다.
재빨리 다가가 바닥을 구르는 놈의 머리를 블레이드로 쪼개려 하자 커다란 화염구가 날아왔다.
내 머리보다 큰 화염구 다섯 개가 연속으로 날아오자 블레이드로 수박을 쪼개듯 반듯하게 잘랐다.
서걱 서걱 서걱
블레이드에 잘려 화염구가 사라지자 불의 정령 듀라한이 빠르게 다가와 말을 탄 채 기다란 장검을 휘둘렀다.
텅텅텅
홀리메탈 원형 방패로 가볍게 대검을 막고 바짝 다가가 말의 목을 사선으로 베었다. 성대가 잘린 말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털썩
말과 함께 불의 정령 듀라한이 쓰러지자 손에 들렸던 머리가 비틀대며 허공에 떴다.
칼을 휘둘러 공중에 뜬 머리를 자르려 하자 넘어졌던 어둠의 정령 듀라한이 다가와 기다란 랜스로 허리를 찔러왔다.
「둘 다 중급 정령이에요.」
쥬디의 얘기를 들으며 바람 가르기를 사용해 깊숙이 찔러온 랜스를 피하며 재빨리 방향을 틀어 어둠의 정령 듀라한의 머리를 잘랐다.
서걱
쓰러지는 어둠의 정령 듀라한의 등을 가볍게 밀며 총알처럼 불의 정령 듀라한에게 다가가 일어서는 놈을 잘린 목에서부터 갈랐다.
서걱
목부터 사타구니까지 단번에 잘라낸 후 달아나는 머리를 향해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던졌다.
휘리리릭
퍽
팽이처럼 회전하며 날아간 원형 방패가 불의 정령 듀라한의 머리를 박살 내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게 전부는 아니지?”
“겨우 소환수 두 마리를 죽였다고 으스대지 마라. 그놈들은 네놈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장난으로 던져준 것이니까.”
“아까 소리칠 때보니까 화가 많이 화난 것 같던데. 뭐라고 했지? 천 년 동안 끔찍한 고통 속에 살게 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장난으로 던져준 몬스터라고?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것도 네놈을 시험하기 위해 한 것이야. 천 년 동안 차지할 몸인데 수준은 알아봐야 하잖아.”
“아아 그러셨어요? 그럼 더 소환해. 실력 발휘할 테니까. 그런데 어쩌지? 네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이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래? 그럼 어서 실력 발휘해. 재주도 못 부리고 죽으면 억울해서 저승 가서 아이처럼 징징 울 거 아니야.”
“X놈의 새끼! 반드시 네 몸을 차지해 네놈의 여자들을 이 세상 모든 남자의 여자로 만들어주마.”
“그런 몹쓸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키워준 스승을 배신하지. 호래자식!”
“이노오옴~”
“너는 스승을 죽이고, 동료를 죽인 쓰레기야. 소리 지를 가치도 없는 미친 개새끼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챈들러 말을 따르지 않았다면 난 그 자리에서 죽었어. 그 상황에선 누구나 챈들러 말을 따랐을 거야. 너도 예외는 아니야.”
“챈들러가 왜 널 선택했는지 이제 알겠다.”
“뭘 알아?”
“네놈이 어떤 놈인지 챈들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선택의 순간이 오면 너는 언제나 너에게 유리한 결정을 했겠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하지만 너는 이미 너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마음을 품고 있었어. 어쩔 수 없다는 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이었어. 챈들러는 그걸 알아본 거야. 네가 어떤 놈인지.”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적이 없어. 모두를 위한 선택을 했어. 모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어.”
“매국노가 나라 팔아먹으면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
“너처럼 말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너처럼 온갖 핑계를 대며 자기합리화를 하지. 그러나 말만 그럴 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 네가 스승과 동료를 모두 배신하고 일기장을 얻은 것처럼. 어때? 내 말이 틀려?”
매국노 중에는 변절자가 많다. 고문과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강한 세력에 붙어 승자가 되길 원해 스스로 변절자가 됐다. 친일파의 행적을 찾아보면 내 말이 사실이란 걸 알 수 있다.
일제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끝까지 항일독립 운동을 전개한 열사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대다수 민중은 마음으로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우리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일제의 탄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변절했다는 말은 하지 말자.
그 말은 매국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로 우리 조상 전부를 싸잡아 욕하는 개소리였다.
“나는 그런 적 없어. 나는 수백 번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선택인지.”
“그래서 동료를 모두 죽인 거야? 그래서 스승의 물건을 훔친 거야? 모두를 이롭게 하려고?”
“나마저 죽으면 스승과 동료의 복수를 할 수 없으니까. 나라도 살아남아야 복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복수하려면 용기사 베르니의 일기장이 필요했어. 그래서 그렇게 한 거야. 모욕을 참고, 치욕을 참으며 살아남은 거야.”
“챈들러가 널 왜 살려줬는지 알겠다. 너 같은 놈은 죽일 가치도 없었던 거야. 그래서 살려준 거야.”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챈들러는 널 평생 치욕 속에 살게 하려 살려준 거야. 이 미친 개새끼야!”
“아니야. 놈은 멍청하게 내게 기회를 준 거야.”
“700년을 갇혀 지냈으면서도 깨닫는 게 없다니... 한심하다. 넌 살 가치도 없어. 나는 미친 개새끼는, 패륜아는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죽여줄게.”
“나는 기필코 챈들러의 후손을 죽여 스승과 동료들의 원한을 갚을 거야. 그 일이 끝날 때까지 나는 절대 죽을 수 없어.”
“끝까지 핑계네. 구제 불능 새끼!”
“닥쳐!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 절망의 정령 디세이어, 증오의 정령 트레가드, 계약자로 명하노니 데스나이트의 혼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는 적을 무찔러라. 소환!”
- 85레벨 보스 몬스터 암흑의 군주 탈라한이 상급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Storofel), 상급 증오의 정령 트레가드(Tregard), 상급 절망의 정령 디세이어(Desair), 데스나이트 세 마리를 소환했습니다. 소환된 상급 정령 3마리가 데스나이트의 몸에 빙의했습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