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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계획 그리고...
263. 사악한 계획 그리고...
“한꺼번에 네 가지 상태 이상 효과를 막아주는데 실망하다니 오빠 욕심이 하늘에 닿았네요.”
“그런가?”
“착용 효과가 세 가지 있으면 뭐해요. 효과가 엉망이면 한 가지만도 못한데. 그리고 하트 귀걸이는 착용 효과는 하나지만, 상태 이상을 네 가지나 막아주잖아요. 이건 착용 효과가 네 개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
“그냥 봐도 그래요.”
“흐흐흐.”
“할 말 없으면 꼭 웃음으로 때우고... 못됐어.”
“미안.”
하연이 말이 맞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태 이상 효과를 4가지나 막아주는 에픽 아이템을 보고 실망하는 건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상태 이상 효과를 확률적으로 막아주는 옵션과 마법 저항력이 붙은 아이템은 공격속도와 이동속도 증가 옵션이 붙은 아이템보다 1.5% 이상 비싸게 팔렸다.
몬스터 레벨이 올라갈수록 상태 이상 스킬을 많이 사용해 저항력이 붙은 아이템이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완전 면역이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더군다나 장비 아이템도 아닌 특수 아이템이었다. 귀걸이, 팔찌, 날개, 훈장 같은 특수 아이템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드래곤과 황금 가루다, 아크 메이지 같은 최상위 존재들만 만들 수 있어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경매장에서 특수 아이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귀한 아이템을 얻고도 투덜대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하린아, 귀걸이 하연이 줘도 되지?”
“응. 나보다 몬스터를 가까이서 상대하는 하연이가 쓰는 게 맞아.”
“오빠, 이거 정말 저 주실 거예요? 언니, 이거 나 써도 돼?”
“응.”
“생각이 바뀌었어. 팔아야겠다.”
“팔다니요?”
“못됐다는 소리 들으면서까지 줄 순 없잖아. 안 그래?”
“오빠에게 누가 그런 말을 해요? 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멋지고 이해심 넓은 남자예요. 그러니 언니와 제가 동시에 사랑하죠. 안 그래요?”
“욕할 거 다 하고서 하트 귀걸이 준다니까 칭찬을 해? 칭찬이 아니라 욕처럼 들린다.”
“죄송해요. 오빠! 조금 전에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거예요. 용서해주세요.”
“맨입으로?”
“뭘 원하세요? 엉덩이라도 깔까요?”
“오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어서 까. 오늘 신나게 볼기 좀 때려보자. 음하하하하.”
“히잉~”
밤의 유령 밴트라의 오우거 가죽 부츠
종류 : 신발
등급 : 에픽
밴트라는 전설적인 도둑으로 유령처럼 나타나 물건을 훔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밤의 유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오우거 가죽 부츠는 밴트라가 가장 아끼던 아이템 중 하나로 어둠 속에서 더욱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구도 : 100/100
방어력 : 100
생명력 : 500
순발력 : 3
착용 효과 : 이동속도 20% 상승
특수 옵션 : 어둠 속에서 이동속도 20% 상승
착용 제한 : 없음
팬텀 나이트 질리언의 강철 건틀릿
종류 : 건틀릿
등급 : 에픽
기사 질리언은 한 자루 칼과 강철 건틀릿으로 거침없이 몬스터를 베어 넘긴 용사로 유령처럼 빠르게 상대를 공격해 팬텀 나이트라 불렸다.
내구도 : 100/100
방어력 : 100
생명력 : 500
근력 : 3
착용 효과 : 근거리 공격력 20% 상승
특수 옵션 :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공격 속도 5%씩 상승(최대 50%)
착용 제한 : 없음
나나와 야냐가 들고나온 아이템은 둘 다 에픽이었다. 레전드와 특수 아이템부터 봐 뛰어난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유저들이 보면 입을 떡 벌릴 아이템이었다.
“오빠, 이건 나나와 야냐 언니에게 주는 게 좋겠어요. 레오니 백작 부인이 언니들에게 준 거잖아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쥬디가 혜안을 통해 찾아낸 아이템이었지만, 레오니 백작 부인이 나나와 야냐에게 준 아이템이었다. 중간에서 가로채는 건 양아치나 할 짓이었다.
“받아.”
“저희는 영주님 심부름을 한 것밖에 없어요. 이 아이템 저희 것 아니에요. 받을 수 없어요.”
“나나 말이 맞아요. 영주님이 가지셔야 해요.”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사냥할 건데 아이템 없어도 되겠어?”
“본격적이라는 말은 저희를 어디든 데리고 다니신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그.그렇다면 해야죠. 주세요.”
“야냐는?”
“저도요.”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닌다고 하자 나나와 야냐의 얼굴이 환한 보름달처럼 밝아졌다.
피를 빤 다음에는 어김없이 품에 안아주자 충성심이 더욱 빠르게 올랐다. 사랑이 충성심으로 변화된 것으로 이제는 안고 가슴을 만져주는 것으로 모자랐는지 콧소리를 내며 유혹했다.
때마침 레이첼이 부르러 오지 않았다면 NPC 중 첫 번째 상대는 나나와 야냐가 될 수도 있었다.
‘오늘 레이첼을 안을까? 하린이와 하연이가 떨어져야 안든지 말든지 하지. 찰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 있으니 안을 수가 없네. NPC는 마음대로 안아도 된다고 해놓고 정작 떨어지지 않으니... 말만 그러는 거 아니야?’
“계속 같이 있을 거 생각하니까 좋아?
“네, 좋아요.”
“야냐는?”
“저도요. 생각만 해도 너무 기뻐요.”
“그래 봐야 대부분 뒤에 서 있는 게 전부야. 너희는 내 호위니까.”
“뒷모습이라도 종일 봤으면 좋겠어요. 밤에 저희 둘만 있는 거 너무 허전해요.”
“나나야, 너무 많은 거 바라면 안 돼. 욕심이 화를 불러.”
“그러면 안 된다는 저희도 알아요. 하지만 마음이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 밤에도 같이 있을 날이 올 거야. 그러나 조바심내지 말고 기다려.”
“정말요?”
“그래.”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야냐야?”
“응.”
“순진하기는...”
나나와 야냐는 싸울 때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였지만, 사랑 앞에선 연약하기만 소녀였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 않고 사랑에도 능숙했다면 철저하게 호위로만 썼을 것이다.
남자는 이기적인 동물이다.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 첫 번째이기를, 평생 내 것이기만 바랐다.
나도 다르지 않은 종자로 그런 것에 더욱 끌리고, 애착이 가고, 지독한 독점욕과 소유욕을 느꼈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쥬디에게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
“레오니 백작 부인이 시푸아 백작에게 전쟁을 선포한 얘기.”
“그렇게 될 거란 거 너도 알고 있었잖아? 몰랐어?”
“알고 있었어. 그리고 시푸아 백작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사내아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흐음...”
“고민스러워?”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걸 웃으면서 생각할 순 없잖아.”
“고민해야지. 그리고 돕기로 했으면 실행해야 하고.”
“게임이지만, 다른 여자에게 내 아이를 갖게 해야 하는 일이야. 너는 그러고 싶어?”
“아니. 싫어.”
“그런데 왜 그 짓을 하라는 거야?”
“내가 언제 오빠 아이 갖게 하라고 했어? 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아까 한 말 그런 뜻 아니었어?”
“미친 거 아니야? 세라는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거야? 세라의 환몽술을 이용하면 되잖아.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세라... 나는 네가 나에게 하라는 말인 줄 알고...”
“죽고 싶어? 나도 애가 없는데, 다른 여자에게 애를 갖게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미안해.”
“한 번만 더 이상한 생각 하면 고추 잘라버린다.”
“헉!”
하린이의 아이를 갖게 해야 한다는 말에 내 아이를 갖게 하라는 말인 줄 알았다. 이건 쥬디 때문에 생긴 오해였다.
쥬디가 아이를 갖게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나를 빤히 쳐다봐 내 씨를 뿌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레오니 백작 부인도 한 몫 거들었다. 노골적으로 달라붙어 피 빠는 것만으로는 욕망을 완벽히 채워줄 수 없었다.
몸을 섞어야 10년 넘게 참아온 욕망을 풀어줄 수 있었다. 몸을 섞어 놓고 다른 놈의 아이를 갖게 할 순 없다.
남편이 있었지만, 내가 가진 이상 내 여자였다. 내 여자를 다른 놈에게 주는 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게도 내 아이를 갖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몽술로 속인다고 해도 아이는 있어야 하잖아? 레오니 백작 부인을 다른 놈 품에 안겨주자는 말은 아니지?”
“오빠 멍청이야?”
“무슨 소리야?”
“왜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 환몽술로 임신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고, 아이는 농노 아이로 대체하면 되잖아.”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럴 때 보면 정말 고지식해. 모든 걸 몸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쯔쯔쯔쯔.”
“.......”
하린이는 세라의 환몽술을 이용해 레오니 백작 부인이 진짜 임신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후 농노 아기로 바꿔치기하려 했다.
상상 임신을 진짜 임신한 것처럼 믿고 보이게 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했다.
상상 임신은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심한 입덧을 하고, 월경이 중단되고, 자궁 확장하며, 유방이 발달하고, 젖의 분비와 같은 임신의 징후가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또한, 아이가 움직이는 태동을 느끼기도 했고, 복부팽만으로 인해 진짜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오기도 했다.
“잔인하다.”
“그럼 오빠 아이로 시푸아 백작 가문을 잇게 하던지.”
“알았어. 네 뜻대로 할게.”
레오니 백작 부인에겐 못할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를 시푸아 백작 가문에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게임이라고 해도 그 짓만은 절대 할 수 없었다.
‘게임을 하는 건지 악업을 쌓는 건지 모르겠네. 에휴.’
“그러니까 임신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게 하라는 거죠?”
“그래.”
“동침은 할 거죠?”
“안 하면 효과가 없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잠든 상태에서 섹스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몽환술로 한 것처럼 할 수 있잖아?”
“여자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정확히 알아요.”
하린이와 얘기가 끝나자 세라를 불러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했다. 10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몽환술을 걸어야 해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럼 상상 임신도 안 되겠네?”
“그런 뜻이 아니에요. 섹스하고 나면 생기는 몸에 흔적을 말한 거예요.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알아.”
“아는 사람이 그걸 물어봐요?”
“남자랑 자보지도 않은 게 아는 척하기는.”
“평생 듣고 자란 게 그거예요. 경험은 없어도 이론은 달인이라고요.”
“책으로 배운 키스와 실제 키스가 같아? 나랑 해보니까 책하고 똑같았어?”
“다르죠. 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이요.
“그걸 알면서 이론은 달인이라는 말이 나와?”
“몸으로 느껴보지는 않았지만, 심리 상태와 흔적은 정확히 알아요. 그리고 저 여자예요. 영주님은 남자고요.”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저 미워하는 거예요?”
“아니. 예뻐해. 말만 하지 안 하면.”
“히잉.”
세라의 말처럼 몽환술로는 몸에 흔적을 남길 수 없었다. 확실한 증거를 남기려면 섹스를 해야 한다.
그래야 레오니 백작 부인이 임신한 것을 믿었다. 그 짓을 하지도 않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은 건 동생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믿는 유치원생밖에 없었다.
‘유치원생도 안 믿으려나? 우리 때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믿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다섯 살만 돼도 산타 할아버지도 믿지 않으니 그 거짓말도 통하지 않겠네.’
‘그건 그렇고 시간이 없으니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까? 내일이라도 덮쳐야 하나?’
============================ 작품 후기 ============================
오늘 글쓰기 정말 힘드네요.
종일 인터넷과 뉴스만 봤습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아 정치 얘기를 가끔 쓰는데... 참담합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몇 글자 긁적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