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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71화 (27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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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 베르니

271. 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 베르니

“헛소리 그만하고 묻는 것에나 답해.”

“뭐가 알고 싶은데?”

“국경수비대 기사 쿠티티르는 어떻게 꼬드긴 거야?”

“아~ 그 멍청한 놈.”

쿠티티르는 도우미 아란을 만나고 영주성으로 가기 전 사냥했던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에 있던 보스 몬스터 듀라한이었다.

촉망받던 국경수비대 기사였던 쿠티티르는 탈라한의 꼬임에 넘어가 반역을 꾀하다가 발각돼 교수형을 당했다.

죽은 것도 억울한데 탈라한은 죽은 쿠티티르의 몸과 머리를 회수해 듀라한으로 부활시켜 자신처럼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에 가뒀다.

“300년 전에 멍청한 기사 한 놈이 하나 던전에 들어왔어. 1층도 돌파하지 못하고 스켈레톤과 좀비에게 사로잡혔지.”

“놈을 이용해 빠져나갔다가 목이 잘린 거야?”

“내가 그렇게 형편없이 보이나?”

“네가 내 몸을 차지해 던전을 벗어나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안타깝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이 영혼을 바꿀 힘이 없었어. 정신만 간신히 조종할 수 있었지.”

탈라한의 이야기를 듣자 이곳도 세라를 구한 몽환의 신전, 미미를 데리고 나온 플레시 골렘 공장처럼 보스를 잡으면 사라지는 일회용 던전이란 걸 알게 됐다.

60일에 마다 던전을 토벌해 네크로맨서의 정수를 모아 네크로맨서 부대를 만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연아, 네크로맨서의 정수 경매장에 올라온 거 있는지 확인해 봐.」

「잠시만요. 으음... 없어요.」

「지금 없는 거야? 원래 안 올라오는 거야?」

「올라온 적도 없어요.」

「구할 수 있는 곳은?」

「으음... 10대 도시인 스노트라 인근에 네크로맨서가 나오는 던전이 하나 있다고 하네요.」

「스노트라면 일본 지역이잖아?」

「네. 그리고 어둠의 마법 학파 마탑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네크로맨서의 정수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이네?」

「검은 오크 왕국에 있지 않는 한 그렇죠.」

「아으으...」

파르톤 제국과 6개국 연합, 아말 왕국은 아틸라 제국의 적국으로 함부로 넘어갔다가는 스파이로 몰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북서부 도시 스노트라는 아틸라 제국 땅으로 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는 게 현명한 행동이었다. 지역을 나눈 후 타국 유저를 몰래 죽이고 아이템을 뺏는 일이 급격히 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처럼 감정싸움을 오랫동안 한 나라뿐만 아니라 친한 나라끼리도 아이템을 뺏기 위해, 사냥터를 침략당했다는 이유 등으로 죽고 죽이는 일이 많아 타국 도시와 영역 안에는 되도록 들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놈을 이용해 국경수비대를 장악하려고 했는데, 멍청한 놈이 작은 힘을 얻자 기고만장해져서 반란을 획책했어. 그래서 한 달도 안 돼 목이 잘려 죽었지.”

“시체는 어떻게 가져왔는데?”

“주문을 걸어놨어. 죽으면 제 발로 찾아오게.”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 던전은 어떻게 만든 거야?”

“원래는 영주성 옆에 만들려고 했는데, 바보 새끼가 엉뚱한 곳에 만들었어. 쓸모가 하나도 없는 놈이야.”

“안에서 그걸 다 어떻게 알 수 있지?”

“놈의 눈을 통해서 봤으니까. 정신교감은 상대의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그럼 나도 봤겠군?”

“봤지. 그리고 네놈이 오기만 학수고대했어. 그 바람이 오늘 드디어 이루어졌어. 하하하하.”

“이제 얘기 다 끝난 거야?”

“그래.”

“그럼 네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려줘야겠네?”

“가소로운 놈. 나는 700년 전 챈들러에게 당한 탈라한이 아니야. 스승인 클레멘트의 진전을 완벽히 이어받은 탈라한 학파의 수장이야.”

“서머닝 학파와 네크로맨서 학파의 기술을 합친 걸 배웠어?”

“스승님만큼은 아니지만, 네놈들을 죽일 실력은 차고도 넘치지.”

“넘칠지 모자랄지는 싸워보면 알겠지. 그런데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

“또 뭔데?”

“일기장! 무슨 일기장인데 욕심을 낸 거야?”

“알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하잖아. 때깔 좋게 알려줘.”

“오랫동안 쓸 육체니 이왕이면 네 말처럼 때깔이 좋은 게 좋겠지. 스승님이 갖고 계신 일기장은 베르니의 것이었어.”

“베르니면... 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인 그 베르니?”

“그래.”

베르니는 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이자 암흑 마법의 대가로 아틸라 제국의 초대 황제 아틸라를 도와 제국을 건설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곱 영웅 중 한 명이었다.

“베르니의 일기장이 왜 네 스승에게 있는 건데?”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10년 전 실험 재료를 구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금지인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가셨다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발견하셨다는 말을 들었어.”

“암흑 마법을 빼내려고 한 거야?”

“용기사가 되고 싶었어. 답답한 연구실을 벗어나 마음껏 하늘을 날고 싶었거든.”

“그렇게 떠돌아다니고 싶은 놈이 왜 마법사가 된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탈라한의 말을 듣자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돼 스승과 어긋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탈라한은 활동적인 걸 원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은 마법사밖에 없었다. 마법사는 대다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야 했다.

유저는 스킬을 익히고, 스킬 경험치를 올리는 것으로 마법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NPC 마법사는 연구를 통해 더욱 높은 마법을 익히고 강화해 밖에 돌아다닐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자 탈라한은 베르니의 일기장을 빼돌려 용기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일을 한 것이었다.

“일기장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내게 있지.”

“어떻게 챈들러에게 걸리지 않고 일기장을 빼돌릴 수 있었지?”

“스승이 죽자 재빨리 비밀 금고를 열고 아공간 마법이 걸린 마법 반지에 넣고 삼켰지.”

“챈들러는 일기장에 관해 몰랐어?”

“놈이 알았다면 협조하지도 않았어. 뺏길 게 분명한데 미쳤다고 협조해?”

“바보는 아니었군. 무슨 내용이야?”

“너무 많은 것을 물어본다고 생각하지 않아?”

“죽을 사람 소원이라고 생각하고 말해줘.”

“소원이라면 들어줘야지. 베르니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어.”

“그러면 베르니의 진전도 모두 물려받았겠네?”

“그렇지 않아. 암흑 마법만 배웠어.”

“모든 것이라고 했잖아?”

“베르니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이 일기장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야.”

“용기사가 되는 방법도 있어?”

“당연하지.”

베르니의 일기장에 용기사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탈라한의 말에 전류가 몸을 관통한 것처럼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용기사가 되려면 와이번이 있어야 한다. 용기사였던 일곱 용기사의 유물을 찾는다고 용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와이번을 길들여 타고 다녀야 진정한 용기사가 되는 것이다.

아란테스 대륙에서 용기사가 나온 건 아틸라 제국이 건국 될 때, 일곱 용기사가 나온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와이번은 길들일 수 없는 흉포한 야수였다. 유일신인 환인만이 유일하게 길들일 수 있었다.

드래곤도 길들일 수 없는 존재로 수만 년 이어온 아란테스 대륙의 역사 속에서 오직 일곱 용기사만이 와이번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 방법이 베르니의 일기장에 있다고 하자 나도 욕심이 생겼다. 탈라한을 죽이고 일기장을 뺏고 싶은 욕심이...

‘내가 탈라한이었다면 어땠을까? 똑같이 했을까?’

“팔다리는 어떻게 고쳤어? 암흑 마법으로 고친 거야?”

“아니. 스승님이 개발한 마법을 이용해 데스나이트의 팔다리를 붙인 거야.”

“그게 가능해?”

“그러니까 천재셨지.”

생각지도 못한 대어를 낚았다. 경험치와 아이템, 인스턴트 던전 입장권을 바라고 던전에 들어온 것이지, 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 베르니의 일기장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잘린 팔다리를 복원할 수 있는 마법까지 있다니 대어도 이런 대어가 없었다.

「쥬디야, 지금까지 탈라한이 한 말 모두 사실이야?」

「맞는 것 같아요.」

「정신은 어떤 것 같아?」

「반쯤 미쳤다고 보시면 돼요.」

쥬디 말처럼 탈라한은 반쯤 미쳐 있었다. 팔다리를 잃고, 믿었던 여자도 빼았기며 동굴에 버려졌다.

그 상태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동굴을 던전으로 개조했다. 처음 100년간은 복수를 위해 스승이 개발한 마법을 복원하고, 베르니가 남긴 암흑 마법을 익히고, 던전을 확장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200년이 흐르고, 300년이 흐르자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증에 서서히 미쳐갔다.

독방에 사람을 오래도록 가둬두면 정신병자처럼 반쯤 미친다.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이 겹겹이 쌓여 미쳐가는 것으로 사회 동물인 인간에게 말할 상대가 없다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무협지를 보면 소림사 고승들이 아무도 없는 동굴에 앉아 짧게는 10년, 길게는 40~50년을 면벽 수련한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어 엄청난 고수가 되어 세상에 나타났다.

소설은 허구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는 얘기로 조용한 암자에서 수련하는 스님은 많았지만, 무협지처럼 무식하게 수련하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

스님도 사람이라 먹고 자야 수련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차디찬 바닥에 앉아 있다간 치질과 디스크에 걸려 몇 달 수련도 못하고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수련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해야 했고, 몸이 건강해야 명상도 할 수 있었다. 또한, 혼자서 수련하다가 병에 걸리거나 다칠 수도 있어 의지할 사람도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무작정 벽만 바라보고 있다고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니었다. 산도 보고, 달도 보고,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마음을 달래야 한다.

고승조차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탈라한은 700년 동안 홀로 지냈다. 반쯤 미친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이제 죽어도 원이 없을 만큼 궁금증을 풀었을 테니, 네 몸과 여자들을 모두 바치고 지옥으로 떨어져라.”

“싫어.”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매를 원한 건 네놈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그러시던가.”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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